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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키 님의 서재입니다.

판상츠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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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키
작품등록일 :
2012.09.20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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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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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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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상츠모사][14장 “알을 깨우는 자장가” - 17]

DUMMY

[판상츠모사][14장 “알을 깨우는 자장가” - 17]




“열흘 후에 개전하기로 했소. 군단사령은 앞으로 사흘 후에 하달해주시오.”


갑작스런 회의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이런 내용일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를 제외 나머지 사람들이 전부 침묵을 지키고 있었으므로 나 역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다만 이후에도 달라지는 사항이 좀 있을 거요. 이건 결정되면 그때 말씀드릴 것이고... 그 외에 당장 세세하게 달라지는 부분은 따로 정리해서 여기 적어뒀소.”


알데 씨는 선명한 빨간 색으로 보안특급 표시가 찍힌 서류를 쓸모없는 종이처럼 흔들어보였다.


“마력전 사령관님?”


“네?”


“말씀드린 건은 어떻게 되셨소?”


“일단 말씀하신대로 최대한 배치해보았습니다. 다만 원체 인원 구성이 빡빡해서...”


블라도스 씨는 면목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러나 그런 대답쯤 알데 씨는 이미 예상한 모양이었다.


“그럼... 확인을 하고 확정하는 게 낫겠구려.”


그렇게 중얼거린 알데 씨가 우리를 스윽 훑어보았기에 나는 귀를 쫑긋 세웠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그러나 거기서 알데 씨가 무슨 말을 꺼내기 전에, 옆에 앉아있던 베일츠 백작이 슬쩍 입을 열었다.


“이후에도 달라지는 게 좀 있다는 말씀은... 저쪽 대비 상황도 달라지는 게 있다고 해석해야 하는 겁니까?”


“그건 아니오.”


알데 씨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현재로선 별다른 움직임이 보고되지 않는 걸로 보아, 개전 시점에서 저쪽 배치는 우리가 가정한 그대로일 거요. 일단 여기까지는 상정한 바대로 흘러가고 있으니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


알데 씨의 말투에 묘한 고양감이 감돌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잘 부탁하오. 마력전 사령관님.”


“예.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음? 재차 언급된 직책에 나는 블라도스 씨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나저나 말입니다.”


그러나 그런 내 응시의 끝에 크노르츠 백작이 이어서 입을 열었다.


“공주님께서는 어떻게...”


“총사령부에 함께 체재하실 예정이오.”


아이고... 크노르츠 백작이 신음을 흘렸다. 물론 그 대답을 들은 나 역시 속으로 신음을 흘렸다.


“결국 따라오시는군요.”


“따라온다...라.”


알데 씨는 그렇게 말을 곱씹더니 곧 이어 말했다.


“사실 어찌 보면 반대라고 생각하오만.”


“반대라뇨?”


“요즘 공주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계속 느끼는 건데, 공주님이 우리를 따라오는 게 아니라 우리가 공주님을 따라가는 모양새인 것 같소.”


알데 씨는 농담기도 없는 투로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자세하게는 말할 거리가 못 되오만...”


그렇게 단서를 달고 알데 씨는 벽면에 걸린 지도를 쳐다보았다.


“이번 전쟁의 목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오?”


“전쟁의 목적이요?”


크노르츠 백작이 이상한 질문을 들었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야 이기는 것 아닙니까?”


“나도 그렇다고 생각했소.”


짧은 대화 끝에 오답 판정을 받아든 크노르츠 백작은 약간 불만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그게 아니라면 답이 뭡니까?”


“공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구려. 예를 들어 어느 공주가 누군가에게 납치되었고, 왕이 그 딸을 구하기 위해 기사단을 보냈는데 궁지에 몰린 그 범인이 공주를 죽여 버렸다면?”


왜 하필 예시가 또 공주야? 어디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를 꺼내든 알데 씨는 크노르츠 백작을 쳐다보았다.


“그 후에 기사단이 그 자를 죽인다고 해서, 왕이 이겼다고 말할 수 있겠소?”


“그야... 아니겠지요.”


“전쟁도 그와 비슷하다고 하시더구려.”


