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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할 님의 서재입니다.

오합지졸 악마 잡기 대작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구원할
작품등록일 :
2023.05.10 14:22
최근연재일 :
2023.06.08 20:0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400
추천수 :
12
글자수 :
144,733

작성
23.06.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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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버핀의 계략(6)

DUMMY

루비의 갈고리 부리는 왈킨이 내민 새까만 부리에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의 부리는 가위처럼 날카로워서 조금만 스쳐도 털이 뭉텅뭉텅 잘려 나갔고, 또한 젓가락처럼 길어서 안전거리를 확보해 두지 않으면 그의 털처럼 빳빳하고 억센 목구멍 안으로 들어갈 터였다.


다행히 왈킨은 루비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의 부리는 루비를 향하고 있지만, 눈은 발롱 뒤에 자리한 광명이에게 붙어있었다. 광명이는 위기가 직감되자, 곧바로 다리를 풀었다. 치료사가 있는 곳에서 마법을 부리면 안 된다는 루비의 말이 무색하게 그는 왈킨의 입이 변하기 전, 이미 꼬리를 말고 있었다.


광명이의 공격은 왈킨의 변신이 아닌, 발롱의 미묘한 눈썹 움직임에 따라 시작되었다. 왈킨보다 발롱의 안내를 받는 일이 많았던 광명이는, 그의 휘어진 눈 위에 자리한 일자 눈썹이 미간과의 좁혀지는 거리에 따라 불쾌함, 기분 나쁨, 매우 기분 나쁨의 순으로 올라간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리고 루비의 도발에 미간으로 좁혀지는 눈썹이 서로 맞닿을 듯했고, 오른쪽 눈썹의 꼬리가 하늘로 솟구치는 것을 보고 발롱에게 덤벼 들었던 것이다.


“이..이거놔, 놓으란 말야..! 아니, 이거 좀 놓고 말씀하세요. 광명님!”

발롱의 등 뒤에 광명이가 어린아이처럼 목을 잡고 매달려 있었다. 다만, 팔 조임의 강도가 어린아이의 힘을 넘어선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사실 발롱은 인상만 찌푸렸을 뿐, 왈킨처럼 이상한 모습으로 변하지 않았다. 왈킨의 얼굴은 영락없는 까마귀였고, 몸은 인간이었다.

“영적인 능력이 탁월하니, 역시 우리의 정체를 금방 알아냈구나.”

“이건 영적인 것과 관계가 없어. 바보도 아니고, 누가 봐도 이곳이 수상하잖아. 여기 대장이라는 치료사는 말 한마디 못하고 붙잡혀 있고, 안내하는 놈은 쓸데없는 소리나 늘어놓고, 그리고 너는 뒤통수 꼭지에 머리카락도 아니고 군고구마처럼 생긴걸 붙이고 다니잖아.”

광명이는 영적인 어쩌고의 말에 발끈하며 손에 힘을 주었다. 그 덕에 발롱의 얼굴은 그의 몸만큼 하얗게 질려갔다.

“그런데, 너 작은 새. 넌 어떻게 알았지? 영적인 것도 없어 보이는데. 마법이라곤 사용해본 적도 없는, 평범하다 못해 전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왈킨은 딱히 궁금하진 않았지만, 고개를 돌린 곳에 루비가 있기에 물어본 것 같았다. 루비는 자존심이 상한 것처럼 부리 위를 힘껏 구부렸다.

“뭐? 니까짓 놈이 뾰족산에 언제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이 미죠님을 모른다는 건 대륙에서나, 이곳에서나 인생 헛살았다는 얘기가 되겠군.”

“뭐 미죠??”

루비의 말에 대꾸한 건 왈킨이 아닌 광명이었다. 그는 발롱의 목 위로 올라와 목마를 타고 있었다.

“니가 미죠란 말야..? 그럼 니가 브로우와 짜고 우리를..”

“닥쳐!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멍청하게 굴지 말고, 이것들이나 막아!”

