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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아지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애미 애비 없는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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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박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6
최근연재일 :
2022.05.19 22:18
연재수 :
6 회
조회수 :
216
추천수 :
3
글자수 :
30,700

작성
22.05.1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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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 Back on the Rocks

DUMMY

뜨거운 것은 올라가고, 차가운 것은 내려간다. 귀하고 자랑하고픈 것들은 광장으로 몰리며, 천하고 지저분한 것들은 구석으로, 틈 사이로, 저 밑바닥 속에서 고인다.


제국의 수도, 알데바란의 지하에 자리 잡은 빈민가 겸 사창가 겸 지하도시 말콤은 그 단순한 이치를 따랐다.


천한 거지들은 구석진 빈민가에서도 밀려나다 결국에는 말콤에 이르렀고, 틈새를 통해 먹고 살던 창부들과 그들을 뜯어먹는 왈패들은 도시의 균열을 따라 도망치다 말콤에 터 잡았으며, 누구의 관리도 받지 않는 무법자들이 필요했던 흑마법사들은 자연스레 말콤에 모였다.


초기의 말콤은 지하도시답게 그 어떠한 치안, 사법 체계도 없었고, 그 여파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들이 죽고 부패해서 비료가 된 끝에 말콤의 땅바닥에서 만드라고라가 잡초처럼 자랄 정도로 많이.


그리고 말콤의 모두가 사방을 뒤덮은 만드라고라의 새싹을 보고 싸움을 멈췄다. 사람이 너무 많이 죽기도 했거니와, 말콤을 뒤엎은 만드라고라를 가져다 파는 것만으로도 말콤의 모두를 먹여 살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만드라고라를 팔기 위해 외부에 배타적인 울타리를 만들었고, 그 내부에서 만드라고라의 채취권을 두고 그들끼리만 다투기 위해 각자 카르텔을 만들었다. 그렇게 균형이 잡힌 말콤은 저 위의 알데바란과 경쟁이라도 하듯 급속도로 몸을 불리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 제국의 황제들이 정복병에 걸려 제국 바깥의 왕국들을 평정하는 사이에 귀족들이 퇴폐적인 유흥을 즐기기 시작했고, 곧 말콤에 귀족과 끈끈한 연결을 가진 카르텔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왕국이 당시의 제국에게 멸망할 때마다 멸국의 유산 중 인간적으로 용납하기 힘든 것들이 말콤에 몰렸고, 말콤으로 몰리는 귀족들은 더욱 많아졌다. 귀족의 증가는 곧 말콤으로 유입되는 부의 증가였고, 그 부의 낙수효과를 노린 빈민들도 증가했다.


어쩌면 제국의 위대한 정복 전쟁 중 수도의 인구 증가는 알데바란의 인구보다 말콤의 인구가 더 많이 늘었을지도 모른다.


제국의 은밀한 보석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막대한 돈이 몰린 말콤은 약 30년 전부터 조금씩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은 일을 행했다.


지하도시에서도 또 한 번 그들 사이의 벽을 나눈 것이다.


점차 사창가와 유흥가, 카지노들이 고급스럽게 변했고, 지저분하고 더러운 이들은 그곳에 발끝조차 디디지 못했다. 고대에 거인들이 뚫었으리라는 넓은 지하 공간이 점차 좁아졌고, 말콤이 처음 생겼을 때와는 달리 천한 것들은 지하에서도 천하며, 귀족들은 지하에서도 귀해졌다.


결과적으로 말콤에는 균열이 생겼다. 말콤의 시민들은 여기서 한 발자국도 더 물러날 수 없는 인간들, 인생이라는 광산의 막장에 다다른 인간들이 대다수였고, 그들은 더 이상 밀려날 수 없었다.


그 결과 말콤의 거대 세력들끼리 이해관계가 나뉘었다.