알데 씨는 다시 지도로 시선을 옮긴 후였다. 우리도 자연스레 지도를 쳐다보았다.


“이기고 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원하는 걸 손에 넣을 수 있냐 없냐 하는 문제라고 하셨소. 극단적으로 말해 전쟁에서 이겨도 원하는 걸 손에 넣지 못하면 의미가 없고, 설사 전쟁에서 진다고 해도 원하는 걸 손에 넣는다면 그걸로 괜찮지 않소? 찬찬히 들어보니 그것도 또 그럴듯하더군.”


그러게. 들어보니 그럴듯하네.


“그게 공주님이 직접 따라오시는 것과는 무슨 관계입니까?”


블라도스 씨가 합당한 의문으로 입을 열자, 알데 씨는 다시 지도에서 눈을 뗐다.


“승리와 패배는 우리가 겪어야 할 일이지만, 그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자신이 할 일이라고 하시더구려.”


“의미를 부여한다고요? 그게 무슨 뜻입니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소. 다만...”


알데 씨의 시선이 탁자 위의 서류에 가서 꽂혔다.


“우리 같은 군인들이 보고 있는 것보다는 더욱 많은 것을 보고 있으신 것만은 확실하오. 나 역시 직접 따라오시는 것보다는 안전한 후방에 계시는 게 나을 거라고 말씀을 올렸는데, 의미를 부여하려면 자신도 전장에 있어야 한다고 하시더구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무슨 이야기인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나도 공주님의 저의는 잘 모르겠소. 다만 공주님께서는 단순히 전쟁을 관망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건 아니오.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공주님이 서있는 곳은 우리 뒤가 아니라 우리 앞이라는 생각이 드오. 전장 최전선에 나가서 싸우는 우리가 오히려 공주님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모양새 같다는 말이지.”


어차피 세세한 전략 같은 건 이미 수립이 끝난 상황이었기에 크게 더 할 이야기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애매모호한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기분이 묘해지기 시작했다.


“거 참... 알다가도 모르겠군요. 공주님께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걸까요.”


크노르츠 백작이 그렇게 말하자 베일츠 백작도 그에 맞춰 고개를 끄덕였다. 블라도스 씨는 뭔가를 생각하는 눈치였고, 알데 씨 역시 묵묵히 허공 위의 한 점을 응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공주님은...?”


“방금 말씀드렸잖소. 직접 따라오시겠다고...”


“그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은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소. 전쟁 말고도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으실 테니, 개전 이전 꼭 처리해둬야 할 정무라도 보고 계시겠지.”


하긴, 생각해보면 이 전쟁은 지금 우리에게는 전부지만 왕국에서는 처리해야 할 일의 일부에 불과했지. 시아에게는 이것 말고도 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자, 다들 바빠질 테니 이정도로 정리하겠소. 군단사령은 아까 말했다시피 사흘 후요. 유념하시오. 그 전까지는 각 군단 참모장, 사령사단장 정도로만 태세를 공유하도록 하시고... 사흘 후 군단사령을 하달한 다음 다시 이 자리에서 만나도록 합시다. 따로 연락하겠소.”


“...알겠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었기에 다들 당황해하는 기색은 없었다.

언제 와도 올 날이었다. 다만 그게 오늘이었을 뿐.


“일어납시다. 바빠질 거요.”


나는 복잡한 생각을 안고 사령관실을 나왔다. 물론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비슷했겠지만. 그러나 그렇게 사령관실을 빠져나왔을 때였다.


“어...”


윽, 나는 달갑지 않은 얼굴을 발견하고 표정을 찡그렸다. 나 말고 다른 이들 역시 예상치 못난 만남에 약간 당황한 눈치였지만...


“안녕하십니까.”


의자를 두고도 자리에 서있던 로디토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이쪽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해왔다.


“...그래, 안녕하신가.”


표면상으로는 답사였지만 나는 그 인사가 담고 있는 불쾌감을 읽어낼 수 있었다. 하긴 비록 지금은 공주의 비서장이라고 해도 최근까지 후작의 최측근으로 눈엣가시처럼 여겼을 인간이었다. 게다가 그런 녀석이 버젓이 왕궁 안에서 여전히 한 자리 꿰차고 있으니 아니꼬울 법도 하겠지.


