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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에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프 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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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마에
작품등록일 :
2018.05.07 13:37
최근연재일 :
2018.05.17 20:0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26,834
추천수 :
66
글자수 :
163,427

작성
18.05.11 18:05
조회
492
추천
1
글자
7쪽

오해

DUMMY

[라이프 체인지] 22. 오해


“니가 얘 전여친이니?”


긴 생머리가 재미있다는 듯이 누워있는 민석의 머리를 밟으며 물었다.


“오.. 오해에요! 얘는 그냥 아무 사이도...”


향린이가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지만, 오히려 불을 더 지피는 꼴이 되었다.


“너가 왜 쟤를 감싸? 둘이 무슨 사이라도 되는 거야?”


향린이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현과 둘이 친구 사이라는 것을 알면 향린이가 난처해질 것이 뻔해 보였다. 내가 화제를 바꿔야 한다.


“오해에요!”


긴 생머리와 향린이가 나를 쳐다봤다.


“그냥.. 학교 가는 길에 민석이 목소리가 들리길래..”


“왜? 맞는 것 같은데? 얘들아! 이거 더 재밌어 지겠는데? 우리 영화 한 편 찍어야겠다.”


긴 생머리가 헛소리를 하자 주변 학생들이 일제히 웃기 시작했다.


“야, 너 일로 와봐.”


하지만 나는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현을 희생하면서 까지 김민석을 구할 이유는 없었다.


“와보라니까? 말 씹냐? 야, 저거 끌고 와.”


덩치 큰 한남여고 학생 둘이 나를 향해 걸어왔다. 나는 뒷걸음도 치지 못하고 그대로 얼어버렸다.


“언니! 경찰 떴대요!”


그때, 향린이가 전화를 받더니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에 향린이의 스마트폰 화면을 놓치지 않았다. 귀에 대고 손을 내리는 과정에서 화면은 꺼져있었다. 보통 통화가 끝나면 손을 내렸을 때 화면이 다시 켜지기 마련이다. 저건 거짓말이다.


“아이씨, 누가 꼰지른거야?”


긴 생머리는 마지막으로 민석의 머리를 걷어차고 오토바이로 걸어갔다.


“야, 너 또 보자. 얼굴 기억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떠나면서도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제발 지현에게는 아무 일이 없어야 할텐데.. 괜히 나선 것은 아닌가 싶었다. 학생들은 그녀의 뒤를 따라 떠났고, 중간에 향린이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괜히 티가 날까봐 눈인사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걱정스런 마음이 가득 담겨있는 듯했다.


“윽.. 왕지현..”


민석은 꿈틀대며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내 할 일을 다 끝냈다. 그가 학교를 오든 병원을 가든, 지금 당장은 중요하지 않았다.


“왕지현!”


그는 그냥 가려는 나를 불러 세웠다.


“야, 너 그거 아냐? 내 이름 부르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 거. 근데 난 내 이름이 듣기 싫은 건 처음이다. 꺼져. 병원이나 가든가.”


이미 흑곰의 하루를 살 때 민석에게 면역이 됐는지, 원래 나였으면 입에 담지도 못할 말들이 술술 나왔다. 어쩌면 지현의 성격이 반영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 그리고, 너 그러고 있으니까 잘 어울린다. 계속 그냥 바닥 위에서 살아라. 굶어 죽어가는 거지새끼처럼.”


민석은 그 뒤로 뭐라고 소리를 지르긴 했지만, 나는 들은 채도 하지 않고 학교 쪽으로 걸어갔다. 기다리라고 하며 부축을 바라는 모양이었다. 미안해서 어쩌나. 어제 죽자 살자 싸웠던 내가 해줄 일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곧장 학교로 갔다. 흑곰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칠판을 보니 그 녀석도 병원에 입원한 것 같았다.


학교에서 멍하니 있다 보니 3교시가 지났다. 내가 지현의 몸으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해봤는데 딱히 뭔가 할 일이 없었다. 확실히 나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어제 싸움에서 이겼다면 상황이 많이 달라졌겠지만, 내 노력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쉬는 시간에 민석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내 앞에 다가왔다.


“나와봐.”


“왜?”


“나와 보라니까.”


“싫어.”


민석은 다짜고짜 내 팔을 붙잡고 강제로 끌고 나갔다. 나는 있는 힘껏 힘을 줘봤지만 소용없었다. 여자의 몸이라 그런지 원래의 나보다 더 힘이 들어가지 못했다. 그가 끌고 간 곳은 건물 뒤편 간이 화장실 쪽이었다. 이 화장실은 옛날에 건물 보수공사를 할 때 세워진 것인데 아주 급할 때 말고는 학생들이 이용하는 곳은 아니어서 인적이 드물었다.


“아 놓고 얘기해!”


나는 당당하게 민석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는 순순히 내 팔을 놓아주었다.


“아까 왜 그랬어?”


“아까 뭘?”


“나 도와주러 온 거잖아.”


“아까 말했잖아. 그냥 학교 가는 길에 너가 보였다고.”


“너 학교 가는 길 그쪽 아닌 거 알아.”


“아니 그니까..”


“내 문자보고 온 거 아니었어?”


“그런 거 아니야!”


“그런데 거길 왜 온 건데!”


민석은 약간 화가 나 있는 듯 했다. 사람을 구해줬는데 이렇게 화를 낼 일인가?


