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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박욜레 님의 서재입니다.

간이역

웹소설 > 자유연재 > 중·단편, 드라마

완결

박욜레
작품등록일 :
2021.12.12 20:38
최근연재일 :
2021.12.23 21:44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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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추천수 :
2
글자수 :
34,164

작성
21.12.17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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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5화 - 여객영업 중단

DUMMY

며칠이 지나 이들이 그토록 기다린 공문에서도 철도청에서는 모든 것을 보류중이라고만 했다. 철도청에서 모든 것을 숨기고 있는건지 아니면 정말 몰라서 그런건지 알수 는 없지만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일. 이제 형우는 다른 방법을 모색했다. 형우는 일단 군청에 전화를 했다.


"군청입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여기는 풍천리 풍천역인데요. 교통행정과에 전화 넣어 주세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통화음이 연결되자 교통행정과로 연결이 된다.


“여보세요. 전화 받았습니다.”


“예! 거기 군청 교통행정과죠?”


“그런데요?”


형우는 다급했다.


“여기는 풍천역인데요. 역이 폐역 된다는 소문이 돌아서요.”


하지만 군청의 직원은 태연했다. 이미 풍천리 주민들 몇몇이 전화를 걸었던 건지 그 군청 직원은 말을 쏘아붙이듯이 했다.


“아이고. 역무원님도 그기(그게) 소문이라고 하는 거를 우리 군청이 어찌 알겠습니꺼? 우리도 작년에 우리 군에 역 두 개 폐역 하신거 알지예? 그것도 철도청에서 우리군청하고는 한 마디 상의도 없이 해 버려가지고 이번에도 폐역 한다 해도 그 때처럼 안 알려주면 모릅니다.”


“그래요....?”


“예. 우리도 알 길이 없다 아입니까. 그래도 알게 되믄 알려 드릴게요. 풍천역이라고요?”


“예. 꼭 좀 부탁 드립니다.”


형우가 전화를 끊자 마침 다시 나타난 진문.


“자네 어디다 전화했던거야?”


“우리 군청 교통행정과에요.”


“정말 열심이네. 전화해 보는게 나쁜 일은 아니지. 거기서는 뭐라는데?”


“그게 자기들도 모른다고. 작년에 군내에 있는 폐역 시킬 때도 자기들 하고는 상의를 안했기 때문에 전혀 모른대요.”


“맞아. 그랬었지. 일단 좋은 소식을 기다려 보자고.”


결국 시간이 기다려 줄 뿐 이었다. 하지만 이런 형우의 노력에도 역의 운명은 결정이 다가오기 시작했지만 3월 초라고 할만한 시기가 지나고도 소식이 감감하자 마을에서는 좋은 쪽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 동안 마을 이장인 준영은 최대한 마을 사람들에게 일부러라도 역을 자주 이용하라고 권했고 그럴 때 마다 역에는 보이지않던 마을 사람들도 열차 시간이 되면 표를 끊고 열차를 탔다.


그러다 2005년 3월 10일. 이른 아침. 오토바이를 몰고 온 풍천리 우편 배달부가 풍천리로 들어왔다. 그는 마을을 돌고 역으로 온 참이었다.


“여기 우편이요.”


형우는 우체부에게 물었다.


“우리 역으로 온 건가요?”


“네. 보니까 철도청 재정관리국에서 보낸 거라고 되어 있네요? 함 뜯어 보이소.”


“아.. 네 감사합니다.”


형우는 떨리는 마음으로 우편을 뜯었다. 오토바이 소리에 역전으로 나온 진문과 만두 역시도 떨린 모습이었다.


“재정관리국이면 아무래도 무슨 공문이 내려 온 것 같죠?”


“응. 만두양.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진문은 형우를 재촉했다.


“형우군. 자네가 나선 일이니까 어서 뜯어 봐.”


형우가 뜯어 본 우편 안에는 역시나 예상대로 공문이 하나 와 있었다. 철도청에서는 다음과 같은 공문을 풍천역에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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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천역에 알림


풍천역은 2005년 4월 1일자로 여객영업 중단과 함께 동년 중으로 폐역 될 예정입니다. 풍천역의 역장 외 역무원 일동 여러분들은 빠른 시일내에 철도청 강원본부의 공시에 의해 재배치 될 예정이오니 2005년 3월 25일 전 까지는 해당 역에서 철수 해 주시기 바랍니다. 동년 3월 25일부터 여객영업 중단 전 까지는 표 발매 등의 일체의 업무는 차내에서 취급할 계획입니다. 이용객께서는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아울러 지난 번 풍천역 4급 역무원 박형우 역무원이 보내주신 탄원서를 검토한 결과 연 평균 3천명의 승하차 승객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현재 풍천역의 상황을 볼 때 풍천역에서 월 평균 270여만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되며, 또한 철도를 대체할 교통수단 운영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였습니다. 철도를 대신할 교통수단에 대해서는 해당 군 지자체와 협의 중에 있습니다. 가능한 여객 영업 중단 전에 대체가 가능한 교통수단을 찾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5년 3월 7일

철도청 재정관리국

----------------------------------------------------


여객영업 중단. 화물하나 취급않는 시골역에 이 통보는 폐역 통보였다. 무배치간이역으로의 격하와 동시에 열차통과라.


