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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키 님의 서재입니다.

판상츠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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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키
작품등록일 :
2012.09.20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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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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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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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0쪽

[판상츠모사][14장 “알을 깨우는 자장가” - 13]

DUMMY

[판상츠모사][14장 “알을 깨우는 자장가” - 13]




“에... 그럼 제1회 이즈린느 왕궁 친목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


찌릿.


“죄, 죄송합니다...”


아니, 농담도 못 해? 나는 즉각 발언을 중단 당하고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사실 그 이전에 이런 농담이라도 하지 않으면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분위기는 냉랭했다. 나는 의자에 앉아 조심스레 눈을 굴렸다.

우리는 학교 어딘가 있는 빈 교실에 앉아있었다. 가끔 지나가곤 하는 교실인데, 들어와 본 적은 없어서 이런 곳인 줄은 몰랐군. 아마 대충 실습실 비슷한 공간인 것 같은데... 나는 이런 공간을 잡아 우리를 이곳으로 부른 이를 힐끔 쳐다보았다.

유시아, 학생, 공주. 검푸른빛 긴 머리에 생각을 읽을 수 없는 차가운 표정이 일품인 예쁜 소녀. 그리고 그 반대쪽은...

홍지나, 학생, 마법사. 빨간 머리에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는 뜨거운 표정이 일품인... 음, 근데 이런 걸 뜨거운 표정이라고 부르던가? 그러나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였다.


“반가워. 유시아야.”


전혀 반갑지 않은 표정으로 시아가 중얼거렸다.


“그래, 안녕. 홍지나야.”


전혀 안녕하지 않은 표정으로 지나가 중얼거렸다.


“네. 두 분 다 안녕하세요. 차수휘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둘 다 진심으로 인사를 받을 생각은 별로 없어보였기에 주인 잃은 인사는 내가 거둬들였다. 물론 나머지 둘은 그런 내 발언에 관심은 두지 않았다.


“사전은?”


“그게... 좀 늦게 온대.”


“뭐?”


시아의 질문에 내가 그렇게 대답했더니, 지나가 대뜸 인상을 쓰며 대답했다.


“뭐라더라. 엄청 중요한 일이 있다고...”


“이것만큼 중요한 일이 어디 있어?”


“아니, 우리야 이미 알고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그런데 사전은 아직 모르잖아.”


나는 변명하듯 대답했다. 지나는 그런 내 대답에 화가 난 것처럼 시선을 굴리더니 이내 팔짱을 끼고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


“정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화가 났다기보다는, 투덜거리는 듯한 말투였다. 나는 그렇게 중얼거린 지나를 힐끔 쳐다보았다. 어젯밤에 보여준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 모습은 다소 어색한 감이 있었다. 아니지. 어젯밤에 보여준 모습이 어색한 건가?

처음 만났을 때의 인상과 달리, 지나 역시도 여린 면이 있다는 건 이미 요 며칠 사이 진작 깨달은 것이었다. 하긴 생각해보면 어제 주차장에서 바로 울음을 터뜨렸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겠지. 나는 어제 내 앞에서 눈물을 보인 지나의 모습에, 지금 다리를 꼰 채 팔짱을 끼고 앉아있는 지나의 모습을 겹쳐보았다.


“뭐야?”


“아뇨. 아무 것도 아닙니다.”


“아무 것도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 또 이상한 생각했지?”


“또 이상한 생각이라니... 누가 보면 내가 무슨 매일 이상한 생각만 하고 있는 사람인줄 알겠네.”


“대화중에 미안한데.”


다행히 그런 나를 구해준 것은 시아였다.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는 좀 천천히 하고, 중요한 이야기 먼저 해도 될까?”


그렇게 중얼거린 시아는 시간을 확인했다.


“가닐영을 만날 시간이 얼마 안 남았거든.”


그건 그랬다. 시아의 말에 나도 살짝 고개를 돌려 시간을 확인했다.


“중요한 이야기?”


