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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마에
작품등록일 :
2018.05.07 13:37
최근연재일 :
2018.05.17 20:0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26,838
추천수 :
66
글자수 :
163,427

작성
18.05.1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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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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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접선

DUMMY

[라이프 체인지] 16. 접선


교무실에서 일진들의 신상정보를 봤을 때는 대충 봐서 잘 몰랐지만, 이건 정말 소름 돋을 정도였다. 어떻게 알았는지 내가 어렸을 때 무엇을 좋아했는지, 지금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누구와 친하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모두 적혀있었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지금까지 나를 감시하고 있었단 말인가.


실험 내용을 유추해보자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일들에 대한 것으로 보였다. 다른 사람으로 살 수 있게 되는 특수한 능력. 어쩌면 그들은 성공한 것 같아보였다. 김민석이 나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도 ‘깨어나자마자 보이는 것을 말하라’는 것이었다. USI가 나를 실험대상으로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그 뒤로 아무 소식이 없다는 것이다. 나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누군가 나를 감시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누가, 왜 이런 짓을 벌인 것일까. 그리고 왜 하필 내가 그 희생양이 되고 있는 걸까. 앞서 실험 내용들을 보면 나는 의식불명상태로 남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우선 한경모 선생님을 만나봐야겠다. 흑곰이라면 어떤 말을 들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야, X발. 아까 그 새끼 토꼈다며?”


“병원에서 그냥 쨌대.”


“돼지같은 새끼. 왜 그러고 사냐? 병원에서 쫓기고, 우리한테 쫓기고. 참 열심히 산다.”


“깔깔깔.”


하지만 내가 밖으로 나갔을 때, PC방 건물 현관에서는 한남여고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긴 생머리와 향린이, 그리고 그 친구들. 이대로 나간다면 분명 다시 시비가 붙을 것이 뻔했다.


‘어떡하지?’


평소 몸이었다면 그냥 뚫고 지나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도 몸이 욱신거려서 도저히 그럴 자신이 없었다. 뭔가 주의를 끌 만한 것이 있을까?


나는 한 가지 묘책이 생각났다. 화장실을 가보니, 막혀있는 변기가 똥물을 가득 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오래된 이 건물 화장실에서는 자주 발생하는 일이었다.


나는 옆에 있던 양동이에 똥물을 가득 담았다. 물을 휘저을수록 지독한 냄새가 올라왔다. 살면서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신선한 냄새였다. 학교 화장실이 막히면 그냥 다른 층 화장실을 쓰면 그만이었으니까. 와씨. 한 두 방울 튀는 것조차 더러워서 최대한 엉거주춤한 자세로 퍼 올렸다.


출렁출렁. 똥물이 가득 담긴 양동이를 들고 2층 복도로 올라갔다. 움직일 때마다 주륵주륵 흐르는 분비물이 눈앞에 생생했다. 주변에는 다행히 사람들은 없었다. 창밖을 보자, 그녀들은 아직도 모여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내가 당했던 것에 비하면 이 정도 쯤이야... 어디 맛 좀 봐라.’


나는 창밖을 향해 양동이를 들이부었다.


“꺄악!”


“끼아악!”


“아씨, 뭐야!?”


똥물을 제대로 뒤집어 쓴 한남여고 학생들이 난리법석을 떨었다. 나도 덩달아 지독한 냄새를 맡아야 했지만, 속은 시원했다. 누가 이런 짓을 벌였는지도 모른 채, 발을 동동 구를 생각을 하니 너무 통쾌했다. 창밖으로 들리는 비명 소리가 마치 노래처럼 들렸다. 그래, 실컷 떠들어라.


“야! 누구야!”


“야, 뭐해? 따라 올라가!”


어라, 이건 예상 못했는데! 꼬봉처럼 보이는 몇 명의 무리들이 저벅저벅 거리며 건물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양동이를 창밖으로 집어던지고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다행히 낮은 건물이라 옆의 배관을 타고 내려갈 수 있을 정도였다.


“꺅!”


고개를 돌리자 서 있던 무리 중에 남아있던 한 명이 내가 던진 양동이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세상 모든 고통을 뒤집어 쓴 듯한 표정으로 양동이를 벗은 그녀는.. 나를 밟았던 그 긴 생머리였다. 나는 그녀가 눈치를 채기 전에 얼른 건물 뒤편으로 돌아갔다.


“야! 빨리 찾아!”


긴 생머리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건물 허공을 향해 소리쳤다. 그래, 어디 마음껏 소리 질러라. 나는 간다.


“어? 흑곰?”


황급히 길가로 나가던 중에 내 눈 앞에 나타난 것은 미술선생이었다.


“선생님!”


어제 그렇게 보내놓고 마음이 무거웠는데, 왠지 모르게 반가웠다. 그녀는 모자를 푹 뒤집어 쓴 채 허름한 옷을 입고 있었다.


“오늘도 출근 안하신 거예요?”


“뭐? 아니, 오늘도 라니! 그야! 너야말로 지금 여기서 뭐해! 이건.. 무슨 냄새야..?”


