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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새벽너울

겁쟁이 형사에게 귀신들이 몰려온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방탱
작품등록일 :
2024.03.28 15:35
최근연재일 :
2024.05.29 08:25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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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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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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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장례식장에서 만난 인연 (2)

DUMMY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서로 달려갔다. 희민 선배에게 바로 전화할까 생각하다 직접 만나 이야기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우선 유진이 지목한 배우에 대해 알아봐야 했다. 나는 책상에 앉아 한마루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나이 28살. 데뷔는 22살이네. 무명 생활하다 이번에 빛을 보기 시작했구나. 슈퍼 루키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더 유명하네."


한마루는 데뷔하자마자 떠오른 신인은 아니었다. 무명 생활도 꽤 있었고 어느 인터뷰를 보니 배고픈 시절도 길었던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이 왜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

아직 유진이 말만 믿고 그 사람을 범인이라고 단정 짓긴 힘들지만 단번에 알아본 것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한마루? 배우?"


인기척도 느끼지 못한 채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나를 희민 선배가 툭 쳤다.


"언제 왔어요?"

"방금. 근데 사람이 와도 모르고. 한마루는 왜? 우리 마누라가 좋아하던데."

"선배 그게···. 일단 저랑 잠시 휴게실로."

"뭐야. 뭐 알아낸 거야?"


희민 선배는 바로 몸을 세우고 나를 쳐다봤다. 나는 그런 선배를 데리고 아무도 없는 휴게실로 들어갔다.


"어제 그 아이가 찾아왔어요."

"진짜야? 진짜?"

"이제는 완전히 믿을 때도 되지 않았어요?"

"하. 안 믿겨서 그래. 아무튼. 그 아이가 저 배우를 딱 지목했어?"

"아이가 엄마가 보던 드라마에 나온 배우라고 얘길 해서 그 시간대 드라마 배우 중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을 몇 명 보여줬어요. 그랬더니 한마루를 지목하더라고요. 그런데 한마루라는 사람을 조사해보니 무명 시절도 길었고 배우라는 직업에 간절함이 가득한 사람인 것 같았는데."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할 수 없으니까. 그럼 그 아이는 한마루가 범인이라고 말했다는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아직은 더 조사해봐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지. 그럼 너는 사건 현장을 한 번 더 가봐. 한마루에 대해서는 내가 좀 조사해볼게."

"그럴게요. 근데 선배. 그때 우리가 한 말이 맞았어요. 만약 한마루가 진짜 범인이라면 아이가 차에 치여 죽은 줄 알고 유기하려던 차에 숨을 쉬자 목을 졸랐다고 하더라고요."

"응. 안 그래도 부검 결과 나왔어. 근데 지문이 안 나왔대. 근데 아이 목 근처에서 미세한 섬유 조직 같은 것들이 나왔다네. 안 그래도 오늘 너 오면 이야기해 주려고 했는데."

"섬유 조직이요?"

"응. 수건 같은 걸로 아이 목을 조르지 않았을까."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일단 더 파보자."

"네."


나와 희민 선배는 휴게실을 나왔다. 사건 현장을 다시 둘러보기 위해 나갈 채비를 하자 싸가지 후배는 또다시 앞에서 알짱거렸다.


"수사하러 가시나 봐요? 아직 못 잡은 여자아이 살인범?"

"빨리 잡아야지."

"한 달이나 못 잡았는데."

"그러니까. 빨리 잡으려고."


나는 듣는 둥 마는 둥 나머지 소지품들을 챙기고 의자를 책상 안으로 밀어 넣었다.


"살인범인데 조심해요. 또 도망가지 말고. 잡을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이 새끼가. 진짜 선 넘네.

나는 똑바로 서서 후배 놈의 눈을 쳐다봤다.


"야 김성훈. 이 전에는 진짜 도움 못 된 것도 맞고 도망 다니던 겁쟁이 맞는데. 너한테 그런 소릴 들을 이유는 없는 거 같은데."

"제가 뭐라고 했어요?"


두 팔을 들어 올리며 어깨를 으쓱거리는 놈의 머리통을 한대 후려갈기고 싶었다.


"선 넘지 마! 이 새끼야. 참아주는 것도 오늘까지야. 그동안 자격지심에 뭐라 하던 신경 안 썼는데 더 이상 선 넘으면 나도 안 참아."

"이 새끼야? 자격지심? 말 다했어요?"

"어. 더 심한 욕 안 한 걸 감사해."


뭐라고 반박하는 성훈을 지나쳐 서를 빠져나왔다.