“어흠.”


그를 증명이라도 하듯 인사를 남긴 크노르츠 백작은 헛기침과 함께 즉각 로디토를 지나쳤다. 베일츠 백작 역시 마찬가지였고, 블라도스 씨만 살짝 목례와 함께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흥, 사실 개인적인 원한 같은 건 없다고 해도 첫 만남이 워낙 최악이었기에... 아, 이걸 보고 개인적인 원한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나 역시 로디토에게 별다른 호의를 가지고 있진 않았으므로 나 또한 로디토를 무시하다시피 지나쳤다.


“그럼 나중에 뵙지요.”


“나중에 뵙겠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군단장끼리 인사를 나누고 군단장실로 돌아왔을 때였다.


“가닐... 참모장은?”


“참모장님 잠시 자리 비우셨습니다.”


“그래? 어디 갔지?”


“알아보겠습니다.”


“아니, 놔둬. 곧 오겠지.”


바로 이야기를 좀 하려고 했더니... 아니군. 나도 생각을 좀 정리해야겠군.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부관실 문을 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참모장하고만 공유하라고 했지만 그래도 리체에게까지는 알려줘야 하지 않을...


“...응? 부관은 어디 갔지?”


항상 군단장실 앞 책상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리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 비서장님께서 모시고 갔습니다.”


“비서장?”


현재 궁내에서 이 호칭을 쓰는 직책은 하나뿐이었다.


“로디토가?”


“네. 로디토 비서장님께서 오셔서 모셔갔습니다.”


엥? 로디토는 방금 사령관실에 있었는데? 그래서 나는 언뜻 이해가 가지는 않았지만 어쨌거나 상황이 그렇다는 데야 딱히 할 이야기는 없어서 잠자코 군단장실로 들어왔다. 그러나 머릿속에 여전히 의문은 품은 채였다. 로디토가 리체를 왜? 업무적으로는 서로 할 이야기가 없을 텐데? 그러나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둘은 사적인 관계도 있었지. 로디토가 리체에게 형부가 된다고... 그러나 이렇게 생각해도 여전히 이 상황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딱히 둘이 친한 것 같지는 않아 보이던데.

리체가 돌아온 것은 그로부터 한참 시간이 흐른 후였다. 내가 잡생각을 떨치고 알데 씨에게 받아온 서류를 읽고 있는 중에 귓가에 부관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려왔다.


“리체?”


“네.”


내가 문을 열자 리체는 책상 위에 무거워 보이는 물건을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나를 쳐다보았다.


“저 찾으셨다면서요?”


“아, 응.”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더라... 아, 맞다.


“밖에 가닐영 있어?”


“아... 잠시만요.”


리체는 문을 열고 고개를 밖으로 내밀었다.


“아뇨. 지금 안 계시네요.”


“그래?”


나는 순간 이상한 위화감이 들었다. 아니, 이건 가닐영이 자리에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급하세요?”


“응? 아, 그런 건 아니야. 오면 이야기하지.”


리체의 물음에 나는 일단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나 위화감은 여전히 남아있었고, 그래서 나는 잠시 멍하니 자리에 서있었다. 뭐지?


“핀 님?”


“아, 아무 것도 아냐. 아, 그러고 보니 방금 로디토가 불렀다며?”


내가 화제를 돌리자 리체는 좀 의외의 소리를 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조용히 대답했다.


“네.”


“무슨 일로?”


“별 것 아니었어요.”


리체는 단조로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정말로 별 것 아니라는 투였다.


“그냥 요즘 어찌 지내는지 묻고... 그냥 그런 이야기.”


“로디토가?”


엥, 로디토가 그런 걸 챙기는 인간이었나. 상상이 잘 안 가는데.


“이제 슬슬 얼굴 볼 기회도 적어질 테니, 그냥 예의상 물어보는 거 아닐까요. 일단은...


그러나 그렇게 중얼거리던 리체는 갑자기 도중에 말을 끊었다. 그리고 나를 살짝 쳐다보았다.


