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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할 님의 서재입니다.

오합지졸 악마 잡기 대작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구원할
작품등록일 :
2023.05.10 14:22
최근연재일 :
2023.06.08 20:00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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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1
추천수 :
12
글자수 :
144,733

작성
23.05.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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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공격 개시(2)

DUMMY

“도착. 여기서부터는 걸어가야 해. 베리 열매가 곧 떨어질 시기라 차는 못 들어가.”


코브라는 레벨란 크로가 뒷좌석 문을 열기 전에 이미 밖으로 나가 뒷문을 열어주었다. 레벨란 크로는 접시를 붙들고 누군가와 말하고 있었다. 대화는 곧 격해졌다. 그는 침을 튀기고 접시를 향해 욕을 하고 있었다. 


“기상 예측을 쉽게 할 수 없는 섬이라니까! 내가 열 번도 더 말했는데 약물을 늦게 보내? 당신 때문에 손님들한테 상품 늦게 보내면 책임 물을 줄 알아!”


코브라는 검은 선글라스 안에서 눈을 굴리다 조심스레 창문을 두드렸다. 코브라를 쳐다보는 눈동자가 붉게 일렁이고 있었다.


“아.. 그러니까.. 도착했다구.”

코브라의 말끝이 말렸다.

“그래. 고마워.”

레벨란 크로는 접시를 가방에 쑤셔 넣었다. 그가 차에서 내리자 적갈색 구두가 기다렸다는 듯이 땅속으로 푹 들어갔다. 코브라는 문을 닫고 출발하고 있었다. 차의 뒷바퀴가 흙을 튀기며 사라졌다. 레벨란 크로는 베리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나무를 하나씩 지나갔다. 아직 빗물이 덜 빠졌는지 땅은 걸을 때마다 푹푹 꺼졌고 그의 적갈색 구두는 금방 더러워졌다.


끼묘는 창문을 열고 검은색 부리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둥근 부리 주위로 보랏빛 냄새가 강하게 풍겨 왔다. 때마침 창문 바로 아래로 땅이 푹 꺼지는 소리가 들렸고 빨간 열매 사이로 보라색 머리카락이 지나갔다. 레벨란 크로의 적갈색 신발에 묻은 진흙은 어느새 발목 위까지 올라왔다. 그는 끼묘의 집 입구에서부터 이어진 계단을 걸어서 올라왔다. 


“여전하구나.”


끼묘는 창문 밑으로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렸다. 초인종이 울렸다. 끼묘가 문을 열었다.


“오랜만이다 끼묘.”

“레비, 여기 올 때마다 왜 마법을 안 쓰고 힘들게 걸어와?”

끼묘는 레벨란 크로를 집 안으로 안내했다. 그는 진흙에 잠겨버린 구두를 벗더니 문 가까이에 밀어두었다.

“기력 딸려서 안 돼. 지금 할 일이 몇 갠데 마법 써서 힘을 빼냐.”


레벨란 크로는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그의 앞에는 얼음이 가득 든 베리 주스가 놓여있었다. 그는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래, 내 기력을 빼야 할 만큼 중요한 일이 있다고?”

레벨란 크로는 고개를 삐딱하게 틀었다. 끼묘는 잠시 망설였다. 

“그게.. 숲에 악마가 들어왔어.”

“조이는 뭘 하고 있는데?”

레벨란 크로는 무덤덤했다.

“조이는 브로우를 찾아갔어. 결계를 새로 그렸던 날, 문제가 없었는지 물어보기 위해서.”

“할머니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 기억나? 그때도 결계가 뚫려서 악마가 들어왔잖아.”

레벨란 크로는 보라색 머리칼을 망토 뒤로 넘겼다. 그의 차분했던 얼굴이 조금씩 붉어졌다.

“브로우, 이 자식이 일 그르칠 줄 알고 다음 달에 자르려고 했는데, 내가 한발 늦었군.”


