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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새벽너울

겁쟁이 형사에게 귀신들이 몰려온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방탱
작품등록일 :
2024.03.28 15:35
최근연재일 :
2024.05.29 08:25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28,699
추천수 :
610
글자수 :
250,851

작성
24.04.18 08:25
조회
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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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11쪽

장례식장에서 만난 인연 (6)

DUMMY

"증거가 있다고요? 블랙박스도 목격자도 없었어요."

"있어요. 블랙박스도 목격자도. 목격자는 저."

"어디, 어디 있습니까? 블랙박스"


진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안내 할게요. 저랑 같이 가요. 그 놈 집에."


진아는 자신을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진짜 있는걸까.


"저랑 유진이도 따라갈래요."


나는 세 명의 여자귀신과 함께 차를 타고 한마루의 집으로 향했다. 과학 수사대가 아직 주사중이라 발에 비닐을 신발과 장갑, 마스크까지 쓰고 폴리스 라인을 올려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에서 조사중이던 아리가 나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어 선배님."

"아직 뭐 나온거없죠?"

"네. 그런데 혈흔이 하나 나왔는데 확인해보니 김보라씨랑 일치했습니다."

"그렇군요."

"선배님도 둘러보시게요?"

"네. 저 신경쓰지 마시고 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아리는 나를 지나쳐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허공을 바라보며 진아에게 작게 물었다.


"어디를 찾으면 되는 건가요."

"안방 드레스룸에 코트들이 걸려있는 곳이 있어요. 그 뒤쪽을 두드려보면 소리가 다른 지점이 있을거에요. 거길 밀면 그놈이 숨겨놓은 증거가 있어요."


나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거실에 집중되어 있는 틈을 타 조용히 드레스 룸으로 들어갔다. 아까는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드레스 룸은 정말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옷의 종류와 재질, 그리고 색깔별로 나누어 정리되어 있었다.

그 중 진아가 가리키는 곳으로 다가갔다. 유진이와 수민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나와 진아씨를 지켜보기만 했다.


탁탁 탁탁 통통 탁탁


통통? 여긴가?


나는 진아가 말하는 대로 소리가 다른 그 곳을 눌렀다. 그러자 벽 처럼 생긴 그곳이 밀림과 동시에 앞으로 튀어나왔다. 벽이 아니라 작은 서랍이었다.

그 안에는 usb 하나와 SD카드가 들어 있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비닐팩을 꺼내 조심스럽게 두개의 증거를 담았다. 진아는 그때부터 뭔가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이제 됐다라는 마음이었을까.


"아리씨."

"네!"

"증거 찾은 거 같네요. 여기는 과학 수사대에 맡겨두고 저랑 서로 들어가시죠. 이거 확인해봐야 할 거 같은데."

"아 정말요? 알겠습니다. 저는 그럼 제 차로 바로 들어갈게요."

"네."


나는 진아와 유진, 수민에게 다시 집에 가 있어달라는 말을 남기고 서로 갔다. 나와 희민 선배, 아리는 usb를 먼저 연결했다. 그런데 그 안의 영상을 보고 나와 희민선배는 손으로 입을 틀어 막았다. 아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영상의 주인공은 진아와 한마루였다. 한마루는 한번씩 카메라를 보며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진아를 사정없이 때렸다. 놀이를 하듯. 연기를 하듯.


"뭐야 이 미친새끼는."

"정신병자 같은데요? 갑자기 연기하다가 갑자기 웃다가. 사이코패스 검사 해봐야겠네요."

"그럼 진아라는 사람은 맞아 죽었다는건가."


그리고 영상의 끝무렵 진아는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는 오늘 만난 보라처럼 큰 트렁크에 진아를 구겨 넣었다. 진짜 구겨 넣었다는 표현이 맞았다.

한 숨이 절로 나왔다.


"어떻게 사람들 앞에서는 세상 착한 미소로 웃어 놓고는."


희민 선배는 usb를 빼고 sd카드를 연결했다. 아마도 블랙박스 영상이겠지.

당연히 유진이의 영상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상의 앞부분은 한마루의 얼굴이었다.


"저는 지금 사랑했던 여자를 보내주러 갑니다. 좋은 곳으로 가라고요. 아무래도 넓은 세상으로 떠나려면 물가가 좋겠죠?"


한마루는 한 손으로는 핸드폰, 한 손으로는 캐리어를 끌고 있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무겁네요. 피를 다뺄걸 그랬나. 하하."


하하? 하하? 이 새끼 진짜 정신병자잖아.


"자 그럼."


이라고 말한 후 한마루는 물가에 트렁크를 던졌다. 그 안에는 진아가 있었을거다. 영상에서는 숨이 끊어진 듯 보였지만 혹시 살아 있지는 않았을까.

