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청영(靑英)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로 살아남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공모전참가작 새글

4월봄바람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6
최근연재일 :
2024.09.19 07:30
연재수 :
169 회
조회수 :
7,766
추천수 :
19
글자수 :
927,397

작성
24.05.09 18:38
조회
163
추천
1
글자
12쪽

새벽의 도주 (5)

DUMMY


곽극달은 자호의 얼굴을 힐끗 보고는 설명했다.


“타지인이 마을로 들어왔다는 말을 듣고 특별히 오늘은 이곳에서 잠복근무하며 모든 사람을 감시하고 있었지. 그리고 자네에 대해 탐문을 해 보았네.”


그는 자호의 턱을 들어 올려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채화가 죽기 전날, 자네는 이 객잔에서 잠만 자고 사라졌었지. 그런데, 오늘 다시 나타났으니 수상쩍어. 유석은 채화와 같이 정혼했으며 옆 마을 농민이라 신원이 분명하지만, 자네의 신원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


그가 잡고 있던 손을 밀치자 자호는 모욕감을 느끼고 변호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자호의 말을 가로막으며 계속 말했다.


“네 놈이 왜 이 마을에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랜 외로운 여행을 하다 보니 외로웠겠지. 그러던 차에 젊은 아가씨가 눈에 보였는데 하필이면 주변에 아무도 없었고, 날은 어두웠네. 네 놈은 채화에 접근해서 집적거렸으나 네 놈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그녀에게 화가 나서 강제로 범했겠지. 그녀가 거세게 반항하자 순간적으로 목을 졸라 죽이고 말았네. 제정신을 차린 네 놈은 그녀를 물에 빠뜨려 익사로 꾸미려 했지. 그러나 시신에는 목을 힘껏 잡은 탓에 손가락 힘으로 구멍이 두 개 뚫었을 거야. 이게 본인이 생각한 이번 사건의 경위야.”


자호가 항변했다.


“억울합니다. 제가 왜 알지도 못하는 여자를 죽인단 말입니까? 목격자도 없는 데다가 손으로 목을 힘껏 잡았다고 구멍이 뚫린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곽극달은 자호의 말을 들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범인이 누구인지는 그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실적. 실적이 중요해. 난 교주님을 위해서라도 꼭 승진해야만 해. 그래야 비밀문서를 손에 넣을 수 있어.’


승진을 결정할 날짜는 한 달 후였다. 그러나 그에겐 실적이 부족했다. 실적을 위해서라도 당장 이번 사건의 범인을 잡아야만 했다.


그가 입을 열었다.


“강호인이라면 지공이 뭔지는 알 거다. 지공을 익힌 자의 손가락은 송곳처럼 사람의 몸에 구멍을 낼 수 있어.”

“난, 지공을 익힌 적이 없소.”

“자네도 무공을 익힌 강호인이니 변명은 쉽지 않을 거다. 너의 시중을 들던 한서영조차도 네가 범인이라고 증언하고 있어. 자세한 것은 내일 아침에 심문해 보면 알겠지. 얘들아, 이자를 끌고 가 가둬라.”


네 명의 건장한 사내가 자호의 두 팔을 뒤로 젖히면서 포승줄로 포박하였다. 그러자 자호는 고개를 푹 숙였다.


자호가 끌려가는데 곽극달이 하는 말이 들렸다.


“서영아, 수고했네. 조금 전에 네가 고발해서 덕분에 범인을 쉽게 체포했어.”


그 말을 들으며 끌려가던 자호가 외쳤다.


“한서영! 내 말을 꼭 기억해!”


그 순간 그를 연행하던 자들이 주먹으로 자호의 명치를 쳤다.


그가 고꾸라지자 서영이 소리쳤다.


“지금 범인을 때려면 안 돼요. 재판받기 전엔 절대로 때리지 마세요.”


한 사내가 뒤를 돌아보며 비웃었다.


“천박한 년! 웃기고 있네.”


그들은 객잔 밖으로 자호를 질질 끌고 갔다.


