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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븅븅이 님의 서재입니다.

흑마법사는 금기를 깨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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븅븅이
작품등록일 :
2023.05.10 20:55
최근연재일 :
2023.06.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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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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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
글자수 :
179,829

작성
23.05.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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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0화.

DUMMY

#20.


“아으! 정말 통쾌하다! 아버지도 벨루토 후장 그 녀석의 표정을 보셨으면 좋았을 텐데.”


루이는 미간을 잔뜩 찡그렸다.

오늘만 벌써 열두 번째다.


“아가씨···, 제발 직위에 맞는 품위 있는 용어를 사용해주십시오. ‘후작’이 올바른 표현인 거 다 아시잖습니까.”


“그게 그거지. 뭘 그렇게 까탈스럽게 굴고 그래?”


로렌은 말을 다시 한번 채근하며 조금 앞질러 가버렸다.


‘도대체가 누굴 닮아서 저런 거냐.

발렌트는 절대 아니고, 안젤라는 더더욱 아닌데···.

설마···, 발렌트 그 자식이 그때?’


루이는 실없는 상상에 혼자서 웃다가 다시 시름하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근데, 루이?”


“네?”


“너는 어떻게 그렇게 벨루토의 말을 받아칠 수 있었던 거야? 그것도 아주 조목조목 말이야. 마치 그가 무슨 말을 할지 다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나이는 나랑 별로 차이도 안 나는데 말하는 것만 보면 칠십 노인인 것 같단 말이지···.”


루이는 뜨끔한 나머지 입술이 비틀렸다.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로렌의 입술도 동시에 비틀렸다.


“무슨 소리야? 전혀 칭찬 아닌데. 바본가?”


‘이 녀석이 진짜···. 누가 누굴 보고 지금···.’


미간이 자동으로 달라붙는다.

이것으로써 오늘만 열세 번째다.


“이따가 시간 나면 나랑 대결하자. 상대가 없어서 심심했던 찰나였거든. 너 정도라면 충분히 훈련이 될 것 같아.”


“아가씨의 검에 닿는 순간 제 몸뚱아리는 조각나고 말 겁니다. 저를 일회용 허수아비로 사용하시려거든 그렇게 하십시오.”


루이는 일부러 로렌을 띄워주었다.

절대적으로 귀찮은 일은 질색이다.


“나약한 척하긴. 내 눈은 못 속여. 아직도 너는 힘을 잔뜩 숨겨두고 있잖아.”


천방지축 철없는 아가씨가 이런 쪽으로는 아주 타고나셨다.

다른 모든 것에 눈치가 없던 아이가 루이의 정체는 감각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쪽 분야에만 탁월한 사람들 중 천재가 나오곤 하는데 로렌은 약간 그런 부류의 사람이다.


“안 숨겨 두었습니다. 아까 몽땅 다 썼습니다. 차라리 저보다는 이 옆의 친구에게 부탁해보십시오. 저보다 더 쓸모가 있을 겁니다.”


흐왕. 흐왕.


라데스도 몸이 근질거린다는 듯이 입김을 내뿜었다.


“얘는 벙어리라서 싫어. 아프면 아프다, 무서우면 무섭다고 비명이라도 질러야 재밌는데 말이야. 얘는 흐왕, 흐왕 거릴 거 아냐. 칫. 재미없어.”


흐왕. 흐왕.


라데스는 분명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 같았다.


“어쨌거나 아가씨. 돌아가서 영주님께 보고드리는 것은 제가 아니라 아가씨가 하셔야 할 일입니다. 그래야 영애로서 면이 설 게 아닙니까. 비록 소수지만 가신들 중에는 아가씨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까지 자기 편으로 끌어안을 만큼의 품을 기르십시오.”


“이거 봐. 이거 봐. 칠십 살 노인네.”


‘푸우···. 이것으로써 열네 번째다.’


“걱정마, 무슨 말을 할지 다 생각해 뒀으니까.”


“생각을 하지 마십시오. 제가 말씀드린 그대로를 고하시면 됩니다.”


“잔소리 좀 그만해! 두첸이 없으니 네가 잔소리를 하는구나?”


루이는 영지로 들어서기 전까지 격정적인 두통을 여러 차례 겪어야만 했다.

다시는 로렌과 그 어떤 것도 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이번 일도 잘 마무리 되었으니 자신은 원대한 복수의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


발렌트가 루이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었다.

다소 보수적인 성향의 가신들도 이제는 루이를 인정하고 나섰다.

급기야 루이에게 특정한 감투를 씌워 이곳에 정착하도록 유도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까지 제시되었다.


하지만 발렌트는 알고 있었다.

이 작은 영지에서 그 어떤 그럴듯한 직함을 주더라도 그를 잡아 둘 순 없을 것이다.

루이라는 존재는 그만큼 컸다.


복귀하는 루이와 로렌을 맞아 회의실엔 또다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로렌은 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영주님.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오오.”


가신들은 안도의 감탄을 연발했다.

발렌트의 기색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기뻐하며 로렌을 칭찬했다.


“그래, 고생했다. 네가 이렇게 장성하여 어려운 일을 어엿하게 해내다니···. 참으로 기특하구나!”


발렌트의 칭찬은 로렌의 마음을 춤추게 만들었다.

그녀의 입꼬리가 귓가에 닿을 만큼 늘어지는 걸 보면 누구나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루이가 지시한 대사가 모두 끝나지 않았기에 완전히 기뻐하긴 이르다.


