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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박욜레 님의 서재입니다.

간이역

웹소설 > 자유연재 > 중·단편, 드라마

완결

박욜레
작품등록일 :
2021.12.12 20:38
최근연재일 :
2021.12.23 21:44
연재수 :
8 회
조회수 :
230
추천수 :
2
글자수 :
34,164

작성
21.12.19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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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화 - 담판

DUMMY

마을 사람들이 떠나자 형우는 자신의 가방에 서류들을 담기 시작했다. 2시 12분에 풍천역으로 가는 대전행 기차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도착해도 시간이 빠듯할 것을 예상 했는지 형우는 진문에게 말했다.


“역장님.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지금 열차를 타고 간다고 해도 오늘은 본사에 가지 못할 거에요. 그러니까 내일은 월차를 좀 쓸게요.”


“그렇게 해. 시도를 해 보는 건 좋지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랄게. 내일 갔다가 나오면 전화 하고. 여기 역 전화번호는 당연히 알고 있지?”


“네. 역장님. 알고 있어요.”


만두는 방으로 들어가더니 햄버거 하나를 들고 나왔다.


“아까 점심 먹으러 읍내에 나갔다가 네 생각이 나서 하나 사 왔어. 불고기 버거야. 든든하게 하나 먹고 가. 아직 시간 있으니까.”


형우가 한 입 베어 문 불고기 버거는 전쟁터에 나가는 최후의 만찬 같은 기분이 들었다. 형우가 한창 불고기 버거를 먹는 사이 괘종시계가 2시를 알렸다.


“뎅. 뎅. 뎅. 뎅. 뎅.”


형우가 햄버거와 콜라를 다 마시고 역으로 나왔다. 열차는 오는데 마을 사람들이 다돌아간 바람에 형우 말고는 아무도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었다. 진문은 손수 안내방송을 해야했지만 만두와 함께 형우를 배웅하러 나왔다. 진문은 형우의 손을 꼭 잡았다.


“햄버거 하나로는 요기가 되지 않을 거야. 여기 호두과자야. 식긴 했지만 가다가 배고프면 먹어.”


“고맙습니다. 역장님.”


곧 경적소리가 울렸다. 저 멀리서 무궁화 열차가 기적을 울리며 들어왔다.


“빵! 빵!”


열차가 역에 서고. 문이 열렸다. 형우는 뒤로 돌아서 손을 흔들고 열차에 올랐다. 열차가 출발하고 진문과 만두는 손을 흔들어 배웅했다. 형우가 열차에 오르자 열차 안의 승무원이 그를 알아 보았다.


“아. 역무원이세요?”


“네. 여기 사원증이요.”


“어디까지 가십니까?”


“대전역까지 가요.”


승무원은 기계를 꺼내 남은 자리를 확인했다.


“잠깐만요. 이 열차가 원래 사람들이 많이는 안타는 기차라서 자리가 비어 있을 거 에요.”


승무원은 형우에게 표를 끊어다 줬다. 창가 쪽. 4호차 자리. 형우는 가방을 내려 놓고 밖을 쳐다 보았다.


달리는 기차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 파릇한 새 잎들이 조금씩 돋아나기 시작하고 간혹 밭에 나와 일을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기차는 계속 대전을 향해 달려가고.. 제천을 지나서 대전을 향하면 향할수록 하늘이 어두워졌다. 형우는 휴대폰을 열어 검색을 해 보았다.


“대전이 내일은 비가 오는구나... 아무래도 내리자마자 우산 사야겠네..”


조금 가고 있었을까 승무원이 형우에게 왔다.


“여기 이것 좀 드세요. 두유인데 누가 두 개나 주시네요.”


“아. 감사합니다.”


승무원은 형우가 어디로 가는지가 궁금했다.


“그런데 아까 풍천역에서 타셨잖아요. 대전 가신다고 했는데 어디 볼일 있으신가 봐요?”


“네. 풍천역이 여객취급 중단이 돼서요. 한번 부딪혀 보러 갑니다.”


“역이 영업을 중단하는가보네요... 정말 대단한 일을 하십니다.”


“네..?”


“제가 이 열차 저 열차 타면서 역무원 분들 많이 마주쳤지만 이렇게 까지 하시는 경우는 처음이라서요.”


마침 방송이 들린다.


“안녕하십니까. 우리 무궁화호 1577열차는 막 신탄진역을 출발하여 곧 5시 21분에 종착역인 대전역에 도착합니다. 열차 교행 등의 이유로 종창역까지 10여 분 지연 된 것 양해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한국철도를 이용해주신 승객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대전역에 도착하고 형우는 승무원과 인사했다. 그 승무원은 사람들이 내리는 사이에 형우와 이야기를 나눴다.