“...어쨌든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니까요.”


아, 소리죽인 리체의 중얼거림에 나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라...


“왜요?”


“응?”


내가 리체를 빤히 쳐다보고 있자, 리체는 이상하다는 듯이 되물어왔다.


“아, 아무 것도 아냐. 그냥...”


나는 그렇게 대답을 얼버무렸다. 물론 아무 것도 아닌 건 아니었지만.


“로디토가 그런 용건으로 불렀다는 게 의외라서.”


그런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인간이? 그러나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리체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오랜 틈을 두고 대답했다.


“...그렇죠?”


일부러 감정을 제거한 것만 같은, 무미건조한 맛이 느껴지는 중얼거림이었다.


“아버지 밑에 있을 때만 해도 이런 분이 아니었는데 말이죠.”


아버지라. 생각지 못한 갑작스러운 단어가 등장하는 바람에 나는 그런 단어를 입에 담은 리체를 빤히 쳐다보았다.

가르티셰 후작... 그러고 보니 로디토에게는 상관이었겠지만 리체에게는 아버지였었지. 새삼스럽게 떠오른 사실에 나는 속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 그런데... 그러고 보니 로디토 방금 사령관실에 있었는데?”


나는 말을 돌리고자 대충 떠오르는 생각을 이어서 끄집어내었다. 그러나 내가 그런 이야기를 꺼낸 순간, 리체의 표정이 살짝 바뀌었다.


“네. 비서장님과는 그 정도 이야기했고...”


드물게도 리체는 대답이 내키지 않는 듯 살짝 말을 끌었다. 그러나 그 미묘한 주저는 오래 가지 않았다.


“실은 공주님을 뵙고 왔어요.”


“시아? 아니, 공주님을?”


엥, 이건 또 무슨 이야기람.


“그것 때문에 오셨더라고요.”


아, 그럼 그렇지. 로디토 그 자식이 고작 그런 이야기나 하러 왔을 것 같진 않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랬군. 처음부터 그렇게 이야기하면 오해할 필요도 없었잖아.


“공주님은 무슨 일로?”


“별 것 아니었어요. 그냥...”


리체는 얼른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렇게 금방이라도 대답할 것처럼 입을 연 리체는 잠시 침묵했다.


“그냥?”


처음부터 답하길 주저한 거라면 또 모르겠는데, 시원하게 입을 연 것치고는 묘하게 긴 침묵이었다.


“그냥...”


리체는 다시 한 번 그렇게 되뇌었다. 딱히 대답을 재촉할 생각은 없었기에 나는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침묵이 길어지자 나는 문득 호기심이 피어올랐다. 시아가 지나를 불러서 따로 이야기할 일이 뭐가 있지? 관련 있는 일이라고 해봤자...


“설마 아이카 이야기라도 한 거야?”


“아, 아이카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리체는 마침 생각난 듯 대답했다.


“요즘은 어떠냐고 물어보셔서 대답해드렸어요.”


“어떠냐니?”


“핀 님 말이에요.”


“내가 뭘?”


“조금 침울해하고 있었다고 말씀드렸거든요.”


“내가?”


“안 그런가요?”


에흠, 나는 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솔직하게 대답하자니 좀 부끄러운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딱히 침울해있었던 게 아니고...”


민망해진 나는 변명 비슷하게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때, 밖에서 약간 소란스러운 기운이 돌더니 이내 침묵 사이로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리체 님? 가닐영입니다. 군단장님 계시...”


그러나 그렇게 문을 열고 들어오던 가닐영은 자리에 서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눈이 동그래졌다.


“아, 군단장님. 급히 보셔야 할 서류가 하나 있는데요.”


“마침 잘 됐네. 나도 할 이야기가 있는데.”


아닌 게 아니라 급하게 돌아왔는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모습이었다. 그런 가닐영에게 그렇게 대답한 나는 고개를 돌려 리체를 쳐다보았다.


“너도 같이 들어야 돼.”


“네?”


