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3)
![DUMMY](http://cdn1.munpia.com/blank.png)
<3편: 어라?>
"후우, 끝났다."
소형 스피커를 연결하고 숨겨놨다.
"이건 요쯤에..."
작은 카메라 렌즈가 구석 높은 곳에서 반짝였다.
글이 반드시 나만의 경험이 아니여도 되잖아
"그럼 이제 글을 써보자고!"
노트북 화면을 키고 메모장을 열었다.
"제목은 던전 속 문지기!"
타닥타닥 키보드를 두들겨 제목을 정했다.
내용은 던전을 지키는 문지기의
하루를 그리는 일상 개그물
어그로용 블로그 OK!
사진첨부 OK!
위치 지도 OK!
"자, 이제 와라!"
얘기하자마자 초등학생 아이들이
몰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원래부터 유명한 폐가이고
새로운 글이 올라왔으니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하다.
"우, 우리 괜찮은 거 맞지?"
꼬마 친구 하나가 앞서가는 친구
두 명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야! 세상에 귀신이 어딨어!"
'꼬마야, 인생은 원래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란다.'
으스스한 소리 버튼을 눌렀다.
"우우...우우우"
자그마한 친구 셋이 동시에 움찔 거렸다.
"야! 방금 소리 못들었어?"
"에에이, 바람 소리겠지 바람!"
"근, 근데 창문은 다 닫혀있어...."
세 명의 움직임이 모두 멈췄다.
자세히 보니 모두 제자리에서
덜덜 거리며 떨고 있었다.
"던전 속 문지기는...자애롭게
아이들에게 겁만 주며 이 곳에서...
떠나도록...만들...었다."
'좋아 좋아, 얘들아 이제 클라이막스를 향해!
앞으로 조금만 더 와보렴!"
작은 꼬꼬마 덩어리 중 제일 앞에 서 있던
주동자 아이가 큰 소리로 얘기했다.
"그림은 바로 앞에 있으니 저것만 보고
빨리 나가자!"
안 무서운 것처럼 보이려고 큰 소리로 외쳤지만
목소리는 겁에 질린 강아지처럼 낑낑 거리는 느낌이다.
터벅 터벅 터벅
그렇게 꼬마는 오면 안되는 곳으로 왔다.
그림 앞으로 걸어와 그림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봐바! 아무 일도 없잖아!"
꼬마는 옆에 있는 친구들에게 소리쳤다.
다른 친구들도 용감한 자신의 친구를 보며
뿌듯해 하겠지.
참으로 대견해 보였다.
그래서 괴롭히고 싶어졌다.
"하지만.....문지기의 말을 무시한
용감한....꼬마...용사는..."
"WAAAAAAAAAAAGH!!!"
사악한 오크 소리를 듣게 되었답니다.
"꺄아아아아!"
"엄마!!!!!"
집을 울리는 괴물 소리가 울리고 정확히 3초 뒤
문을 박차고 나가는 아이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나, 나도 기다려!!"
마지막으로 그림 앞에 서 있던 꼬마 아이가
친구들을 따라 밖으로 도망쳤다.
"음음, 그래도 마지막까지 있는 걸 보니
넌 진짜 남자다."
감자 칩을 바삭하게 베어 물며
꼬마 아이를 위해 따봉 하나를 들어줬다.
그렇게 아이들이 떠나고 나니 벌써
4시가 되었다.
누군가 더 올 기미는 없어
오늘은 여기까지만 봐야겠다.
"크으, 그래도 하루에 한 편이면
이제 나도 제대로 뜨는 거 아니야? ㅋㅋ"
벌써부터 대작의 느낌이 난다.
남들처럼 가공된 가상의 얘기가 아닌
내가 직접 본 일들을 가진 생생한 이야기.
물론 일상이 아니라 공포지만
이건 또 나름대로 미식이다.
기쁜 마음으로 침대에 누워 퍼질러 잤다.
따스한 태양이 날 선명하게 햝고 있다.
"12시네..."
어제 먹은 라면이랑 과자때문에 팅팅 부었다.
"살 빼야 되는데.."
하지만 거울을 보니 지금 얼굴도 괜찮아 보였다.
한참 위로 아닌 위로를 하다가 대충 씻고
밥을 먹으러 밖으로 나갔다.
"우리...어제 일 괜찮을까?"
아아, 익숙한 목소리다.
비몽사몽하던 정신이 확 깨 주변을 돌아봤다.
"어제가 아니라 오늘이야...이 바보야..."
"훌쩍...엄마..."
초등학교 놀이터에 어제 봤던 아이 세 명이
흙이나 툭툭 만지며 떨고 있었다.
"설마 귀신이 우리 쫓아 오는 거 아니겠지?"
"우리 그럼 죽는 거야?"
뒤에 있던 아이들은 조마조마 하며 귀신에 대해
떨고 있었고 앞에서 있던 아이는 흙만 바라보다
저 얘기를 듣고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으아아아앙!! 죽기 싫어!!"
놀이터를 등지고 간신히 웃음을 참고 있었다.
끅끅 거리든 입술을 깨물든 참고 있었지만
표정은 관리 못했는지 주변 아줌마들이
날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었다.
"에이 귀신이 어디 있다고 그래!"
목소리가 대충 두꺼워지기 시작한
아이들의 형이 다가왔다.
"어제 너희가 봤다는 귀신, 이 형이 물리쳐주마!"
내 귀를 의심했다.
"오늘 밤 11시에 그 집으로 가자!"
꼬마 아이들의 비명을 뒤로 하고 편의점으로 달려
오늘 저녁까지 먹을 걸 샀다.
삼각김밥만 먹으려던 게 만 팔천원이 나왔다.
Commen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