끼묘는 크로 집안 마녀들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평소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말을 내뱉고 티끌같이 작은 일은 신경도 쓰지 않는 그들은, 한 번 화가 나면 온몸이 베리 열매처럼 빨갛게 변했고 그 모습으로 주변 물건들을 활활 태웠다.


 끼묘는 레벨란 크로 앞에 있는 찻잔을 치우고 그 앞에 달콤한 베리 열매가 들어간 초콜릿을 놓았다. 

“긴장도를 낮춰주는 초콜릿이야.” 

레벨란 크로는 초콜릿을 집어 먹었다. 목부터 눈까지 붉게 달아올랐던 얼굴이 가라앉았다.

“레비야 흥분하지 말고 잘 들어. 브로우와 공모한 새의 집에서 이걸 발견했어.”

끼묘는 선반으로 날아가 분홍색 가루가 든 통을 식탁에 놓았다. 

“퍼플독이라고 하는 가루인데, 이걸 먹으면 자기 의지를 상실한다고 해.”


레벨란 크로는 접시에 놓인 초콜릿을 입 안에 넣었다. 초콜릿을 씹고 있지 않으면 얼굴이 붉게 변하는 바람에 끼묘에게 말을 할 때 빼고는 계속 초콜릿을 씹고 있었다. 


“퍼플독을 구하는 건 쉽지 않지. 암시장에서 구하거나 몰래 재배해서 얻는 것 말고는. 그 새를 조사해 봐야겠어. 브로우랑 어떻게 알게 됐는지도.”


초콜릿이 있었던 접시는 부스러기만 남아있었다. 레벨란 크로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진흙범벅인 구두를 발에 넣었다.


“퍼플독 좀 줘봐. 대륙에 갈 때 가져가게.”

끼묘는 분홍색 가루가 든 통을 건넸다. 그는 통을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섰다.

.

.

.


희미한 구름 뒤로 해가 드러났다. 초록색 나뭇잎이 우거진 숲 안으로 한 줄기 빛이 쏘아졌다. 베리 나무에서 빨갛게 익은 열매가 검붉은 빛을 내며 떨어질 듯, 가지에 매달려 있었다. 열매는 곧 갈색 잎으로 변한 나뭇잎 위로 툭하고 떨어졌다.


조이가 그 위를 발목까지 오는 검정 부츠를 신고 지나갔다. 그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길이 나지 않은 나무 사이로 뛰어갔다. 떨어진 베리 열매가 아무도 손대지 않은 것처럼 반짝 빛을 내며 나뭇잎 위를 굴렀다.


벽에 적힌 글대로 조이는 숲 가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부엌에서 불의 산으로 가는 길과 반대였다. 이곳에서 자란 베리 열매는 언제인지 모르는 옛날부터 손대지 않아서, 먹을 수 없는 열매로 변해갔다. 대신 열매의 껍질은 상처를 치료하는 소독약으로 쓰였다. 조이는 땅에 떨어진 열매를 몇 개 주워서 주머니에 넣었다.


“혹시 필요하게 될지도 몰라.”

조이는 서늘한 날씨에도 땀이 났다.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골짜기는 바깥과 분리된 공간처럼 축축하고 스산한 공기를 뿜었다.

.

.

.


나뭇가지가 부러진 채 바람에 살랑이고 있었다. 가지는 아슬하게 몸통에 붙어있다가, 검고 동그란 무언가를 스치고 땅으로 떨어졌다. 그것은 낡은 밧줄에 묶여서 바람에 따라 앞뒤로 끌려다녔다.


“조그만 게 의외로 무겁군.”


버핀은 나무에 매달려 있는 암흑이를 보았다. 그는 조이가 이곳에 오면 바로 발견할 수 있도록 눈에 띄게, 그러나 쉽게 손대지 못하는 위치에 매달았다. 손대신 이로 밧줄을 끌었던 터에 이가 빠질 것 같았고 암흑이의 몸통을 나무로 옮긴 혀가 목구멍에서 뽑혀 나갈 뻔했다.