루비, 아니 정체를 스스로 밝힌 미죠는 불시에 가위질을 해대는 왈킨의 머리를 피해 뒤로 성큼 물러섰다.


발롱은 그들의 대화를 귀담아들을 처지가 아니었다. 목에 매달려 숨을 조이는 귀신을 떼어내는 게 그의 일이었다. 그는 서로 맞물린 자물쇠와 열쇠처럼 두 손이 일체형으로 연결된 광명이의 손을 잡고 당겼다.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바로 포기하고, 자신의 두 손을 배 위로 올렸다. 광명이가 어찌나 세게 조이는지 손 한 번 맞잡는 것도 그의 허락을 맡아야하나 싶었다. 다행히 허락을 맡지 않고도 두 손이 만났다. 맞잡은 두 손가락 사이로 끈끈한 투명 액체가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그것은 기다란 다리를 여러 개로 뽑아내더니 한 개의 손이 되었다. 손은 발롱의 가랑이 사이로 지나가 광명이의 세모난 꼬리를 덥썩 잡았다.


“악!”

광명이의 짧은 비명에 미죠와 왈킨은 대치 중이던 상황을 버려두고 동시에 소리쳤다.

“빨리 피해!”

“발롱 이 자식, 영적인 몸에 손 대지마!”

발롱은 억울했다. 목을 졸리며 상황을 지켜 보니, 저 간사한 새가 광명이를 속였고 두 놈은 서로 의지할 수 없는 위급한 상태일 터. 왈킨과 자신이 힘을 합치면 금방 이 상황을 종료시킬 것은 분명했다. 그걸 노리고 목을 졸려가며 못하는 마법도 힘을 끌어다 시전시킨 것인데.... 그러나 발롱의 억울함은 길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가 반쯤 보일 만큼 크게 떠졌다. 그 위로 날아가는 광명이는 꼬리에 발롱의 투명 손을 달고 왈킨의 부리로 뛰어들었다. 순식간에 날라든 광명이를 자르지 않기 위해 왈킨은 부리를 과도하게 벌렸다. 그 안으로 광명이의 몸이 아닌, 하나로 뭉쳐진 팔이 뻗질러졌다. 숨이 막힌 왈킨이 컥컥대는 동안, 광명이는 다음 타겟으로 이동했다.

“이런 씨.. 버핀 이 개..”

미죠는 자존심 하나에 넘긴 자신의 이름에 앞서 버핀의 이름을 먼저 되뇌었다.



발롱은 바닥에 침을 흘리는 왈킨과 그 옆에서 하나로 뭉쳐져 있는 먼지 덩어리를 번갈아 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왈킨을 먼저 응징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자신의 미천한 마법 실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선 이 불손한 무리들을 모르과의 옆에서 떨어뜨려놓아야했다. 그는 왈킨의 옆에 쭈구리고 앉았다.

“왈킨 저것들 빨리 처리해야 해. 광명님은 특히 저 상태로 계속 놔두면 피해가 극심할 거야. 혼자서도 셋을 상대하는데, 여길 빠져나가면 마법 못하는 놈들은 다 끝장이야.”

“기다려봐. 내게 좋은 방법이 있어. 우선, 저 새랑 광명이를 떨어뜨려 놔야 해. 지금 흥분해서 마력이 증폭되고 있으니까.”

“그런 뒤엔? 광명님을 모르과님과 같이 뒀다간 서로의 마력이 얽히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쓸데없는 소리! 그럴 일 없으니까, 넌 니 역할만 제대로 하면 돼.”


비명과 고성이 뒤섞인 방에 분홍색 깃털이 날리고 있었다. 발롱은 모르과를 쳐다보았다. 그의 감겨있는 두 눈 밑으로 검은 그림자가 짙게 그늘져 있었다.



