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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의 서재입니다.

정령마법으로 세계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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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비
작품등록일 :
2022.12.20 18:34
최근연재일 :
2023.01.06 10:40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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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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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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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7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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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게스나의 3법칙

DUMMY

#7













하나··· 둘··· 셋.


빠르고 정확하게 찌르는 검에는 힘이 가득 실려있다.

하지만 그것이 천 번을 넘어 만 번에 다다를수록 처음에 보여주던 힘은, 정확도는 한 없이 약해진다.


“하악··· 하아···!”


숨조차 제대로 내쉬기 힘든 상황 속에서 아스멜은 연신 목검을 찔렀다.


후욱!


그간 쉼 없이 자라난 두 팔은 목검을 한 없이 가볍게 만들었지만, 지금와서는 마치 천 근만큼 무겁게 느껴진다.

내가 들고 있는 게 뭐지?

더 이상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찌르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여전히 처음 정해둔 수에는 미치지 못 한다.


1만 번.

첫 날에 했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피로가 전신을 가득 침범했다.


“커헉!”


입에서 연신 튀어나오는 침을 삼킬 생각조차 못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어디선가 나타난 녹색 빛이 아스멜의 몸을 휘감았다.


“힐!”


옆에서 들려오는 강직한 목소리.

그 목소리와 동시에 방금 전까지 끊어질 것 같던 아스멜의 몸에 힘이 생겨났다.


“또냐!‘


마치 강제로 각성이라도 시키는 것 같은 불가사의한 힘.

그 힘으로 아스멜의 몸은 망가지지 않았다.

그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벌써 쓰러지려고 하다니. 근성이 부족하다. 부족해.”


쯧쯧쯧.


혀를 차는 소리가 신경질적으로 들려왔다.

벌써 저 소리만 몇 번째 듣는 걸까.


아스멜은 연신 혀를 차며 불만을 토로하는 레이브를 바라봤다.

자신은 딱 죽기 직전까지 검을 휘두르고 있는데 반해, 한가롭게 홍차를 홀짝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음! 역시 레이나가 타 준 게 제일 좋아.”

“감사합니다.”


검을 가르쳐주겠다는 양반이 어째서 홍차를 퍼마시고 있는 걸까.

아스멜은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왜. 왜 내가 이런 짓을 또 해야 하냐고!”

“어허! 말 할 힘이 있으면 하나라도 더 빠르게 움직여라.”


말을 할 때마다 들려오는 질타. 그리고 간간히 들리는 훈수.


“그저 찔러넣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꺼져라. 시간 아깝다.”

“제길!”

“욕 할 에너지를 검에 집중 해!”

“힐!”


정신 공격과 강제 각성.

이 두 가지가 연이어 지속 되자, 아스멜은 정말 죽을 것만 같았다.


‘저게 말로만 듣던 성직자인가?’


힐끔 고개를 돌린 아스멜의 시선에는 새하얀 성복을 입은 중년의 사내가 있었다.

그는 레이브와 함께 홍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간간히 고개를 돌려 아스멜의 상태를 살폈다.

그리고 혹여나 그가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다 싶으면.


“힐!”

“또···!”


그의 몸을 회복시켰다.


만약 이러한 짓을 전생에서 했다면 의사는 물론이고 아동학대란 말이 나올 정도의 훈련법.

하지만 마법이 존재하고, 신이 존재하는 이세계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훈련법이 아스멜을 통해 펼쳐졌다.


‘조금이라도 다치면 강제로 회복. 기절할 것 같으면 강제 각성. 하지만 결코 완전한 치유는 안 한다.’


일명 게스나의 3법칙이라 불리는 이 방법 때문에 아스멜은 정말 죽을 맛이었다.


“이런 씨팔!”


대체 누가 이딴 훈련법을 만들었을까.

게스나. 누군진 몰라도 분명 제정신이 아닌 인간임이 분명했다.


아스멜은 그렇게 ‘게스나의 3법칙’의 제작자를 씹으며 검을 휘둘렀다.

훈련이 끝난 건 그로부터 해가 저물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털썩.


“드디어···.”


무한히 이어질 것 같던 훈련도 결국 끝이 있다는 듯, 만 번 역시 결국엔 끝이 났다.

아스멜은 힘 없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런 그에게 레이브가 다가와 말했다.


“역시 돈이 좋긴 좋군. 어디서 이런 훈련을 해보겠어.”


마치 좋은 구경을 했다는 듯 만족스럽게 미소 짓는 그를 보며 아스멜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평범하게 하는 훈련이 아닙니까?”

“응? 당연한 소릴. 이런 무식한 방법은 옛날 방식이지, 지금은 그렇게 안 한다.”


“···.”


순간 아스멜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욕설이 튀어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전 왜 이런 무식하고 낡은 방식을 한 겁니까.”


만약 그저 재미로 이딴 짓을 한 것이라면 당장 그의 머리를 부셔버릴 것이다.

반드시 그리 할 것이다.