***


술에 취한 채로 객잔을 나선 희지근은 말을 타고 천천히 술집 여자가 죽었다는 개울로 갔다.


그는 집중하여 객잔에 있던 여인을 천리안으로 다시 들여다보았지만, 여전히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그의 천리안이 고장이 났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러나 그는 논리적인 사람이라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그의 천리안은 다른 사람에게는 여전히 잘 먹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항상 술에 너무 취해 있다는 것이 그의 가장 큰 문제라는 것쯤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내 능력이 왜 그따위 술집 여인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일까? 내가 술에 취해서인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는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으며 술병을 찾았다. 그리고 한 모금을 더 마셨다.


“제기랄! 이 백운공자 희지근이 술 없이 산다면 무슨 낙으로 살아가겠나?”


개울에 도착하자 그는 품속에서 어린애의 손가락을 꺼내 개울에 던져 버렸다. 그는 손가락을 본 유석의 표정이 생각났다.


‘등신 같은 녀석! 네 놈의 아이는 우리 단지교에서 잘 키워주마. 평생 우리 교의 칼잡이로 살게 될 거다.’


잠시 후, 하늘에서 천천히 하강하는 인영이 보였다. 사람이 하늘에서 내려오는데도 그는 놀라지 않았다.


술에 취해 있는 희지근이 한 번 더 몸을 술기운에 비틀거렸으나 하늘에서 하강한 자는 감히 그를 비웃지 못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희지근에게 물었다.


“공자님?”

“혈복(血蝠)인가? 혈마(血魔)의 전갈을 주러 왔소.”

“감사합니다. 혈마는 저의 맏형입니다. 그를 언제 만나셨습니까?”


혈복마 따위와 말을 섞고 싶은 마음이 없는 희지근은 호통쳤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서신이나 받으시오.”


혈복마가 찍소리 못하고 공손히 무릎을 꿇자 희지근은 품속에서 서신을 꺼내 혈복마에게 건네주었다.


희지근은 똑바로 서지 못하고 비틀거려 보였으나 전혀 빈틈이 없었다.


‘무공 고수는 술에 취해 있어도 다르구나.’


혈복마는 속으로 탄복하는데 희지근이 말을 이었다.


“최근에 이상한 기운이 감지 되었소. 만일 내 생각이 맞는다면 며칠 내로 한 소년이 그대를 찾아올 것이오. 그 소년을 반드시 죽여 버리시오.”

“그 소년이 그렇게 무서운 놈입니까?”


희지근은 술병을 꺼내 술을 한 모금 마시고 대답했다.


“아니, 아직은 평범하지만, 어릴 때 싹을 잘라야지. 그를 만나지 못하더라도 당신은 반드시 서신에 적힌 대로 만리장성 너머로 와야 하오. 자네 형제들이 할 일이 있소.”

“네. 분부대로 거행하겠습니다.”


***



관아에 끌려 오는 동안에도 자호는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다. 옥 앞에 이르자 네 명의 남자가 그의 오랏줄을 풀지도 않은 채 안으로 밀어 넣었다.


자호가 옥 안에 들어가자, 네 사람이 한꺼번에 옥 안으로 들어갔다. 맨 처음에 들어간 사람이 말했다.


“신고식은 해야지.”


퍽-.

퍽.

퍽.


그들이 자호를 갑자기 마구 차고 때리기 시작했다.


포박당한 상태로 자호는 쓰러지면서 몸을 웅크리고 머리를 품 안으로 숙이면서 머리와 배를 보호하려고 애를 썼다.


한참을 차고 때리던 네 명은 실컷 때리고 나서야 그의 혈도를 풀고 오랏줄도 풀었다. 곧이어 쾅 하고 문을 닫고는 옥의 자물쇠를 채웠다.


한 사내가 쓰러진 자호에게 침을 뱉고 말했다.


“강간 살인범은 똥물에 튀길 파렴치한이지. 지금 맞은 건 신고식에 불과하다. 내일은 특별히 장 100대 맞고 나서 심문받을 것이야.”