“아델리체 나르노크, 맞지?”


시아가 그 이름을 꺼낸 순간, 지나의 표정이 굳었다.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마.”


“하지만 우리 이런 이야기하러 모인 거 아니었어?”


와... 나는 속으로 조금 감탄했다. 모르긴 몰라도 시아는 지나가 이 이야기에 거부감이 있다는 사실을 진작 간파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시아는 기선제압이라도 하듯 그런 대답과 함께 지나를 쳐다보았는데, 지나는 그런 시아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시아의 말에 틀림은 없었다. 지나는 잠시 시아를 노려보았지만 마땅한 대꾸를 찾기 어려웠는지, 잠시 뒤엔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리고 시아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래, 알았어. 유시안느 공주님.”


차갑다... 나는 냉랭한 분위기를 느끼고는 속으로 신음을 흘렸다. 물론 서로 사이가 좋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설마 이정도일 줄이야.

흠, 도망가고 싶은데 도망가면 안 되겠지? 그러나 그 상황에서도 시아는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정말이네.”


“뭐가?”


“정말 아델리체인가 보네.”


워워워, 나는 급격하게 험악해져가는 분위기 사이에 끼인 완충제 같은 기분이 되어 둘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내가 아델리체라는 게 뭐가 문제라도 있어?”


“문제는 없어.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지.”


지나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군. 그나저나 싸우자고 모인 게 아닌데 왜 이리 싸우는 거 같지.


“유시안느 공주님은 궁금한 것도 많으시네?”


부르는 이름에 묘하게 강세가 들어가는 걸로 보아 리... 아니, 지나도 듣고만 있진 않을 모양이었다. 아니, 심지어 그 정도가 아니라...


“그러고 보니 나도 확인할 게 있는데.”


“확인?”


“넌 왜 유시아야?”


“나?”


“다른 사람들은 이름이 전부 다른데, 너만 왜 유시아 그대로지?”


아니나 다를까, 이름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지나가 대번에 그렇게 질문을 던졌다.

음, 사실 나도 궁금한 부분이긴 했는데 묻기가 좀 그래서 묻진 않았지만... 아니, 사실 물었어도 별 의미가 없을 것이 분명한 게...


“그야 나는 모르지.”


“모른다고?”


“내 이름은 내가 지은 이름이 아니잖아?”


그리고 그렇게 대답한 시아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지금 설마, 거기랑 여기랑 이름이 같다고 해서 내가 무슨 실마리라도 쥐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만약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앞으로는 바보 취급하겠다는 듯한 말투였다. 그러나...


“아니, 충분히 생각할 수 있지.”


엑?


“앞으로 같은 경우가 또 등장할지는 몰라도, 지금 일단은 이런 경우가 너 혼자잖아? 이상하다 생각 안하는 게 바보 아냐?”


바보 여기 있습니다.

아니, 사실 나도 아예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닌데, 시아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 또한 강하게 직감하고 있었기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굳이 말로 표현을 하자면... 뭔가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어쨌거나 지금은 알 수 없다는 정도의 느낌?

그런 내 생각이 어쨌건, 시아는 그런 이야기에 약간 의외라는 듯이 지나를 쳐다보았다. 지나가 생각한 것보다 고분고분하게 말을 들을 생각은 없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래. 그 말도 맞네.”


그러나 시아는 의외로 순순히 수긍했다.


“하지만 정말로 아무 것도 짐작 가는 게 없어. 아무 것도 모른다는 말은 진짜야.”


솔직함 그 자체의 대답이었다. 거짓말은 하지 않지만 숨기는 게 있다는 느낌이 쥐꼬리만큼도 없는, 담백함 그 자체라고 할까.

오히려 짐작 가는 것조차 없다고 시아가 선을 긋자, 지나는 그 솔직담백함에 약간 당황한 모양이었다. 지나는 그 솔직한 대답에 잠시 시선을 돌리다가, 이윽고 시아를 쳐다보지 않은 채 말했다.


