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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바위89 님의 서재입니다.

기억충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1바위89
작품등록일 :
2022.05.14 21:42
최근연재일 :
2022.06.17 17:16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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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3
추천수 :
110
글자수 :
142,360

작성
22.06.0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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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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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쓰레기 더미에서 살아가는 남자

DUMMY

춘삼은 조두호를 불렀다.


그리고 천천히 조두호의 눈을 똑바로 보았다.

한번도 마주치지 못한 그 눈빛. 그러나 너무나 초라하고 안쓰러운 눈동자였다.


조두호는 머리를 땅에 대고 연신 굽신거렸다.

그런 인간이었다.

강한자에게는 자신의 쓸개 조차도 낼 녀석이었다.

굳이 제거하거나 어찌할 필요도 없는 그냥 쓰레기같은 녀석이었다.


'척'은 삼척그룹이라는 거대한 그룹을 만들었다.

그 아래에는 삼척증권. 삼척전자. 삼척유통. 삼척물산. 삼척건축 이라는 5개의 회사를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을 도운 것은 레오였다.


이미 레오는 전세계를 장악한 글로벌기업의 총수였고, 그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이는 회사들을 빠르게 성장시킬 수 없었다.


물론 레오는 척에게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자신이 진 빚은 다 갚은 것이라고 말했지만, 척은 그렇게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척은 레오가 아직은 쓸모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이 행성에서는 그가 필요했다.


척은 전국의 깡패 조직들을 통합하고, 그 이름을 블랙홀이라 불렀다. 물론 그 배후에는 이 조직을 지원하는 삼척그룹이 있는 것이다.


춘삼은 그룹내에 BHD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회사에서 알고 있는 명칭은 Business of Health Department 라는 그럴싸한 이름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춘삼의 직속 비밀조직 이었다.


BHD의 책임자는 준우였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수 많은 구역의 구역장을 만들어 놓았다. 각 구역은 대한민국의 모든 행정구역을 중심으로 빈틈없이 나뉘어져 있었다. 그들은 모든 조직의 핵심 행동대원들을 팀원으로 하고 있다. 각 지방에 흩어진 조직의 두목조차도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암묵적으로 그들의 모든 것을 지원해 주도록 되어 있었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버그사냥이 시작되었다.

BHD의 행동대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각 행동대원에게는 조직의 인력과 자금이 거의 무한대로 지원되었다.


그들에게는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손목밴드가 주어졌다. 그것은 기억충에게 가까이 가면 진동을 일으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얼마나 가까이 가야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기억충의 힘이 강해질수록 그리고 많은 에너지를 쓸수록 진동은 점점 강해진다는 것이다.


척은 이제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여유롭게 이 행성의 삶을 즐기면서 굿~~뉴스를 기다리면 되는 것이었다.


적어도 35년 안에만···


그리고 척에게는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다.

우주에서는 하루도 안 될 짧은 시간인 것이다.



[[[ 띵~~~ ]]]

아. 오랜만에 쉬는 달콤한 토요일 오후의 딩굴거림을 방해하는 메시지 알림소리는 정대충의 이마를 찌푸리게 한다.

헨드폰을 천장으로 향하게 하고는 휙~~ 화면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제목 : 쓰레기 더미속에 살아가는 형부를 구해주세요~~

내용 : 안녕하세요. 사실 제가 도움을 요청한 것은 아니에요. 저도 좀 힘들긴 하지만, 그래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는 있지만, 저는 그래도 일상적인 생활은 가능해요. 언니와 이별을 한 것은 3년전이에요. 아파트 15층에서 뛰어내렸어요. 7개월된 아이와 함께··· 그것을 형부는 직접 본 거예요. 갑작스런 일이었고, 그 이후로 형부가 이상하게 되었어요. 경찰조사도 받았지만.. 형부는 모두 자기탓이라고 했어요. 자기가 죽인거라고 했어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언니는 결혼 전에도 심한 우울증이 있었어요. 형부를 만나서 많이 좋아지고, 그래서 결혼까지 했거든요. 언니와 저는 쌍둥이에요. 일란성 쌍둥이. 그래서 저도 증상이 비슷해요. 그래서 언니의 기분을 알 것 같아요. 그래서 전. 형부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형부는 자기를 자책하며 살아요. 그런 형부가 너무 안쓰러워서··· 빅버그님 도와주실 수 있나요?

장소와 시간을 알려 주시면 나갈께요. 감사합니다.


정말 어떤 사연도 짠하지 않는 것이 없지만··· 메일을 받아보는 정대충은 괜히 먹먹함을 느낀다.


어떤 일이 있었을까?


그 진실의 문을 열면··· 아니. 내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정대충은 이제는 두려운 마음도 든다.