버핀은 물웅덩이에 몸을 숨기고 전구알 눈만 위로 올렸다.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 달려오고 있었다. 어깨 옆으로 뻗친 머리가 땅에 떨어진 낙엽처럼 밝았다. 버핀이 몸을 일으켰다. 물로 축축해진 몸을 마른 낙엽에 닦고 굵은 나무 뒤로 숨었다. 조이는 멀리서 소리치며 달려왔다.


“암흑아 눈 좀 떠봐!“


조이는 허리에 찬 무지개 밧줄을 풀고 암흑이가 매달린 나무로 다가갔다. 암흑이의 몸이 마치 천장에 달린 고기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조이는 손을 뻗어 암흑이와의 거리를 가늠해보았다. 그의 머리가 다섯 개는 들어갈 만큼 멀었다. 버핀은 조이가 허리에서 푼 밧줄을 유심히 보았다. 밧줄은 여러 가지 색으로 꼬아져 빛나고 있었다.



”불의 마법사니까 저것도 당연히 불이겠지.“



버핀은 눈을 가늘게 떴다. 꼬리를 바짝 세우고 나무 위로 올라가 숨었다.


”또 일을 그르칠 순 없지.“


그의 두 눈알이 나뭇잎 틈을 비집고 불쑥 나왔다. 조이는 암흑이가 매달려있는 나무 위를 기어오르고 있었다. 두 팔이 나뭇가지로 옮겨와 일자로 매달렸고 손을 앞으로 옮길 때마다 나뭇가지가 흔들거렸다.



버핀의 전구알 눈이 조이를 따라 움직였다. 그는 나뭇잎 사이로 혀를 내밀어 올렸다. 혀는 조이가 위치한 나무의 나뭇잎과 가지 사이를 파고 들어갔다.



조이는 왼쪽 손을 뻗었다. 그의 가는 손가락이 암흑이의 다리에 살며시 닿았다. 그때였다. 조이가 앉은 나뭇가지에 분홍색 새 한 마리가 떨어졌다. 새는 날개를 양쪽으로 퍼덕이며 암흑이가 매달린 밧줄 위에 착지했다. 조이는 난데없는 새의 등장에 놀라 몸을 뒤로 물렸다. 그러다, 중심을 잃고 나무 아래로 추락했다.


“아악!”



조이의 등이 바닥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동시에 암흑이의 뾰족한 꼬리가 바닥으로 쭉 미끄러져 내리더니, 그의 몸을 휙 낚아챘다. 나뭇가지 끝이 잘게 흔들렸다. 바닥으로 질주했던 조이는 아슬아슬하게 멈췄다. 주황색 머리칼이 바닥에 닿았다.


“암흑아!”


버핀은 하던 일을 멈추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밧줄에 매달린 암흑이의 묶인 몸은 그대로였지만, 짙게 감겨있던 눈이 슬며시 떠졌다.


“꿈속에서 니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 니가 떨어지는 모습도 보였어··· 근데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어.. 그래서 꼬리라도 움직이려고 했어···.”

암흑이는 졸린 목소리로 말했다.


“제기랄.. 손 쓸 일 없이 간단하게 끝날 줄 알았는데···”


버핀은 커다란 이로 입술을 잘근 씹어댔다. 전구알 눈으로 밧줄에 올라가 있는 분홍색 새를 째려봤다. 미죠는 몸을 가누지 못했다. 날개는 양옆으로 펼쳐져 있었고, 하늘로 치켜떠진 두 눈은 펜으로 그려진 것처럼 부자연스러웠다. 버핀은 조이의 눈에 띄지 않게, 조심스레 미죠가 있는 나뭇가지 위로 자리를 옮겼다.


나뭇잎에 가려져 있는 공간에는 투명하고 긴 끈이 기다란 나뭇가지에서부터 그 아래에 있는 미죠의 몸통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버핀은 나뭇가지를 꼬리 끝으로 건드리면서 그를 움직였다.



미죠의 날카로운 발톱이 암흑이의 몸통을 꾹 눌렀다.

“악!”