“그래. 모른다면 어쩔 수 없지.”


이런 면은 또 리체답...


“...왜요?”


“너 또 이상한 생각했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안 했습니다.”


하... 얘 진짜 내 생각을 읽고 있는 거 아냐? 나는 억지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 그건 그렇고 어쨌든...”


지나는 피곤한 표정으로 이마를 매만졌다.


“이제 우리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지?”


흐음, 그런 질문에 나는 턱을 매만지며 시아를 힐끔 쳐다보았다.


“사전까지 이 자리에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없으니 우리라도 우선 이야기하는 수밖에.”


그러나 그렇게 말한 시아를, 지나는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왜?”


“아무 것도 아냐. 너도 사전이라고 부르는구나 싶어서.”


사전을 놓고 이야기할 때 가끔 볼 수 있는 대화였다. 전부 다 사전이라고 부르니, 가끔 사전을 진짜 본명으로 아는 사람도 종종 있을 정도였으니.


“어릴 때부터 사전하고 친구였어.”


“친구?”


“친구랄 것까진 아니고, 얼굴은 아는 사이 정도?”


친구는 아니었습니까. 보통 그 정도면 그냥 친구라고 부르지 않아? 나는 자리에 없는 사전을 위한 변호를 마음속으로 시작했다. 마음속으로만.


“얼굴은 아는 사이 정도라...”


지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곱씹을 거리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게 지금 시급한 용건은 아니라고 생각한 모양인지, 지나는 다시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리고 말했다.


“그래. 어쨌든 사전은 없지만? 뭘 이야기한다고?”


“가닐영에게 우리가 알고 있는 걸 전부 다 말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시아는 빠르게 용건을 꺼내들었다.


“전부 다?”


“가닐영... 아니, 백남현 선생님이라고 했어? 그 선생님은 우리가 있다는 건 모르지?”


“아마도.”


그리고 나는 부연했다.


“나 말고도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는 눈치였어.”


“아마 우리가 다 같이 나가면, 가닐영도 분명 이게 말도 안 되는 상황이란 걸 이해하겠지. 물론 지금도 얘랑 만났으니,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만.”


여기까지 말한 시아는 몸을 살짝 앞으로 숙였다.


“하지만 가닐영이 당장 이 상황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을 제시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봐.”


합리적인 설명이라. 막상 그렇게 생각하니, 가닐영은 우리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긴 했다. 우리처럼 당황할 것인지, 아니면 설명을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억지로라도 가설을 만들 것인지.


“흠, 이건 나의 막연한 느낌이지만...”


내가 입을 열자, 지나의 시선이 빠른 속도로 날아와 박히는 바람에 나는 죄지은 것도 없이 찔끔했다.


“나름 어른이고 하니, 그래도 어떻게든 설명을 하려고 시도하지 않을까. 심지어 수학 선생님이잖아.”


“수학 선생님인 건 지금 관계없잖아.”


“그래도 다른 직업보다는 머리 굴리는 걸 좋아할 거라는, 저의 개인적 추측입니다.”


그것도 합리적으로 말이지. 지나의 지적에 이은 그런 내 대답에, 시아는 다시 입을 열었다.


“비슷한 관점에서, 나는 가닐영에게 처음부터 정보를 많이 제공해주는 편이 나을 거라고 봐.”


“왜?”


“우리 다섯 명만 이런 일을 겪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 있어?”


그렇게 생각하면 손을 들어야 되나? 하지만 일단 그 이전에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고, 물론 손을 든 사람도 없었다.


“나도 당연히 우리 말고 누군가가 더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러면 차라리 여기서 정보를 미리 제공해서, 가닐영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두는 게 좋을 것 같아. 물론 이게 최선이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못하겠지만?”


“우리도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정확하게 알 수 없으니, 할 수 없지.”


시아의 이야기는 단순했다. 그리고 그 단순한 이야기 끝에 시아는 지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동의해?”