이러다가 다시 한번 말콤에 만드라고라가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말콤의 모두에게 드리웠으니, 험난한 일이 생기면 주먹과 인맥을 찾는 말콤 사람들의 천성 때문인지 말콤에는 그 어떤 시기보다 많은 용병들이 들락거렸다.


지금, 말콤에 또 한 명의 용병이 들어섰다. 후드를 깊게 눌러쓴 채로.


*****


그드드드....


육중한 무쇠 덩이가 오돌토돌한 무쇠와 긁히며 나는 시끄러운 소리가 말콤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울려 퍼졌다. 말콤의 입구는 여러 개가 있고, 각자 그 용도에 따라 입구의 마감이 다르다.


귀족들이 주로 이용하는 입구는 이렇게 거친 소리도 나지 않고, 거창한 흔들림도 없이 고급진 마차와 같은 승차감을 선사하지만, 말콤의 원래 이용객들이 사용하는 입구는 이렇게 신선한 경험을 선사해주는 것이다.


“어이, 손 조심해.”


“거기! 내리고 나선 뭘 하든 상관없으니까 내리고 나서 지랄하라고.”


정말로 뭣 같은 경험. 바다를 희롱하고 다니는 베테랑 선원들도 가끔 멀미를 호소하는 마당에 말콤까지 굴러들어온 인간들이 얌전히 있으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고, 이 레일과 열차를 만들어낸 흑마법사들은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카르텔에 호위를 맡기곤 했다.


“끄응...”

“거, 참.”


그 결과가 바로 이러한 모양새. 수십 명의 사람이 열차의 양 면에 늘어서 서로를 감시하는 동시에 카르텔의 사람들은 그 중앙의 빈자리를 걸으며 사람들 사이의 분쟁을 예방하는 기괴한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할 게 없다. 그냥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하거나, 눈앞의 상대와 눈싸움 겸 신경전을 벌이며 시간을 때울 수밖에 없었다.


후드를 깊게 눌러쓴 길버트는 주변에서 기묘한 공기의 흐름을 느꼈다. 그것은 심심했던 열차 안의 사람들에게 일종의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었다.


‘저거, 뱀 사냥꾼 아닌가?’

‘맞네. 어리다고 들었는데 저렇게나 어릴 줄은 몰랐구먼.’


말콤에는 신문이 없다. 말콤 주민들이 비싸고 쓸모없는 신문을 구독할 정도로 여유도 없거니와 말콤의 소문은 그렇게 종이로 써서 전하지 않더라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퍼졌다.


그런 말콤의 소문 중에서도 오밤중에 지하도시를 배회하며 뱀파이어들과 사교도들을 학살하고 다닌다는 뱀 사냥꾼에 대한 소문은 꽤 이례적일 정도로 빨리 퍼져나간 편이었다.


‘생각보다 소문이 빠르군.’


길버트는 조용히 귀를 기울여 주위의 잡담을 훔쳐 들었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험담, 뱀 사냥꾼의 행적에 관한 잡담, 정말 만드라고라의 밤이 다시 찾아올지에 대한 사담. 그리고 그사이에는 무언가 커다란 포유류에게 물리기라도 한 듯 끙끙대며 숨을 헉헉대는 한 남자의 숨소리도 섞여 있었다.


길버트는 조심스레 실눈을 뜨고 그 미세한 숨소리가 들리는 곳을 쳐다봤다. 그곳은 열차의 가장 구석 자리였는데, 안 그래도 지옥 같은 흔들림이 더 심한 곳이라 이 열차에 탄 사람 중 가장 가난한 이들이 주로 타곤 했다.


원하는 사람을 찾은 길버트는 눈을 돌려 이번에는 숨을 쌕쌕거리는 남자를 쳐다보는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길버트의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남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개중 몇몇은 남자를 그저 주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남자와 시선을 주고받고 있었다.


남자의 맞은편 구석에 하나, 열차의 중앙에 하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길버트의 옆에 또 하나.



길버트는 그들이 자신이 찾던 이들이 맞음을 확신했다.


