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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아지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애미 애비 없는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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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박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6
최근연재일 :
2022.05.19 22:18
연재수 :
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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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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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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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Back on the Rocks

DUMMY

“상황은! 선발대는 진입했나?”


해머 카르텔의 두목, 해머는 제 머리통보다 큰 망치를 들고 헉헉대며 달려왔다. 하지만 그곳에는 이미 망연자실한 얼굴로 막힌 선로와 우락부락한 해머를 서로 쳐다보다 삶을 포기한 조직원들만 남아 있었다.


....


“.... 저, 보스. 저희가 한 게 아니라 안쪽에서 갑자기 폭발이···.”


해머의 얼굴이 말 그대로 붉어졌고, 제일 앞에 서 있던 조직원은 무언의 압력을 받으며 뭐라도 해명을 하려고 했지만.


파악-


그대로 머리가 터져 죽었다.


“이- 빌어먹을 새끼들아! 뭔 지랄을 해야지 선로가 통째로 무너져!!”


해머는 자신보다 먼저 지옥에 갈 놈들을 몇몇 더 선발한 뒤, 그제야 분이 좀 풀렸는지 망치를 머리 뒤로 넘기고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씨이발, 뱀이라매, 뱀 나왔다매...”


그는 들고 있는 무기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선로에 나온 무언가를 쳐 죽이는 것으로는 말콤의 그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지만 무너진 선로를 고치거나 열차를 수리하는 데에는 한없이 미숙한 이였다.


그리고, 선로는 폭발에 무너지고 거대 열차는 저 깊숙한 곳 어딘가에 매몰되었으리라. 이 정도로 큰 건은 해머 선에서 처리할 수 없다.


선로가 완전히 터져버린 지금에 와서는 열차의 피해액만이 문제가 아니다.


하루에 수백 명의 사람과 수십 톤의 물류를 옮기던 열차와 선로가 터져버린 이상 말콤에는 열차의 부재로 인한 물류 혼란이 올 테고, 테러와 물류 대란의 피해자들은 찾기도 어렵고 뜯어먹기도 어려운 사교도들을 탓하기보다 찾기도 쉽고 뜯어먹기는 더 쉬운 해머를 뜯어먹으리라.


해머가 평생을 들여 키운 패밀리는 조각조각 찢겨 말콤에 서식하는 온갖 아귀의 배에 들어갈 것이고,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한 이들은 강인한 해머의 육체마저도 수금 대상에 넣으리라.


강인한 무인의 심장, 뼈, 고기는 각각 그 쓸모가 있었으니까. 안된다면 통째로 언데드로 만들어 유통해도 좋은 값을 받는다.


경쟁자들을 가끔 그렇게 처리한 해머는 최악의 미래가 눈앞에 훤히 보였다.


“안돼. 그 꼴은 못 봐.”


해머는 피눈물을 흘리며 아직 살아있는 이들의 멱살을 부여잡고 흔들며 소리쳤다.


“빌어먹을 놈들아! 가만히 너희 바지에 묻은 오줌을 말릴 시간에 빨리 펌프스 불러와! 그리고 창고에 쌓여 있는 폭약이랑 곡괭이, 제기랄 일단 다 가져오란 말이야!”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살아남은 이들은 줄행랑 치듯 어디론가 사라졌다. 해머가 저것들이 설마 진짜 도망친 게 아닌지 의심이 들 무렵, 해머의 등 뒤로 무언가가 착 달라붙었다.


“이야, 이거 개판이구먼? 말 해준 것보다 더 심한 것 같은데?”


그건 개의 머리로 만들어진 패밀리어였다.


말콤 바깥에서 패밀리어는 마녀들이나 주로 사용하는 마법 용품이었지만 말콤에서는 좀 산다 싶으면 하나씩은 가지고 다니는 유용한 소통 수단이었다.


그리고 해머의 등 뒤에 착 달라붙은 개 머리의 패밀리어는 말콤이라는 지하도시의 한 축을 맡은 세력 중 하나, 지하의 제국공학자들이 주로 쓰고 다니는 종류의 것이었다.


“허허, 저것 좀 보세. 기둥뿌리도 안 보이는 거 보니까 이거 제대로 무너졌겠는데?”


해머는 패밀리어의 입에서 나온 말을 믿을 수 없었는지 믿기가 싫었는지 눈을 부릅뜨고 다시 되짚어 물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뭐가 무너져? 알아듣게 설명해봐. 좀!”


하지만 해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패밀리어는 뜸을 들이며 어물쩍댈 뿐이었다. 그러한 행동의 기반에는 이미 해머의 입지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바뀌지 않는 사실이 깔려 있었고,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자신이 을의 처지임을 파악한 해머는 말투를 고쳐 물었다.


“... 내가 여태껏 당신에게 준 호의가 얼마고, 당신이 설계한 물건이 일으킨 사고를 덮어준 게 얼만데 이런 상황에서 기 싸움을 해야겠어?”