“아마 대전역 본부 지원실에 가면 숙소를 배정 해 줄 거 에요. 오늘은 늦었으니까 푹 쉬시고 내일 꼭 해결 잘 되길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그럼요. 같은 곳에서 일하는 이상 언젠가 또 만날 일이 있겠죠. 저도 내일까지는 여기 대전역 근처에 있을 예정이라서요.”


일단 형우는 탑승구로 나와 공중전화를 찾았다. 형우는 전화를 풍천역으로 걸었다. 아직 풍천역은 마지막 열차인 동대구로 가는 열차가 오지 않았기에 진문과 만두가 역에 남아있었다.


“여보세요? 저 형우인데요.”


전화를 받은 진문. 그의 목소리가 좋아보인다.


“오. 형우군. 잘 도착했어?”


“네. 역장님. 오늘은 늦어서 내일 가 볼려고요.”


“그래. 잘 생각했어. 안 그래도 내가 본사에 근무하는 비서실 친구한테 이야기 해 보니까 오늘은 일찍 사장님이 퇴근했다 그러시더라고. 내일은 스케줄이 없으시다니까 한 10시에 가 봐.”


“근데... 내일 사장님을 만나 뵐 수 있을까요? 저는 일개 신입 역무원인데....”


“아아. 아니야. 일단 내가 비서실 친구를 통해서 이야기를 잘 해 볼 테니까. 일단 푹 쉬고 내일 일찍 가 봐.”


“감사합니다. 들어가세요. 역장님.”


형우는 공중전화에서 나와 아까 승무원이 가르쳐 준 대로 붐비는 대전역 밖의 숙소로 이동했다.


“아.. 안녕하세요.”


사무실 직원은 형우가 역무원임을 알아봤다.


“어서오세요. 숙소 때문에 오신거죠?”


“네. 혹시 어디로 가면 되나요?”


“밖에 나가서 왼쪽으로 가시다 보면 역무원 숙소라고 오른쪽에 있어요. 거기에 207호니까 쓰시면 되고요.; 내일 나오실 때 열쇠는 보관함에 돌려 주시고요.”


“알겠습니다.”


형우는 그렇게 숙소로 갔다. 207호는 아무도 없는 1인실 방이었다. 14인치 조그마한 TV가 있는 작은 방. 형우는 일단 짐을 풀고 씻은 다음 침대에 누웠다. 형우는 자신의 노트에 메모를 했다. 자신에게는 너무나 높은 철도청 사장(철도청장)을 대면 하는 일이 었으니 말이다.


형우는 그날 밤 잠을 통 못자다가 새벽 1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아침 8시에 일어난 형우. 형우는 뭔가 두려우면서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했다. 형우는 오늘따라 얼굴을 더 유난히 깨끗하게 씻었다. 대전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아직 날은 풀리지 않아 기온은 10도대에서 머물렀다. 대전역 앞에는 포장마차들이 즐비했는데 아침에는 분식류를 파는 곳도 존재했다. 형우는 나오자마자 포장마차에 가락국수가 써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 대전에 오면 역시 가락국수인건가.. 아침은 여기서 먹고 들어가자.”


아침 9시 20분. 형우가 들어가 주문을 했다.


“가락국수 하나요. 튀김가루 좀 많이 넣어서 주세요. 쑥갓은 빼 주시고요.”


그런데 마침 익숙한 사람이 들어왔다.


“저도 가락국수 하나 주세요!”


“어?!”


“어? 안녕하세요?”


그건 바로 어제 봤던 승무원이었다. 형우는 그 사람에게 인사를 했다.


“오늘 또 뵙네요.”


“네. 이렇게 다시 만나다니 참 별일이네요.”


두 사람의 취향은 확실히 다른 가락국수 였다. 튀김 가루 가득한 형우의 가락국수와 주는 대로 먹는 정석의 재민의 가락국수. 아침 추운 날씨에 먹기에는 좋은 음식이었다.


그들은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제 분명 만날 거라고 그랬는데 같은 국수집에서 마주치다니 하하.”


“그러게요. 저도 이럴 줄은 몰랐어요.”


“국수 다 먹고 나면 가실 건가요?”


“네. 어제 밤에 메모도 해 뒀어요. 잠도 안 와서 사장님 앞에 가면 뭘 이야기 해야할지 틈틈이 외워뒀죠.”