갑작스런 내 부름에 리체는 놀란 듯이 귀를 쫑긋 세웠다. 가닐영 역시도 약간 의외라는 눈치였다. 항상 작전계획은 참모장과 독대한 상태로 정리하곤 했으니 이 둘이 놀라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 해야 할 이야기는 작전계획 같은 게 아니니까.


“내 방에서 이야기하지.”


하지만 내가 은밀한 이야기라는 것을 내비치자 둘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내가 먼저 들어가서 자리에 앉자, 둘은 곧 뒤따라 자리에 앉았다. 그 사이 리체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표정으로 돌아왔지만, 가닐영의 표정에서는 약간의 진중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나는 그런 가닐영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백남현 선생님이란 존재를 알아버린 이상, 당장 오늘 아침부터 가닐영 참모장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살짝 고민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딱히 필요하지 않은 고민이었다.

가닐영 참모장은 여전히 가닐영 참모장이었다. 내가 고민할 틈도 없이 여전히 참모장의 일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핀 님?”


“어... 지금 하는 이야기는 앞으로 사흘 후까지는 비밀이야.”


“사흘 후요?”


“그때까진 그냥 알고만 있어. 참모들한테도 이야기하면 안 돼. 말 그대로 업무에 참고만 하도록.”


“알겠습니다.”


내가 그렇게 입을 열자, 가닐영은 한층 더 비장한 표정이 되었다. 리체는 이렇다 할 표정 없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열흘 후 출진이야.”


둘 다 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나는 가닐영의 눈동자가 흔들린 것을 놓치지 않았다.


“군단사령으로는 사흘 후 하달할 거야. 다른 군단도 마찬가지 일정으로 움직일 예정이니, 사전에 챙길 수 있는 부분들 점검해두도록. 점검은 군단사령 하달 후 당일 바로 하도록 할 테니, 참모들 일정 맞춰주고.”


“알겠습니다.”


“바로 나가서들 업무 봅시다. 아, 방금 급한 일 있다고 했나?”


“아뇨. 상황이 이렇게 됐으면 다시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금 있다가 가지고 오겠습니다.”


“그래.”


가닐영이 바쁜 걸음으로 방을 나가자, 군단장실에는 리체와 나만 남았다.


“리체 너도 별 일 없으면 나가도 돼.”


“네...”


리체는 우선 그렇게 대답했다.


“핀 님.”


“응?”


“이거, 제가 들어도 되는 이야기일까요.”


질문 치고는 약간 묘한 느낌의 질문이었다.


“어... 너도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내 업무를 지원해야 하니까.”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리체는 표정을 살짝 굳혔다.


“하긴... 그렇겠지요.”


“아, 물론 비밀이야. 그 전에 새어나가는 건 안 돼.”


내가 그렇게 말하자 리체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리고 답했다.


“네.”


애초부터 회의가 늦은 오후였기에 남은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리체가 나간 이후 몇 가지 서류를 훑어보는 것만으로 벌서 창밖은 붉게 변해있었다.


“저녁 먹고 올게.”


가닐영과 리체를 제외하면 다들 나와 식사하는 것을 꺼리는 느낌이었기에 대개 내 식사는 리체와 함께인 경우가 많았다. 가닐영 같은 경우는 워낙 바쁘니까... 하긴 생각해보면 가닐영이나 리체 역시도 나와 식사하는 걸 꺼릴 수도 있겠군.


“왜요?”


그런 생각이 들어 옆에서 따라오고 있는 리체를 쳐다보았더니 리체는 그런 내 시선이 유별나다는 듯 되물어왔다.


“별 거 아냐.”


리체는 그런 내 대답을 곱씹는 눈치였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우리는 대체적으로 조용히 저녁 식사를 마쳤다.


“나 먼저 퇴근할게. 얼른들 들어가.”


군단장실에 계속 앉아있으면 군단장실에 붙어있는 방 인원 모두가 퇴근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몇 가지 서류를 들고 인사를 건넨 다음 내 방으로 퇴근했다. 사실 열흘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바짝 고삐를 죄어도 모자라다고 생각하지만... 이제 앞으로는 다들 마음 편히 쉴 날도 별로 없을 테니까. 먼저 퇴실해주는 게 좋겠지.