그리고 바로 다음 영상으로 이어졌다. 영상은 블랙박스 영상이었다. 영상 속에서도 혀꼬인 소리가 그대로 들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차 앞에 유진이 나타났다. 그대로 쾅.

한마루는 욕을 내뱉으며 차에서 내렸다. 그런데 한마루는 갑자기 기괴한 행동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영상이 잘 촬영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 같았다. 진아를 죽일때와 다르게 카메라를 들고 있지 않았으니 살인 장면이 잘 찍히는지 확인중이었다.


"이렇게 죽이고 싶지는 않았는데. 에휴."


한마루는 유진이의 팔 한짝을 끌고 차에 던지다시피 넣었다.


"악마 새끼."


그리고는 블랙박스 영상에서 콧노래가 흘러 나왔다. 그대로 얼마를 달린 뒤 유진이 발견된 도랑 앞에서 차가 멈췄다. 한마루는 아까처럼 유진의 한쪽팔을 잡아 끌어 내렸다. 그리고는 도랑 구석으로 던질 참이었다. 그런데 유진이의 신음 소리를 들었다.

어두워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한마루의 표정이 밝아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까보다 더 큰 콧노래를 부르며 차에서 수건을 꺼냈다.


"오홍. 좋은데?"


그리고 한마루는 바닥에 앉았고 영상에서 한마루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차 안에 올라탄 한마루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마루는 갑자기 오열했다. 그리고는 사랑하는 딸아, 잘가거라, 라고 했다가 여보 미안해, 라고 했다가. 연기톤으로 온갖 말을 내뱉었다. 영상을 끄자마자 희민 선배가 튀어나갈 참이었다.


"왜이래요 선배."

"애를 죽이고 웃어? 노래를 해? 뭐 저런 정신병자 같은 새끼가 있어?"

"나도 때려죽이고 싶어요. 그래도 참아요."


온전한 정신으로 서 있기가 힘들었다.


#


"그랬구나. 영상을 찾아 냈구나. 잘 숨긴 줄 알았는데."


고개를 숙이고 반성하는 줄 알았던 한마루는 웃고 있었다. 그리고 한마루의 변명은 구구절절했다. 처음에는 진아씨가 먼저 죽이려 했다고 하고 나중에는 연기 연습하다 실수였다는 둥.

그 놈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구역질이 났다.


"헛소리 말고 평생 감옥에서나 썩어."


나는 그대로 취조실을 나왔다.


그 후 한마루의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했다. 잔인함, 반성 없는 파렴치함, 한마루의 민낯이 낱낱이 까발려졌다.

아마 귀신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저 인간은 세상 온순한 얼굴로 살아갔을 것이다. 한마루의 지옥은 지금부터일 것이다.


#


"진아씨, 유진아 고마워요. 두 사람을 해한 인간을 잡을 수 있게 도와줘서. 세 사람이지."

"아닙니다. 제가 더 감사하죠. 영원히 물 속에 갇힐 뻔 했는데 찾아주시고 장례도 치뤄주시고. 이제는 편히 떠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가기 싫은데."


유진이는 떠나기 싫은 모양이었다.


"아저씨가 유진이 잠들어 있는 곳에 가끔 아이스크림 사다줄게."

"진짜?"

"응."


유진이는 금세 밝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유진의 부모님 역시 큰 충격을 받았지만 범인을 잡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해왔다. 아이를 편히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볼게요. 형사님 집에 너무 오래 머물렀네요. 잡히는 것도 봤고, 벌받는 것도 봤으니까요."

"다음엔 꼭 편안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태어나길 바라겠습니다."

"형사님! 저도 꼭 기억해주세요!"


수민씨는 유진이와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나는 돌아서 나가는 세 사람의 뒤에 깊이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꼭 아픔 없는 세상에서 태어나기를.


#


"이야 안희민 강재혁, 한 건 또 했어. 이번에 둘 다 특진인거 알지? 난리났어 지금. 어떻게 알아낸거야 도대체."


반장님의 얼굴은 싱글벙글이었다. 특진이라는 말과 함께 희민 선배의 얼굴도 싱글벙글이다.


"파고 파다보면 나오죠."


희민 선배의 어깨에는 힘이 잔뜩 들어갔다.


"잘했어. 잘했어. 두 사람 다 지금처럼만 하라고. 서장님이 조만간 두 사람과 따라 식사 자리 만들라고 하셨어."

"경찰이 범인 잡았을 뿐인데요."


맞지. 귀신의 도움을 받아서.

나와 희민선배는 그 후에도 몇 분을 반장님의 덕담 아닌 덕담을 듣고 자리에 돌아왔다. 이제 앉아서 좀 쉴 수 있을까 싶었는데 어디선가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

그래, 그렇지. 네놈이 또 시비를 걸지 않으면 이상하지.


"어쩌다 얻어걸린 사건에 특진이란. 경찰 체계 너무 무너진거 아닌가."