시아가 그렇게 되물었을 때에야 비로소 지나는 시선을 살짝 들어올렸다. 듣고는 있었지만,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느낌이랄까.

음, 왠지 불안한데.


“너희 둘은 언제 만났어?”


윽, 지나의 입에서 대답 대신 질문이 튀어나오는 바람에 나는 또 다시 약간 긴장했다. 어찌 보면 맥락에 맞지 않는 뜬금없는 질문이라는 느낌도 있었지만...


“우리도 얼마 안 됐어.”


시아는 마치 그 질문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대답했다. 지나가 바로 대답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는 투의 대답이었다.


“왜?”


지나는 대답 대신 팔짱을 끼고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그렇게 집게손가락을 두어 번 까딱거린 지나는 슬쩍 눈을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왜?”


하지만 지나는 대답 대신 다시 눈을 돌려 시아를 쳐다보았다. 시아는 그런 시선을 당연히 인지했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고, 그 대신 지나가 입을 열기를 가만히 기다렸다.

그렇게 앉아있기를 잠시, 지나는 작은 신음과 함께 팔짱을 풀었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했다.


“그렇게 할 거라면, 나도 별로 이의 없어. 딱히 마땅한 다른 방법이 생각나는 것도 아니고.”


지나가 그렇게 대답하자 비로소 나는 약간 안도감이 들었다.

음, 왠지 서로 열심히 싸울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아니네.


“사전은?”


“여기로 바로 오라고 했는데... 아직 연락 없네.”


“가닐영은?”


“온다고 했으니 곧 오겠지?”


아직 가닐영이 오기까지 시간적 여유는 약간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여유 사이에서 왠지 모를 어색함을 느꼈다. 왠지 이대로 가만히 침묵을 지키고 있자니, 뭔가 일이 터질 것 같단 말이야.


“시간도 남으니까, 어제 만난 거 좀 더 이야기해봐.”


다행히 지나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가닐영?”


“가닐영 말고, 그... 선생님? 이름이 뭐랬지? 만나기 전에 알아두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저도 그건 그렇게 생각합니다. 근데 가닐영 맞거든.


“이름이... 백남현이야. 이번 특강 수학 담당. 우리 학교는 매년 겨울 특강이 있어서.”


“특강?”


“전에 너도 듣지 않았나? 방학 때 어디 일정 있거나 하는 거 아니면 의무참석이라고.”


지나는 딱히 관심은 없지만 기억은 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그래서 이번에 모셔왔는데... 아, 우리 학교 졸업생 아니었으면 못 모셔왔을 거라고 했나? 대충 그런 이야기도 들었던 것 같...”


“우리 학교 졸업생...이라고?”


아, 그러고 보니 시아에게도 이 이야기는 안 했었나?


“그렇다던데? 그래서 특강 말고도 몇 번 왔었대. 선배와의 대화? 그런 행사에도 참여했다고 하더라고.”


“나름 유명한 사람인가 보네?”


생각해보니 그러네. 말하다보니까 나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긴 아무 사람이나 불러다가 특강시키는 건 아니겠지. 선배와의 대화도 좀 잘 나가는 선배가 오는 걸 테고 말이야.


“아무래도 가닐영이니까 그렇겠지? 이야기 몇 마디 안 해봐도 가닐영이라는 느낌이 팍팍 나더라고. 왕국에서도 잘 나가잖아? 심지어 지금 계급이 대사관이니까...”


“맞아. 나이에 비하면 상당히 높지.”


시아가 그렇게 말을 받았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물론 나이에 비하면 꽤 높은 계급인 건 맞지만...


“그러고 보니 좀 뜬금없지만, 나이에 비해서는 높다고 해도 군단 참모장쯤이나 되는 자리를 대사관 계급이 맡고 있으면 힘들 텐데?”


어라, 내가 하려고 했던 말을 시아가 대신 해준 덕에 나는 막 열려던 입을 다시 닫았다.


“어, 그렇지?”