암흑이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나뭇잎 사이로 내려다보는 버핀의 입 한쪽이 갈고리처럼 길게 올라갔다. 그는 미죠의 발톱이 암흑이의 몸을 연속으로 밟도록 연거푸 꼬리를 움직였다.

“아악!”

“암흑아, 난 괜찮으니까 풀어줘! 내가 다시 올라갈게.”

조이가 다급하게 말했다.



암흑이는 얼굴을 들어 올릴 수 없었다. 겨우 동그란 머리를 나무에 부딪치며 비명을 지를 뿐이었다. 조이는 배에 묶여 있는 암흑이의 검은 꼬리를 손으로 떼어냈다. 꼬리는 제 주인의 몸으로 말려 올라갔다. 조이는 나무를 다시 기어올랐다. 두 번째로 올라가는 길이라 빠르게 올라갈 수 있었다. 그는 암흑이가 묶여 있는 나뭇가지로 팔을 뻗었다. 조이는 왼손으로 가지를 붙잡고 오른손은 바지 뒤축에 끼워져 있던 방망이를 꺼내 들었다.


그의 몸이 앞으로 조금씩 움직였다. 바로 눈앞에 가느다란 미죠의 발이 있었다. 이 와중에 미죠를 조종하는 버핀은 조이를 지켜보느라 헛발질을 여러 번 해댔다.

“제기랄..! 조그만 게 재빠르네.”



조이는 방망이를 위에서 아래로 크게 휘둘렀다. 퉁하는 소리가 미죠의 발을 타고 울렸다. 버핀은 개의치 않고 더 세게 나뭇가지를 밟았다. 미죠의 발이 암흑이의 등을 찍었다. 조이의 방망이가 미죠의 가느다란 허벅지를 내리치는 순간, 비명이 울렸다.


“꾸엑!!!”


“이 망할 새야, 그만둬!”


조이는 미죠의 깨진 유리창 같은 비명에 한쪽 손으로 귀를 막고 방망이를 내리쳤다. 미죠가 눈을 부릅떴다. 그의 붉은 목덜미가 하늘로 쭉 뽑아졌다가 내려왔다. 나뭇잎 사이로 숨은 버핀은 네모난 이를 꽉 다물었다. 미죠가 깨어나 몸을 격렬하게 움직이자 버핀이 숨은 나무 전체가 흔들렸다.


“지금은 일어날 때가 아니다, 이 망할 새야···!”


버핀은 미죠의 격렬한 몸짓에도 계속 나뭇가지를 밟았다. 미죠의 발등이 새빨갛게 변하고 있었다.

“버..핀···! 이 못된 악마 놈..아!”


미죠는 작은 부리로 말을 뚝뚝 끊어 뱉었다. 버핀은 미죠의 말을 듣지 못했다. 그는 검푸른 잇몸이 드러나도록 이를 꽉 깨물고, 미죠가 나무 위로 올라오지 못하도록 나뭇가지를 꾹 눌렀다. 꼬리가 덜덜 떨렸다.


미죠는 위로는 버핀의 압력을, 밑으로는 조이의 방망이질을 견디며 그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다. 암흑이의 등은 미죠의 반복된 발길질로 점점 흉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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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버핀의 계략(2) 23.06.02 9 0 12쪽
21 버핀의 계략(1) 23.06.01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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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공격 개시(7) 23.05.30 9 0 17쪽
18 공격 개시(6) 23.05.29 10 0 12쪽
17 공격 개시(5) 23.05.26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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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침입자(5) 23.05.16 16 1 13쪽
8 침입자(4) 23.05.15 16 1 11쪽
7 침입자(3) 23.05.13 19 1 11쪽
6 침입자(2) 23.05.12 14 1 11쪽
5 침입자(1) 23.05.11 23 1 14쪽
4 조이의 부엌(3) 23.05.10 26 1 11쪽
3 조이의 부엌(2) 23.05.10 23 1 12쪽
2 조이의 부엌(1) 23.05.10 27 1 13쪽
1 프롤로그 23.05.10 58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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