다만 그렇게 퇴근해서 적당히 몸을 씻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침실 책상에 앉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우웅...”


얼마나 지났을까. 뉘엿한 해가 진 이후 촛불까지 켜고 나서도 꽤 시간이 흐른 시점에 나는 결국 읽고 있던 서류를 책상에 휙 던져버렸다. 아무래도 집무실이 아닌 곳에서 서류를 보려다보니 불편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당장 참고할 수 있는 자료들이 죄다 집무실에 있었으니까.

평소라면 참고 자료가 필요 없는 서류를 주로 봤지만, 이제 총괄 점검을 하려다 보니 아무래도 들고 온 서류만으로는 검토에 한계가 있었다. 나는 내일부터는 다른 이들이 불평하건 말건 군단장실에 남아있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네, 군단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아, 놓고 간 게 있어서... 알아서 찾을 테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러잖아도 이제 조금은 늦은 시간이었다. 나는 군단장 집무실로 들어와 서류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아...”


역시 이거 잘못 적어놨었네. 나는 한숨을 쉬며 서류를 정돈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설명이 있으면 분명 문서 받는 곳에서도 확인을 한 번 더 하겠지만 그래도 본 이상 고쳐둬야지. 그나저나... 이거 원본을 어디에 뒀더라? 리체에게 맡겼었나? 그랬던 것 같은데.

나는 촛불에 의지해 리체의 책상 위를 서성이기 시작했다. 얘가 이걸 어디에 뒀을까. 나는 차근차근 책상을 훑었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내가 찾는 서류는 발견할 수 없었다.

에... 결국 직접 물어보러 가야하나. 늦은 시간인데 그냥 내일 할까? 그러나 지금까지 정리해놓은 서류가 아까워서 나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왕 서류를 다 꺼내놓았으니 오늘 정리를 해버려야 내일은 내일의 일을 할 수 있을 거야.

결국 딱히 내키지는 않았지만 나는 리체의 방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리체가 퇴근 이후에 일을 시킨다고 투덜거릴 성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시간은 시간인지라 조심스러운 느낌이었다. 그나저나 몇 번 와봤다고 이제 길이 제법 익숙하군.


“저어... 리체?”


항상 경비병이 문 앞에 상주하고 있는 내 방과 달리, 리체의 방은 궁내에서도 약간 외떨어진 곳인지라. 나는 인적 드문 복도에서 걸음을 멈추고는 그렇게 문을 똑똑 두드렸다. 그러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시간이 좀 늦긴 했지만 벌써 자고 있진 않을 텐데... 설마 안에 없나?

하긴, 없으면 어쩔 수 없지. 나는 체념 비슷한 안도감마저 느끼면서 다시 한 번 문을 똑똑 두드렸다. 안도감에 조금 전보다는 조금 더 세게 두드렸지만, 여전히 안에서는 대답이 없었다.

하아, 어쩔 수 없군. 이건 내일 하는 수밖에... 그러나 내가 그런 생각과 함께 발길을 돌렸을 때였다.


“네... 누굿세요...”


어라, 리체 목소리인데. 안에 있었나? 어째 들었다고 확신하기에는 좀 미약한 목소리였기에 혹시 자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왕 대답이 돌아온 마당에 그냥 돌아가기도 뭐해서 나는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아, 미안. 난데...”


문 너머는 조용했다. 그러나 복도가 워낙 조용했기에 나는 잠시 뒤 가벼운 쿵 소리가 이어진 것을 놓치지 않았다. 뭐야, 안에서 뭘 하고 있는 거야...?

그러나 그런 당황스런 기분은 잠시, 이내 끼익 문이 열리는 바람에 나는 반사적으로 인사를 건넸다.


“아, 안녕...”


윽, 자고 있었나 보네. 나는 반쯤 감긴 리체의 눈을 보고는 순식간에 상황을 정리했다. 하긴 요즘 가뜩이나 일이 많았으니 피곤할 만도 하겠지. 아, 이거 잘못 왔는데? 그러나 내가 그런 낭패감을 정리하기 전이었다.