(2) 악마의 숲


버핀은 성인 두 명이 들어갈 정도로 큰 자루를 끌고 있었다. 조이는 아직 십 대 여자아이에 불과했기에, 무거운 자루를 끌고 가는 중에 몇 번이고 뭉툭한 손잡이를 놓쳤다. 버핀은 자신이 인간이었을 때가 희미한 잔상으로 스쳐 지나갈 만큼, 과거가 쉬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나 처음 살인을 하던 날만큼은 여전히 입가에 미소가 띄어질 정도로 선명히 기억했다. 노인을 큰 자루에 담아 뒷산으로 끌고 들어갔을 때는 이렇게 힘을 들이지 않았었는데, 그때는 노인의 마법을 뺏은 기쁨이 커서 그랬었나? 아무튼, 지금은 고작 귀신 몇 마리 잡아넣은 자루를 끌고 가는 게 힘들어 몇 번이고 짐을 끌다가 중간에 멈추고 쉬기를 반복했다.


마침내 자루는 부엌으로 가는 문턱에 들어섰다. 버핀은 손잡이를 세게 잡아당겼다. 자루가 찌지직하고 뜯어지더니, 밧줄처럼 베베 꼬인 손잡이와 함께 그의 손이 위로 솟았다. 버핀은 손잡이와 함께 뒤로 발라당 넘어졌다. 그의 머리가 찬장에 부딪혔다. 찬장의 열린 문 너머로 각종 약물들이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초록색 약물을 뒤집어쓰고 부엌 구석에 처박혀 버리고 말았다.


“젠장.. 이 몸으로 어느 세월에 이걸 다 만들겠어.”

버핀의 눈이 닿은 곳에 동그란 쇠구슬이 있었다. 그것은 광명이와 루비가 나간 뒤 근처 숲에 나가 잡아 온 귀신 덩어리였다.


버핀은 혼자 힘으로는 조이의 몸을 차지한다고 해도, 나머지 주변 놈들을 혼자 해치우기엔 아직 힘이 모자랐다. 조이의 부엌으로 끌려오던 날 망태기 안에서 먹어 치운 놈들과 같은 부하가 필요했다. 자신을 대신해 잡일을 할 귀신부터, 조이를 제외한 광명이, 암흑이와 같은 눈엣가시를 처리할 귀신, 그리고 조이의 부엌을 둘러싼 베리 나무숲을 지킬 보초 설 귀신까지.


귀신을 잡는것은 쉬웠다. 그들은 하나같이 멍청했다. 숲을 떠도는 귀신 중에, 그들이 인간이었을 때 가졌던 욕망을 지금도 가져보지 못하고, 그렇다고 해소하지도 못하는 놈들 위주로 덫을 쳐서 잡았다. 버핀은 자신을 도와주는 대가로 인간의 몸을 지급하거나, 추후에 베리 나무숲을 점령하게 되면, 귀신들을 모아 뾰족산을 쳐서 귀신의 터를 만들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멍청한 놈들. 자기들의 운명도 모르고 헤헤거리며 좋아서 자루 안에 뛰어들다니. 그러니까, 너희가 이 작은 숲에 묶여서 몇십 년씩 떠돌기만 하지. 이 몸은 곧 마법사가 될 거란다~ 그것도 불멸의!”


버핀은 약물로 범벅된 머리는 내버려 두고 찢어진 자루에서 쏟아져 나온 귀신을 손으로 뭉쳤다. 그렇게 정성스레 빚어진 덩어리들은 부엌 한쪽부터 식탁 너머까지 일렬로 쭉 놓아졌다. 한 마리로는 인간이나 마력을 가진 동물을 상대할 수 없기에, 여러 마리씩 합쳐서 하나의 ‘존재’를 만들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숲 지킬 다섯 놈, 심부름 보낼 두 놈, 나 대신 싸울 가드 두 놈, 옆에서 시중들 놈 한 놈.”

버핀의 손가락이 일렬로 늘어선 쇠구슬을 하나씩 가리켰다. 그가 점찍은 덩어리는 똑같아 보이는 귀신들 중에서도 특별했다. 불의섬에서 세월을 오래 보낸, 웬만한 섬 지리는 다 알고 있는 자, 다른 이보다 힘이 센 자, 죽기 전에 마법사였던 자 등등. 혹시나 모를 일에 대비해 버핀은 쓸모없는 귀신도 싹 다 잡아서 만들어 부엌 천장에 장식품처럼 올려두었다.



