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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의 서재입니다.

정령마법으로 세계최강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하비비
작품등록일 :
2022.12.20 18:34
최근연재일 :
2023.01.06 10:4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745
추천수 :
5
글자수 :
86,352

작성
23.01.03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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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노예 계약

DUMMY

#13









개똥이와 팀을 결성한 직후.

아스멜은 틈만 나면 마차를 멈춰세웠다.


“··· 아스멜님 이번이 벌써 10번째입니다.”


화장실 핑계를 대는 것도 더 이상 눈치가 보여 할 수 없는 지경이 됐지만, 그럼에도 아스멜은 연신 갖은 핑계를 댔다.


“진짜 급해서 그래.”

“이번에도 화장실입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여기 경치가 너무 좋아서 조금 보고 가고 싶어서.”

“저흰 지금 놀러나온 것이 아닙니다.”

“그치만 이왕 나온 거 조금은 구경해도 되잖아.”


11살이란 어린 몸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다.

연신 투정과 고집을 부리는 것으로 레이나의 불만을 묵살시킨 아스멜은 곧장 마차를 나와 주변을 걸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마차에서 제법 떨어진 공터를 발견한 아스멜은 숨을 몰아쉬었다.


“후우. 이것도 슬슬 한계구나.”


레이나의 반응을 보아선 앞으로 두 세 번은 더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이 이상 시간을 지체한다면 자신에게도 안 좋았다.

결국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소리다.


주변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바위에 앉은 아스멜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개똥아, 이제 나와도 돼.”


아스멜의 말에 곧장 어디선가 푸른 빛무리가 날아왔다.

예전에 보았던 개똥이.

하지만 지금 아스멜의 눈에는 그저 빛무리가 아닌, 형체를 가진 생물로 보였다.


-으으···! 지겨워 죽겠네.


마치 자기가 마차에서 지낸 것처럼 기지개를 푸는 생물은 주먹 만한 작은 곰돌이였다.


-도대체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거야?


곰돌이는 보기와는 다르게 그리 순하지 않았다.


-그 인간 여자는 왜 자꾸 너를 가만히 두려 하는 거고?


부르자마자 속사포처럼 이어지는 질문들에 아스멜은 물끄러미 곰돌이를 쳐다봤다.


‘갑자기 목소리랑 형체가 보였을 때는 신기하기만 했는데, 이제 보니 이것만큼 귀찮은 것도 또 없네.“


아스멜은 끊임없이 조잘대는 정령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말하자면 입만 아프니까, 그만 해라.”

-또또! 이번에도 내가 궁금해 하는 건 가르쳐주지도 않네.


무슨 정령이 저리도 궁금한 게 많을까.

아스멜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훽 돌린 정령의 태도에 이맛살을 구겼다.


“야, 말은 바로 하자. 내가 언제 안 알려줬다고 그래. 다 알려줬었잖아. 그런데도 네가 계속 질문하니까 진도를 나갈 수가 없어서 그렇지.”


가뜩이나 시간도 얼마 없는데, 녀석의 궁금증을 전부 풀어주면 연구는커녕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결국 아스멜은 삐친 곰돌이의 머리를 붙잡고 나직이 경고했다.


“꼬우면 가. 너 말고도 친구 할 애들 천지니까.”

-인간은 정말 치사하구나.


마치 살해 협박이라도 한 것처럼 말하는 녀석의 말에 아스멜은 손아귀의 힘을 주며 말했다.


“역시 개똥이는 귀찮다. 좀 더 말 잘 듣고 강한 녀석을 찾아봐야 겠···.”

-아아아!! 알겠다고 알겠어! 하면 되잖아.


아스멜의 말에 개똥이가 손을 부웅부웅 휘둘렀다.

다른 정령과 짝을 이룬다는 게 이리도 싫을까.

아스멜은 개똥의 바뀐 태도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뭔가 정령들 사이에 룰이라는 게 존재하는 건가?’


물론 이런 것들은 나중에 시간이 많이 남았을 때 알아보면 될 일이다.

지금은 한 시라도 빨리 정령마법에 익숙해져야 했다.


아스멜은 사색을 멈추고 개똥이를 손에서 풀어줬다.

그러자 개똥이가 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저번에 하던 거라면 마법처럼 보이게 하는 거?“

“그래.”


아스멜이 고개를 끄덕이자, 개똥이가 이윽고 두 손을 모으더니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우웅.


앙증맞은 체구에서 은은한 바람이 불러왔다.

아스멜은 그 모습에 자신 역시 눈을 감았다.


‘정신을 집중해 서로의 감각을 공유한다.’


집중을 이어갈수록 보이지 않는 선이 아스멜과 개똥이에게서 뽑아졌다.

