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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새벽너울

겁쟁이 형사에게 귀신들이 몰려온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방탱
작품등록일 :
2024.03.28 15:35
최근연재일 :
2024.05.29 08:25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28,723
추천수 :
610
글자수 :
250,851

작성
24.03.2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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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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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첫번째 귀신, 범인은 그놈이야(1)

DUMMY

다음 날, 무현의 말대로 나는 다시 사건 현장을 찾았다. 자살이라기에는 다소 억지스러운 상황이지만 그 어떤 실마리도 없었기 때문에 자살로 빠르게 종결하려던 사건이었다. 주변인 조사에서도 딱히 이상한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오래된 아파트 공사장. 그 여자아이는 왜 이곳까지 와서 죽음을 맞은 걸까. 나는 여자아이가 걸었을 길을 천천히 되짚어 걸어갔다. 옥상에 다다랐을 때 한 여자아이가 서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누구세요? 여기 함부로 들어오면 안되는데."

"어? 아저씨 이제 저 보여요?"


순간 나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귀신인가? 에이 설마.


"무슨 소리야 학생."

"어제는 아무리 쫑알 거려도 못알아 듣더니. 오늘은 알아보네."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여학생은 옥상 끝으로 올라갔다.


"위험해 내려와! 무슨 짓이야!"

"어차피 죽었는데 뭐. 아저씨 나 자세히 봐요."


죽은 여학생이었다.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 한 번에 알아보진 못했지만 사진 속 피해자였던 걸 알아볼 수 있었다.


"뭐야. 그럼 죽은 여자애라고? 정은이?"

"그럼 살았겠어요?"


거 참 귀신이지만 싸가지 없네. 근데 내가 왜 귀신이랑 말을 하는거야.

평소 같으면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미친듯이 도망갔겠지만 이 여자아이는 무섭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왜 따라다닌거야?"

"아저씨라면 뭔가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귀신은 처음이라 잘은 모르겠는데 아저씨가 엄청 땡겼거든요. 내 억울함을 들어줄 것 같다? 그런데 어제 온 무당 아저씨가 아저씨 따라가보면 억울함 풀수 있을거라고 말해주더라고요."

"그럼 그 사람한테 말하지 그냥. 그 사람은 당연히 널 볼수도 들을수도 있을거 아냐."

"아니야. 그 아저씨도 나를 볼 수는 있지만 이렇게 사람처럼 대화하지는 못해. 특별한 시그널만 줄 수 있거든. 우는 모습이나 누구를 알려주는 모습이나. 쉽게 말하면 사람처럼 하지는 못한다는 거지. 근데 아저씨는 뭐랄까. 귀신과 주파수가 맞달까? 나를 아직 살아 있는 인간처럼 대할 수 있거든. 그리고 아저씨 형사잖아. 형사한테 말해야지 내 억울함을."


어이가 없었다. 지금 누군가가 내 모습을 본다면 허공에다 소리지르는 미친놈으로 볼것이다.


"주파수가 맞다니. 그러니까 그 무당은 니 모습을 다 볼 수 없다는 거지? 그럼 돌팔이 아냐?"

"돌 뭐? 돌팔이는 의사한테 쓰는 말 아닌가. 그니까 아저씨. 무당 아저씨는 나를 보더라도 지금처럼 쭉, 매 순간을 볼 수는 없다는 뜻이야. 아저씨처럼."

"뭔 소린지 나참."

"아저씨 내 억울함을 풀어줘. 나를 죽인 놈 잡아야줘요."

"진짜 살해 당했어?"

"응. 내 비밀 폰 찾아야 해요. 나를 죽인 건 내 남자친구. 한길현."

"자세히 얘기해봐."


나는 옥상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중간중간 내가 귀신과 뭐하고 있나 싶다가고 어쩌면 큰 건 하나를 해결할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점점 생겨나고 있었다.

경찰서에서 겁쟁이라고 무시당하기만 10년. 더이상은 겁쟁이로 살고 싶지도 무시당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왕 이렇게 된거. 귀신 이야기 들어보지 뭐.


"그러니까 너는 그 한길현이라는 아이랑 사귀는 사이었고 헤어지자고 했더니 이리로 끌고 왔다? 그럼 그 중간에 도망을 가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잖아."

"한길현이 협박했어. 우리 엄마 아빠도 죽인다고. 싸이코였어. 내가 다른 남자애랑 말만 해도 난리를 쳤으니까."

"그런데 그런 놈은 왜 만나.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이런데 까지 따라오냐고."

"그래서 결국 난 죽었잖아. 또 다른 애도 죽으면 어떻게 해."


