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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새벽너울

겁쟁이 형사에게 귀신들이 몰려온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방탱
작품등록일 :
2024.03.28 15:35
최근연재일 :
2024.05.29 08:25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28,693
추천수 :
610
글자수 :
250,851

작성
24.04.08 16:25
조회
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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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10쪽

Memories of the soul (1)

DUMMY

"어때요 만수씨? 원하던 여자로 죽지는 못했지만 자신이 생각만 하면 여자로 변할 수 있어요."

"꿈만 같아요."


헉. 잠깐.


"저기 만수씨. 목소리도......"


예쁜 얼굴에 산적 목소리라니.


"아. 음음. 이제 어때요?"

"오 굿. 괜찮겠어요? 혹시 더 부탁하고 싶으신 일은 없어요?"

"아니요. 만족해요. 방법을 몰랐거든요. 이런 방법이 있을 줄이야."

"다행이네요. 뭐라고 해야 할까. 실질적인 도움이 아니라서 미안하네요."

"아니에요. 진짜 행복해요. 이거 봐요. 어깨도 가녀려졌어요. 진작 이런 방법을 알고 있었다면 여기 와서 형사님을 괴롭히진 않았을텐데. 고맙습니다. 저는 그럼 빨리 가볼게요. 그래야 쉬시죠."


진짜 이대로 그냥 보내도 될까.


"혹시 어디에 뿌려졌어요?"


만수는 자신이 뿌려진 바다를 알려 주었다.


"갑자기 그건 왜요?"

"나중에 그 근처 바다로 가서 이쁜 원피스 한 벌 태워 드리려고요. 그렇게 하면 망자에게 간다고 하던데 티비에서 보니까."

"말씀만이라도 감사해요. 저는 정말 만족하고 가니 마음쓰지 마세요. 그럼 가보겠습니다."


꽉 끼는 빨간 가죽바지를 입은 산적 만수가 하늘 거리는 원피스 차림의 아리따운 여자 귀신이 되어 벽을 훑어 나갔다.


"이정도의 상담이면 하루에 두세건도 하겠는걸."


나는 잠시 만수가 떠난 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까 먹은 죽이 금세 꺼졌는지 갑자기 허기가 지기 시작했다. 장민이 돌아올 때까지 라면이라도 먹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 때쯤 아까 무현과의 통화가 떠올랐다.


"맞다! 형 얘기 해줘야하는데!"


여자 아이 이야기만 하고 정작 중요한 장민의 형의 이야기를 쏙 빼먹어 버렸단 게 생각났다. 그걸 먼저 말했어야 하는데.

장민이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형은 그럼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던 걸까? 사실 아까 장민의 집에 갔을 때 형의 혼도 떠돌지 않을까 잠시 생각했었다. 하지만 장민과 하정 말고는 귀신을 보지 못해 잘 떠났을거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억울함이 가득하니 편히 떠나지 못했겠지.

천도제를 하면 좋은 곳으로 갈 수 있을까?

라면 물을 받던 나는 잠시 냄비를 내려놓고 천도제에 대해 폰으로 검색을 해봤다.

그냥 혼을 떠나보내기 위한 제만은 아니라는 걸 자료를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하지만 정말 천도제를 하면 영혼이 좋은 곳으로 갈까?


"에라 모르겠다. 뭐가 있으니까 하는거겠지. 라면이나 먹고 있자."


내려놓았던 냄비를 가스레인지 위에 올리고 불을 켰다. 라면 두개와 파, 계란까지 넣어 푸짐하게 끓여 낸 라면을 들어 거실 테이블로 가져갔다. 한 젓가락 들어 후 하고 먹으려는 순간, 똑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가 문을 치는 소리가 아니라 입으로 똑똑 하고 말하는 소리였다.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나는 네?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현관으로 장민과 하정이 들어왔다. 아까 인기척이라도 낼껄 그랬다는 말이 이거였나보다. 하긴 똑똑 소리는 나밖에 못들을 테니까.


"식사하고 계셨나봐요."

"이제 막 먹으려던 참이었어요."

"그럼 식사부터 하시고 얘기하시죠."

"괜찮...괜찮아요. 말씀하세요."


김이 펄펄 나는 라면에 계속 눈길을 보내자 장민은 일단 먹으라며 계속 손짓했다. 형 얘기도 해야하는데... 아이 얘기도 들어야 하는데... 하면서도 내 젓가락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급히 면만 처리하고 나서 휴지로 입가를 닦았다.