똥물을 양동이에 담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냄새가 많이 벤 것 같았다.


“아, 이거.. 아무 것도 아니에요. 선생님이야말로 그게 무슨 꼴이에요?”


“뭐? 내가 뭐?”


“아니, 지금 학교에 계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내가 그녀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괜히 나 때문에 학교에도 못 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오늘 휴가야! 선생님이 몸이 좋지 않아서.”


“거짓말.”


“진짜야! 야, 너 빨리 학교로 돌아가. 어? 나 본 건 모르는 척 하고.”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


“뭐?”


“제가 지금 차비가 없어서요. 저 안 데려다주시면 학교에다 다 말 할 거에요.”


“야..! 흑곰!”


“어쩌실 거예요?”


그녀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결국 내가 말한 대로 같이 학교로 돌아가게 되었다. 어제의 일은 미안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내 탓만은 아니었다. 뭐, 나보다 오래 살았으니 알아서 해결하겠지.


“선생님. 별 일 없을 거예요.”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 말밖에는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 고맙다..”


하나도 고맙지 않아 보이는, 한숨 섞인 말이었지만 그래도 응원해주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더 있다면 괜찮을 것 같았다.

미술선생은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교무실로 돌아갔고, 나는 교실로 돌아갔다. 아마도 이쯤이면 한경모 선생도 어제 자신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됐을 것이다. 혹시라도 내 정체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도 감시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의 철두철미한 일처리 방식을 보고나니 괜히 더 걱정이 되었다.


“야, 흑곰 어디 갔었냐?”


배준이 똥 씹은 표정으로 다가왔다.


“알 거 없다니깐.”


“오늘따라 되게 팍팍하게 구네. 민석이 때문에 그러냐?”


“그런 거 아니야.”


배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야, 아까 한경모가 너 찾더라?”


한경모 선생이 나를?


“그래. 그런데 너 안 나왔다니까 그냥 가던데. 무슨 일 있냐?”


“나도 모르겠는데.”


한경모 선생은 정말로 흑곰을 찾은 것일까? 아니면 내가 흑곰이라는 사실을 알고 부른 걸까?

그때, 문자가 한 통 도착한다.


- 한경모 선생님 : 분리수거장으로.




- 17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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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완결] 에필로그 +4 18.05.17 539 2 7쪽
49 최후 18.05.17 484 2 7쪽
48 정상회담 18.05.16 454 1 7쪽
47 대통령 18.05.16 451 2 7쪽
46 대테러 18.05.16 417 2 7쪽
45 세 번째 프로젝터 18.05.16 422 2 8쪽
44 금고 18.05.15 422 2 8쪽
43 크레이그 18.05.15 438 1 7쪽
42 해독제 18.05.15 430 2 7쪽
41 지하실 18.05.15 450 2 8쪽
40 전화 18.05.15 458 1 8쪽
39 내연녀 18.05.14 452 2 7쪽
38 회식 18.05.14 435 2 8쪽
37 탈출 18.05.14 452 1 7쪽
36 두 번째 프로젝터 18.05.14 488 1 8쪽
35 뜻밖의 멜로 18.05.14 487 1 8쪽
34 식물인간 18.05.13 478 1 7쪽
33 또 다른 프로젝터 18.05.13 482 1 7쪽
32 도주 18.05.13 477 1 7쪽
31 기습 18.05.13 488 1 8쪽
30 단서 18.05.13 503 1 7쪽
29 결백 18.05.13 487 1 8쪽
28 블랙홀 18.05.12 489 1 7쪽
27 용의자 18.05.12 478 1 7쪽
26 유리 18.05.12 473 1 7쪽
25 USB 18.05.12 477 1 7쪽
24 호출 18.05.12 501 1 7쪽
23 분열 18.05.11 502 1 8쪽
22 오해 18.05.11 493 1 7쪽
21 향린이의 과거 18.05.11 503 1 8쪽
20 험난한 아침 18.05.11 516 1 9쪽
19 결투 18.05.11 483 1 8쪽
18 좋은 아이 18.05.10 501 1 8쪽
17 밀회 18.05.10 520 1 8쪽
» 접선 18.05.10 518 1 7쪽
15 실험대상 18.05.10 509 1 7쪽
14 보복 18.05.10 488 1 7쪽
13 1인 1닭 18.05.10 543 1 8쪽
12 조직의 정체 18.05.10 537 1 8쪽
11 USI 18.05.10 544 1 7쪽
10 D-DAY 18.05.09 570 1 7쪽
9 사과박스 18.05.09 573 1 8쪽
8 한경모 18.05.09 634 1 8쪽
7 데이트 18.05.09 670 1 7쪽
6 짝사랑 18.05.09 712 1 8쪽
5 재회 18.05.08 715 2 7쪽
4 흑곰과 배준 18.05.08 797 2 8쪽
3 한남여고 18.05.08 839 1 7쪽
2 신세계 18.05.08 919 3 7쪽
1 프롤로그 18.05.08 1,139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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