정은이는 죽었잖아 라고 말하면서도 슬픔이라던가 억울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진짜 어쩔 수 없다라는 표정이었다.


"다른 애라니?"

"여자친구가 나 말고 또있더라고. 근데 말하는게 그 여자애도 곧 죽일 것 같았어."

"뭔 소린지. 그니까 양다리였다고?"


정은이가 알려준 이야기는 이랬다.

한길현은 지금 죽은 자신과 다른 여학생을 동시에 만나고 있었고 그걸 알게 된 정은이 헤어지자는 말을 하자마자 이곳으로 끌고와 죽였다고.

아니 근데 진짜 싸이코패스 아니고서야 헤어지자 했다고 바로 죽여?


"바로 죽였어. 엄마가 연애 하는거 알면 난리칠까봐 비밀폰으로만 연락했어. 나 꽤 모범생이었거든. 와이파이 잡으면 톡은 가능해서 대부분의 연락은 그 폰으로 했어. 근데 멍청이 경찰들이 바로 자살이라고 하니까 억울해서 말이야."

"잠깐."

"?"

"근데 너 왜 어린게 반말이야."

"먼저 죽었으면 어른이지 뭐. 요. 아무튼 그 폰은 한길현이 가져갔어. 내 친구중에 승희라고있어.요 승희한테 가면 한길현에 대해 증언해줄거야."

"근데 왜 조사 중엔 아무것도 없었어? 그 승희라는 친구는 이미 참고인 조사를 했어. 성적 때문에 죽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어."

"아냐. 승희가 거짓말 했어. 그 양다리가 승희였거든. 며칠 꿈에 가서 시끄럽게 해놨어서 아마 바로 실토할거야. 승희도 한길현이 날 죽인걸 몰라. 근데 혹시 자기랑 한길현이 사귄 걸 알아서 자살했을까봐 한길현에 대한 말도 안했을거야. 나와 한길현 사이를 아는 사람은 승희 뿐이니까. 승희는 살려야지. 그 쉐끼 근데 애초에 죽일 생각이었나봐. cctv없는 길로만 다녔으니까.요."


자신의 죽음이 억울하지도 않은지 너무 태평한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승희라는 친구가 만약 말해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

"내가 꿈자리 시끄럽게 해놨다니까. 가서 한길현이 용의자다 라고 말해요. 그럼 어느 정도는 이야기 할거니까."

"근데 니 말이 거짓말이면?"

"속고만 사셨나. 빨리 움직여야해. 한길현 이틀 뒤면 유학가요."

"유학?"


그래서 그때 그 무당이 시간이 없다라고 한거구만. 나는 승희라는 친구의 연락처를 적고 공사장을 빠져나왔다. 정은이는 자신도 따라가겠다며 내 뒤를 따라 나왔다. 귀신 주제에 사람인 척 따라다니며 쫑알 거렸다. 뭐라고 대꾸라도 하고 싶지만 허공에 헛소리 하는 사람처럼 보일까봐 가만히 듣기만 했다.

다섯번의 연결 끝에 승희라는 아이와 통화가 가능했다. 경찰이라고 하자 할 말 없다고 끊으려했지만 어쩐일인지 잠시의 침묵 뒤에 무슨 일이냐며 물었다.


-만나서 이야기 하죠.


나는 승희와 학교 근처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정했다.


"승희한테 이 말을 전해줘. 널 원망하지 않는다고. 그런데 넌 살려야겠다고."

"눈물겨운 우정이네."

"말을 꼭 그렇게 해야돼?"


비아냥 거리는 내 말투에 화가 난 듯 소리를 버럭 질렀다. 비아냥 거릴 마음은 없었지만 자신도 억울하게 죽어놓고 다른 사람을 걱정 한다는게 일반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말이 그리 나왔다.


"미안. 내가 너라면 억울해서 두 년놈 다 죽이려고 했을텐데."

"승희는 괜찮아. 이해해. 죽지만 않았으면 좋겠어. 근데 한길현은 안돼. 벌 받아야돼. 그놈 만약 유학가면 연쇄 살인마가 될거야."

"죽으면 그 놈의 미래가 보여?"

"아니? 그럴 것 같다는 거지."


뭐야. 꼭 미래를 다 보는 것 처럼. 괜히 기대했네. 혹시나 내 미래가 어떤지 물어볼까 잠시 생각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승희가 카페로 들어왔다. 바로 알아볼 수 있었던 건 역시 정은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승희는 내가 손을 들자 놀란 듯 테이블로 다가왔다.


"승희 학생 음료수 뭐 마실래요?"

"괜... 찮아요."

"잠시 기다려요."