그드득 거리는 소리와 함께 해머의 입 안에서 씁쓸한 맛이 느껴졌다. 으깨진 이빨의 맛이었다.


“아직 채권 추심단은커녕 피해액 파악도 안 됐는데 내가 한 번 지옥길 길동무를 찾아볼까?”


진심이었다. 꽉꽉 눌러 담긴 해머의 살의는 패밀리어 너머에 있는 조종자에게까지 닿았고, 그는 과장되게 무섭다는 듯 몸을 떨며 해머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너도 알다시피 거대 열차는 처음부터 그만한 크기였던 게 아니야. 만드라고라의 밤을 거치면서 점점 커진 거지. 근데 열차가 다니던 길은 아니었단 말이야. 결국 열차의 크기를 제한할 정도가 되자, 흑마법사들과 우리 공학자들은 방법을 생각해야 했지.”


패밀리어는 그 시절이 아련하다는 듯이 목소리를 깔았지만 해머에게는 한시가 바쁜데 속사정까지 다 듣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그래서 시발! 뭐가 날아갔길래 당신이 이 난리를 떨어?”


“공간 조작의 마법이 새겨진 기둥, 그리고 그걸 둘러싼 온갖 마법진이 다 깨졌어. 게다가 느껴지는 열기로만 보면 안쪽은 아직도 불타고 있겠는데? 이 정도면 선로 공사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수도 있겠어. 이걸 누가 이렇게 날린 거야?”


사형선고가 나왔지만, 해머는 아직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다만 입 안에서 더 강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쓴맛을, 가슴속에서 타오르는 분노로 덮은 뒤 무너진 선로를 쳐다보며 맹세했다.


“빌어먹을 사교도 새끼들. 무급 노예로 떨어지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다 죽여버리겠다.”


그렇게 해머는 뱀 사냥꾼의 업을 이었다.



****



말콤에는 널린 게 거지다.


그리고 누가 죽어도 신경을 쓰지 않으며, 같은 패밀리가 피해를 보아도 그게 대장이 아니라면, 아니 대장이 피해를 보더라도 제 안위를 위해 무시하고 지나가는 게 거지다.


그랬기에 말콤에는 널린 게 목숨이다. 그렇기에 말콤에는 널린 게 흑마법사다.


주위에 돌아다니는 이들 중 행색이 초라하지 않고, 후드를 깊게 쓰고 다니는 이들의 목을 비틀면 백 중 아흔아홉의 확률로 흑마법사의 목덜미를 부여잡을 수 있다. 길버트는 그렇게 흑마법사 하나를 납치했다.


“사뎌드세으... 흐 띨리드므드 는 고믑뜨요... 을글 옷 닸으니까 데발....”


길버트는 흑마법사의 뒤를 잡고, 걸려 있던 보호 마법을 뚫으며 흑마법사의 목을 잡자마자 혓바닥에 한 번, 손 바닥에 한 번씩 단검을 찔러 마법을 쓰지 못하게 막고는 시야도 가리지 않고 당당하게 납치해서 말콤의 사창가로 끌고왔다.


말콤에서는 당하는 사람이 귀족이 아닌 이상에야 납치는 일상적인 일이고 자기 스스로, 혹은 뒷배를 통해 해결해야 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디스파이 패밀리라... 딱 좋겠군.”


게다가 말콤의 사정에 능통한 길버트가 듣지도 못한 뒷배를 뺵으로 둔 흑마법사라면 길버트와 단 외딴 건물의 지하에 갇히게 된 이상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찔린 혀로 짧은 소리를 내며 목숨을 구걸할 뿐.


“눈 떠라. 어처피 살지도 못할 테니.”


“으흐흑... 사뎌드세요... 사져드세요...”


흑마법사가 울건 말건 길버트는 지하로 통하는 문을 잠구고, 문 앞에 뱀의 피를 섞어 만든 소금을 뿌렸다.


소금은 불결한 것을 막아주는 것. 이번에는 안에서 퍼져나갈 불길함을 막아주는 흡음재의 역할을 하리라.


길버트는 거대한 비늘뱀의 머리 옆에 흑마법사를 던졌다. 30대쯤 되어보이는 흑마법사는 싸늘한 뱀 머리 옆에 떨어지고 나서야 눈을 뜨고 길버트를 쳐다봤다.


‘너무... 어린데?’


평민이라면 이제야 슬슬 집안의 농사일을 돕고, 귀족이라면 차근차근 제왕학을 배워나갈 법한 나이. 누가 봐도 음습한 말콤에서 사람을 쑤시기보단 저 밝은 양지에서 사랑을 받고 클 것 같은 소년은 그 귀여운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싸늘한 눈으로 바닥에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다.


흑마법사는 처음 붙잡혀서 질질 끌려갔을 때는 생각보다 높이 뜨지 않아서 길버트가 선천적으로 팔이 긴 트롤이거나 드워프일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흑마법사가 생각한 어떠한 경우에도, 이렇게 어린 녀석이 자신을 납치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뱀파이언가?’