“와. 준비성 되게 철저하시네요.”


“보통 분을 만나는 것도 아닌 걸요. 이왕이면 철저히 해야죠.”


그 둘은 국수를 다 먹은 뒤 오뎅 국물을 하나씩 집었다. 형우와 재민은 여기서 다시 인사를 했다.


“전 또 열차를 타야 할 것 같아요. 이번에는 대전 발 강릉행 기차라고 하더라고요.”


“고생 많으시네요. 다음에 또 뵈요.”


두 사람이 다시 서로 갈길을 달리하고 나가자 형우는 택시를 타고 철도청 본부로 향했다. 철도청 본부는 사실 대전역 뒤에 건립 중에 있지만 아직 부지 조성만 하고 건축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형우가 가는 철도청의 건물은 크고 웅장했다. 일단 형우는 로비로 들어갔다. 로비에 있던 경비원과 마주친 형우.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저... 풍천역에서 왔는데요. 재정관리국을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죠?”


“아. 그러십니까? 5층으로 가시면 됩니다.”


형우는 가서 항변 할 생각에 벅찼다. 형우는 비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왔다.


“저기 재정관리국에서 폐역이나 여객 총괄담당하시는 분이 누구입니까?”


“무엇 때문에 그러시죠?”


형우는 재정관리국에서 보낸 공문을 보여주었다.


“으음... 이거 저희가 보낸 거는 맞는데 이건 여객총괄담당관에게 가셔야 해요. 7층으로 가 보세요.”


형우는 일단 또 비상구를 나와 7층까지는 계단으로 올라갔다.


“저기 여객총괄담당관이 누구시죠?”


“제가 여객 총괄담당관입니다.”


형우는 드디어 사람을 찾아 기뻤다.


“저는 풍천역에서 왔고 저번에 탄원서를 보낸 4급 역무원 박형우라고 합니다.”


“아. 박형우씨로군요. 그거 다 검토한 사안인데요? 뭐하러 여기까지 오신 거에요?”


툴툴맞은 그녀의 태도에 형우는 약간 화가 치밀었다.


“일고의 가치도 없었다는 건가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여기지 않았습니다. 충분히 검토를 했다고요! 바쁘니까 이만 가 보세요.”


“이거 보세요! 아직 내 이야기 끝나지 않았어요!”


형우는 갑자기 분노했다. 그녀는 어이가 없었다.


“나는 이거가 아니고 박명주에요!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행패를 부리는 거 에요? 경비원 부르기 전에 당장 나가요! 당장!”


밖이 소란 스럽자 그 소리는 바로 건너 철도청장실에까지 들렸다.


“이게 무슨 소리야? 밖에 싸움이라도 난 건가?”


마침 옆에있던 진문의 친구인 그의 비서가 말했다.


“사장님. 사실 말씀입니다. 풍천역이라는 간이역에서 박형우라는 역무원이 사장님을 뵙겠다고 왔습니다.”


“뭐? 간이역 역무원이 나를? 그냥 돌려보내지 그러나. 내가 지금 바빠서 말이야.”


“30분만 시간을 내서 만나 봐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뭐? 자네가 아는 사람인가?”


“풍천역장이 저와는 학교 동기동창 사이입니다.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앤드류는 조금 생각하더니 비서에게 말했다.


“그래. 내 비서가 부탁을 하는데 당연히 들어줘야지. 가서 들어오라고 해요.”


“네. 사장님.”


앤드류의 비서는 형우를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다.


“박형우씨죠? 진문이한테 이야기 다 들었어요. 사장님이 들어오시랍니다.”


형우가 들어가자 그 비서는 명주에게 다가왔다.


“실장님! 갑자기 이러시면 안 되지 않나요? 일개 역무원을 청장실로 부르시다뇨?”


“저 친구 참 대단한 친구 아닙니까. 청장님이 만나보신다니까 일단 두고 봅시다.”


형우는 떨리는 마음으로 철도청장실의 문에 노크를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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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7화 - 돌고 돌아, 다시. 21.12.23 18 0 13쪽
» 6화 - 담판 21.12.19 13 0 11쪽
6 5화 - 여객영업 중단 21.12.17 19 0 13쪽
5 4화 - 풍천역의 위기 21.12.15 16 0 11쪽
4 3화 - 마을잔치 (하) 21.12.15 22 0 8쪽
3 2화 - 마을잔치 (상) 21.12.14 31 0 7쪽
2 1화 - 겨울 눈 21.12.12 56 1 8쪽
1 등장인물 소개 21.12.12 56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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