"이제 배부르세요? 햐. 라면 엄청 맛있겠다."

"하나 끓여 드려요?"

"귀신 나부랭이가 뭐 먹을 수라도 있나요. 아무튼 그 여자 아이 말인데요."

"아 그전에 잠깐."


나는 손바닥을 펼쳐 장민의 말을 잠시 멈추었다. 장민과 하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장민씨. 놀라지 말고 들어요."

"네?"

"장민씨 형님 말인데요. 형님도 아직 올라가지 못하시고 여기 계신다고 하네요."


장민은 벌떡 일어났다.


"진짜요? 어디 있나요? 어디로 가면 만날 수 있나요?"


나는 진정하라는 듯 손을 아래로 왔다갔다 움직였다. 장민은 하정이 손을 잡자 잠시 이성을 되찾고 자리에 앉았다.


"아까 무현님에게 전화가 왔어요. 우리가 그 집을 다녀온 후 어머님이 무현님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때부터 형님이 보이신다고 합니다. 아마도 어머님과의 통화가 영향이 있었겠지요."

"말도 안돼요. 3년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집에도 가지 않고 그냥 떠돌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 두 분 영혼 결혼식이 성사되면 그 때 형님의 천도제도 같이 지내려고 하는 모양입니다."


장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형을 한 번 만나고 싶어요."

"제가 무현님께 다시 전화드려 볼게요."


나는 무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세번의 통화음이 지난 후 무현이 전화를 받았다.


- 저예요. 여기 장민씨가 형님을 만나뵙고 싶다고 합니다.

- 둘 다 아직 한 번도 못본거야? 형님은 아무래도 동생이 죽은 걸 모르는 듯해.

- 아 그 말도 전해줄게요. 안타까운 상황이네요. 그럼 내일 오후요? 알겠습니다.


나는 통화를 마무리 하고 장민을 바라보았다. 장민은 얼른 말을 내뱉으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형님이 아직 장민씨가 죽은 걸 모르는 듯 하다고 해요. 내일 오후에 제가 말씀드리는 곳으로 찾아가보세요. 아마 형님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이미 죽었지만 다시 죽어도 이 은혜는 잊지 않을게요."

"저도 도움 받는 걸요."


장민은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듯 했다. 멍하게 있는 장민을 두고 하정이 입을 열었다.


"그 아이 말인데요."


장민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하정의 목소리에 시선을 옮겼다.


"여기 상담을 신청했더라고요. 물어보니 대충 70번대 인 것 같았어요. 어떤 한 여자랑 같이 다니고 있다던데 그 아이를 만나면 바로 이곳으로 오라고 전해달라고 했어요. 아까 꽤 많은 귀신 분들께 부탁해놔서 금방 소문이 나지 않을까 싶어요."

"아. 혹시 목격자 귀신들은 없었나요?"

"있었어요. 저녁에 한 아이가 지름길로 가려는지 좀 어두운 곳에서 길을 건넜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장난으로 놀래켜 줄까하고 따라간 귀신이 있었는데 비틀거리는 차에 그만 치였다고 했어요. 그 귀신도 뺑소니 사건으로 죽어서 그 곳을 못떠나고 있었는데 아이가 사고 나는 걸 보고는 도망갔다고 했어요. 아마 그 사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차가 비틀 거렸다고요? 그럼 음주 뺑소니일 가능성이 크네요. 일단 그 아이를 만나서 직접 동선을 들어보고 찾아야 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아니요. 저희는 형사님께 받은 걸 갚는 중인데요. "


그래도 고맙다고 나는 고개를 숙였다.

비틀거리는 차. 어두운 밤. 아무도 없는 곳. 음주를 한 사람이 아이를 치고 차에 싣고 가서 도랑에 유기했을 가능성이 가장 컸다. 수사 중에도 나왔던 이야기이긴 했었다. 귀신들 덕에 사건을 또 해결할 수 있으려나.


"형사님."


아이를 생각하고 있는 중에 장민이 나를 불렀다.


"네?"


장민은 이제 정신이 좀 돌아왔는지 아까보다는 표정이 많이 누그러뜨려졌다.


"세번째 상담자는요.."

"장민씨. 오늘은 괜찮으니 이만 가셔서 쉬세요. 세번째는 제가 알아서 받을게요. 아마 두번째분이 가셨으니 알아서 찾아오시겠죠. 정신 없으실텐데."

"아. 그러면 제가 죄송스러운데......"

