퀵바

x븅븅이 님의 서재입니다.

흑마법사는 금기를 깨기로 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븅븅이
작품등록일 :
2023.05.10 20:55
최근연재일 :
2023.06.14 21: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453
추천수 :
3
글자수 :
179,829

작성
23.05.21 21:00
조회
33
추천
0
글자
10쪽

15화.

DUMMY

#15.


크으으. 크으으.


라데스의 깊은 두 안와에 지옥보다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체스터는 말 없는 라데스를 앞에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부딪칠 것인가. 아니면 우회할 것인가.


확신이 든다.

그 무엇도 현명한 방법이 아닐지니.


저 모습···. 자신을 잡으러 온 사신의 모습이다.

언젠가 들었던 잔혹동화의 내용이 떠올랐다.

남의 빵을 탐하다 사신의 낫에 혓바닥이 잘려 나간 소년의 이야기.

하필이면 왜 지금인가.

그 소년의 모습이 자신에게 투영되는 것이.


끼익. 삐그덕.


라데스가 걸음을 옮긴다.

녹슨 철이 부딪친다.

그리고 주위엔 돌개바람이 선회한다.


스릉.


검을 빼 든다.

검 끝에 녹이 흐르듯 청록의 기운이 넘실거린다.


체스터는 결단을 내야 했다.

자신이 멈추면 모든 병력은 멈추게 된다.

누군가가 나서서 저 앞의 사내를 뚫어내지 않으면 계획이 틀어지고 만다.


크아악!


검을 굳게 쥔 체스터는 스며드는 공포를 무시한 채 정면으로 내달렸다.


날카로운 기를 머금은 체스터의 검은 라데스의 목을 겨냥하여 직선으로 돌진했다.


챙!


뿌리치듯 휘두르는 라데스의 검에 자세가 흔들렸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상대가 쓰러질 때까지 두 번, 세 번, 네 번, 아니 죽을 때까지 검을 휘두를 작정이다.


‘이래 봬도 마력 기사란 말이다!’


챙! 챙! 챙!


반면 체스터의 검을 막아내는 라데스의 형편 또한 그리 넉넉하진 않았다.

벨루토를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근위대장이니 그 실력 또한 만만히 볼 건 아니었다.


챙! 챙! 챙!


몇 번의 검을 더 부딪쳤다.

그리고 체스터는 비로소 느꼈다.


‘다··· 단장급? 아니···, 그 이상?’


상대와 자신의 경지 사이엔 까마득히 떨어진 별개의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일생을 갈고 닦아도 넘어설 수 없는 거대한 장벽이 가로막고 있음을.


흐읍. 후···.

생각하자. 내가 내릴 수 있는 가장 현명한 결정이 무엇인지.


지금 자신의 뒤를 마법사들이 따르고 있었다.

그들이 함께 조력한다면 가능성이 없지 않을 것이다.

돌려 말하면 그들이 할 수 없다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이다.


지금에 와서 자책해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저런 실력자가 발렌트 진영에 합류했다는 사실은 들어보지 못했다.

이는 벨루토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


성내로 달려가는 테리스 주위로 나머지 마법사들이 뒤따랐다.


“조장님!”


“오! 그래. 그쪽도 무사했나 보군! 계획대로 최대한 화려하게 놀았겠지?”


테리스의 얼굴엔 모처럼의 여유가 묻어났다.


“너무 무리했나 봅니다. 제 불꽃에 제가 취할 정도였으니까요. 정신이 어질어질합니다.”


세 명의 마법사는 마력을 양껏 쏟아냈다.

거대한 불꽃을 장시간 유지하는 것은 그 누구라도 무리였을 터.


“지금 취하긴 이르지. 복귀하면 내가 숨겨둔 귀한 술을 하나 꺼내주마. 삼십 년 된 뻬르동의 마력주다.”


“사··· 삼십 년 산 마력주!”


이번 작전의 핵심은 병력의 피해를 최소화하여 성내로 진입하는 것.

따라서 이들의 노고는 필연적이었다.


이것으로 알게 될 것이다.

그들의 노력이 얼마나 가상한 것이며, 승리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를.

마법사가 전쟁에서 어떤 전략적 가치를 지니는지를.


두려워하겠지.

그래! 앞으로 계속 두려워하거라!


“됐다.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어. 이제는 병력을 뒤따르며 대충 잔당들이나 처리하면 되겠군.”


갑자기 허탈해진다.

이렇게 일이 쉽게 풀릴 것인데, 왜 그토록 벨루토와 각을 세웠을까.