하지만 피부를 통해서 피를 흡수하는 뱀파이어라면 아직도 팔뚝에 남아있는 저 피를 이해할 수 없었기에 흑마법사는 순간적으로 혼란과 호기심에 사로잡혔다.


전장을 겪었던 상이군인이나 가졌을 법한 눈을 가진 저 소년은 대체 무엇이고, 자신의 옆에 쓰러진 이 커다란 뱀의 머리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순간적으로 머리를 뒤로 넘길려고 했던 흑마법사는 칼에 찔린 손바닥에서 나오는 통증과 과 손목을 묶고 있는 사슬의 차가움을 통해 정신을 차리고 다시 목숨을 구걸하기 시작했다.


“즈... 데그 흘 을이 있드믄 시크즈시그 즈는 사뎌드스믄 은들끄으...”


어처피 인간성이 있으리란 생각은 처음부터 안 했지만 저렇게 어린아이가 흑마법사도 쉽사리 하지 않을 일들을 하는 것을 본 흑마법사는 이제 눈 앞의 아이가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악마들에게 했던 것처럼 쓸모를 어필하는 것이 더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했던 흑마법사는 어떻게든 가슴골을 내밀고, 여성성과 모성을 부각하는 것과 동시에 길버트에게 낑낑대며 자신의 쓸모를 어필했다.


“즈그요... 읃므드 즐 브리그, 드슬도 즐 쓰그든으...”


하지만 길버트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믐! 믐드 드를그요... 시키는극 므든 흘그여... 즈블, 슬뎌믄즈스으...”


...


“즈블요, 브실프으 흘 그즉이 있스으...”


길버트는 흑마법사의 애달픈 목숨 구걸을 듣지 못했는지 넓은 지하실 바닥에 계속 무언가를 그려갈 뿐이었다. 열 두 개의 삼각형과 네 개의 사각형이 원을 그리며 이어져 있는 모습. 흑마법사라면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악마의 계약진과 비슷하게 생겼다.


흑마법사는 거기에 구명의 동앗줄을 찾았는지 최대한 발음을 가다듬고 애원했다.


“그거, 계약 마법진이죠? 저 그거 할 줄 알아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제물은 다른 놈으로 바치면 되잖아요. 제발요.”


...


“악마와 계약을 위한 제물이 나랑 저 뱀 대가리 밖에 없는데 계약을 할 수 있을 거 같아? 도와준다고! 제발, 살려주면 도와주겠다고! 맹세할 테니까, 살려줘!”


어느새 마법진을 다 그린 길버트는 피 묻은 단검을 들고 흑마법사의 앞까지 걸어왔다.


“말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딱 하나만 말하도록 하지.”


길버트의 손에 들린 단검에 음각된 기이한 문양이 지하실의 어두운 조명을 받아 음산하게 빛났다. 흑마법사는 등골에 소름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나는, 흑마법사의 더러운 몸뚱이와 맹세에 관심이 없다.”


콱...!


길버트의 단검이 흑마법사의 정수리를 뚫고 그대로 뇌 중심에 있는 송과체까지 닿았다. 송과체에 닿은 단검은 조금씩 꿈틀거리더니 음각된 문양을 똑같이 흑마법사의 뇌에 새겼다.


새겨진 것은 조종의 문양, 어수룩한 흑마법사들이 사용하는 신체 조종의 수준이 아닌, 자신의 뇌와 연결시키고 동화시키는 끔찍한 흑마법의 문양.


전생의 길버트라면 이 문양을 사용하는 이를 문답무용하고 참수했겠지만, 길버트는 지금 문양 정도로 호들갑을 떨진 않았다. 다만 한 번쯤 심호흡 할 뿐.


"아아, 아아."


흑마법사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길버트는 사교도와 비늘뱀에게 했던 것과 같이 흑마법사의 머리를 얇게 사과 껍질 깎듯 돌려 깎았고, 이내 어느 정도 멀쩡한 수급이 튀어나왔다.


부정하게 눈을 부릅 뜬 흑마법사의 머리를 마법진 위에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길버트는 전생을 부정하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옴- 마니 반메 훔-]


기이한 주언(呪言). 그 불길한 떨림에 반응한 마법진이 위에 올려져 있던 비늘뱀과 흑마법사를 삼켰다.


마법진이 빛나자 그 원리가 주변의 빛을 다 빨아들여서 빛나는 것이었는지 조그마한 빛도 지하실 안에 존재하지 못했다. 완벽한 어둠 속에서 길버트는 다시 한 번 심호흡했다.


등의 근육이 당기고, 심장은 제멋대로 쿵쿵대며 움직인다. 하지만 길버트는 제 몸을 재촉했다.


'아직 오늘 밤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길버트는 오늘 밤, 이 전생을 완전히 뒤바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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