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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의 서재입니다.

정령마법으로 세계최강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하비비
작품등록일 :
2022.12.20 18:34
최근연재일 :
2023.01.06 10:4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746
추천수 :
5
글자수 :
86,352

작성
22.12.21 17:20
조회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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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정령을 만나다

DUMMY

#4












기본이 중요하다.

그 말을 듣고 아스멜은 방금 전 일렌이 보였던 찌르기를 떠올렸다.


그저 단순한 찌르기.

5살짜리 어린 아이도 쉽게 할 수 있는 찌르기였다.

엄청난 파워가 있던 것도 아니며, 현묘한 흐름이 있던 것도 아닌.


“재밌네.”


어느새 일렌은 연무장을 뛰고 있었다.

아스멜은 그런 그의 뜀박질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일단 자기를 만족시키라는 거지?”


명색의 기사단장.

그것도 명문 그레이 가문에서 기사단장씩이나 하던 양반이 검술을 가르치겠다고 한 거다.

분명 그 안에 무슨 뜻이 있을 터.


아스멜은 연무장을 바라보며 투지가 끓는 것을 느꼈다.


“그래, 해주마.”


그리 다짐한 아스멜은 곧바로 목검을 쥐었다.

방금 전 일렌이 보였던 찌르기.

그건 정말로 단순한 찌르기였다. 1번 본다고 해서 잊을 리가 없을 만큼.

그렇기에 이제 막 운동을 시작한 그도 너무나 쉽게 할 수 있었다.


후욱!


가볍게 내지른 목검이 바람을 가르진 않는다.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니까.


하지만 막상 검을 내지르자 일렌의 찌르기와 무언가가 달랐다.


“이게 아닌데···”


후욱!


다시 목검을 찔러넣었다.

허공을 가르는 목검의 울림이 들렸다.

그간 운동을 한 성과가 보였다.

하나 그 뿐이었다.


아스멜은 자신과 일렌의 차이가 뭔지 골똘히 생각해봤지만, 도무지 그 차이를 알 수 없었다.


“대상이 있어야 하나?”


본디 검술은 상대를 죽이기 위한 기술.

그저 허공에 검을 휘두른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러니 아스멜은 곧장 고개를 돌렸다.


어느덧 시간은 아침을 향해 있어서인지, 연무장은 점점 기사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스멜은 그간 얼굴이 익숙한 이들 중 하나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헤밀턴!”

“오, 아스멜님. 오늘도 일찍 나오셨군요.”


기사들 중에서는 가장 연수가 낮은 헤밀턴이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는 가문에 들어온 지 이제 막 5년이 지났는데, 위치 상 그간 아스멜이 한 행동에 대해 잘 알지 못 하는 부류 중에 하나였다.

덕분에 아스멜은 그와 비교적 쉽게 친해 질 수 있었고, 그렇기에 가감 없이 그에게 다가가 부탁할 수 있었다.


“헤밀턴, 부탁 하나만 하자.”

“부탁이요?”


뜬금없는 아스멜의 부탁이란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던 헤밀턴은 이내 자신이 배운 검술을 받아달라는 그의 말에 고개를 주억였다.


“그런 부탁이라면 언제든지 좋습니다.”


명색이 검으로 밥벌이를 하는 이라 그런가, 헤밀턴은 미소를 지으며 연무장에 있는 목검을 가지고 왔다.

별다른 말도 없이 흔쾌히 승낙한 그의 모습에 아스멜 역시 마주 미소를 지으며 목검을 들었다.


“언제든 들어오십쇼.”


헤밀턴이 손을 까딱이며 신호를 주자마자 아스멜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곧바로 일렌이 보여주었던 찌르기를 그에게 내지른다.


훅!


제법 날카롭게 찔러 넣은 아스멜의 검이 헤밀턴의 복부를 향했다.

하지만 헤밀턴은 그런 그의 생각과는 달리 너무나 쉽게 검을 쳐냈다.


퍽!


“커헉!”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그림 같은 연계.

검을 쳐낸 헤밀턴의 주먹이 아스멜의 복부에 꽂혔다.

아스멜은 그대로 연무장 바닥을 뒹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헤밀턴은 힘차게 소리쳤다.


“방금 그 한심한 찌르기는 뭡니까! 다시!”


마치 사람이 달라진 듯 엄하게 꾸짖는 헤밀턴의 외침에 아스멜은 대자로 뻗어 있는 상태로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응?”


어째서 하늘이 보이는 걸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신은 분명 헤밀턴에게 찌르기를 했다. 그런데 그 다음이 기억 나지 않는다.


‘내가 당했어? 왜?’


의문은 곧이어 이어진 통증에 알 수 있었다.


“으윽!”


