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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할 님의 서재입니다.

오합지졸 악마 잡기 대작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구원할
작품등록일 :
2023.05.10 14:22
최근연재일 :
2023.06.08 20:00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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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9
추천수 :
12
글자수 :
144,733

작성
23.05.1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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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조이의 부엌(2)

DUMMY

긴 장대처럼 길쭉한 고동색 나무들이 빼곡하게 숲을 채우고 있었다. 나무에는 뾰족하고 붉은 열매가 이슬처럼 매달려 있었고 숲은 새벽에 내린 비로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해가 구름을 뚫고 숲을 비추자 붉은 열매들이 타오르는 것처럼 쨍하게 빛을 냈다.

온통 붉은 빛들로 가득한 숲에 햇빛이 미치지 못한 그늘에는 축축한 늪과도 같은 형체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검은 몸을 동그랗게 말아 그늘진 곳으로 최선을 다해 움직인 형체는 빛이 닿지 않자 그제야 몸을 하늘 쪽으로 틀어 올렸다. 두 눈이 베리 열매처럼 빛나고 있었다. 팔도 다리도 없는 형체는 두 눈알로 바닥을 기어 물이 흐르는 곳으로 움직였다. 몸은 축축한 바닥을 기어가고 있었지만 차가운 감촉만 입에 닿을 뿐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시원함은 없었다.


몸은 한참을 기어간 끝에 물을 마실 수 있었다. 새벽 내내 내린 비가 흘러가지 못하고 깊게 파인 구덩이로 흘러 가득 차게 되었다. 물에는 나뭇잎을 포함해 작은 돌이나 흙도 섞여 있었다. 몸은 개의치 않고 구덩이로 풍덩 뛰어들었다. 눈알만큼 큰 입으로 물을 꿀꺽꿀꺽 마시고는 몸을 흔들었다. 핏발같이 선 붉은 눈알도 다시 노랗게 돌아왔다. 놈은 몸인지 얼굴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동그란 것을 물 위로 들어 올렸다. 비가 내리고 난 뒤의 하늘은 구름 몇 조각만 둥둥 떠다녔다.


“젠장, 핏덩어리 같은 열매랑 끓여질 뻔했네. 퉤.”

입에서 욕과 함께 베리 열매가 튀어나왔다.

“그 집이 여기서 멀지 않았던 것 같은데.”

검은 몸은 꼬리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검은 물방울 같은 몸은 이제 검은 빛으로 번들거렸다. 그는 온통 똑같은 베리 나무 사이를 다니며 욕을 했다. 옆에 있는 나무는 앞의 나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뒤에 있는 나무도 똑같았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빨간 베리 나무와 파란 하늘 뿐, 검은 몸이 찾고 있는 집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서둘러 고동색 나무줄기에 달라붙어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벨은 조이의 집에서 나와 곧장 베리 나무숲으로 들어갔다. 귀신들은 보통 조이의 부엌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벨은 늘 하던 대로 등 뒤에 길쭉한 망태기를 둘러맸고 손에는 작고 파란 총을 들었다. 숲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자 길쭉한 나무 기둥들이 쭉 펼쳐졌다. 벨은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깊은 숲 안쪽 나무를 돌면서 희뿌연 빛깔이나 눈에 띄게 검은색처럼 나무와 어울리지 않는 색이 없는지 살폈다.


“요것 봐라, 저렇게 대놓고 나무에 붙어있는 놈이 있네.”


벨은 파란 총구멍으로 검은 잔디 머리칼을 긁었다. 그리곤 아직 보랏빛 얼굴에 나 있는 혹에 손을 살짝 얹었다.

“빨리 망태기에 넣어 주지.”

벨은 나무 기둥을 타고 올라가는 놈을 겨냥했다. 그놈은 축구공같이 동그란 몸을 조금씩 위로 올리고 있었다. 벨은 굵은 나무 뒤로 숨었다.

“한 번에 끝낸다.”