"이제 더 예의를 갖춰야 하지 않나?"


그냥 듣고 넘어가려고 했지만 오늘은 이 놈을 놀려주고 싶었다.


"뭐라고요?"

"아참, 택시 강도 살인사건 범인 아직 못잡았다며? 근데 여기 죽치고 있으면 어떻게 빨리빨리 움직여야지."

"끄응..."


성훈이 더 할 말은 없어 보였다. 괜히 한마디 시비 걸었다가 팩폭을 맞았으니.


"내 특진 축하해주는건 아주 고맙지만. 경찰이 범인 잡는건 당연하잖아. 그러니까 이제 너도 범인 좀! 잡으러가. 반장님이 오늘은 좀 쉬라고 하셨으니 나는 퇴근해 볼까."


라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희민 선배. 그럼 저는 먼저 들어가요.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연락주세요."

"나도 갈거야. 성훈아 성훈아. 재혁이 좀 그만 건드려. 너 왜그러냐 인마."

"선배까지 왜 그래요."


희민 선배는 성훈의 어깨를 두드렸다. 붉을대로 붉어진 성훈의 얼굴이 곧 터질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며칠만에 편안한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소파에 누워 지난주 보지 못한 예능들을 몰아보고 배달 음식에 소주 한 잔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파트에서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어느 집 개가 이렇게 짖어."


왈왈. 왈왈왈왈


조금 하다 멈추겠지 싶었지만 점점 더 커질 뿐.


"하."


도대체 어느 집 개야 진짜.

나는 밀려오는 짜증에 소주병을 내려놓고 현관 문을 열었다. 그런데 집 앞에 대형견과 그의 머리 위에 앉은 앵무새가 있었다.


"뭐야. 개짖는 소리가 우리집 앞이었어? 넌 누구네집 개야?"

"왈왈. 왈왈."

"뭐야 죽은 개야?"

"죽었어. 죽었어."


대답한 건 앵무새였다.


"하 참. 번호표가 동물한테까지 간거야? 뭐 이런."

"왈왈!!"

"죽었어 죽었어."


아 정신 사나와.


"들어와."


내가 길을 비켜주자 개와 앵무새는 천천히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아니, 동물한테까지 번호표를 준건 그렇다고 쳐. 뭐 대화를 할 수 있어야 들어주던 해결해주던 할거아냐."


유유히 소파로 올라가 자리를 잡고 앉은 개를 보니 어이가 없었다. 꼭 제 집마냥.

그 자세가 다리를 꼬고 앉은 사람의 형태였다.


"음.. 야 골댕이."


생김새가 골든 리트리버였다.


"골댕이 골댕이."

"앵무새 너는 좀 조용히. 아니면 한 번씩만 말해."

"앵무. 앵무. 호식아? 호식아?"


개 이름이 호식이고 앵무새 이름이 앵무인가?


"아무튼. 야 골댕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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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 형사에게 귀신들이 몰려온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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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택시 기사님의 증언 (2) 24.04.25 661 13 11쪽
22 택시 기사님의 증언 (1) 24.04.24 674 12 12쪽
21 저수지의 잡귀들 +1 24.04.23 671 13 11쪽
20 용의자를 찾아라. +1 24.04.22 698 15 11쪽
19 버려지는 이유가 참 많다네. +3 24.04.20 687 13 11쪽
18 호식이와 앵무 +1 24.04.19 693 14 11쪽
» 장례식장에서 만난 인연 (6) +2 24.04.18 723 15 11쪽
16 장례식장에서 만난 인연 (5) 24.04.17 700 15 11쪽
15 장례식장에서 만난 인연 (4) 24.04.16 712 15 11쪽
14 장례식장에서 만난 인연 (3) 24.04.15 720 14 11쪽
13 장례식장에서 만난 인연 (2) +1 24.04.14 730 15 11쪽
12 장례식장에서 만난 인연 (1) +1 24.04.11 727 15 12쪽
11 Memories of the soul (3) 24.04.10 740 12 11쪽
10 Memories of the soul (2) +1 24.04.09 748 13 12쪽
9 Memories of the soul (1) 24.04.08 757 15 10쪽
8 빨간색 가죽바지 +2 24.04.05 760 13 12쪽
7 영혼 결혼식 (3) +2 24.04.04 774 15 12쪽
6 영혼 결혼식 (2) +4 24.04.03 770 14 11쪽
5 영혼 결혼식 (1) +1 24.04.02 796 13 11쪽
4 번호표를 뽑아 24.04.01 813 17 12쪽
3 첫번째 귀신, 범인은 그놈이야 (2) 24.03.29 840 17 10쪽
2 첫번째 귀신, 범인은 그놈이야(1) +1 24.03.28 853 16 11쪽
1 귀문이 열렸다고요? +3 24.03.28 1,030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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