그것이 아무리 자신과 연관이 없다 하더라도... 보고 싶지 않는 장면. 그 끔찍한 모습을 봐야 한다는 것이 두렵다. 의뢰인에게는 그 기억을 지웠지만, 자신에게는 새로운 기억의 장소로 옮겨지는 것이다. 기억충이 그것을 관리하고 있지만, 결국 기억의 방은 정대충의 것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기억하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의 현장들이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것이다.

그래도 가야한다.

착하게 살라는 엄마의 유언과도 같은 마지막 한마디 때문에...


“엄마. 인생은 착하게 살수 없어요. 나쁜 인간들이 잘 사는 거라구요.”

그렇게 엄마에게 댓구 할 때마다 엄마는 웃으셨다.

“그래도 착하게 살아야지. 그래야 되는기라. 사람이 착하게 살아야지. 남을 도와주고.. 그래 살아야 인간인기라.. 어규.. 착한 내 새끼”

나는 그런 엄마가 밉지 않았다. 그렇게 말하는 엄마가 나는 좋았다.


대학을 나오며 직장을 다니며··· 이성과 지성을 갖춘 인테리라고 스스로 생각하며..

법을 알고, 결코 손해 날 짓을 하지 않고,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상식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도록 행동하고 이익을 취해왔다.


그러나 길가에서 상추 몇단과 무우 몇 묶음을 보자기에 널어놓고 팔고 계시는 할머니를 만나면···

더러운 옷을 입고 빈박스를 들고 지하철에 누운 노숙자를 보면···

그런 단호하고 이성적인 마음이 무너진다.


“착하게 살아라~~”

엄마의 그 목소리가 귀에 울린다.


그런 정대충에게 메일로 들려오는 그 사연들은 엄마의 목소리 처럼 들린다.


도심을 벗어나 시골로 접어드는 한적한 곳에 낡은 아파트가 덩그러니 두동이 있었다.

가끔 지나가는 길이었지만, 무심코 지나쳤던 아파트였다.

재건축을 해도 벌써 해야할 만큼 낡아 보였다.


아파트 앞에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이 있었고, 그 옆에는 작은 커피솝이 있었다.


작은 커피솝의 창가에는 그녀가 있었다.

그녀도 나를 보았고, 눈 인사로 모든 것이 확실해졌다.


다가간 나에게 먼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조용한 말투, 어두운 시선, 짙은 화장으로 감추인 피부색은 상당히 많은 남성들의 시선을 받을 미모를 갖추고 있었다.


“아.네. 저는 빅버그라고 합니다.”

“네. 저는 김은혜라고 합니다.”


“커피 드시겠어요?”

“아. 네. 에스프레소 부탁합니다.”

상대의 주머니 사정이라든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초면에 커피를 사겠다는 의사를 표하는 경우에 나는 일단 사양하지 않는다.


충분히 능력이 되기 때문에 산다고 본다.

아니면 사야만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다는 그런 의사표현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굳이 상대가 사겠다면 사도록 내버려 두어야한다. 아무리 상대가 미모의 여성이라도. 이것이 정대충의 방식이다.


“초면인데 정말 궁금해서 본론부터 말씀드리고 싶어요.”

김은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질문부터 쏟아내었다.

“정말 기억을 지울 수 있는 건가요?”


“하하. 그건.. 영업비밀이라서···”

“네?”


“아니요. 농담입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건.. 또 무슨.. 너무 모호하네요.”

상당히 실망한 눈빛이었다.


“형부가 이 근처에 사나요?”

“네. 옆에 보이는 아파트에요.”


“네···”

“형부랑 언니는 정말 사이가 좋았어요.”


“아. 네.”

“그렇지만 언니의 병은 어떤 것으로도 치료가 안돼요.”


“···”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죠.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지..”


“···”

빅버그는 고개만 끄떡이고 최대한 눈을 마주치려 할 뿐이었다.


“그래서 저는 언니도 이해하고, 형부도 이해해요.”

“형부는 상태가 많이 안 좋은가요?”


“가보시면 알아요. 미리 그래도 좀 얘기 드려야 놀라지 않으실 것 같아서···”

“네. 저도 최근에 좀 충격적인 장면을 많이 봐서.. 나름 크게 놀라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래요. 그럼 가서 보세요. 제가 설명을 드려서는.. 그리고 저도 형부가 지금 얼마나 더 심해졌는지 몰라요. 최근에는 며칠 못 찾아가봤어요. 저도 몸이 좋지 않아서..”

“그래요. 그럼 커피만 마시고 가시죠.”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아파트에는 [경~재건축을 위한 추진조합설립~축]이라는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이 동이에요.”


지나가던 아주머니 한 분이 우리쪽을 힐끔 보더니 가까이 다가왔다.