“...핀 님?”


“아, 응. 이 시간에 미안. 자고 있었나 보네?”


아고, 역시 오지 말걸 그랬어... 나는 민망한 기분에 그렇게 중얼거렸는데, 그 순간 내 코를 스쳐가는 냄새가 하나 있었다.

어라? 이 냄새는... 그리고 내가 그 향의 정체를 알아차린 순간이었다.


“와, 핀 님이다!”


“쉬, 쉿!”


아직 자기에는 이른 시간이라고 해도, 엄연히 밤중이다. 리체가 별안간 큰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나는 기겁해서 그 외침을 제지했지만...


“와아아, 내가 정~말 좋아하는 핀 님이다아아!”


뭐야? 얘 왜 이렇게 취한 거야? 리체의 큰 목소리에 나는 내용에 신경 쓸 틈도 없이 화들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주위에 사람은 없었다.


“조, 조용히 좀 해!”


“싫~거든요!”


리체가 처음 보여주는 모습에 나는 심히 당황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저 멀리 복도 끝에서 누군가 빼꼼 고개를 내밀고 여기를 쳐다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 별 일 아니야.”


갑작스런 소란을 하인에게 목격 당하고 나자 나는 질겁해서 일단 리체를 방안으로 밀어 넣었다.


“이, 일단 들어가. 들어가서 이야기해.”


얘 지금 말이 통하긴 하나? 그러나 내가 그렇게 방 안쪽으로 훠이훠이 손짓하며 이야기하자 리체는 눈을 깜빡이며 내 제안을 멀뚱히 듣더니, 갑작스레 꺄르르 웃었다.


“들어오세요. 들어오세요. 모쪼록 어서 들어오세요.”


대체 얘 뭘 하고 있었던 거야? 뭘 얼마나 마신 거야? 리체는 취한 사람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깍듯한 자세를 취하더니 공손하게 문에서 비켜섰다. 나는 누가 우리를 목격할세라 서둘러 문 안으로 들어섰다.


“앉~으세요.”


술기운이 꽤 섞인 말투를 귓가로 흘리면서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방안을 훑었다. 대체 누가 이렇게 리체를 취하게 만들었나 했더니...


“한 잔, 히끅, 하실래오?”

...리체 본인이었군. 나는 커다란 술병과 그 옆에 놓인 잔을 보고는 진땀을 흘렸다. 혼자서 뭘 이렇게나 많이 마신 거야?


“너...”


“네에~?”


그래도 대답은 하는군. 취했다고는 하지만 얼마나 취했는지 가늠이 가지 않았기에 내가 그렇게 확인 차 물었더니 약간 느릿한 목소리로 대답이 돌아왔다.


“대체 뭘 얼마나 마신 거야...?”


처음 보는 리체의 모습에 당황스러움을 느끼면서 나는 탁자 위에 놓인 술병을 살짝 들어보았다. 묵직해 보이는 외관에 비해 손에 걸리는 무게가 생각보다 가벼워서 한 번, 그리고 그 병 주둥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이 생각보다 훨씬 강렬해서 두 번 놀란 나는 그제야 이 방안에 감돌고 있는 은은한 사과 향기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이건... 포도주도 아니고 무슨 술이지? 그냥 술도 아니고 완전 독주 같은데? 그리고 내가 표정을 찡그린 채 그 병을 유심히 보고 있자니 리체가 기세 좋게 설명을 붙였다.


“공주님이 주셨쩌요!”


얘 내일 이거 기억이나 할까? 아니, 기억하면 기억하는대로 문제일 것 같은데. 잠에서 깨어난 리체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할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나는 머리가 복잡해졌지만, 일단은 당장 상황부터 파악해보기로 했다.


“공주님이?”


“네에.”


그 사이 리체는 몸을 가누기 힘든지 침대에 앉아있었다. 그나저나 시아가 이걸 왜 줬지?


“시아가 이걸 너한테 왜 줘?”


설마 얘가 시아한테 술을 내놓으라고 하진 않았을 테고. 그러나 내가 그렇게 묻자, 리체는 재깍 시원하게 대답했다.