다짐에 다짐을 한 아스멜이 일렁이는 눈동자로 그를 쳐다봤다.


“너는 딱 이게 맞으니까.”

“이게 맞다?”

“그래. 정 못 믿겠다면 내게 검술을 배우는 건 포기해도 좋다.”


단호한 레이브의 말에 아스멜은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포기라니. 이걸 그냥 무조건 해야 한다고?”

“그렇다. 난 이 훈련법을 포기할 생각이 없으니까.”

“그런 법이 어딨어!”


순간 너무 화나 예의고 나발이고 다 잊은 아스멜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런 무식한 짓거리를 앞으로도 쭈욱 해야 한다고?”


끄덕.


이제는 말조차 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는 레이브의 태도에 아스멜이 그를 노려봤다.

레이브는 그런 동생의 시선을 무시한 채, 레이나가 준비한 의자에 앉았다.


“자, 지금 선택해라. 할 거냐 말 거냐.”


막무가내로 나가는 그의 모습에 아스멜은 허탈하게 웃음을 흘렸다.


“허허··· 이젠 막 가자고?”

“어차피 손해 보는 건 너다.”

“하!”


자신이야 이 가문의 후계자니까 상관 없다.

레이브는 지금 그리 말하고 있었다.


아스멜은 여유롭게 홍차까지 음미하는 레이브를 보며 이를 갈았다.


“이익!”


이 성에서 자신에게 검을 가르쳐 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스멜은 빠르게 성의 주요 인물들을 떠올려봤다.


‘일렌은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숲으로 갔고, 가문의 기사들은 제대로 가르쳐 줄 것 같진 않고··· 결국 답은 정해졌네.’


앞으로 남은 시간은 3년 반 남짓.

그 후엔 출가외인이 될 자신이 이 험한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그의 도움이 필요했다.


아스멜은 완전히 벼랑 끝에 몰린 스스로를 떠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다.”

“뭐?”

“···한다고.”

“좋아. 그럼 내일 보도록 하지.”

“잠깐.”


모든 게 자기 뜻대로 됐다는 사실에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벗어나려던 레이브는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뭐지?”

“궁금한 게 있어.”

“시간 없으니 빨리 말해라.”


거 참. 명색이 형이라는 작자가 까칠하기는 더럽게 까칠하다.

아스멜은 혼자 중얼거리며 입을 열었다.


“이 훈련. 몸에 문제는 없는 거야? 무조건 다칠 것 같은데.”

“문제 없다.”

“못 믿겠어.”

“믿고 자시고의 문제가 아니다.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역사?”


왜 여기서 역사라는 괴상한 말이 튀어나온단 말인가.

아스멜은 고개를 기울이며 이어질 레이브의 말을 기다렸다.

그러자 레이브가 설마 모르는 거냐며 미간을 찌푸렸다.


“네놈은 도대체 이 가문에 대해 아는 게 뭐냐. 매일 이상한 실험만 하더니 정말 미치기라도 한 게냐?”

“딴 소리 하지 말고 말하기나 해.”


점점 짧아지는 말투에 레이브가 불쾌한 듯 중얼거렸다.


“분명 형제 간에 예의를 지키자고 했을 텐데···”

“시간 없다고 한 건 형님입니다.”

“이런··· 벌써 시간이.”


검게 물든 하늘을 보며 레이브가 곤란한 듯 말했다.


“말 그대로다. 이 훈련법은 고대부터 전해지는 유서 깊은 훈련법이란 소리다.”

“고대부터?”

“자세한 걸 알고 싶으면 네가 그토록 좋아하는 책에 다 있으니 가서 읽어봐라. 난 이만 가마.”


그리 말하며 레이브는 뭐가 그리 급한 지 서둘러 성 안으로 들어갔다.

아스멜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미심쩍다는 듯 말했다.


“정말 문제 없나?”

“문제 없을 겁니다.”

“정말 문제 없다고?”


너무나 확신 어린 말에 아스멜이 의심쩍게 바라보자, 그녀가 한 권의 책을 내밀었다.


“이걸 보시면 아실 겁니다.”

“그게 뭔데.”

“아스멜님이 궁금해 하시는 ‘게스나의 3법칙’의 역사에 대한 책입니다.”

“어?”


저걸 왜 네가 들고 있어? 란 표정을 짓자, 그녀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처음 훈련이 끝나셨을 때 궁금해하실 것 같아, 하녀들을 시켜 가지고 오라 했습니다.”

“···처음부터?”

“예.”


주인이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의중을 파악해 필요한 것을 미리 준비하다니.


아스멜은 눈앞에 있는 메이드가 단순한 메이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심스레 물었다.


“너 혹시 암살자나 뭐 그런 거 아니야?”

“무슨 소릴 하시는 겁니까.”

“아니, 너 같은 메이드가 세상 천지에 어딨을까 싶어서.”