"내가 꼭 잡고 만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던 말들이 하나씩 거슬리기 시작했다. 겁쟁이 형사, 범인 보면 도망가는 형사, 칼을 보면 숨는 형사.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온 건 맞지만 한 번도 부끄럽다고 생각하진 않았었다. 하지만 한마루가 진짜 범인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범인을 잡지 못하면 진짜 부끄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차에 올라타 우선 집 근처 공원으로 갔다. 사건 현장에 유진이와 함께 갈 생각이었다.


"공원에 없으려나? 어제 미리 말해놓을걸."

"그래서 미리 왔죠."


깜짝 날라 급브레이크를 밟아 버렸다. 다행히 앞뒤에 차가 없길 망정이지 하마터면 사고로 이어질 뻔한 순간이었다.


"뭐야. 놀랬잖아."


뒷좌석을 돌아보니 유진이와 수민이가 앉아 있었다.


"언제부터 있었어?"

"방금요. 유진이랑 어제 찜질방 다녀왔거든요. 뭐 따뜻한 걸 느끼진 못했지만 양 머리도 하고 놀다 왔어요. 남의 식혜도 좀 뺏어 먹고."

"하. 심장 멎는 줄 알았네."

"맨날 귀신 보는 사람이 놀래긴. 그래서 지금 사건 현장으로 가는 거예요?"

"응. 유진아. 아저씨랑 같이 가도 될까?"


유진이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나 유진이가 그 현장으로 다시 가기 싫어한다면 억지로 데려갈 생각은 아니었다. 하지만 직접 보고 듣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아저씨가 끝나면 아이스크림 또 사줄게."

"네."


유진이는 대화가 끝나자 노래를 흥얼거렸다. 수민이는 유진이의 노래에 맞춰 손뼉을 쳐 주었다. 유진이가 세 곡 정도를 불렀을 때 사건 현장에 도착했다. 노래를 부르며 즐거워하던 유진이는 갑자기 긴장하기 시작했다. 수민이는 유진이의 손을 꼭 잡았다.


"유진아. 괜찮아. 언니랑 아저씨 있잖아. 혹시 너무 무섭거나 힘들면 바로 말해. 언니가 유진이 손잡고 다른 데로 데려갈게."


나는 유진이 키에 맞춰 앉은 후 유진이와 눈을 마주쳤다.


"유진아. 아저씨가 나쁜 아저씨 꼭 잡을게. 그러려면 유진이의 도움이 필요해. 근데 아저씨는 유진이가 슬퍼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 그러니까 힘들거나 무서우면 꼭 말해."

"네. 꼭 잡아 주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유진이와 사건 현장 근처로 다가갔다. 유진이는 몸이 떨리는 듯했지만 씩씩하게 따라왔다.

유진이는 자신이 차에 치인 자리를 정확히 짚었다. 신호등이 없는 작은 건널목에서 유진이는 차가 오지 않는 걸 보고 건넜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코너에서 차가 튀어나왔고 그 후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음. 짧은 건널목이고 유진이는 차가 보이지 않았다고 했는데 치인 걸 보면 속도가 꽤 높았단 거네."

"그리고요. 술 냄새가 났어요. 아빠가 회식하고 들어오면 나던 냄새."

"음주운전 이고만."

"그리고요."


유진이는 말을 이어가려다 잠시 멈추었다. 말을 해도 되는지 고민하는 눈치였다.


"유진아, 말해봐. 괜찮아."

"그 차에 있잖아요. 어떤 언니가 타 있었어요. 저를 도랑에 버릴 때요. 저를 버리고 가는 아저씨 차를 봤는데 어떤 언니가 차 뒷문 유리창에서 절 보고 있었어요."

"뒷문 유리창?"

"네. 죽은 언니였어요."

"죽었다고?"

"네. 울고 있었어요."


죽은 여자가 창문으로 보고 있었다고? 그럼 그 차에 귀신이 붙어 있었다는 거야? 그놈이 죽인 건가? 아니면 귀신이 장난쳐서 사고를 낸 건가?

나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했다.


"죽은 여자가 붙어 있었다면. 혹시 그놈 상습 살해범 아닐까요?"


수민이는 손으로 턱을 괴고 탐정처럼 왔다 갔다 했다.


"글쎄. 일단 더 조사를 해봐야겠지. 유진아, 그리고 더 생각나는 건?"

"음. 눈을 잠깐 떴는데 아저씨가 수건으로 목을 이렇게 했어요."

"그럼 어젯밤에 얘기했던 목을 이렇게 졸랐다는 게 수건으로 졸랐다는 거야?"