“광명이 놈은 미죠가 치워버리러 갔고, 미죠는 다시 돌아오면 좀 더 부려 먹다가 없애면 되고, 광명이와 함께 사라지면 더 좋고. 또.. 마녀는 당분간 안 돌아올 거고. 조이는 숲에 있고, 또..”

버핀은 잠시 생각을 멈추고 쇠구슬 덩어리를 봤다. 그의 텅 빈 눈동자가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맞다. 끼묘라는 새. 그리고 보라색 놈.”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버핀의 눈이 쏜살같이 문으로 튀어갔다. 마침 그가 말한 새가 안으로 들어오는 중이었다. 버핀은 저도 모르게 벽 뒤로 숨었다.



“조이? 광명이? 암흑이?”

끼묘는 삐그덕 대는 문을 열고 차례로 이름을 불렀다.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거실 모서리에 웅크리고 누워있는 암흑이가 보였다.

“암흑아..!”

끼묘는 무거운 걸음으로 걸어갔다. 암흑이는 분홍색 솜사탕이 수십 개 그려져 있는 솜이불 위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었다. 광명이와 암흑이가 정식으로 크로 집안의 식구가 된 날, 끼묘가 사다 준 이불이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깨어나지 못하고 있잖아.”

그의 몸을 쓰다듬는 끼묘의 검은 날개 주변으로 보랏빛 가루가 넘실거렸다. 가루는 암흑이의 머리부터, 끝이 가볍게 말린 꼬리를 쓰다듬듯이 훑고 날개 뒤로 사라졌다.



버핀은 자라처럼 움츠러들었던 목을 길게 쭉 뺐다. 목은 가면처럼 대충 얹어진 얼굴을 내밀고 끼묘의 기묘한 행동을 살폈다. 텅 빈 눈동자가 샛노랗게 변했다. 지금 버핀은 조이보다, 악마의 모습에 가까웠다. 그리고 끼묘는 평범한 새가 아니었다. 그의 짧은 머리털이 쭈뼛 곤두섰다. 끼묘가 고개를 휙 돌렸다.


조이가 끼묘를 보고 있었다. 두 손으로 목을 붙잡은 채.

“끼묘야 보고 싶었어.”

당황한 버핀이 아무 말이나 꺼냈다.

“어어, 조이? 집에 돌아왔구나.”

끼묘는 분명 조이를 봐서 반가운 말투였다. 그의 반쯤 찌그러진 눈은 전혀 반갑지 않은 것 같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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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버핀의 계략(5) 23.06.07 9 0 12쪽
24 버핀의 계략(4) 23.06.06 9 0 13쪽
23 버핀의 계략(3) 23.06.05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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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버핀의 계략(1) 23.06.01 9 0 12쪽
20 공격 개시(8) 23.05.31 11 0 16쪽
19 공격 개시(7) 23.05.30 9 0 17쪽
18 공격 개시(6) 23.05.29 10 0 12쪽
17 공격 개시(5) 23.05.26 9 0 11쪽
16 공격 개시(4) +2 23.05.25 12 1 14쪽
15 공격 개시(3) 23.05.24 11 0 12쪽
14 공격 개시(2) 23.05.23 10 0 12쪽
13 공격 개시(1) 23.05.22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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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침입자(7) 23.05.18 15 1 14쪽
10 침입자(6) 23.05.17 14 1 13쪽
9 침입자(5) 23.05.16 16 1 13쪽
8 침입자(4) 23.05.15 16 1 11쪽
7 침입자(3) 23.05.13 19 1 11쪽
6 침입자(2) 23.05.12 14 1 11쪽
5 침입자(1) 23.05.11 23 1 14쪽
4 조이의 부엌(3) 23.05.10 26 1 11쪽
3 조이의 부엌(2) 23.05.10 23 1 12쪽
2 조이의 부엌(1) 23.05.10 27 1 13쪽
1 프롤로그 23.05.10 58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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