가히 충격적이었다. 마을 사람이 하나도 빠지지 않고 탄원서를 넣었건만 풍천역의 폐역은 막을 길이 없었다. 진문은 머리를 싸매었다.


"이걸 어쩌지..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군...."


"역장님. 이걸 어쩐다죠?"


"최대한 뒤늦게 알려. 어떻게 대처할지 생각해보자고."


마침. 준영이 역을 찾았다.


"하하하. 오늘도 바쁘신갑네예?"


"아..... 이... 이장님 오셨어요?"


"아침 일찍 어쩐 일이세요?"


"장에 나가볼라꼬. 어르신들 부탁도 있고 해서. 근데 그 종이는 뭔교?"


준영이 발견한 종이. 형우는 그 공문을 등 뒤로 숨겼다.


"아니에요. 아무것도."


"뭔데 그라노? 내도 좀 보자."


"아.... 안돼요!"


"퍼뜩 내놔봐라!"


준영은 공문을 뺏어 천천히 읽어봤다. 형우와 진문은 그대로 얼굴이 사색이 되고야 말았다.


“이게 뭐꼬...? 진짜 폐역이 되 버린기가? 으이?”


진문은 준영을 진정시켰다.


“이장님. 진정 하세요.”


“진정을 하라니? 진정을 하라니?!"


"그래 역장님은 이제 우짤깁니까? 역장님이랑 여기 총각 아가씨야 다른데 가서 일 하면 그만인데 우리는 이제 영영 이 마을에 갇힌 거 아니냐 그 말이라요! 역이 닫아버리면!”


이 날이 장날인지 보배까지 사과를 봉지째 들고 역에 왔다가 그대로 바닥에 떨어트리고 말았다.


“지금... 그게 무슨 소리인교...? 역이 우째됐다고?”


마을사람이 알아야하는 일이기는 했지만 준영이 확인을 시켜주고 말았다.


“못 들었소! 역이 이제 문을 닫는다 안 카나! 아이고!!”


보배는 너무 당황했다.. 보배는 힘 없이 말했다.


“역이 닫아쁘리면 여기 사람들은 뭐 먹고 살라는 말 인교? 그리고 우리 손녀 딸래미는 인자 학교 드간지 1달도 안 됐는데 학교는 우째 보내라꼬? ”


보배의 손녀인 고은이는 옆에서 할머니의 치맛자락을 붙잡았다.


“할머니.... 그럼 나 학교 못 가는 거 에요? 으아아앙!”


보배는 들고온 사과를 내팽겨치고 마을회관으로 달려갔다. 형우는 보배를 애타게 불렀지만 그녀는 뒤도 보지 않았다.


“아주머니! 잠.... 잠깐만요!”


형우는 그대로 보배를 쫒아갔다.


“저기! 아주머니! 잠깐만요!”


형우의 말은 보배에게 들리지 않았다. 보배는 그렇게 마을 회관 문을 열고 소리쳤다.


“보소! 마을 사람들! 일 났다!”


"무슨 일이고? 누구한테 무슨 일 생깄나?"


"그기 아이고 폐역이다! 폐역!"


“뭐라꼬?! 우리 풍천역이 폐역이 되었다고?”


선영은 빨던 걸레를 벽에 내던져버렸다.


“그게 참말인교?!”


“여......역이! 여.....역이!”


사람들과 화투를 치던 지남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여...영감님요! 퍼뜩 가서 달래 총각 데리고 온나! 119도 부르고!”


마을사람들은 모두 뒤늦게 들어온 형우를 쳐다보았다.


“이 보소. 형우 총각. 마침 잘 왔데이. 역이 닫아삔다는 게 무슨 말 이고?"


"말씀 그대로에요..... 철도청에서 통보가 왔어요."


"이제 우야면 좋노?! 우리가 이장님 시키는 대로 마을사람 하나도 안 빼먹고 다 싸인에 도장까지 찍어가지고 탄원서까지 보냈다 아이가?!”


"그걸 철도청에서도 인정을 했는데요. 역이 적자가 있어서 운영이 안되겠나봐요."


"적자가 얼만데? 우리가 그거사 매까 주삐자!"


"그걸 왜 우리가 하노? 군청에서 해야지."


"저희 역이 작은 역이고 화물열차가 오는 곳도 아니고 그래서요. 한 달에 270만원 정도 적자가 나나봐요."


상희는 팔을 걷어 붙이고 말했다.


“내 철도청인지 철도국인지 하는 이 놈의 자슥들 다 다리 몽둥이를 분질러 놓을끼다! 돈 많은 놈들이 그깟 270만원 때문에 이란단 말이가!”


“과수원네야. 좀 진정해라. 일단 이야기를 상세하게 들어 봐야 할 거 아이가?”


영자가 상희를 말리자 상희는 성질을 팍팍 냈다.


“아니 회장님은 지금 폐역 된다는 말 듣고도 그랍니까? 그 책임자들 있는데가 어디고? 가자! 내가 가서 무슨 원한이 져가지고 우리한테 그리 하는지 내 물을 끼라!”