배가 아프다. 복부를 얻어 맞아서 그런지 아찔한 충격이 배에 전해졌다.


“일어서!”


연이어 이어진 헤밀턴의 외침에 정신을 차린 아스멜은 배를 부여잡고 목검으로 몸을 지탱하고 나서야 겨우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헤밀턴이 한심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검술을 배운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설마 방금 그걸 말하는 건 아니겠죠?”

“설마.”


씨익 웃으며 대꾸해주자, 헤밀턴이 다시금 소리쳤다.


“그렇다면 어서 오십쇼!”

“하압!”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아스멜은 목검을 부여잡고 달려들었다.


퍽. 퍽. 퍽.


쉴 새 없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수 만큼 헤밀턴의 주먹이 전신을 주물렀다.


어느새 해가 중천을 가리킬 때 즈음, 아스멜의 몰골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서자라 해도 명색이 가문의 차남인데도 불구하고 헤밀턴은 손 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덕분에 아스멜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 한 채 처음과 마찬가지로 대자로 뻗어 하늘을 보고 있다.


“아직 많이 부족하십니다. 정진하십쇼.”


헤밀턴도 그 나름대로 몸을 푼 건지 개운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저건 그냥 즐기는 거 같은데?’


아스멜의 생각이 맞다는 듯 만연한 미소를 짓는 헤밀턴이 중얼거렸다.


“역시 사람을 패는 손맛은 이래야지.”

“뭐?”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전 근무가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멋들어지게 경례를 하며 달려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스멜은 헤밀턴과의 대련을 되집었다.


기사가 괜히 기사가 아니라는 듯, 수십 번의 기회 중에 한 번도 목검이 닿는 일은 없었다.

그와 자신의 차이를 제대로 마주한 기분이었다.


“역시 강하네.”


전신이 쑤시고 아픈 와중에도 무언가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게 상승욕이라는 걸까.


아스멜은 삐걱거리는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어느새 옆에는 레이나가 수건을 들고 있었다.


대체 언제 온 거야?


“대단하시네요.”

“뭐가.”

“아스멜님의 모습이요.”

“맥이는 거냐?”

“그럴 리가.”


하!

이 메이드는 가만 보면 말이 너무 직설적이다.

무슨 소리냐고? 말이 너무 짧다는 소리다.


레이나가 건넨 수건으로 대충 몸을 닦은 뒤, 연무장 한 켠에 앉은 아스멜은 멍하니 목검을 쳐다봤다.


찌르기.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다.

그것이 이번 대련에서 그가 얻은 교훈이었다.


‘처음에는 고작해야 찌르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마치 찌르기에도 결이 다르고, 급이 다르다는 듯 헤밀턴이 한 찌르기와 자신의 찌르기는 달랐다.

하물며 그의 움직임마저도 자신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아스멜은 곰곰이 생각했다.

자신과 일렌의 차이는 뭘까. 그리고 헤밀턴과 자신의 차이는? 차이가 난다면 그건 훈련의 시간일까? 그도 아니면 검술의 유무? 애초에 검술의 정의는 뭐지? 찌르기를 검술이라 말할 수 있는 거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답이 이어졌다.

그렇게 결론이 도출할 즈음.

아스멜은 하늘을 보곤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있던 태양이 어느새 모습을 감춘 것이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지?”


한 번도 겪지 못한 상황에 아름답게 하늘을 비추는 달빛을 바라보자,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정신이 돌아오신 겁니까?”

“···너 계속 옆에 있었나?”

“주인에게 봉사와 헌신을 하는 것이 메이드의 책무니까요.”


아무렇지 않게 낯간지러운 말을 하는 레이나의 모습에 내심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 아스멜은 문뜩 궁금증이 생겨 물었다.


“내가 언제부터 이랬어?”

“‘검술이 어째서 검술인가’라는 말을 한 뒤로 말을 걸어도 대답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이야.”


절로 감탄이 나올 집중력이었다.

전생에서도 집중력은 나름 좋은 편에 속했는데, 현재 그의 몸은 좋다는 말이 무색하게 만들었다.


꼬르륵.


“식사를 하시겠습니까?”

“아무래도 그래야겠어.”


멋쩍게 뒷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레이나가 가지고 있던 담요를 건네주었다.


“날씨가 춥습니다.”

“오! 고맙다.”


아스멜은 마침 쌀쌀하다고 생각한 참에 담요를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언제 봐도 똑 부러진 메이드다.

말을 하지 않아도 미리 준비까지 하다니.

한편으로는 하루 종일 자신의 옆을 지켰던 메이드의 노고가 떠올랐다.


‘내일은 좀 늦게 일어나야겠네.’