벨은 오른손에 들고 있던 총구를 까만 몸 위에 매달려 있는 베리 열매에 조준했다. 탕 하는 소리가 숲 전체에 울려 퍼졌다. 까만 몸 위로 붉은 액체가 후두둑 떨어졌다.


벨은 다음 동작을 취했다. 나무 뒤로 숨겼던 몸을 돌려 앞으로 돌진했다. 오른 검지를 왼손바닥에 대고 살짝 그었다.

“파란뮤스!”

벨의 손에서 보라색 줄이 나왔다. 벨은 왼손으로 보라색 줄 끝을 붙잡고 오른손으로는 허공에 줄을 던졌다. 놈은 붉은 베리 열매즙에 젖은 채로 나무에서 떨어졌다. 보라색 줄은 놈의 몸을 작은 원에 가두고 점점 좁혀갔다. 그 순간 까만 몸이 날카로운 원반처럼 얇아졌다. 놈은 줄에서 빠져나와 재빠르게 달아났다.



줄은 아무 수확 없이 벨의 손으로 다시 돌아왔다. 벨은 줄을 오른손에 쥐고 왼손으로 쓰다듬었다. 줄에서 파란 불꽃이 일었다. 놈은 커다란 베리 열매처럼 빨간 몸을 웅크리곤 몸을 통통 튀기며 벨의 반대편으로 도망쳤다. 벨은 줄을 동그랗게 말아서 놈 쪽으로 던지고 뛰었다. 동그랗게 뭉쳐져 허공을 날고 있는 줄은 치지직하고 파란 불꽃을 뿜었다. 놈의 빨갛고 재빠른 몸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고 있었다. 놈이 통통 뛸 때마다 빨간 즙이 사방으로 튀었다. 놈은 앞이 안 보이는지, 나무와 바위를 들이박거나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줄은 진공청소기처럼 맹렬하게 놈을 쫓아갔다. 벨도 함께 달리며 총을 꺼내 들었다.


“지옥산 사자의 저격 실력을 보여주지.”


벨은 첫 번째 베리 나무숲을 벗어나자 행동을 개시했다. 오른 다리를 직각으로 접고 왼쪽 무릎을 바닥에 댄 채 총구를 얼굴 앞으로 들었다. 놈은 장애물이 없는 숲을 벗어난 뒤에는 쌩쌩 달리고 있었다. 탕- 소리와 함께 놈의 앞에 있는 바위가 부서졌다. 돌 조각이 사방으로 튀면서 놈을 찔렀다.


놈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줄이 놈의 몸을 조였다. 파란 불꽃이 몸에 닿자 작은 불꽃이 튀었다.


벨이 천천히 걸어왔다. 손으로 놈의 목덜미인지, 몸인지 알 수 없는 것을 들어 올렸다. 손에 붉은 베리 열매가 묻어나왔다.

“역시 실력은 그대로군.”

벨은 연보랏빛 입술을 왼쪽으로 틀어 올리며 콧김을 뿜었다.

“핏덩어리처럼 새빨간데. 흠···부엌에 가서 씻기지 뭐.”

벨은 망태기에 놈을 집어넣었다. 손에 묻은 즙은 바위에 대충 닦고 총을 집어 들었다. 망태기에 들어있는 놈은 저항하지 않았다. 다만 빨갛게 묻은 얼굴로 험한 욕을 지껄일 뿐이었다.



벨은 그놈 다음으로 한결 수월하게 귀신을 사냥했다. 한 번에 여러 마리씩 줄에 묶어 망태기로 집어넣었다. 반대로 놈은 벨이 잡은 귀신이 우박처럼 와르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놈은 몸을 이리저리 굴리며 피했다. 그러나 길이만 길쭉하고 넓이는 좁은 망태기는 몸을 굴려서 한 놈을 피해도 곧 다른 핏덩어리와 부딪쳤다.

“야! 열매즙 묻히고 들어오면 죽는다. 털고 들어와.”

놈은 망태기 입구에서 떨어지는 귀신에게 윽박질렀다.