“감사합니다. 영주님! 벨루토 후장··· 아니, 크흠. 후작과의 계약 내용은 최초 루이가 영주님께 보고드린 바에서 전혀 벗어남이 없습니다. 이제는 영주님과 후.작.이 만나 계약서를 작성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일시는 내일 해가 가장 높이 뜨는 날입니다.”


중간에 조금 위태로울 뻔했으나 이 정도면 근사한 수준이다.

로렌은 소매로 이마의 차가운 땀방울을 닦아냈다.


“그렇구나! 장소는?”


“네?”


로렌은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졌다.

분명히 방금까지 외웠던 것인데 감쪽같이 뇌에서 사라졌다.

루이는 옆에서 열심히 입모양으로 로렌에게 설명했다.


[해내라. 기억. 중간. 언덕. 가운데. 있다. 위치.]


아, 그랬지.


“크흠. 죄송합니다. 장소는 영지 정문에서 보이는 큰 언덕의 중턱입니다. 적의 진지와 이곳의 중간에 해당하는 지역입니다. 그곳은 사방으로 트여있어 다른 수작을 부리긴 힘들 것입니다.”


‘옳지 잘했다.’


여기까지가 루이가 로렌에게 주문한 보고내용이었다.


발렌트는 루이를 바라보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이 모든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루이는 조금은 멀어져 버린 옛 전우에게 똑같은 목례로 답했다.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못한 미안함과 이제는 떠나가야 한다는 아쉬움을 담고 있었다.


회의는 성공적으로 파했고 배가 고팠던 루이는 어디론가 향했다.


***


챙캉.


쇠로 된 자물쇠가 흔들린다.


철컥. 철컥.


열쇠는 구멍으로 들어가 자물쇠를 열었고 시원한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


츠륵.


문이 열린다.

차가운 바닥에 힘없이 퍼져있는 두 명의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벨루토 진영에서 공격해온 두 명의 마법사였다.


루이는 그들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아직까지 자고 있었습니까? 저런···. 해가 벌써 중천인데.”


이곳은 햇빛이 닿지 않아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전혀 분간할 수 없었다.


루이의 목소리를 들은 두 명의 마법사는 꿈틀대며 반응했다.

그리고 겨우 개미 기어가는 목소리로 목숨을 구걸했다.


“사··· 살려주시오.”


지난번 공격 때 무리를 한 탓인지 이들은 아직까지 회복을 하지 못했다.

일반적인 사람들에 비해 마법사들은 자가 치유 능력이 뛰어났지만 소용없었다.

그만큼 부상이 컸다.

제대로 된 치료 한 번 받지 못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들은 불 앞에 선 어린아이가 되어있었다.

지금 들어온 루이가 자신들을 해치러 온 것이라 생각했는지 전신을 바들바들 떨고 있다.


“겁내지 마세요. 해치러 온 게 아니니.”


“가··· 감사···.”


루이는 괜스레 더러운 벽면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러자 두 손엔 눅눅한 이끼와 함께 불쾌한 느낌이 묻어났다.

잔뜩 더러워진 그 손을 마법사들이 입고 있는 새하얀 망토에 쓰윽 닦았다.


“저는 옛날부터 싫었습니다. 이 망토. 너무나 하얘서 식사 때 불편해 보였거든요. 차라리 검은색이 편하지 않나? 이 생각을 백 번은 넘게 한 것 같군요.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망토를 더럽힐 이끼가 부족하자 다시 벽으로가서 이끼를 긁어왔다.

마법사들은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그··· 그렇소···. 밥먹을 때 너무 불편하오···.”


루이는 충분히 더러워진 그들의 망토를 자랑스레 가리켰다.


“자 보시오! 더러워지니 한결 편하지 않습니까? 이제는 하얀색을 병적으로 유지하려고 들지 않아도 됩니다. 여러분들은 자유에요. 망토로부터, 그리고 이곳으로부터.”


이들은 루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이해할 정신머리가 없었다.

그저 이곳을 언제 나갈 수 있을 지에 대한 생각만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단어가 들렸다.

자유.


“그··· 그 말씀은?”


“여러분을 돌려보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머지 한 분은 돌아가셨어요. 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죠. 보셨다시피 그렇게 기를 쓰고 저를 죽이려 하셨으니···. 잘 아시죠? 인과응보란거.”


이들은 말없이 루이의 말에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살아만 나갈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다.


끼이익.


루이는 정면의 문을 활짝 열었다.

문을 지나 정면의 계단을 오르면 지상으로 향하게 된다.

계단 가장 위쪽은 지상에서 내리쬐는 햇빛을 받아 밝게 빛나고 있었다.


“문은 열어두겠습니다. 정신이 들거든 걸어나오세요. 그리고 기다리는 병력을 따라가면 될 겁니다.”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크크크. 천만에요. 자신의 나약함을 칭찬하도록 하세요. 여러분이 살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니까요.”


루이는 그 방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계단을 오르지 않고 다른 길로 들어서 더 아래로 향했다.

더 깊숙한 지하로.


그곳엔 또 하나의 방이 있었고 누군가가 루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간신히 목숨만 부지한 채 숨을 쉬고 있었다.


“일어나세요, 테리스. 식사 시간입니다. 아, 물론 저의 식사시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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