그리 다짐하며 방으로 향한 아스멜은 간단하게 식사를 마친 뒤, 침대에 몸을 뉘였다.

푹신한 침대는 눕자마자 전신의 피로를 전부 받치는 것 같았다.

눈을 감자마자 졸음이 쏟아졌다.



*



몽롱한 부유감.

마치 하늘에 붕붕 떠있는 것 같은 기분에 아스멜은 눈을 떴다.


“여긴···?”


주변을 둘러보자 실제로 그는 하늘을 날고 있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자각몽인가.”


전생에서 도시 전설처럼 떠돌던 이야기.

자각몽.

본래 사람은 꿈에서 의지를 행할 수 없지만, 자각몽은 꿈에 한해서는 그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한 자각몽의 매력에 자신 역시 몇 번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될 리가 없지.’


물론 그가 한 행동이 틀렸을 수도 있었지만, 애초에 호기심에 의한 행동이었으니 그대로 잊고 살았다.

한데, 그런 자각몽을 이제야 했다는 사실에 감개무량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둥실둥실 하늘을 떠다니며 생각에 잠겼던 아스멜은 이내, 시야에 들어오는 무언가를 보았다.


“돌?”


거대한 바위였다.

자신이 하늘에 있음에도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커다란 바위.

언제부터 저기 있던 거지?


아스멜은 의아함을 느끼며 바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역시 꿈이라서 그런가, 바위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자 자연히 그곳으로 몸이 이동했다.


콰아앙!


족히 수 킬로는 떨어진 바위에 점점 다가가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콰앙!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가 천둥처럼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졌다.

아스멜은 미간을 찌푸려 소리의 근원지를 보았다.


그곳에는 한 사람··· 아니, 덩어리가 있었다.

사람의 형상을 한 덩어리.

그건 마치 피처럼 붉은 빛을 띈 덩어리였다.


“저걸 부수려고 하는 건가?”


붉은 덩어리는 연신 산처럼 거대한 바위를 주먹으로 치고 있었다.

물론 바위는 부서지기는커녕 실금 조차 나지 않았다.


아스멜은 기묘한 기분을 느끼며 붉은 빛의 남자에게 다가갔다.


“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


어차피 꿈 속이라 가볍게 말을 걸어봤다.

하지만 남자로 보이는 붉은 덩어리는 그런 그의 말에 무시로 일관했다.


콰앙!


주먹을 한 번 내려칠 때마다 거대한 폭음과 함께 산이 흔들린다.

하나 그럼에도 산은 흠집조차 나지 않는다.


“그걸 부수려고 하는 거야?”


연신 아스멜은 질문을 해보지만, 붉은 남자는 멈추지 않는다.

결국 답답함을 느낀 아스멜이 남자의 어깨를 붙잡자, 그제서야 남자가 자신을 바라봤다.

그 순간, 아스멜은 이상함을 느꼈다.


“나··· 잖아?”


남자의 얼굴은 자신이었다.

입과 몸은 여전히 붉게 일렁이는 덩어리로 이루어졌지만, 분명 얼굴만큼은 아스멜 자신이었다.


“···.”


도저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불길함이 그를 엄습했다.

붉은 아스멜의 시선이 그를 향하더니 입이 열렸다.


[나는 파괴.]


목소리가 아니었다.

머릿속으로 직접 울리는 소리.

그 기괴한 상황에 아스멜이 뒷걸음질을 쳤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붉은 아스멜은 말을 이었다.


[파괴의 정령이다. 넌 누구냐.]

“나··· 나는 아스멜.”


너무나 압도적인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대답을 한 아스멜은 멍하니 붉은 자신을 바라봤다.

그러자 붉은 아스멜··· 아니, 파괴의 정령이라 불린 놈이 고개를 내저었다.


[넌 아직 너무 약해.]


그것으로 꿈은 끝이 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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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해결 그리고 도착 23.01.06 26 0 12쪽
14 정령계의 아이돌 23.01.05 29 0 19쪽
13 노예 계약 23.01.03 34 0 11쪽
12 친구가 생기다. 23.01.02 38 0 11쪽
11 의심. 22.12.31 35 0 11쪽
10 새로운 길 22.12.29 40 0 10쪽
9 마나의 방 22.12.28 48 0 12쪽
8 검술을 배우다. 22.12.27 55 0 15쪽
7 게스나의 3법칙 22.12.27 56 0 12쪽
6 1만 번. +2 22.12.24 64 1 13쪽
5 중2병 22.12.22 58 0 13쪽
» 정령을 만나다 22.12.21 64 1 11쪽
3 검술을 배우다 22.12.20 61 1 15쪽
2 대면 22.12.20 59 1 14쪽
1 다시 태어나다. 22.12.20 8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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