그러자 다른 사내가 놀라며 되물었다.


“정말 장 100대를 맞고 시작하는 건가? 보통 사람은 50대도 견디지 못할 텐데.”

“자넨, 그렇게 눈치가 그렇게 없나? 저 녀석은 자백 전에 죽을 걸세. 그걸로 사건은 종결이야.”


침을 뱉었던 사내가 자호를 향해 소리쳤다.


“이제 몸이 노곤할 테니 잠이 잘 올 거다. 푹 자거라.”


자호는 맞은 데가 고통스러워 제대로 신음도 내지 못하고 바닥에서 뒹굴었다.


침을 뱉었던 사내가 옥을 지키는 포졸의 뺨을 살짝 때리며 말했다.


“졸지 마라, 이놈아! 지난번처럼 졸지 말고 저놈을 잘 지켜. 저놈은 불쌍한 여인을 강간하고 살해한 최고의 악질 범이야. 놈은 내일 심문 받은 후 멱을 따서 법의 준엄함을 보여줄 중범 죄인이란 말이다.”


그는 일행을 돌아보며 말했다.


“여보게, 오늘 수고 많았네. 일찍 들어가고 내일 아침에 보세나.”


그들이 사라지고 나자 어처구니없이 뺨을 맞은 옥졸은 걸레처럼 변한 자호를 보고는 신경질을 냈다.


“씨-, 너 때문에 괜히 맞았잖아.”


그는 잠이 부족했는지 한 구석에서 쭈그려 앉아서 다시 졸기 시작했다.


자호는 옥의 주변을 둘러보았다. 옥문은 굵은 나무를 격자로 얽은 문이었고 벽은 돌 위에 돌을 쌓은 그사이에 진흙을 넣어 굳힌 벽이었다.


벽의 위에도 창으로 뚫은 구멍이 있었으나 창의 크기가 너무 작아 그곳으로 탈출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감옥은 네 개의 방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모든 방이 비어 있었다. 이 감옥에는 다른 죄수는 없고 오로지 자신과 옥졸만 있었다.


그는 간신히 일어나 벽과 바닥을 샅샅이 손바닥으로 만졌다. 그러나 아무것도 찾지 못하자 그는 천정을 올려보다가 깨달았다. 천정과 옥창살 사이에 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옥창살을 잡아 올라가 천정을 살피다가 창살 틈에 끼어 있는 죽간을 찾아 내려왔다.


그는 바깥 창살 사이로 들어오는 달빛으로 죽간을 펴서 읽고는 실망했다.


‘살인범으로 몰리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반쪽밖에 없어. 나머지 증거는 합비에 있다고?’


실망한 그는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워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괜히 도와준다고 했나? 이미 잡혀 죽을지도 모르는데 합비에는 어떻게 간단 말인가?”


그의 웃음소리에 옥졸이 잠이 깨나는 모습을 보고 자호가 다시 큰 소리로 말했다.


“걱정하면 뾰족한 수가 있나? 잠이라도 실컷 자야겠다.”


옥졸이 눈을 비비면서 호통쳤다.


“시끄럽다. 이놈아! 어서 잠이나 쳐 자!”


한바탕 욕을 한 옥졸은 다시 졸기 시작했다.


자호는 대자로 누워서 잠을 청했다. 바닥이 서늘해서 냉기가 올라와 아무래도 잠을 제대로 자는 것은 힘들 것 같았다.


그는 성급하게 감옥으로 들어온 걸 후회했다.


‘내가 너무 성급했어. 제갈세가와 같은 세력가의 일에 내가 끼어드는 것이 아니었어. 이제 남은 건 개죽음뿐인가?’



***


곽극달이 객잔에서 나가자 따라 나온 서영은 손을 내밀었다.


곽극달은 귀찮다는 듯 말했다.


“내일 받아라.”

“지금 줘요.”

“지금 내겐 돈이 없다.”

“거짓말! 좀 전에 객잔 주인에게 상납받는 거 봤어요.”

