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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에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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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마에
작품등록일 :
2018.05.07 13:37
최근연재일 :
2018.05.17 20:0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26,835
추천수 :
66
글자수 :
163,427

작성
18.05.10 12:00
조회
542
추천
1
글자
8쪽

1인 1닭

DUMMY

[라이프 체인지] 13. 1인 1닭


지현은 내 두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내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내 표정은 어떤지 꿰뚫어 보고 있는 프로파일러 같았다.


“그래서 더 이상 개입하지 말라고 하신 거 아니에요?”


나는 괜히 들킨 사람처럼 헛기침이 계속 나왔다. USI가 한경모 선생이라는 확신은 없지만 그녀가 이 선생을 의심하게 된다면 앞으로 더 위험해질 것이 뻔했다. 어떻게 이렇게 당돌할 수 있지? 그래서 나는 다른 방법으로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믿게 해주고 싶었다.


“사실 방금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의심 가는 사람이 한 명 있긴 한데.”


“그게 누군데요?”


“오늘 전배오신 교감선생님 말이다. 아무래도 이상하지 않아?”


“교감 선생님이요?”


“그래. 그 자리가 원래는 교감 자리가 딱히 필요하지 않아서 비워두고 있었거든. 그런데 뜬금없게도 그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그 선생님이 오게 된 거야.”


“그건 모르죠. 그분이 오시기 전에 성훈이가 저렇게 됐으니까요.”


“성훈이가 저렇게 되자마자 빈자리가 생겼다는 것도 이상하지.”


나는 최대한 그녀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어느 정도 설득을 하자, 일단은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일단은 알겠어요..”


“일단이 아니라 제대로 알아들은 거였으면 좋겠구나.”


나는 수업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기 전에 지현을 교실로 돌려보냈다. 그러지 않으면 학교에 또 이상한 소문이 퍼질지도 모르니까. 내가 교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추남식 교감선생이 또 다시 태클을 걸어왔다.


“한경모 선생! 지금 학교 전체가 시끄러운디, 수업도 빠지고, 어디 갔다 오시는겨?”


아차. 잠시 미술선생의 사건을 잊고 있었다. 미술선생은 역시나 자리에 없었다.


“아, 혹시.. 심진아 선생님 못 보셨습니까?”


“그걸 선생이 알지 내가 압니꺼?”


나는 죄송하다는 표시로 가볍게 목례를 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따지고 보면 나도 피해자인데!


“우선은 경위서 써서 제출혀요! 학교 오자마자 정신없으니께!”


정신은 나도 없었다. 다시 수업이 시작하는 종이 울리고, 나는 수업이 있는 반으로 내려가 쿨하게 ‘자습!’을 외쳤다. 이 선생이 이래서 자습을 그렇게 시켰구나. 어차피 나는 수업을 하고 싶어도 아는 것이 없어서 수업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

나는 다시 교무실로 돌아와 USI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컴퓨터에 저장된 영상에는 특별한 것은 없었다. 밖으로 빠져나와 있는 동영상 파일은 그거 하나뿐이었다.


컴퓨터에는 별다른 단서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이번에는 책상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각종 교재들과 학교 업무 등의 파일이 대부분이었다. 몇몇의 USB를 발견했는데, 대충 업무와 관련된 파일들이었다. 하지만 그중에 딱 하나는 비밀번호로 잠겨있었다.


‘이게 뭐지? 뭔가 좀 수상한데.’


USB도 USB 나름이지만, 이 USB는 특별히 견고해보이고 새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직감적으로 이 USB가 USI와 연관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USB의 비밀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처음 컴퓨터를 열었을 때 방법을 동원해봤다. 크레이그도, D-DAY도 아니었다. 도대체 뭐지? 비밀번호와 한참 씨름을 하고 있던 중에,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


- 500,000,000 원 입금. 보내신 분 USI. 잔액 57,900,000,000 원.


‘헉! 이게 얼마야.. 일, 십, 백... 5억? 잔액.. 579억?’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기겁을 하고 말았다. 이게 실제로 있는 돈인가? 교무실에 남아있는 선생들이 나를 쳐다봤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너무 놀란 나머지 몇 번이고 계속 ‘0’의 개수를 세보았다. 정확히 579억이었다. 무슨 대한민국 공무원이 이렇게 돈이 많지?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액수가 아니라, ‘보내신 분’에게 찍힌 USI였다. 이로써 한경모 선생이 USI라는 사실은 더욱 확실해졌다.


“한경모 선생!”


교감선생이 교무실로 들어오며 소리쳤다. 나는 한동안 나를 부르는지도 모르고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기만 했다.


“네?”


“수업 안 들어갑니꺼?”


나는 하루하루가 아까워죽겠는데, 저놈의 교감선생은 항상 도움이 안됐다. 마치 2주일 시한부가 걸린 상태에서도 출근해서 일하는 기분이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자습을 시켰던 반에 들어가 교탁 앞에 앉아있었다. 학생들은 이 분위기에 익숙한 듯 서로 떠드느라 바빴다. 나는 손에 들고 있는 USB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궁리를 하고 있었다. 학교를 나가면 교감선생에게 미행을 당하거나 추궁을 당할 것이 뻔했다. 다른 몸이 필요했다.

그거다! USB를 숨겨놓고, 내일 다른 몸으로 학교를 벗어나는 것이다. 그러면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야, 치킨 먹고 싶지 않냐?”


“와. 존나! 나 맨날 하는데 진짜!”


“야 맨날이 뭐냐? 난 매 시간마다 생각나는데.”