조심스럽게 서로에게 다가가는 실선.

그 두 개의 선이 마치 서로의 짝을 찾기 위해 허공을 허우적한다.

시간이 갈수록 아스멜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피어났다.


‘조금만 더···!’


정말 조금 남은 상황에서 아스멜은 자신의 집중력이 점점 바닥을 드러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지난 노력의 결실일까.


띵!


-됐어!

“좋았어!”


청명하게 울리는 소리와 함께 두 선이 하나로 연결됐다.

그러자 아스멜은 자신의 모든 감각이 달라짐을 느꼈다.


“이게··· 정령과의 교감?”


눈을 뜨자 주변의 경치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달랐다.

예전이었다면 스위치를 켜야지만 보이던 정령들이 지금은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으며, 하늘과 대지의 모든 것이 신비하게 느껴졌다.

마치 세상천지가 살아 숨 쉬는 듯한 감각.


-이제야 첫걸음을 뗐구나!


개똥이가 자랑스럽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린다.

아스멜은 그런 녀석을 보며 물었다.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지?”

-어쩌긴. 끝이야.

“뭐?”


김 빠지는 대답에 아스멜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개똥이가 왜 그러냐며 되려 물어왔다.


-네가 우리의 마법을 쓰고 싶다며? 그런데 뭐가 문제야.

“아니, 뭔가 주문이라던가 다른 훈련이라던가 있을 거 아냐.”

-없어.


너무나 단호한 말에 아스멜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하나 이내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정령의 마법이란 이런 거야.


우웅.


말과 함께 팔을 들어 올린 개똥이의 감각이 그대로 전해졌다.

그저 바람을 연상하는 것만으로 바람이 자신의 힘이 된다.


휘이익.


“된다.”


신기한 기분이었다.

아스멜은 개똥이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팔에도 바람이 막을 이루는 것을 보며 작게 감탄했다.

마법에서 쓰이는 여러 마법진과 영창, 마법술식의 구조 따위는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정령마법에서 필요한 것은 그저 의지와 정령과의 교감 뿐이었다.

그제야 아스멜은 어째서 고대 시대에 정령사가 그토록 강한지 알 수 있었다.


“이러니까 악마와 싸울 수 있는 거지.”

-어때? 굉장하지?


옆에서 개똥이가 으스대는 것을 보며 아스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굉장하네.”


그리 중얼거리며 아스멜은 자신의 팔을 감싼 바람을 조금 더 압축해보았다.


우웅!


처음에는 옷을 입은 듯 은은하게 팔을 덮던 바람이 갑옷처럼 단단하게 변했다.


“이런 것도 좋네.”


바람을 이용한 보호막 형성은 언제 어디서 다칠지 모를 상황에서 상당히 유용해 보였다.

그렇게 아스멜은 정령 마법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시험을 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핑.


갑자기 엄청난 현기증과 함께 팔을 감싸던 바람이 풍선 터지는 소리와 함께 흩어졌다.


-힘을 너무 많이 썼어.

“어째서···?”


네가 아까 그랬잖아.

정령 마법은 인간이 사용하는 마법과는 다르다고?


연결된 감각을 통해 아스멜의 의문이 개똥이에게 전달됐다.


-맞아. 달라.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정령에게만 해당되는 거고, 너는 인간이잖아?


그건 또 뭔 헛소리냐.


거듭되는 현기증과 메스꺼움 속에서 아스멜은 개똥이를 노려보며 물었다.

그러자 개똥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에휴. 이래서 인간은 안 된다니까? 모든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걸 모르는 거야? 너는 나와 연결된 걸로 내 힘을 빌리는 것 뿐이야. 그럼 나는 빌려준 힘의 대가를 받아야 하고.


대가.

그동안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단어에 아스멜이 개똥이를 죽일 듯 노려봤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정신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이 또한 개똥이와의 연결에 의한 것이겠지.


“이··· 이걸 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우선 이 지끈거리는 두통부터 어떻게 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집중을 하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끊어질 것 같은 상태에서 한가롭게 대화를 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개똥이는 아스멜의 물음에 딴청을 피웠다.


-그러게. 그걸 어떻게 해야 하더라.

“이··· 새끼가.”


처음 이 교감이란 기술을 알려 준 것도 저 녀석이다.

그런데 해체하는 방법을 모른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아스멜은 이를 갈았다.

하지만 여전히 개똥이는 한가롭게 허공을 유영할 뿐, 이렇다 할 해답을 제시하진 않았다.

그보다는 오히려 즐겁다는 듯 아스멜을 쳐다보며 이죽거렸다.