“그..그건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베리 열매즙에 젖은 귀신 한 마리가 소심하게 대꾸했다. 놈은 조금이라도 빨간 열매즙이 묻은 핏덩어리는 물고 뜯고 삼키며 조금씩 망태기 안을 넓혀갔다.


그것도 아주 잠시, 또다시 망태기 입구가 열리고 귀신들이 우르르 밀려들었다. 놈은 다시 구석으로 몰렸고 새빨간 베리 열매에 절여졌다.

“망할 보라색 놈. 이제 그만 처넣어!”

붉게 변한 놈의 이빨이 으득거렸다.



벨은 망태기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어느새 조이와의 약속은 잊고 사냥 그 자체에만 몰두했다. 베리 나무숲을 한 바퀴 돌고 또 돌아 닥치는 대로 귀신을 잡았다. 총으로 쏘고, 줄로 묶고, 심지어 발로 귀신을 통통 차고 놀았다. 벨에게 잡힌 귀신들은 주로 나무와 바위, 땅에 숨었다가 벨의 손에 줄줄이 꿰어졌다. 망태기를 가득 채운 귀신들은 망태기 안의 군림자에 의해 또다시 죽음을 맞았다.


망태기 안은 다시 한번 죽은 귀신의 껍데기로 가득했다. 망태기 군데군데에 말린 빨래처럼 걸려있는 껍데기는 다음으로 들어오는 귀신들에게 공포를 주었다. 망태기에 귀신이 쌓여갈수록 놈의 하얀 벽 같은 이가 까맣게 변해갔다. 귀신들은 빳빳한 껍데기 신세가 되기 전에 놈의 밑으로 줄지어 섰다.

“여기서 내 말을 듣지 않는 놈은 저렇게 될 줄 알아라.”

놈은 좁은 망태기 안에서 권력을 쥐게 되었다.


“내 이름은 버핀이다. 앞으로 버핀님이라고 부르고, 내 근처로 몰려오지 마라. 내 몸에 부딪히는 놈들은 여기에서 살아 나갈 생각은 마라.”

귀신들은 버핀님과 조금이라도 스치지 않기 위해 망태기 입구와 벽 쪽으로 몰려섰다. 벨은 그리 무겁지 않은 망태기를 열고 방금 막 잡은 귀신을 쑤셔 넣었다. 입구에서 아슬아슬하게 서 있었던 귀신 몇 마리가 쓰러지며 버핀과 부딪쳤다. 버핀은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방금 전에 말했을 텐데. 말귀 못 알아듣는 멍청한 놈이군.”

버핀은 멍청한 놈을 잡아 뜯어 먹어 치웠다. 버핀이 입으로 뱉어낸 검은 껍데기 하나가 옹기종기 모여선 귀신 사이로 폴폴 날라다녔다. 귀신들은 망태기 벽에 몸을 밀어붙이고 벌벌 떨었다.



뾰족산의 꼭대기에 푸른 달의 몸이 반쯤 걸쳐졌다. 파란 구름이 그사이를 지나갔다. 베리 나무숲 가운데 위치한 조이의 부엌은 고요했다. 조이의 갈색 눈에 비친 푸른 달은 서서히 뾰족산 뒤로 넘어가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불의 산이 울릴 거야.”

광명이가 반쯤 감긴 눈을 들었다.

“벨이 늦게 온다면 이번엔 진짜 가만 안둘거야.”

“아까와 같은 일이 또 있으면 어떡해.”

광명이는 베리 열매를 먹은 것처럼 몸을 살짝 꼬았다. 마침 조이의 손에 쇠 국자가 있었다. 조이의 쇠 국자는 평범한 조리 도구가 아니었다. 흰 손잡이에 아래로 동그랗게 파인 국자는 끝이 뾰족하지만 않을 뿐, 마법이 깃든 수상한 도구였다. 국자는 펄펄 끓는 가마솥에서도 탈출하려고 하는 귀신과 악마를 지그시 누르며 휘저을 때 유용했다. 간혹 둥근 국자에 귀신의 껍데기가 붙어있기도 해서 씻을 때도 일반 수세미와 세제로 잔해가 떨어지지 않았다.