바로 앞에서 떠드는 학생들의 소리가 들린다.


“야, 오늘 점심 뭐야?”


“아 씨발 또 해파리야!”


“아니 때가 어느 땐데 해파리야!”


“선생님! 해파리는 왜 먹는 거예요?”


갑자기 들어온 질문에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응?”


“맞아요! 해파리 맛없는데. 선생님! 치킨 사주세요!”


“치킨 사주세요!”


치킨이라. 나도 학생이었을 때(물론 이틀 전이지만) 학교 급식에 치킨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하긴 했었다. 하지만 그림의 떡일 뿐. 가난한 이 학교가 치킨을 사줄 리가 없었다.


‘어? 가만, 나 오늘 5억..’


생각해보니 이 선생, 돈이 엄청 많았다. 혹시 학생들 몰래 뒷돈으로 챙기는 거 아니야? 게다가 USI라고 하니, 왠지 괘씸하기도 하고 나에게 했던 짓에 대해서 복수를 하고 싶기도 했다.


‘돈을 그렇게 쳐드셨으면, 사회에 환원을 할 줄도 알아야지! 노블리스 오블리주 모르시나?’


“치킨 먹고 싶냐?”


“네!!”


“네!”


“좋아. 뭐 먹고 싶어?”


“허니꼬꼬콤보 반반이요!”


“쏘핫콤보 반반이요!”


이렇게 주문을 하나하나 받다보면 끝이 없을 것 같았다.


“조용히! 그냥 내가 사주는 거 먹고. 대신, 내가 샀다는 거, 절대로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면 안 된다.”


“네에!”


“우악! 진짜에요?”


나는 어플로 종류별 치킨을 모조리 다 시켰다. 전교생 1인당 한 마리로. 물론 한군데에 시키면 도저히 납품이 되지 않을 것 같아 이 지역에 있는 치킨집은 모조리 주문했다.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누르는 것도 일이라, 나중에는 전화로 편하게 돌렸다. 한 학년 당 300명이니까.. 교직원 것 까지 하면 200만원은 족히 들었던 것 같다.


“와씨!! 대박!!”


“와, 뭐야? 치킨?”


“치킨이다!! 치킨!!”


잠시 후, 전교가 치킨 냄새로 진동했다. 교감선생도, 교장선생도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하고 있었으며, 급식을 준비하던 아주머니들도 이 사태에 대해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만들어둔 음식은 뭐, 나중에도 만들 수 있으니까.


나는 학교가 치킨으로 떠들썩한 틈을 타서 밖으로 나왔다. 보통 점심시간 때는 한두 명 정도는 밥을 먹지 않고 돌아다니는 학생들도 있었는데, 역시 한국인들은 치킨 앞에서는 절대부동이다. 나는 아무도 보지 않는 틈을 타서 화단 속에 USB가 담긴 케이스를 숨겼다.




- 14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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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최후 18.05.17 484 2 7쪽
48 정상회담 18.05.16 454 1 7쪽
47 대통령 18.05.16 451 2 7쪽
46 대테러 18.05.16 417 2 7쪽
45 세 번째 프로젝터 18.05.16 422 2 8쪽
44 금고 18.05.15 422 2 8쪽
43 크레이그 18.05.15 438 1 7쪽
42 해독제 18.05.15 430 2 7쪽
41 지하실 18.05.15 449 2 8쪽
40 전화 18.05.15 458 1 8쪽
39 내연녀 18.05.14 452 2 7쪽
38 회식 18.05.14 435 2 8쪽
37 탈출 18.05.14 452 1 7쪽
36 두 번째 프로젝터 18.05.14 488 1 8쪽
35 뜻밖의 멜로 18.05.14 487 1 8쪽
34 식물인간 18.05.13 478 1 7쪽
33 또 다른 프로젝터 18.05.13 482 1 7쪽
32 도주 18.05.13 477 1 7쪽
31 기습 18.05.13 488 1 8쪽
30 단서 18.05.13 503 1 7쪽
29 결백 18.05.13 487 1 8쪽
28 블랙홀 18.05.12 488 1 7쪽
27 용의자 18.05.12 478 1 7쪽
26 유리 18.05.12 473 1 7쪽
25 USB 18.05.12 477 1 7쪽
24 호출 18.05.12 501 1 7쪽
23 분열 18.05.11 502 1 8쪽
22 오해 18.05.11 493 1 7쪽
21 향린이의 과거 18.05.11 503 1 8쪽
20 험난한 아침 18.05.11 516 1 9쪽
19 결투 18.05.11 483 1 8쪽
18 좋은 아이 18.05.10 501 1 8쪽
17 밀회 18.05.10 520 1 8쪽
16 접선 18.05.10 517 1 7쪽
15 실험대상 18.05.10 509 1 7쪽
14 보복 18.05.10 488 1 7쪽
» 1인 1닭 18.05.10 543 1 8쪽
12 조직의 정체 18.05.10 537 1 8쪽
11 USI 18.05.10 544 1 7쪽
10 D-DAY 18.05.09 570 1 7쪽
9 사과박스 18.05.09 573 1 8쪽
8 한경모 18.05.09 634 1 8쪽
7 데이트 18.05.09 670 1 7쪽
6 짝사랑 18.05.09 712 1 8쪽
5 재회 18.05.08 715 2 7쪽
4 흑곰과 배준 18.05.08 797 2 8쪽
3 한남여고 18.05.08 839 1 7쪽
2 신세계 18.05.08 919 3 7쪽
1 프롤로그 18.05.08 1,139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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