그건 그러잖아도 요즘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참이었다. 당장 가닐영이 대사관 계급이다 보니 위사 계급을 부하로 부릴 수가 없는 게 문제였다. 아니, 하다못해 위사 계급이 아니라 같은 대사관들도 부리기 어려운 참이니...


“곧 위사로 진급시켜야겠지? 내가 공주라면 진급시킬 것 같은데.”


“아니, 공주 맞잖아?”


“그렇지만 꿈에서는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야 그렇지만.


“...너희 평소에도 이런 대화 하는 거야?”


지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이런 대화라니?”


“그러니까... 그, 꾸, 꿈...”


“아, 그러고 보니 리... 아니, 지나 너는 이런 이야기 싫어했었지.”


나는 알고 있었지만 짐짓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지나는 내 중얼거림에 즉각 표정을 굳혔다.


“내가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말랬지.”


“아, 미안. 실수할 뻔 했네.”


나는 어디까지나 실수하지는 않았다는 투로 이야기했다.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지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나를 노려보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내게 뭐라고 더 투덜거리지는 않았다.


“가닐영 이제 올 시간 아냐? 이런 이야기할 때가 아니잖아.”


자기가 하자고 했으면서... 하지만 그때였다.


“아, 잠깐만. 지금 전화 왔다... 네, 여보세요?”


“아, 나야.”


잠시 대화를 눌러두고 전화를 받자, 즉각 목소리가 귀로 흘러들어왔다.


“오늘 조금 일찍 도착할 것 같은데... 지금 가면 되나? 아니면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거기로 올래?”


시원시원한 목소리. 익숙한 가닐영 대사관의 목소리였다.


“아, 바로 나갈 수 있어요. 주차장으로 갈까요?”


“학교 앞은 좀 그러니 자리를 좀 옮기지. 주차장에 있을 테니 주차장으로 와. 곧 도착이야.”


“네.”


대답을 하고나자 통화는 가볍게 끊어졌다. 딱히 설명할 것도 없는 느낌이었지만, 나는 그래도 눈앞의 둘을 쳐다보았다.


“가닐영이 주차장으로 나오래.”


“주차장?”


“학교 근처는 좀 그렇다고 자리를 좀 옮기자는데?”


사실 우리야 거절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아니, 우리쪽에서 먼저 요청했어야 할 일이었다. 우리야말로 다른 애들 눈이 있으니까, 학교 앞은 곤란하단 말이야.

드디어 시작이군. 우리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전은?”


빈 교실을 나와 문을 잠그면서 시아가 그렇게 물어왔다.


“지금 전화해보려고.”


“그러면 먼저 내려가 있어. 나는 열쇠 반납하고 갈 테니.”


그러잖아도 방금 가닐영과 통화할 때, 생각을 한 참이었다. 이왕 가닐영을 만날 거라면 사전도 오늘 함께 가닐영을 만나는 게 나을 것이다. 우리가 정보를 전부 털어놓기로 한 이상, 사전에게도 어느 정도의 지침을 내려주는 것이 좋을 테니까.

아니, 그런데 이 자식은 시간 맞춰 늦게라도 온다더니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


“미안! 조금 늦었네!”


윽, 내가 먼저 건물 현관을 나서면서 사전에게 막 전화를 걸려던 참이었다.


“누가 봐서 이게 조금이냐.”


“엣, 뭐야. 왜 나오는 건데? 중요한 이야기 있다고 하지 않았어?”


그 와중에도 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만 기세 좋게 주워 넘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나는 표정을 찡그리고는 전화를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뭐하다가 왔는데?”


“아, 그게 오늘 꼭 해야 하는 출석이 하나 있었는데...”


“출석?”


“직업 무기 만들 때 들어가는 재료가...”


하...


“너, 그거 때문에 늦었다고 하지 말고 엄청 중요한 일 있었다고 그래.”


사전이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내가 혼날 것 같았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사전은 내 이야기를 바로 알아듣지는 못했다.