“암흑이는 어때?”

“몸이 조금씩 부풀어 오르고 있어. 불의 산이 울릴 때쯤이면 깨어날 거야.”

“암흑이가 일어날 때까지 벨이 오지 않으면, 암흑이 데리고 지붕으로 올라가 있어.”

조이가 푸른 달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그 모습이 마치 곧 쳐들어오는 적을 앞두고 있는 전사 같았다. 광명이는 벨의 운명에 가슴이 먹먹한 것인지, 조이의 결심에 감동을 받아 우는 것인지 모를 눈물을 흘렸다.


푸른 달이 뾰족산 근처에서 사라졌고 구름은 서서히 빛을 되찾았다. 베리 열매처럼 붉은 해가 불의 산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우우우웅···. 웅웅웅···.


조이의 부엌과 가까운 불의 섬의 첫 번째 산이 울리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불의 산에서 붉은 불길이 솟아오를 것이었다. 벨은 아직 오직 않았다. 조이는 쇠 국자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쇠 국자는 불의 산 위로 떠오른 태양에 부딪혀 빛이 났다. 섬뜩한 쇠의 기운이 아직 오지 않은 이의 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 불의 산의 첫 번째 불꽃이 솟아오를 때, 멀리서 콧노래가 들렸다.


“불의 산에 사는 사자의 발이 너의 얼굴을 누를 때, 땅이 흔들리고 지옥불이 너의 몸을 삼키리~”


노랫소리는 꽤 경쾌했다. 잘그락거리는 소리도 함께 들렸다. 벨의 투박한 검은 구두가 조이의 정원을 밟았다.


“벨!”

광명이가 흰 꼬리를 동그랗게 말면서 날아왔다. 조이가 고개를 돌렸다. 그의 갈색 눈동자는 침입자를 보듯 차가웠다.

“자~ 내가 누구냐. 불의 산을 지배하는 사자 아니냐.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벨은 마지막 말 끝에 킁하고 코를 문질렀다. 광명이는 그 말에 신경 쓰지 않고 두 손을 모아 벨의 귀환을 맞았다.

“벨, 드디어 왔구나.”

조이는 손에 들었던 쇠 국자를 앞치마 주머니에 꽂았다. 벨의 등 뒤에서 찰랑거리는 망태기에 눈길을 던졌다.

“여, 그럼. 이번에는 내가 많이 잡아 온다고 했지.”

“불의 산이 세 번째 불꽃을 터뜨릴 때까지 안 오면 내가 찾으러 가려고 했어.”

“뭘? 귀신을?”

벨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망태기 안을 가리켰다.

“빨리 망태기 줘, 벨! 수고했어.”

광명이는 딱총 쏘듯 빠르게 말을 뱉고 벨의 등에 메여진 망태기를 가지고 들어갔다. 광명이는 부엌으로 들어가면서 조이의 앞치마 주머니에 있는 쇠 국자도 얼른 가져갔다. 광명이는 부엌 한쪽 구석에 망태기를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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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버핀의 계략(2) 23.06.02 9 0 12쪽
21 버핀의 계략(1) 23.06.01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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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공격 개시(7) 23.05.30 9 0 17쪽
18 공격 개시(6) 23.05.29 10 0 12쪽
17 공격 개시(5) 23.05.26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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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침입자(5) 23.05.16 16 1 13쪽
8 침입자(4) 23.05.15 16 1 11쪽
7 침입자(3) 23.05.13 19 1 11쪽
6 침입자(2) 23.05.12 14 1 11쪽
5 침입자(1) 23.05.11 23 1 14쪽
4 조이의 부엌(3) 23.05.10 26 1 11쪽
» 조이의 부엌(2) 23.05.10 23 1 12쪽
2 조이의 부엌(1) 23.05.10 27 1 13쪽
1 프롤로그 23.05.10 58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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