“아빠 물건이래요!”


아빠? 리체의 입에서 튀어나온 단어는 다소 이질적으로 들렸다.


“아빠...?”


“네.”


짧게 대답한 리체는 뒤로 스윽 소리도 없이 침대에 눕더니 손등으로 눈을 가렸다.


“누군지 잘~ 알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가르티셰 후작 물건을... 시아가 리체에게 줬다는 거야? 여기까지 상황을 파악하자, 갑자기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아...”


리체는 미동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리체가 내 말을 듣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오늘 시아가 불렀다는 게... 이거 때문에?”


그런데 지나가 원래 술을 입에 달고 다는 사람도 아니고... 받았다고 해서 이렇게 덜컥 마셔버렸다는 게 이상하지 않나? 마시기는커녕 오히려 소중하게 보관할 것 같은데?


“혹시 시아랑... 무슨 일 있었어?”


그러고 보니 아까 아이카 이야기했다는 것 말고는 딱히 들은 게 없었지? 하지만 내가 그렇게 묻자 리체는 손등으로 눈을 가린 상황에서도 눈을 살짝 깜빡였다.


“아뇨오.”


이어진 대답은 사뿐했다.


“그냥~ 모처럼 일부러 챙겨주신 거니까 한 모금 마셔봤어요.”


아무리 봐도 한 모금이 아닌데요. 그러나 그렇게 스스로에게 대답하듯 중얼거린 리체는 잠시 그렇게 누워있더니, 갑자기 용수철처럼 휙 튕겨나듯 몸을 일으켰다.


“왜요? 저는 술 마시면 안 되나요?”


갑자기 또렷해진 말투. 생기로 반짝이는 눈빛. 똑바로 올려보는 시선. 그런 리체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에 순간 나는 당황했다.


“응? 아니, 안 되는 건 아닌데.”


“흐응~”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리체는 다시 원래의 흐릿한 느낌으로 돌아가서 입을 삐죽거렸다. 그리고는 다시 침대에 털썩 누워버렸다.


“핀 님은 바아보.”


제발 내일 기억하지 말아라... 이건 오히려 리체 기억에 남아있으면 분명 문제가 될 거야.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속으로 그렇게 기원했다.

그러나 그런 기원과는 별개로 여전히 의문은 해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얘가 갑자기 왜 이렇게 술독에 빠져버린 이유가 뭐지? 단순히 아버지 생각이 나서 한 잔 했다? 그럴 인물이 아니라는 건 내가 잘 알고 있는데. 시아랑 무슨 일 있었나?


“별다른 일 없었어요.”


그러나 그런 내 생각을 꿰뚫기라도 하듯이 리체가 갑자기 중얼거렸으므로 나는 순간 움찔했다.


“네. 특별한 이야기는 안 했어요.”


내게 말한다기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들려주는 듯한 말투였다.


“...그럼 무슨 이야기했는데?”


“그냐앙... 이야기.”


“그냥 이야기?”


그러나 내가 그렇게 되물었지만, 리체는 그렇게 누운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나는 대답을 기다렸다기보다는 생각에 잠겨있었는데, 그래서 우리는 한참동안이나 그 침묵 속에 잠겨있었다. 이따금 방안을 비추고 있는 불빛이 일렁이는 것을 제외하면 세상은 멈춰있는 것만 같았다.


“핀 님.”


세상이 멈춰있는 것처럼 느껴졌더라도 그건 결코 멈춰있는 것임이 아니었음을, 나는 리체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깨달았다.


“다행이에요.”


그러나 내가 미처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리체는 그렇게 툭 던지듯 말했다.


“다행이라니?”


분명 잠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리체는 마치 내 반문을 듣지 못한 것처럼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흐른 후에 졸린 듯이 중얼거렸다.


“이야기해서, 다행이에요...”


아니, 대체 무슨 이야기를 했다는 거야?

그러나 그렇게 대답하는 리체의 목소리는 이미 꽤나 잦아든 채였다. 그리고 그에 이어, 리체는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거의 듣기도 힘들 정도로 조용하게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이야기해서, 정말로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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