“그냥 어쩌다보니까 그렇게 됐.. 읍?”


민석은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이런 미친! 이 미친놈이! 내가 이딴 새끼랑?


“으읍!”


나는 징그러운 그의 얼굴을 치워보려고 했지만 나를 꼭 끌어안은 그의 팔을 벗어날 수 없었다. 아 정말 괴롭다! 진짜로 상상하기도 싫다. 내가 남자랑, 그것도 이 자식이랑 키스를 하다니!


그가 잠시 입을 떼었을 때, 나는 나도 모르게 주먹이 나갔다. 내 주먹은 그의 턱을 정확히 가격했다. 하지만 위력이 있는 주먹은 아니었다. 보통 여자애 같았으면 뺨을 날렸을 텐데, 이건 순전히 나의 방어기제에서 나온 행동이었던 것 같다.


“미친..”


수업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행히 학생들은 없는 것 같았다. 민석은 또다시 내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간이화장실 안으로 나를 끌고 갔다.


“야! 야! 뭐하는 거야!”


나는 어쩔 수 없이 강제로 화장실로 끌려들어갔다. 나는 있는 힘껏 몸부림을 쳐봤지만 그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는 내 다짜고짜 내 뺨을 때렸다.


“악!”


“조용히 해. 안 그러면 니 가족들도 내가 다 죽여 버릴 거야.”


민석은 이성을 잃은 듯 했다. 나는 다시 주먹으로 그의 턱을 날리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그의 반사 신경에 막히고 말았다.


“나 좋아한 거 아니었어? 나 좋아해서 그랬던 거 아니냐고!”


“내가 아니라고 했잖아!”


“빌어먹을 나는 그때가 기억이 안 난다니까!”


“그딴 건 상관없어! 어차피 너랑 엮일 일도 없었으니까!”


민석은 다시 나에게 키스를 시도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막았다. 하지만 제정신이 아니었던 그는 내 옷자락을 붙잡고 단추를 뜯어내려고 했다. 이건 좀 위험하다! 나는 소리를 지르며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쳤다.


“내가 이대로 널 포기할 것 같아? 나는 아직도 너 좋아하는데!”


젠장. 이런 느끼한 말을 듣고 있으니 정말 토할 것 같았다. 아무래도 지현의 몸으로 들어온 것은 최대 실수였던 것 같다. 살다 살다 남자에게 강제로 이런 고백을 듣게 될 줄이야. 그는 더욱 괴력을 발휘하며 내 블라우스를 움켜쥐었다.




- 2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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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완결] 에필로그 +4 18.05.17 539 2 7쪽
49 최후 18.05.17 484 2 7쪽
48 정상회담 18.05.16 454 1 7쪽
47 대통령 18.05.16 451 2 7쪽
46 대테러 18.05.16 417 2 7쪽
45 세 번째 프로젝터 18.05.16 422 2 8쪽
44 금고 18.05.15 422 2 8쪽
43 크레이그 18.05.15 438 1 7쪽
42 해독제 18.05.15 430 2 7쪽
41 지하실 18.05.15 449 2 8쪽
40 전화 18.05.15 458 1 8쪽
39 내연녀 18.05.14 452 2 7쪽
38 회식 18.05.14 435 2 8쪽
37 탈출 18.05.14 452 1 7쪽
36 두 번째 프로젝터 18.05.14 488 1 8쪽
35 뜻밖의 멜로 18.05.14 487 1 8쪽
34 식물인간 18.05.13 478 1 7쪽
33 또 다른 프로젝터 18.05.13 482 1 7쪽
32 도주 18.05.13 477 1 7쪽
31 기습 18.05.13 488 1 8쪽
30 단서 18.05.13 503 1 7쪽
29 결백 18.05.13 487 1 8쪽
28 블랙홀 18.05.12 488 1 7쪽
27 용의자 18.05.12 478 1 7쪽
26 유리 18.05.12 473 1 7쪽
25 USB 18.05.12 477 1 7쪽
24 호출 18.05.12 501 1 7쪽
23 분열 18.05.11 502 1 8쪽
» 오해 18.05.11 493 1 7쪽
21 향린이의 과거 18.05.11 503 1 8쪽
20 험난한 아침 18.05.11 516 1 9쪽
19 결투 18.05.11 483 1 8쪽
18 좋은 아이 18.05.10 501 1 8쪽
17 밀회 18.05.10 520 1 8쪽
16 접선 18.05.10 517 1 7쪽
15 실험대상 18.05.10 509 1 7쪽
14 보복 18.05.10 488 1 7쪽
13 1인 1닭 18.05.10 542 1 8쪽
12 조직의 정체 18.05.10 537 1 8쪽
11 USI 18.05.10 544 1 7쪽
10 D-DAY 18.05.09 570 1 7쪽
9 사과박스 18.05.09 573 1 8쪽
8 한경모 18.05.09 634 1 8쪽
7 데이트 18.05.09 670 1 7쪽
6 짝사랑 18.05.09 712 1 8쪽
5 재회 18.05.08 715 2 7쪽
4 흑곰과 배준 18.05.08 797 2 8쪽
3 한남여고 18.05.08 839 1 7쪽
2 신세계 18.05.08 919 3 7쪽
1 프롤로그 18.05.08 1,139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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