어차피 그 사람조차 큰 그림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하나의 조각에 불과한 것을···.


테리스는 망토 자락을 추슬렀다.

이곳의 먼지가 망토에 묻어나는 모습에 소름이 끼쳤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금 전부터 지독한 대변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하루라도 빨리 떠나고 싶은 동네다.


“뻬르동의 마력주라고?”


화기애애한 그들 사이로 갑자기 음침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싸구려 마력주에 호들갑 떨기는···.”


마법사들은 걸음을 멈추었다.

어두운 한구석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루이가 눈에 들어온다.


방금 막 열 구의 시체를 맛있게 흡수한 루이는 신비로운 쾌감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항상 이럴 때면 자신의 성격이 이상해지는 것 같았지만, 뭐, 상관없었다.

그냥 즐기기로 했다.


쉬리릭. 쉬리릭.


루이의 옆엔 두 마리의 나베리우스가 주인을 보필하듯 나란히 서 있었다.


테리스만이 그것의 정체를 눈치챘다.


“나베리우스? 설··· 설마?”


“나의 귀여운 강아지들을 알아봐 주다니 영광이군. 하지만 너의 발언엔 동의하지 못하겠어. 뻬르동의 마력주는 사티누의 것에 비하면 지나치게 형편없지. 기회가 된다면 내가 숨겨둔 사티누의···, 아, 미안하군. 기회는 없겠구만.”


마치 술에 취한 것 같기도 한 루이의 모습은 나베리우스와 더해져 괴상한 불안감을 조장했다.


“누··· 누구냐!”


“밤바람이 이리도 찬데, 불꽃놀이는 즐겁게들 즐겼는가? 예전부터 그랬어. 너희 백마법을 쓰는 인간들 말이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모든 것을 순간에 집중하여 쏟아내지. 덕분에 뒤치다꺼리는 내 담당이었지. 아스제라 그 녀석부터 그 꼴이니 그 밑에 놈들이 뭘 보고 배우겠어?”


마력으로 치환된 영력을 흡수하자 루이의 말이 지나치게 길어졌다.


“아··· 아스제라? 네놈이 누군데 감히 대관님을!”


화르륵!


테리스의 머리 위로 동그란 불꽃이 타오른다.


“묻는 말에 대답해라. 허튼수작을 부리는 순간 네놈과 그 옆의 강아지들은 모두 불타 사라질 것이니!”


“크크크.”


루이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더니 미친 듯이 비웃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 제정신이 아니야 제정신이. 크크크크. 정말로 재밌다고···. 크크크. 누가 누굴? 내가 누군지 알고? 크하하하.”


화르륵! 화르륵!


테리스의 뒤를 따르던 마법사들이 참지 못하고 루이에게 몸통만 한 화염을 날렸다.


슈욱!


그러자 나베리우스는 차례로 입을 벌린 뒤 각자의 화염을 기꺼이 시식했다.


크왁! 슈우욱.


“이··· 이게 무슨!”


“이놈들아, 함부로 나서지 마라. 보통의 마물이 아니다.”


테리스는 두 명의 마법사들을 뒤로 슬쩍 밀어냈다.


정면의 상대는 명약관화한 흑마법사.

그리고 그의 소환수로 판단컨대 최소한 4위계 이상의 경지.

게다가 자신들은 6할 이상의 마력을 소진한 상황.


좋지 못하다.

자신의 계산이 정확하다면 승률은 정확히 절반.

아니, 조금 불리할지도.


“다 들린다 이 녀석아.”


“···?”


“네놈 짱구 굴리는 소리 말이야. 한 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겠지? 아닌가?”


테리스는 차마 나약한 모습을 보일 순 없었다.


“당연하지.”


“큭! 거짓말이군. 크크크크. 하여간 새하얀 쓰레기 같은 놈들.”


테리스는 뒤에 서 있던 마법사들에게 조용히 지시했다.


“지금부터 내가 두 개의 문을 열 것이다.”


“위··· 위험합니다! 하나도 힘든데 두 개라니요. 몸이 버티질 못할 겁니다.”


“두 개는 되어야 확실히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남은 마력이 녹록지 않다. 너희들이 나를 좀 도와야겠다.”


그 말은 자신들의 마력을 테리스에게 모아달란 소리.

어쩌면 그들의 목숨까지 걸어야 할지도 몰랐다.

테리스가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단순했다.

그들에게 불리한 상황으로 판단했기 때문.


“저자가 그 정도로 위험합니까?”


“나조차도 가늠할 수가 없다. 어쨌거나 지금은 이게 최선이다.”


척.