"죄송스럽긴요. 걱정 마시고 가세요. 그리고 전에도 한 번 말씀드렸는데 하정마을로 가셔서 무현님을 찾으세요. 형님을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오늘은 짧게 인사를 하고 장민과 하정이 떠났다. 상담도 생각보다 빨리 끝나 저녁 시간이 꽤 여유로웠다. 내일 일만 없으면 장민씨와 형님이 만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었다.

갇혀서 죽은 형은 그 시간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혹시 문을 열어주지 않은 동생에 대해 원한이 있지는 않을까? 아니면 애틋할까?


"모르겠다 나도. 귀신사에 자꾸 끼어들면 안돼. 내 일만 해야지. 내일 외근도 가야하는데 일찍 자야겠다."


나는 일찍 거실 불을 끄고 침실로 들어갔다.


##


다음 날 아침, 출근 후 아이 사건에 대한 자료들을 전부 훑어 보았다. 내가 이 사건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던건 단순 차량 뺑소니 사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도랑에 방치한 것도 있지만 부검 결과 아이의 사인은 질식사였기 때문이었다. 추리해보면 아이를 친 음주운전자는 아이를 병원에 바로 데려가지 않고 도랑에 버리려다 살아 숨쉬고 있는 아이의 목을 졸라 죽였을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파렴치한 새끼지. 그럼 그 후까지 아이는 숨을 쉬고 있었다는 말이니까.

결국 이 사건은 뺑소니 사건이 아니라 살인 사건이었다.

잠시 후 내 옆으로 온 희민 선배는 아이의 동선을 알아보기 위해 함께 외근을 나가야 한다고 했다.


"아이가 원래는 큰 길로 다녔다는데 왜 하필 그 날 그 길로 갔을까. 그것도 이상하고. 귀신이 장난쳤나."


나를 힐끔 쳐다보며 말을 하는 희민 선배의 속뜻을 아마도 귀신들에게 뭐 들은 거 없냐 . 이거였다. 안믿는다더니 귀신에 의지하려고 하다니.


"어디 수사를 날로 하려고. 귀신이 말해줬어도 형한테는 말 안해줄거예요."

"야 그런게 어딨냐. 우린 원팀인데."

"선배는 열심히 발로 뛰는 걸로. 일단 빨리 다녀오죠."


희민 선배는 나가는 동안 내내 말해달라고 나를 쪼았다.


"어차피 한팀이고 귀신 본다고 귀밍아웃까지 한 마당에 당연히 말하죠.. 그만 쪼아요 선배."

"오케이. 그럼 가보자고."


귀신 얘기 괜히 했나? 모든 사건마다 다 귀신한테 물어보라고 하는거 아니겠지?


"저 선배. 이따 혹시 조금 일찍 마치게 되면 저 잠시 어디 다녀와도 돼요?"

"근무시간에 어딜."

"꼭 가봐야 할 곳이 있어서요."

"사건에 득이 되는 일이야??"


사건에 득이 되는 일인가? 당연히 도움이 되는 일이지. 장민이 아이 귀신을 수소문 해줬으니까.


"네."

"알았어. 얼른 둘러보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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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 형사에게 귀신들이 몰려온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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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호식이와 앵무 +1 24.04.19 693 14 11쪽
17 장례식장에서 만난 인연 (6) +2 24.04.18 722 15 11쪽
16 장례식장에서 만난 인연 (5) 24.04.17 700 15 11쪽
15 장례식장에서 만난 인연 (4) 24.04.16 712 15 11쪽
14 장례식장에서 만난 인연 (3) 24.04.15 720 14 11쪽
13 장례식장에서 만난 인연 (2) +1 24.04.14 729 15 11쪽
12 장례식장에서 만난 인연 (1) +1 24.04.11 727 15 12쪽
11 Memories of the soul (3) 24.04.10 740 12 11쪽
10 Memories of the soul (2) +1 24.04.09 748 13 12쪽
» Memories of the soul (1) 24.04.08 756 15 10쪽
8 빨간색 가죽바지 +2 24.04.05 760 13 12쪽
7 영혼 결혼식 (3) +2 24.04.04 773 15 12쪽
6 영혼 결혼식 (2) +4 24.04.03 770 14 11쪽
5 영혼 결혼식 (1) +1 24.04.02 795 13 11쪽
4 번호표를 뽑아 24.04.01 813 17 12쪽
3 첫번째 귀신, 범인은 그놈이야 (2) 24.03.29 840 1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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