나는 곧장 일어나 카운터로 향했다. 주문을 하는 사이 잠시 뒤를 돌아보니 승희는 바닥을 정은은 승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손님이 많지 않아 음료는 금방 나왔고 나는 음료를 들고 자리에 돌아왔다.

우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음료를 마시라고 권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승희가 한 모금 마시더니 먼저 말을 꺼냈다.


"어떤 일 때문에 그러세요."

"음... 한길현이라고 알죠?"


승희는 한길현이라는 이름에 순간 몸을 움츠렸다.


"몰랐어요. 정은이가 저와 한길현 사이를 알게 됐다는 걸요. 그래서 죽었잖아요. 제 잘못이예요. 제가 거짓말 했어요. 다른 경찰분들께 죽은 이유를 모른다고 했거든요. 저 때문이에요."

"아니. 아니예요. 한길현과는 아직 연락하고 있나요?"

"아니요. 정은이 그렇게 된 후로 연락이 없어요. 충격을 먹은 건지. 이틀뒤에 유학가니 조용히 떠나려는건지."


그때 정은이 내 다리를 툭 쳤다.


"저기 승희 학생. 놀라지 말고 들어요. 정은이는 자살한게 아니야. 아무래도 살해 당한 것 같아요.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이 한길현이에요"

"네? 말도 안돼요. 아무리 그래도......"

"아직 확실히 결과가 나온건 아니예요. 정은이와 한길현이 연락했다는 정은이의 비밀폰 알고 있죠?"

"네."

"그거 어디있는지 혹시 알아요?"


승희는 핸드폰의 행방은 모른다고 했다. 두 사람이 연락하는 비밀 폰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건 정은이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음. 한길현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아마 피씨방에 있지 않을까요? 매일 거기에 사니까. 근데 두 번 정도 찾아갔는데 못만났어요. 근데 진짜예요?"

"응 진짜야. 근데 내가 승희 학생을 찾아온 이유는..."


나는 잠시 하던 말을 멈췄다. 아니 귀신이 와서 말해줬다고 하면 승희는 날 미친놈이라 생각하지 않을까? 그냥 말하지 말까? 라고 생각하는 데 정은이 또 내 다리를 탁 하고 찼다.


"차지마!"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자 승희는 자신이 혹시 찬 것인가 싶어 다리 밑을 바라보았다.


"아 미안. 저기.. 믿을지 모르겠는데."

"네?"

"정은이가 아저씨를 찾아왔거든. 사실 지금 옆에 있고."

"네????"


승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저기... 하 사실이야. 정은이가 승희 너도 위험하다고. 원망하지 않는다고. 그런데 널 살려야겠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찾아온거야."

"거짓말... 거짓말이야."

"며칠 꿈속에 정은이 나왔지? 시끄럽게 했다던데."


승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믿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나도 그럴 것 같다. 다짜고짜 경찰이 찾아와서 귀신을 봤다니. 휴.


"악몽꿔서 힘들었겠다. 이제 안그럴거래."

"악몽 아니라...."

"응?"

"꿈에서 탬버린 흔들고 춤추더라구요. 노래도 부르고. 꼭 우리 둘이 노래방 갔을 때처럼."


그때 정은이가 속삭였다.


"좋은 날."


나는 정은이의 이야기를 듣고 승희에게 말했다.


"좋은... 날?"


순간 승희의 눈이 커졌다.


"맞아요. 계속 불렀어요. 이틀을. 흐흑."


그때서야 뭔가 실감이 나는지 승희의 눈물이 터졌다. 엉엉 하고 크게 우는 바람에 커피숍 안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로 쏠렸다.


"어..어 저기.. 이러면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잖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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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버려지는 이유가 참 많다네. +3 24.04.20 687 13 11쪽
18 호식이와 앵무 +1 24.04.19 694 14 11쪽
17 장례식장에서 만난 인연 (6) +2 24.04.18 723 15 11쪽
16 장례식장에서 만난 인연 (5) 24.04.17 700 15 11쪽
15 장례식장에서 만난 인연 (4) 24.04.16 712 15 11쪽
14 장례식장에서 만난 인연 (3) 24.04.15 720 14 11쪽
13 장례식장에서 만난 인연 (2) +1 24.04.14 730 15 11쪽
12 장례식장에서 만난 인연 (1) +1 24.04.11 727 15 12쪽
11 Memories of the soul (3) 24.04.10 740 12 11쪽
10 Memories of the soul (2) +1 24.04.09 749 13 12쪽
9 Memories of the soul (1) 24.04.08 759 15 10쪽
8 빨간색 가죽바지 +2 24.04.05 761 13 12쪽
7 영혼 결혼식 (3) +2 24.04.04 776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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