“아가씨 맞죠. 쓰레기 집. 쌍둥이 자매.”

김은혜는 고개을 숙이며 인사를 했다.


“아니. 내가 애기 했잖여~~ 미쳐부러.. 저 안에 누가 사는지 아시능가?”

“네..”


“사람이 아니랑께. 정말 저렇게 놔두면 또 사람 죽어나가야.. 사람부터 살려야 하지 않는가.”

“저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형부는 가족도 없고···”


“내가 모르는가. 그래도 불쌍해서 그라제.. 아무튼 오늘은 어떻게 병원에라도 보내고, 구청에 그 뭐냐. 사회복지사 한테도 좀 얘기 좀 해보라구. 알겠는가.”


“네. 알겠습니다.”

김은혜는 굽신굽신 몇번을 인사한다.


아주머니는 돌아서서 가면서도 몇번을 궁시렁거린다.

“볼때마다 신기하네.. 정말 저렇게 닮았나···”


빅버그와 김은혜는 아주머니가 멀리 가고서야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었다.

꼭대기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의 소리가 유난히 시끄러웠다.


1503호 문 앞에 섰다.

[ 띡. 띡. 띠. 띠. ]

현관문이 열렸다.


안에서 뿜어 나오는 악취가 코를 찔렀다.

순간 김은혜는 뒤로 물러섰다. 사자 앞에서 경직된 사슴처럼 문 밖에서 돌아섰다. 복도식 아파트의 건너편 분리수거대 방향으로 바라보고 서 있었다. 한 숨을 크게 내 쉬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빅버그는 안으로 들어갔다.

문밖으로 밀려나온 쓰레기들과 도저히 안으로 들어갈 수 없도록 잔뜩 쌓인 온갖 물건들이 길을 막고 있었다.


마녀의 마법으로 자라난 나무들이 공주가 사는 성을 삼킨 것 같았다.


겨우 통로를 만들어 거실로 진입했다.


그곳은 겨우 한 사람을 위한 무덤이 만들어져 있었다.

숨을 쉬는 것일까?


한 사람이 자궁속에서 태어나기만을 기다리는 태아처럼 누워있다.

119 신고를 해야하나?


소름끼치도록 스산한 움직임을 일으키며 시체가 일어났다.

수염은 지저분하게 이리저리 뻗어나와 있었다.

“형부. 저 은혜에요~~”

밖에서 그래도 지원병이 소리쳐 주었다.


“저 분은 형부를 도와주러 온 분이에요. 나쁜 사람 아니에요.”

은혜는 더 크게 소리쳤다.

시체는 눈을 떴다.

“누구세요?”


“아. 네. 저는 ···”

뭐라고 소개하기가 참 곤란했다.


“전. 전대호 입니다.”

“아. 네. 전.. 빅버그라고..”

놀랐다. 자신있게 자신을 소개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처제랑 아는 사이입니까?”

“김은혜님이 전대호님의 사정을 얘기해서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찾아왔습니다.”


“처제가요?”

“네.”


“저는 괜찮습니다. 도움 같은 거 필요없습니다.”

“아. 네.”

빅버그는 망설였다.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스스로 원하지 않는다면 기억의 문도 열수도 없다.


“경찰인가요?”

“아닙니다.”


“저 한테 뭘 더 원하시는거죠?”

“아니. 전 정말 경찰이 아닙니다.”


“다 알아요. 전에도 그랬어요. 그리고 저한테 그날의 일을 다 물어갔어요.”

“아니···”

전대호는 빅버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왜 그러세요? 이젠 불쌍한 처제를 협박까지 하는 건가요?”

“···”

빅버그는 가만히 있었다.


“아. 네. 다 얘기해 드리죠. 그날 있었던 일. 다 얘기해 드리겠다구요. 정말 조금도 가감없이··· 그래야 저도 속 시원하겠네요.”

전대호는 흥분해 있었다.

먹은것이 없는지 헛트럼과 구역질을 내 뱉으며 마지막 힘을 다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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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 더미에서 살아가는 남자 22.06.04 17 4 12쪽
11 박춘삼 인 척 +1 22.06.04 15 4 9쪽
10 레오~~ +1 22.06.03 15 3 11쪽
9 버그 사냥꾼들 22.06.02 14 2 9쪽
8 방문 22.06.02 11 1 11쪽
7 나는 지난 여름날의 그 일을 알고 있다. 22.06.01 17 3 15쪽
6 기억충을 소개합니다. 22.06.01 23 3 10쪽
5 그들의 이야기 22.05.30 23 5 9쪽
4 세명의 생존자 22.05.30 30 11 10쪽
3 도로시 22.05.29 36 12 10쪽
2 올~리셋 22.05.28 45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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