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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에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프 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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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마에
작품등록일 :
2018.05.07 13:37
최근연재일 :
2018.05.17 20:0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26,833
추천수 :
66
글자수 :
163,427

작성
18.05.08 07:20
조회
1,138
추천
3
글자
7쪽

프롤로그

DUMMY

[라이프 체인지] 1. 프롤로그


먼지가 자욱한 교실을 뛰어다니는 학생들. 다들 정신없이 장난치며 놀고 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자리에서 쭈그리처럼 앉아있는 일 뿐이었다. 움직일 수 없다. 1시간 전 나에게 온 문자 때문이다.


- 지성훈. 5교시 끝나고 자리에서 대기.


이제 곧 놈들이 올 것이다.


“야, 지성훈!”


그놈들이다.


“야. 내려와라.”


그놈들 중 한 명이 조용히 다가와 속삭인다. 내가 말하는 그놈들이란, 소위 말해 일진들을 의미한다. 그렇다. 나는 지금 일진들에게 끌려가는 중이다. 하지만 오늘은 저번주와 사정이 다르다. 오늘 내 주머니는 텅텅 비어있기 때문이다.


“꺼내봐.”


학교 건물 뒤편. 분리수거장에서 김민석과 흑곰, 이배준이 기다리고 있었다. 덩치가 제일 큰 흑곰이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이놈의 실제 이름이다. 이름표에는 정확히 ‘흑곰’이라고 박음질 되어 있다.


“꺼내보라니까.”


“...”


나는 빈손이다. 하지만 사실대로 말했다간 저 바위만한 주먹이 어디에 꽂힐지 모른다. 어떻게 해야 하지? 빌어볼까? 한 주만 연기해달라고 할까?


“야.”


이배준이 다가와 낮게 깐 목소리로 위협한다. 이놈은 말을 길게 하지 않는다. 대신 복싱 선수답게 주먹 하나는 굉장히 빠른 놈이다. 김민석 다음으로 서열 2위를 지키고 있는 놈이다.


- 퍽!


“윽!”


내가 뱉은 첫 대사가 ‘윽!’이라니.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반응이 없자, 흑곰의 주먹이 바로 내 배를 정확하게 가격했기 때문이다.


“말로 하니까 어렵냐?”


뭔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허파에 구멍이라도 났는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일어나기도 힘들다. 몸을 세우려고 발을 동동거려봤지만, 계속 바닥을 뒹굴 뿐이었다.


“다.. 다음주..”


“뭐? 다다음주?”


“다음주..까지 줄게..”


다음주까지 준다는 말에 흑곰의 돌머리가 풀가동을 하기 시작했다.


“다음주면은.. 가만있어봐, 너 저번 주에도 똑같은 소리 하지 않았냐? 저번 주 10에, 이자까지 하면 오늘 30, 다음 주면 90..? 70..? 얼마냐? 어? 야, 얼마야?”


흑곰은 민석의 눈치를 살피며 배준에게 작은 소리로 물어본다. 배준은 말이 없었다. 그 사이에 민석이 조용히 다가온다. 민석은 나를 지긋이 쳐다봤다. 내가 다니는 가나고등학교의 일진 짱이다. 집도 잘 살고, 공부도 그럭저럭 하고, 싸움도 제일 잘하는 그런 얄미운 녀석이다. 이놈 앞에서는 선생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갑자기 그놈이 기분 나쁘게 웃는다. 왜 이러지? 나한테 웃을 놈이 아닌데.


“돈은 됐고.. 지금 하자.”


“뭐.. 뭐를 한다는 거야?”


“쓰레기 새끼. 큭큭. 넌 몰라도 돼.”


민석은 내 뺨을 툭툭 치며 능글맞게 대답했다.


“진짜 할 거야?”


이번에는 배준이 약간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해야지. 우리 일인데.”


“무.. 무슨 일이라는 거야? 어? 뭐 하는 건데? 윽!”


민석은 일어나는 척 하더니, 누워있는 내 배를 또 다시 걷어찼다. 이번엔 진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나저나 뭘 한다는 거지? 뭔가 예감이 좋지 않은데.


“꺼내봐.”


민석이 흑곰에게 지시하자, 흑곰이 안주머니에서 작은 시약병처럼 생긴 검은 병을 하나 꺼냈다. 민석이 받아든다. 살짝 흔들어보더니,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아본다.


“으..”


민석은 냄새가 고약했는지 얼굴을 찡그린다.


“뭐.. 뭐야..”


나는 여전히 바닥에 누워 일어나지도 못하고 간신히 한 두 마디만 할 수 있었다. 민석이 다시 쭈그리고 앉아 나에게 속삭였다. 이놈답지 않게 심호흡을 길게 한다.


“자.. 내가.. 이걸 너한테 먹일 거야.”


“이게.. 뭔데?”


“이 X발놈아. 그냥 먹으라면 쳐먹어.”


“...”


“아무튼, 내가 이걸 너한테 먹일 건데, 아주 잠깐, 눈앞에 뭐가 보였는지만 얘기해주면 돼. 쉽지?”


잠깐. 눈앞에 뭐가 보여? 환각..? 그럼.. 혹시 그.. 마약 같은 건가? 이 미친놈들이..!


“혹시.. 마.. 마약..”


“야 이 미친놈아. 우리가 그런 걸 갖고 있겠냐? 그리고.. 그 좋은 게 있으면 왜 너한테 주겠냐?”


흑곰이 옆에서 깐족댄다.


“됐고. 내가 아까 말한 대로, 시키는 것만 해. 그럼 내가 너 수금 안한 거, 내가 다 까줄게.”