“아스멜님이 저를 높게 봐주신 건 감사합니다만, 세상에는 저보다 더 뛰어난 메이드가 많습니다.”


정말 레이나 다운 말에 아스멜은 그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


당연히 그녀의 말은 믿지 않았다.



.

.

.



방에 도착하고 아스멜은 곧바로 밥을 먹은 뒤 레이나가 준 책을 열었다.


“게스나 연대기?”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제목에 피식 웃으며 책을 펼쳤다. 나름의 역사가 있는 책이라 그런지 펼치지만 해도 얼마나 방대한 양이 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진짜 여기에 게스나 3법칙에 대한 내용이 있다는 거지?”


사실 막상 책을 보면서도 긴가민가한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애초에 책 제목부터가 나이아··· 아니, 게스나 연대기지 않나.


“진짜 제목 그대로 연대기면 안 되는데···.”


그리 중얼거리며 책을 읽어가기 시작한 아스멜은 이윽고 절반 정도 읽던 도중 잠시 책을 덮었다.


“후우···.”


숨을 내쉬며 방금 전 읽었던 내용을 곱씹던 아스멜이 짧게 감상을 떠올렸다.


“진짜 소설이네.”


게스나 연대기.

아직 절반 정도밖에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건 역사서가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소설에 가까운 책.

어째서 레이나는 이것을 역사서라고 말한 건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이 책은 역사서가 아니란 거다.


“이상하네. 레이나가 잘못 줄 것 같진 않은데.”


실제로 제목도 게스나 연대기가 아니던가.

아직 읽지 않은 부분에서 게스나의 3법칙에 대한 이야기가 있을 거라 생각한 아스멜은 마저 읽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잠시 후, 끝장까지 다다른 아스멜은 인상을 팍 찡그리며 책을 덮었다.


“그냥 소설인데?”


그것도 아주 잘 만든 명작 계열의 소설.

만약 이게 전생에서 나왔다면 월드 베스트셀러는 따 논 당상인 수준으로.


“대단하긴 했어.”


마치 스스로가 게스나가 된 것 같은 감각에 아스멜은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유난히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장면에 무심코 자리에서 일어난 아스멜은 책의 내용을 떠올리며 몸을 움직였다.


“계속 움직이면서 회복하고 정신은 바로 한다···.”


끝없이 몰려드는 악마들의 공세는 게스나에게 쉴 시간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몸을 혹사 시키면서도 회복을 해야만 했다.

다행히 그의 동료였던 성녀가 마르지 않는 회복으로 그를 도와주었다.


당시의 장면을 상상하며 아스멜은 불현 듯 몸을 움직였다.

책에 있던 게스나의 움직임을 따라하듯.


물론 실제로 게스나의 움직임을 재현 하지는 못 했다. 그가 게스나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기에 아스멜의 움직임은 조잡하고 볼품 없었다. 하지만 아스멜은 그럼에도 꿋꿋하게 몸을 움직였다.

게스나가 전장에서 행한 3법칙을 떠올리며.


“어?”


정신을 차렸을 땐 온몸에서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방금 전에 막 샤워를 끝냈는데 어째서?


아스멜은 대체 왜 자신이 땀을 흘리고 있으며 어째서 게스나의 3법칙을 따라한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어째서··· 내가?”


정말 무언가에 홀리듯 기억에도 없는 움직임을 따라한다.

이 기묘한 기현상에 아스멜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설마···.”


이세계에도 귀신이란 게 존재할까?

아스멜의 뇌리에 그러한 생각이 들었을 때.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똑똑.


“으갹!”


너무 깜짝 놀란 아스멜이 소리를 지르자, 다급히 레이나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스멜님! 무슨 일이세요?”

“어···어!”


너무나 당연하게도 등장한 레이나의 모습에 아스멜이 상황파악을 하고 있자, 그녀가 옆에 놓인 책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책을 끝까지 다 읽으셔서 그러신 거군요.”


마치 잘 알고 있다는 듯 말하는 그녀의 태도에 아스멜이 책과 레이나를 번갈아보며 물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접신하신 겁니다.”

“접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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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마법으로 세계최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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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해결 그리고 도착 23.01.06 26 0 12쪽
14 정령계의 아이돌 23.01.05 29 0 19쪽
13 노예 계약 23.01.03 34 0 11쪽
12 친구가 생기다. 23.01.02 38 0 11쪽
11 의심. 22.12.31 35 0 11쪽
10 새로운 길 22.12.29 40 0 10쪽
9 마나의 방 22.12.28 48 0 12쪽
8 검술을 배우다. 22.12.27 56 0 15쪽
» 게스나의 3법칙 22.12.27 57 0 12쪽
6 1만 번. +2 22.12.24 64 1 13쪽
5 중2병 22.12.22 58 0 13쪽
4 정령을 만나다 22.12.21 64 1 11쪽
3 검술을 배우다 22.12.20 62 1 15쪽
2 대면 22.12.20 59 1 14쪽
1 다시 태어나다. 22.12.20 8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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