“그렇게 말하라고? 누구한테?”


“모두한테.”


“모두?”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느낌의 대답이었다. 그러나 그때였다.


“어...?”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안녕.”


존경스럽게도 지나는 표정을 찡그리지는 않았다. 현관으로 내려온 지나는 무표정하게 사전의 인사를 받았다.


“안녕.”


“지금 가? 일찍 가네.”


사전의 말에 지나는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나는 사전을 쳐다보았다.


“왜?”


그러나 사전도 멍청이는 아니었으므로, 그런 시선에 담긴 뜻은 금방 읽어낸 모양이었다.


“아, 설마 오늘 중요한 이야기할 사람에 지나도 있었어?”


“그래.”


나는 탐탁치는 않았지만 그렇게 대답했다.


“그럴 줄 알았으면 여기 왔지. 왜 이걸 이제 말해주는 거야?”


“아니, 엄청 중요한 이야기라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하긴 지금 생각하니 다른 사람도 아닌 사전이니만큼 지나가 있다고 한 마디만 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긴 하다만.

하지만 이미 사전은 내 이야기는 듣고 있지 않았다.


“미안, 이런 자리인지 몰랐네. 오늘 엄청 중요한 일이 있어서 거기 좀 갔다 왔어.”


“중요한 일?”


별로 관심은 없으나, 말하니까 묻는다는 티가 완연해 보이는 반응이었지만...


“아, 그러니까 내가 요즘 하고 있는...”


“으다다다다닷.”


이 단세포동물 같은 놈이 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거야! 방금 내가 말했던 거 잊었냐아아?


“야, 너 갑자기 왜 이래?”


“아, 갑자기 지병인 허기가 도지는 바람에... 아, 배고프다~ 배고프다~”


나는 사전이 이상한 소리를 꺼내지 못하게 급히 병증을 연기했다.


“아까 전에 진작 저녁 먹었잖아?”


“성장기라서 그래.”


사전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더 이상의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중요한 이야기란 게 뭔데?”


“그건 일단 가면서 이야기할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기에 우리는 전부 뒤를 쳐다 보았다.


“어... 유시아 안녕.”


“안녕.”


시아는 이번에도 별로 안녕하지 않은 눈치였지만, 인사는 받아주었다.


“오랜만이네.”


“그러게.”


편지로 인사를 주고받아도 저것보다는 더 정감이 있겠다. 현관으로 나온 시아는 가볍게 신발을 갈아 신고는 가방을 두어 번 매만졌다. 그리고 슬쩍 던지듯 말했다.


“일단 가자. 미리 가서 기다리는 게 낫겠지.”


“가자고? 어딜?”


사전은 처음에는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한 눈치였다. 그러나 그도 잠시...


“어? 설마 시아도?”


“맞아.”


대답할 기운이 별로 없어서 나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일단은 걷기 시작했다. 정신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가닐영과 전화를 한 건 나니까 내가 가닐영을 맞이해야겠지.

그리고 내가 그렇게 걷기 시작하자, 뒤에서 사전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 우리 넷이 해야 하는 중요한 이야기라고? 뭔지 짐작도 잘 안 가네.”


먼저 걸어가는 시아를 앞에 두고, 우리 셋은 나란히 걸었다. 사전은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다고 생각한 모양이었지만, 금방 이 분위기에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남자 둘, 여자 둘이라... 뭔가 젊음의 풋풋한 한 장면 같지 않냐?”


“너 그 아저씨처럼 말하는 것 좀 그만 두면 안 되냐.”


“난 사실을 말할 뿐이야. 우린 지금 이 세상에 있는 누구보다도 젊음 그 자체를 진솔하게 구가하고 있다고.”


끄응, 말을 말자. 물론 내가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전이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째 오늘 우리 묘한 조합이네?”


사전은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묘한 조합?”


다소 의외였지만 거기에 반응한 것은 지나였다.