-어때? 힘들지. 힘들 거야. 네게서 정력을 뽑아가는 거니까.

“정력···?”

-그래, 이제는 너무 오래돼서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먼 옛날. 너희 인간과 우리들을 연결 시켜주던 힘이지.


개똥이는 말과 함께 천천히 아스멜에게 다가갔다.


-너희 인간과는 다르게 우리들에게 식사란 개념은 존재하지 않지. 하지만 유일하게 우리가 포만감이란 것을 느낄 때가 있어.


그리 말하며 개똥이는 아스멜을 가리켰다.


-그건 바로 너 같은 정력을 가진 인간. 싱싱하면서도 농후한 너희의 힘. 그게 유일하게 우리들에게 허락된 식사야.


식사.

그 말에 아스멜의 표정이 굳어졌다.

개똥이는 그 모습을 보며 깔깔 웃었다.


-그 표정 좋은데? 역시 인간은 재밌어. 목숨을 위협 받으면 곧바로 뒤집어버린다는 점에서 더욱!


마치 사이코패스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아스멜이 차분히 물었다.


“그래서 날 어쩌려고? 죽이게?”


녀석의 태도를 보아선 당장 모든 정력을 빨아먹을 것처럼 보였지만, 아스멜은 오히려 그것이 놈의 의도라고 생각했다.


‘죽일 거였으면 벌써 죽였겠지.’


그도 그럴게 처음에 느낀 현기증과 메스꺼움이 어느새 참을 만 해졌다.

놈이 정력을 빨아먹는 걸 조절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잘 알고 있네. 맞아. 니 생각대로야. 난 너를 당장 죽일 맘이 없어.


선을 통해 연결된 사고는 일방통행이라도 되는지 아스멜의 생각이 전부 읽히고 있었다.

아스멜은 그 사실에 이를 갈았다.


“빌어먹을 정도로 너네한테 편리한 능력이네.”

-당연하지. 내가 그렇게 설정했으니까.

“설정?”


난데없이 설정이란 말에 아스멜이 이마를 찌푸리자, 개똥이가 비릿하게 웃었다.


-설마 이런 일방적인 게 당연히 정령과의 교감이라고 생각했어? 그럴 리가. 모든 계약은 언제나 서로 조율을 통해 이루어지는 거야. 인간인 주제에 그런 것도 몰랐어?


알려주지도 않았던 것을 마치 당연히 알고 있다는 듯 지껄이는 녀석의 말에 아스멜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완전히 노예 계약을 했다는 거네?”

-그렇지!


정답을 맞춘 보답이란 걸까. 방금 전보다 조금 상쾌해지는 것을 느끼며 아스멜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일방통행 뿐인 계약. 일명 노예 계약을 맺어버렸단 사실은 충격이었다.

하물며 녀석은 지금 이 순간에도 꾸준히 정력을 빨아먹고 있었다.

마치 피를 빠는 모기··· 아니, 이럴 땐 기생충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어이! 내가 벌레라는 거야?


옆에서 씩씩대는 기생충을 무시하고 하늘을 쳐다본 아스멜은 미소를 지었다.


“이러면 완전히 나가리잖아?”


3년 뒤에 가문을 나가야 하는 일에서 벗어나나 싶더니 의심을 사질 않나.

기껏 이세계전생을 해서 이제야 좀 편하게 살아보나 했더니 마탑에서 이를 증명해야 하질 않나.

심지어 이젠 정령까지 말썽이라니.

이를 좋게 받아들이는 건 너무 긍정적인 생각일까.


눈앞의 거슬리는 것부터 해결하다 보면 되지 않겠나.

아스멜은 나직이 중얼거렸다.


“우선 이 녀석부터 해결한다.”


예로부터 피를 빠는 것들은 전부 잡아 족치라는 옛말이 있지 않던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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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해결 그리고 도착 23.01.06 26 0 12쪽
14 정령계의 아이돌 23.01.05 29 0 19쪽
» 노예 계약 23.01.03 34 0 11쪽
12 친구가 생기다. 23.01.02 38 0 11쪽
11 의심. 22.12.31 35 0 11쪽
10 새로운 길 22.12.29 40 0 10쪽
9 마나의 방 22.12.28 48 0 12쪽
8 검술을 배우다. 22.12.27 55 0 15쪽
7 게스나의 3법칙 22.12.27 56 0 12쪽
6 1만 번. +2 22.12.24 64 1 13쪽
5 중2병 22.12.22 58 0 13쪽
4 정령을 만나다 22.12.21 63 1 11쪽
3 검술을 배우다 22.12.20 61 1 15쪽
2 대면 22.12.20 59 1 14쪽
1 다시 태어나다. 22.12.20 8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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