원래 내 돈인데 마치 자기들이 맡겨놓은 것 마냥 얘기한다. 살짝 정신이 어떻게 된 것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민석은 병뚜껑을 열고 내 입 속으로 집어넣으려고 하고 있었다.


“잠깐만..! 잠깐만!”


내가 뭐라고 저항할 새도 없이 흑곰이 내 입을 벌리고, 민석이 병 속에 들어있는 액상을 내 입에 털어 넣었다. 그 액체는 굉장히 역한 냄새를 풍기며 빠르게 내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순간적으로 정말 빠른, 이를테면, 100분의 1초 만에 내가 지금까지 알고 지냈던 모든 사람들을 스캔하듯이 그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으아아악!"


그리고 나는 기절했다.


-----------------


잠시 후, 나는 어딘지 모를 이상한 곳에서 깨어났다. 사방이 온통 하얀 색이었고, 어디가 천장인지, 어디가 바닥인지 알 수도 없는 곳이었다. 그냥 하얀 도화지 위에 그려져 있는 느낌이었다. 확실한 것은, 내가 서있는 이 물체는 시계 위라는 것이다. 정말 커다란 시계. 교실만한 크기의 동그란 시계가 생뚱맞게 떠있고, 시침 6개, 분침 6개가 서로 번갈아가며 각자의 숫자를 가리키고 있는 이상한 시계였다.


- 깨어났나요?


그때, 허공에서 어떤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시죠?”


- 저는 리안이라고 해요.


형체가 없으니 어디서 들리는 것인지, 여기는 어디인지 도대체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리안이 뭐죠? 여기는 어디에요? 제가 죽은 건가요?”


- 아니요, 당신은 죽지 않았어요. 이곳은 당신이 잠시 정신을 잃은 사이에 잠시 쉴 수 있는 곳이에요.


“어디 있는 거예요? 지금 어디서 말하는 거냐고요?”


나는 주변을 둘러봤지만, 정말 아무 것도 없었다.


- 저는 천사에요. 사람들이 형상을 만들어두긴 했지만.. 저는 실제로는 형체가 없는 존재랍니다.


나는 속으로 ‘별 이상한 꿈을 다 꾸네.’라고 생각했다.


- 꿈이 아니라는 걸 보여드릴까요?


‘아니, 어떻게 알았지?’라고 또 속으로 생각했다.


- 저는 천사니까요.


리안이라는 천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계 바늘들이 각기 다른 방향과 다른 속도로 빠르게 회전하면서 움직였고, 바늘들이 없어지자 바닥에 검은 구멍이 하나 생겼다. 나는 그 구멍 안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그 안에는 구슬 모양의 형체가 여러 개 떠 있었다. 그 구슬은 방금 만났던 일진 패거리와 내 친구들, 선생님들, 가족들을 비롯한 내가 익숙한 얼굴들과 이름이 한 명씩 적혀 있었다. 마치 우주 위에 떠 있는 별 같았다. 그리고 구멍의 주변에는 정확히 이렇게 쓰여 있었다.


[오늘은 누구의 인생을 체험해보시겠습니까?]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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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정상회담 18.05.16 454 1 7쪽
47 대통령 18.05.16 451 2 7쪽
46 대테러 18.05.16 417 2 7쪽
45 세 번째 프로젝터 18.05.16 422 2 8쪽
44 금고 18.05.15 422 2 8쪽
43 크레이그 18.05.15 438 1 7쪽
42 해독제 18.05.15 430 2 7쪽
41 지하실 18.05.15 449 2 8쪽
40 전화 18.05.15 458 1 8쪽
39 내연녀 18.05.14 452 2 7쪽
38 회식 18.05.14 435 2 8쪽
37 탈출 18.05.14 452 1 7쪽
36 두 번째 프로젝터 18.05.14 488 1 8쪽
35 뜻밖의 멜로 18.05.14 487 1 8쪽
34 식물인간 18.05.13 478 1 7쪽
33 또 다른 프로젝터 18.05.13 482 1 7쪽
32 도주 18.05.13 477 1 7쪽
31 기습 18.05.13 488 1 8쪽
30 단서 18.05.13 503 1 7쪽
29 결백 18.05.13 487 1 8쪽
28 블랙홀 18.05.12 488 1 7쪽
27 용의자 18.05.12 478 1 7쪽
26 유리 18.05.12 473 1 7쪽
25 USB 18.05.12 477 1 7쪽
24 호출 18.05.12 501 1 7쪽
23 분열 18.05.11 502 1 8쪽
22 오해 18.05.11 492 1 7쪽
21 향린이의 과거 18.05.11 503 1 8쪽
20 험난한 아침 18.05.11 516 1 9쪽
19 결투 18.05.11 483 1 8쪽
18 좋은 아이 18.05.10 501 1 8쪽
17 밀회 18.05.10 520 1 8쪽
16 접선 18.05.10 517 1 7쪽
15 실험대상 18.05.10 509 1 7쪽
14 보복 18.05.10 488 1 7쪽
13 1인 1닭 18.05.10 542 1 8쪽
12 조직의 정체 18.05.10 537 1 8쪽
11 USI 18.05.10 544 1 7쪽
10 D-DAY 18.05.09 570 1 7쪽
9 사과박스 18.05.09 573 1 8쪽
8 한경모 18.05.09 634 1 8쪽
7 데이트 18.05.09 670 1 7쪽
6 짝사랑 18.05.09 712 1 8쪽
5 재회 18.05.08 715 2 7쪽
4 흑곰과 배준 18.05.08 797 2 8쪽
3 한남여고 18.05.08 839 1 7쪽
2 신세계 18.05.08 919 3 7쪽
» 프롤로그 18.05.08 1,139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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