"네."


일치하네. 유진이 목에서 나온 섬유 조직. 수건으로 목을 졸랐다는 유진이의 증언.


"아오. 나쁜 새끼. 병원에 데려갔으면 우리 이쁜 유진이 살렸을 텐데."


수민이는 허공에다 주먹을 날렸다. 나는 선배에게 지금의 이야기들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해 핸드폰을 들었다. 그때 한 트럭이 우리 맞은편에 멈추어 섰다. 그리고 소리를 내며 후진을 한 후 다른 트럭 뒤에 주차했다.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핸드폰을 주머니에 다시 넣은 후 트럭으로 다가갔다. 트럭 운전사는 시동을 끄고 천천히 차에서 내려왔다.


"실례합니다."


운전사에게 다가가자 운전사는 살짝 경계하는 눈치였다.


"무슨 일로."

"혹시 이 트럭 어제도 여기 주차해놨었나요?"

"아니요. 지방에 내려갔다 오늘 올라오는 길입니다. 무슨 일이신지."


나는 경찰 공무원증을 꺼내 보여주었다.


"형사입니다. 한 달 전에 이곳에서 사고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 근처에 주차되어 있던 트럭들에서는 블랙박스에 찍혀 있지 않았거든요. 혹시 언제 지방으로 가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사고요?"

"네. 사망 사고였어요."

"그렇구나. 몰랐어요. 저는 한 달 전에 지방으로 내려가 이제 올라오는 길이거든요. 여기 트럭들이 대부분 그런 형태예요. 장기간 지방으로 가는 경우가 많죠."

"한 달 전에 여기 세워두셨었다고요? 혹시 블랙박스 있습니까?"

"있죠. 그런데 한 달 전 영상은 이미 지워졌을 텐데."

"혹시 모르니 그 블랙박스 SD카드 제가 좀 가져가도 되겠습니까? 확인하고 바로 다시 돌려드리겠습니다."


운전기사는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상시 녹화로 설정된 경우엔 기존 영상들이 지워지고 덮어씌워 지지만 혹시나 복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카드를 꺼내 건네주는 기사님의 전화번호를 받아두었다.


"확인하고 연락드릴게요."

"아니요. 카드는 또 있습니다. 돌려주지 않으셔도 돼요. 아이가 죽었다니 범인이 꼭 잡혔으면 좋겠네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수고하세요."


기사님은 짧게 악수하고 돌아섰다.. 나는 카드를 챙겨 넣었다.


"복구될까요?"

"글쎄. 그래도 지푸라기라도 잡아봐야지. 음. 그놈 차에 귀신이 있었다는 말이지."


만약 진짜 그 차에 귀신이 있었다면 일이 조금 더 쉽게 풀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수민 씨. 공원으로 가서 다음 순번은 3일 뒤에 올 수 있게 얘기 좀 해줘. 그리고 오늘 저녁에 우리 집으로 유진이와 다시 와요. 나는 그 차 좀 확인하러 가봐야겠어."

"우리도 따라갈까요?"

"아니요. 만약 그놈이랑 유진이랑 마주친다면 유진이한테 안 좋을 수도 있으니까. 거긴 나 혼자 갈게요."


수민은 알겠다며 유진이의 손을 잡았다. 나는 두 사람을, 아니 두 귀신을 남겨두고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한마루를 조사하고 있을 희민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배.

- 응.

- 어디에 있어요?

- 한마루 소속사 근처에. 이놈 차가 주차장에 있어서 잠시 보려고 내려왔어. 딱히 흔적은 없는 것 같은데.

- 그러면 거기 그냥 계세요. 제가 그리로 갈게요.

- 현장은?

- 가서 말씀드릴게요.


나는 전화를 끊고 급히 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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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호식이와 앵무 +1 24.04.19 693 14 11쪽
17 장례식장에서 만난 인연 (6) +2 24.04.18 722 15 11쪽
16 장례식장에서 만난 인연 (5) 24.04.17 700 15 11쪽
15 장례식장에서 만난 인연 (4) 24.04.16 712 15 11쪽
14 장례식장에서 만난 인연 (3) 24.04.15 720 14 11쪽
» 장례식장에서 만난 인연 (2) +1 24.04.14 730 15 11쪽
12 장례식장에서 만난 인연 (1) +1 24.04.11 727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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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Memories of the soul (2) +1 24.04.09 748 13 12쪽
9 Memories of the soul (1) 24.04.08 757 15 10쪽
8 빨간색 가죽바지 +2 24.04.05 760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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