긴말하지 않고 이들은 행동으로 옮겼다.

두 명의 마법사는 각자 테리스의 어깨 위로 손을 올렸고, 테리스는 하늘 높이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태초에 태어나 모든 것을 품은 셀레네의 안식이여. 이 자리에서 그대에게 맹세한다···.”


몸속 깊숙한 곳에 자리한 마력이 테리스에게 빨려간다.

어쩌면 선천 지기가 훼손된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크윽!


테리스가 주문을 욀 때마다 마법사들의 가장 연약한 핏줄부터 터져나간다.

눈, 코, 입.

모든 장기에 차례로 피가 흥건히 맺힌다.


이명으로 주위의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었고 모든 사물이 붉게 물들었다.


허공엔 초승달 같은 날카로운 빛이 어둠을 찢으며 뿜어져 나왔다.


“용들 쓰는구나.”


여전히 루이와 나베리우스는 제자리에서 꿈쩍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지나치게 차분해 보였다.


“그대에게 고한다. 누구보다 자애로운 힘으로 시간에 파묻힌 저들을 멸절할 것을!”


털푸덕. 털푸덕.


급기야 두 명의 마법사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테리스만이 간신히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며 비틀거린다.


후욱. 후욱.


자칫하면 자신마저 의식을 잃어버릴 것이다.

최대한 심호흡에 집중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촤라라락!


초승달이었던 무형의 빛은 반달 모양으로 제 몸집을 키웠다.

곧 그의 입가엔 최후의 미소가 지어졌다.


“수지타산에 전혀 안 맞구만···.”


그 주변엔 두 개의 불완전한 태양이 떠올랐다.


“역시 두 개의 문은 무리였나···. 하지만 네놈에겐 과분하지···. 막아볼 수 있으면 막아봐라. 개새끼···.”


천천히 몸을 들었다.

아무래도 내장 어딘가가 터져나간 게 틀림없었다.

입에선 쓰라린 피 맛이 느껴진다.

당장이라도 앞으로 뿜어내고만 싶다.


힘겹게 지팡이를 땅에서 떼어냈다.

그리고 정확히 루이를 가리켰다.


“떠··· 떨어져라. 초신성.”


화라라라라락!


마법사들의 생기와 맞바꾼 거대한 양기.

그것은 모든 것을 무로 돌리는 자애로운 화염.

비록 불완전하다고는 하나 그 주변의 모든 땅을 재로 되돌리기엔 충분한 힘이었다.


지면에 가까워질수록 대지는 불타오르기 위해 달아오른다.


끼이잉. 끼잉.


나베리우스는 본능적인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바닥으로 납작 엎드려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상반신은 똬리를 틀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제법 훌륭하군.”


루이는 두 마리의 나베리우스를 거두어들이고 땅을 짚었다.

그러자 땅에서 거대한 마법진이 반응하며 연기가 흐릿하게 피어올랐다.


루이는 초신성을 바라봤다.


“잘 먹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흑마법사는 금기를 깨기로 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9 39화. 23.06.14 10 1 10쪽
38 38화. 23.06.13 16 0 10쪽
37 37화. 23.06.12 10 0 10쪽
36 36화. 23.06.11 11 0 10쪽
35 35화. 23.06.10 15 0 11쪽
34 34화. 23.06.09 12 0 10쪽
33 33화. 23.06.08 13 0 10쪽
32 32화. 23.06.07 17 0 11쪽
31 31화. 23.06.06 18 0 10쪽
30 30화. 23.06.05 24 0 10쪽
29 29화. 23.06.04 20 0 10쪽
28 28화. 23.06.03 20 0 11쪽
27 27화. 23.06.02 22 0 11쪽
26 26화. 23.06.01 24 0 10쪽
25 25화. 23.05.31 20 0 10쪽
24 24화. 23.05.30 22 0 10쪽
23 23화. 23.05.29 18 0 10쪽
22 22화. 23.05.28 23 0 10쪽
21 21화. 23.05.27 26 0 10쪽
20 20화. 23.05.26 20 0 10쪽
19 19화. 23.05.25 26 0 10쪽
18 18화. 23.05.24 28 0 11쪽
17 17화. 23.05.23 31 0 10쪽
16 16화. 23.05.22 28 0 10쪽
» 15화. 23.05.21 33 0 10쪽
14 14화. 23.05.20 30 0 10쪽
13 13화. 23.05.19 31 0 10쪽
12 12화. 23.05.18 34 0 11쪽
11 11화. 23.05.17 42 0 11쪽
10 10화. +1 23.05.16 40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