“말하자면,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조합? 아, 물론 얘랑 쟤는 요즘 끈끈이처럼 붙어 다니긴 했지만 우리 둘이 여기 끼는 건...”


“쿨럭, 쿨럭!”


이상한 곳에서 사전이 뜬금없는 이야기를 꺼내는 통에 나는 나도 모르게 기침을 하고 말았다. 내가 이 인간 주둥이를 묶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건 정상적인 욕구겠지?


“...끈끈이?”


“아, 표현을 하자면 그렇다는 말인데... 어, 이야기 못 들었나? 얘 최근에 사고 난 건 알고 있잖아?”


내가 몇 번 말했으니 지나도 알고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고의 당사자들이 누구인지는 이야기한 적 없었으므로...


“야, 너 무슨 이야기하...”


그러나 사전은 내 말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게 쟤야.”


“쟤?”


사전은 턱으로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시아의 등을 가리켰다.


“어, 이거 꽤 유명한 이야기인데 못 들은 거야? 너 전학 오기 전에 있었던 일인데, 이 사건으로 저 공주님의 얼음 같은 마음이 사르륵...”


“쿨럭, 쿨럭!”


고, 공주님? 갑작스런 단어에 나는 다시 한 번 요란하게 기침했다. 그리고 다행히 그 단어에 반응한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공주...님?”


지나는 약간 당황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사실 생각해보면 어차피 이제 다 말할 것이니만큼 당황할 필요는 없었는데, 설마 사전이 먼저 그런 이야기를 꺼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방금 그 말은...


“...아니, 그냥 평소에 쓰는 관용적인 표현이잖아? 왜 그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전에게 이상한 놈 취급 받다니... 나는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허해져왔지만 아쉽게도 여전히 기침이 멈추지 않았기에 그런 허한 마음을 달랠 여유는 없었다. 대신, 다행히 지나가 빠르게 상황을 수습해주었다.


“...넌 쟤랑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나 보네?”


“그렇지? 어디 보자... 얼마나 됐지? 내가 어릴 때 여기 이사 왔을 때니까...”


그러나 그렇게 막 손가락을 놀리기 시작하던 사전은 별안간 지나를 쳐다보았다.


“...그나저나, 넌 시아 쟤 어떻게 알아? 원래 알고 있었어?”


“아, 아니.”


사전의 질문에 지나는 당황했다.


“그럼?”


“오, 오늘?”


“오늘 알았다고?”


사전은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걷고 있는 걸음을 멈추지는 않았지만, 사전은 바로 잘 접어놓은 손가락을 휙 펼쳐버렸다. 별로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여긴 모양이었다.


“흐음~ 이거 무슨 이야기일지 점점 더 기대되는데. 무슨 이야기일까~”


사전은 여유가 있어보였다. 목을 좌우로 돌려 가볍게 몸을 푼 사전은 팔짱을 낀 채 턱을 살짝 괴었다. 그리고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시아를 빤히 쳐다보았다.


“아.”


우리는 어느덧 주차장이 보이는 위치에 와있었다. 그리고 그 시점에, 사전은 뜬금없이 그렇게 입을 열었다.


“왜?”


“분명 낯선 조합인데, 왠지 익숙하다 했더니...”


사전은 뭔가를 떠올린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중얼거림을 듣고 있는 나는 이상하게 불안해졌다. 또 무슨 소리를 하려고 그러지?


“사실 이건 정말 쓸데없는 이야기인데... 방금 전에 내가 낯선 조합이라고 했잖아?”


“그랬...나?”


정확하게 듣지는 않았지만 대충 그랬던 것 같아서 나는 일단 반사적으로 대꾸했다.

그런데 그 다음이었다.


“사실은 그게 말이야, 내가 며칠 전에 이렇게 넷이서 즐겁게 놀았던 적이 있거든?”


“뭐?”


“아, 그렇게 쳐다보지 마. 정확하게 말하면 진짜로 놀았다는 건 아니니까. 게다가 다른 사람들도 같이 있는 자리라 우리끼리만 놀았다는 것도 아니지만...”