공정한 거래의 뱀 신을 섬기는 사교도(蛇敎徒)들, 길버트는 웃으며 이 열차에 설치된 폭탄의 기폭장치를 눌렀다.


열차가 흔적도 없이 터지기까지는, 앞으로 15분 남았다.


덜컹, 그득... 덜컹, 그드드득.... 덜컹.


길버트의 계획이 완벽해지는 사이에 이미 열차는 긴 행로의 끝에 다다라 있었다. 그 증거로 열차의 덜컹거리는 소리와 무언가에 긁히는 소리가 균형을 이루며 차분히 줄어들고 있었다.


덜컹, 그드득... 덜컹, 그드득...


긁히는 소리와 덜컹거리는 소리가 서로 균형을 맞추며 아름다운 불협화음을 자아냈다. 마치 조금 뒤에 있을 모략들의 불협화음을 예고하는 것처럼.


점차 뜨거워지는 기폭장치를 잠시 만지작거린 길버트는 조용히 허리춤에 걸린 검 손잡이를 잡고, 몸을 낮추며 자세를 갖췄다. 그 모습은 마치 무언가의 습격에 대비해 전투를 준비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은 길버트 뿐만이 아니었다.


이상한 행동을 하는 길버트와 몇몇을 제지하기 위해 카르텔의 일원이 눈을 부릅뜨고 다가왔지만, 그들은 이제 곧 죽을 사람에게 관심을 두진 않았다. 다만 길버트는 조용히 삼 초를 셌다.


“야!”


‘3’


“너 지금”


‘2’


“무슨 짓...”


‘1’


촤아아악!


숨을 쌕쌕거리던 남자의 배가 터져나가고, 그 찢긴 피부와 내장 쪼가리들이 열차 바닥에 닿기도 전에, 남자와 시선을 교환했던 이들이 주위에 무언가를 흩뿌렸다.


“끄아아악! 사교도다! 아악!”


사교도(蛇敎徒), 온갖 퇴폐적인 이들이 넘치며 심지어 흑마법사들까지 맘 편히 고개 들고 다니는 말콤 속에서도 용납받지 못하는 이들. 사교도들은 자신들이 광신하는 교리대로 뱀의 비늘조각의 탄생을 축하하며 주위를 뱀이 사는 동굴처럼 만들기로 작정했다.


복잡한 교리를 통한 유도 과정을 모두 제외하고 보면, 그들은 거대한 뱀 형상의 괴물을 열차 안에 풀어헤친 것과 동시에 주변에 뱀독 섞인 황산을 뿌려댔다.


길버트는 깊게 눌러쓰고 있던 곰 가죽 후드를 크게 펄럭이며 허공에 흩날리는 황산을 막아냈다. 두꺼운 곰 가죽은 진한 황산에 닿고도 커다란 변질만 일어났을 뿐, 뚫리지 않았다.


쿵...!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남자의 뱃속에서 뛰쳐나온 뱀은 주변의 황산에 이마를 비벼대며 입을 벌려 황산에 닿았던 것들을 집어삼켰고, 뱀은 금세 어지간한 사람 두 셋은 거뜬히 조여댈 정도로 커졌다.


하지만 뱀에게는 안타깝게도, 이 열차에는 그의 천적이 타고 있었다.


그것도 둘씩이나.


작가의말

댓글 추천 선호작 부탁드립니다.


제목은 해당 에피소드를 읽으며 들으면 좋을 것 같은 음악을, 주제에 맞게 올려봤습니다. 이번 노래는 이니셜 d의 Back on the Rocks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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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 Back on the Rocks 22.05.19 2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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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 Back on the Rocks 22.05.17 28 0 12쪽
3 1. Back on the Rocks 22.05.16 30 0 12쪽
» 1. Back on the Rocks 22.05.11 37 0 9쪽
1 0. Komm Süsser Tod 22.05.11 78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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