“어허! 내일 준대도.”

“지금 안 주면 오늘 밤중에 대자보 써서 관영 앞에 붙일 거예요.”

“뭘 쓴다고?”

“손가락. 증거 조작.”


곽극달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죽고 싶어?”

“은자 3냥이 그렇게 아까워요? 어쩌지? 전 후회하고 있어요. 증거 조작을 알았으면 10냥은 받아야 하겠는데···.”

“에잇! 먹고 떨어져라.”


곽극달은 품속에서 은자 3냥을 바닥에 던졌다. 서영이 웃으며 허리를 숙였다.


“나리, 복 받으실 거예요. 살펴 가세요.”


곽극달이 사라지자 서영은 급히 자호의 방으로 들어갔다.


내일이면 관가에서 자호의 물건을 모두 압수할 것이다. 그 전에 자호의 물건 중에 값어치 나가는 물건을 챙겨야 한다.


그러나 그의 물건 중에 별로 가치가 있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한 권의 책이 옷가지 사이에 끼어 있었다. 책을 펴본 서영은 중얼거렸다.


“상산신법(常山身法)?”


상산신법이라니!

이름부터가 허접하다. 신법(神法)도 아닌 신법(身法)일 뿐이다.


‘강호에 떠도는 삼류 경공법인가?’


책의 첫 장을 펴보고 읽던 서영은 순간 놀랐다. 갑자기 그녀의 머릿속에 전생의 기억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 이 책은···.”


그녀는 두 손으로 책을 껴안았다.


백 년 전,

천무신력(天武神力) 초유림(楚惟琳).

상산파를 창시한 일대 종사.

무림을 위협했던 마물(魔物) 군단을 멸하고 무림을 구한 기인(奇人).


그녀의 손에 든 책의 내용은 분명히 그녀가 창시한 경공법이다.


구결을 문자 그대로 읽는다면 하찮은 삼류 무공에 불과하나···.


구결의 맨 첫 줄은 암호다.

이 암호를 이용하여 구결을 풀이하면 그녀가 창안한 신법으로 구결이 바뀐다. 그녀는 암호를 보는 순간, 구결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기억했다.


초유림이 죽은 지 일백 년이 지났다.


그녀가 세운 상산파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무림의 강자로 우뚝 서 있을 것이다. 그녀는 상산파를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잡혀간 자호를 생각했다. 상산신법을 소유한 그는 분명 상산파의 제자일 것이다.


“상산파를 창시한 내가 본문 제자를 죽게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


그녀는 자호의 옷가지를 살펴보다가 검은 옷을 보고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빙의로 살아남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 혈복마와의 혈투 (4) 24.05.16 67 0 12쪽
18 혈복마와의 혈투 (3) 24.05.15 62 0 11쪽
17 혈복마와의 혈투 (2) 24.05.15 70 0 12쪽
16 혈복마와의 혈투 (1) 24.05.14 77 0 13쪽
15 산채를 벗어나다 (3) 24.05.14 80 1 13쪽
14 산채를 벗어나다 (2) 24.05.13 93 0 13쪽
13 산채를 벗어나다 (1) 24.05.13 102 0 12쪽
12 제갈세가의 공자 (2) 24.05.12 106 1 14쪽
11 제갈세가의 공자 (1) 24.05.12 118 1 13쪽
10 상산파의 무공 (3) 24.05.11 124 2 14쪽
9 상산파의 무공 (2) 24.05.11 125 1 12쪽
8 상산파의 무공 (1) 24.05.10 160 1 12쪽
7 새벽의 도주 (7) 24.05.10 139 1 14쪽
» 새벽의 도주 (5) 24.05.09 164 1 12쪽
5 새벽의 도주 (4) 24.05.09 180 1 12쪽
4 새벽의 도주 (3) 24.05.08 213 1 13쪽
3 새벽의 도주 (2) 24.05.08 296 1 14쪽
2 새벽의 도주 (1) 24.05.08 521 2 13쪽
1 빙의하다 +1 24.05.08 1,592 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