주차장 안으로 차가 한 대 미끄러져 들어온다. 그리고 천천히 속도를 줄여가며 우리를 스쳐지나갔다. 잠시 그 차를 피하느라 사전의 말은 잠시 끊어졌다. 그러나 그도 잠시, 사전은 곧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게 여기서가 아니라 꿈에서...”


자기도 시답잖은 이야기라는 걸 알고 있다는 듯이, 별다른 고조감도 없이 그렇게 이야기를 이어가려던 사전은...


“...응? 우리 여기는 왜 왔어? 정문은 요 옆이잖아.”


탈칵, 그러나 차 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렇게 중얼거리던 사전은 반사적으로 그쪽을 쳐다보았다.


“아, 시간 딱 맞춰왔나 보군.”


그리고 그렇게 차문이 열림과 동시에, 익숙한 얼굴이 차에서 내림과 동시에, 귀에 퍽이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옆은 친구들인가? 신기한 일이란 건 알지만, 그래도 오늘은 가급적 당사자들끼리만 이야기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우리도 당사자예요.”


가닐영은 자신의 목소리를 가로막은 그 목소리에 마치 얻어맞기라도 한 듯이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는데, 그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한 순간에는 잠시 동안 가만히 굳어 있었다. 어쩌면 평생 굳어있지나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경직이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가닐영... 그러니까 백남현 씨는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유시아... 공주?”


물론 여전히 움직임은 없었지만, 목소리의 떨림마저 완벽히 숨길 수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연 가닐영은 그렇게 잠시 서 있다가 다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이번 응시의 대상은 내가 아니었다.


“아델리체 부관...?”


이번에는 조금 덜 굳어있었군. 가닐영의 시선이 또 다른 사람을 향했다.


“아즈... 총령?”


그 와중에 직급은 꼬박꼬박 다 붙여주네. 그런데 나한테는 어제 왜 안 붙여줬냐. 내가 이 순간 느낀 것은 그런 사소하고 별 거 아닌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내가 입을 다물고 있는 사이, 가닐영에게 마지막으로 지목당하는 것으로 발언권 비슷한 것을 얻었다 생각했는지 사전은 약간 당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물론 사전도 이런 상황에 당황한 것은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다른 이가 굳어있는 느낌이었다면, 사전은 조금 활동적으로 당황한다는 느낌이랄까.


“잠깐, 설마 그럼...”


사전은 시아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유시아?”


시아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래서 사전은 지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리체?”


지나 역시 아무 말도 없었다. 그래서 사전은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설마... 그럼 너는 핀 아이켈?”


왜 나만 설마인 건데. 그러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러면 당신은...”


당연하지만 사전은 아직 이 사람이 누군지 몰랐다. 아, 물론 가닐영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선생님이라는 걸 몰랐으니 이런 실례는 당연히 이해할 법하...


“...블라도스였던가?”


...이 녀석은 꼭 결정적인 순간에 이런 맥 빠지는 소리를 하더라. 하긴 내가 사전 입장이었어도 헷갈릴 법하겠지만.

그리고 우리가 우두커니 서있자, 사전은 자신의 답이 오답이라는 것을 눈치 챈 모양이었다.


“아니지, 아니지. 그, 누구였더라? 알데가르트 밑에 있는...”


사전은 기억을 더듬는 모양이었다. 사전이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잘 기억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가닐영이라는 인물이 머릿속에 아예 없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리고 사전이 그렇게 기억을 떠올리려 애쓰는 사이, 가닐영은 입맛이 쓴 듯 입맛을 한 번 다셨다. 그리고 하늘을 한 번 쳐다보았다. 그리고 땅을 한 번 바라본 후, 푸념하듯 중얼거렸다.


“이거 이 학교 와서 더 놀랄 일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아, 맞다. 당신 가닐영이었지!”


사전의 깨달음을 담은 외침에 가닐영은 머리를 살짝 긁었고, 나는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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