상희를 진정시키는 사이 선택이 말했다. 그는 아까 지남과 화투를 치고 있었던 터였다.


“아까 통보라꼬캤는데 그러면 철도청에서 공문이 내려왔더나?”


“예.. 어르신.”


“뭐라고 왔더노?”


“4월 1일 부터는 기차가 이제 안 설 거라는데 3월 25일까지는 저희 역장님이랑 역무원들 보고 역에서 다 철수하라고 그러고요. 25일부터 1일까지는 역무원들이 없으니까 기차 안에서 표를 끊어서 타라네요.”


형우가 마을 사람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사이 마침 달래가 왔다.


“우리 할아버지 어디 계세요? 쓰러지셨다면서요?!”


“어서 안에 드가봐라. 이장님 있지만은 자네 할아버지 어서 병원에 모시고 가야 할 꺼 아이가?! 일단 구급차 불렀으니까 안에 드가서 할아버지 손 꼭 잡아 드려라.”


형우는 구급차는 빨리 온다는 게 20분이 지나서야 왔다. 풍천리 마을로 들어오는 길 자체가 협소하고 험하다 보니 그런 것이었다. 이런 곳에 있는 역을 닫는다?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울리자 보배가 문을 열었다.


“구급차 왔는갑다. 어서 달래 니는 할아버지 모시고 퍼뜩 병원 댕겨 오니라.”


구급대원들은 급히 들 것에 지남을 실어서 나갔다. 달래가 따라 나갔다. 마을 사람들은 구급차가 떠나는 것을 보려고 역 광장까지 나왔다. 마을 사람들은 구급차가 떠나자 역에 도착하자 진문을 쏘았다.


“역장님! 우리 좀 보입시다.”


"예. 이장님."


진문도 내심 형우가 마을 회관으로 간 그 사이 온갖 생각을 다 해보았다. 그러나 그의 힘으로는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여겼고 자신이 오랜기간 공을 들이고 정을 느낀 역이 폐역 된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준영이 말을 하려고 하자 갑자기 상희가 갑자기 땅바닥에 주저 앉아 땅을 치며 통곡을 했다.


“아이고오! 우리는 인제 다 굶어 죽었다! 그 놈들이 우리랑 무슨 원수를 져 가지고 우리를 굶가 직일라 카노!!”


준영은 모여든 마을 사람들을 챙겼다.


“호들갑 떨지 마소! 일단 우리가 살 길을 찾아야 한다니까?”


“이장님요. 말만 하지 말고 무슨 대책을 세워야 안 됩니까?”



마을 사람들은 이런 말 저런 말을 하다 안되겠던지 역전 앞에서 서로 갑론 을박을 벌였다.


"자자. 역장님도 있으니 일단 의견들을 내 보입시다. 여러사람 말하면 정신없으이 한 사람씩 이야기 하이소."


하지만 그들은 서로 할말만 해 댔고 결론은 나지 않았다. 모두가 원론적인 이야기였다.


"역을 진짜 닫아삐면 뭐라도 해야 안 되나? 일단 마을로 오는 그 도로를 터 도라꼬 군청에 이야기 해 보자."


"에헤이. 그기 안 된다카이. 마을에 산다꼬 이름만 떡 하니 올려놓은 지주들이 사유지라꼬해사서 저번에도 군청에서 할라카다가 못했는데 무슨수로?"


"그라지 말고 우리 마을 사람 중에 좀 힘 쎄고 말 잘하는 사람 열 사람만 뽑아가 철도청 앞에 가서 시위를 하던 드러 누워삐던 하자!"


"순리대로 해결해야지 순리대로."


마을사람들의 싸움에 뭔가 결심을 한 형우는 마음을 다잡고 스스로 나섰다.


“제가 다녀 올게요!”


마을 사람들은 다시 형우를 쳐다봤다. 진문은 그에게 말했다.


“이 친구야.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야? 어딜 다녀 오려고?”


“제가 철도청 본사에 가서 담판을 짓고 오겠습니다!”


“으잉?!”


마을사람들이 형우를 죄다 보고 큰 소리에 놀란 만두는 매표소에서 문을 열고 나와 형우를 진정시켰다.


“형우 군. 안 돼. 이제 막 들어온 역무원이 본사에 가서 뭘 어떻게 할려고? 그러다 잘못되명 어쩌려고 그래?”


“아니에요. 선배님도 아시다시피 풍천리 사람들에게는 여기가 유일한 희망이에요. 여기가 문을 닫으면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요. 제가 부딪혀 볼게요.”


준영은 그 말에 형우에게 일말의 희망을 걸었다.


“진짜 가 볼라고? 일단 자네만 믿음세.”


그러더니 준영은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돌아갔다.


“자자. 일단 형우 총각을 믿어 봅시다. 아직 시간은 넉넉하다 아인교. 25일 전에만 딱 하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역장님, 맞지예?”


"네. 그렇긴 합니다만."


그러자 선희가 말했다.


“우리도 데리고 가소! 내 옷 갈아입고 지갑 가지고 나올테이.”


“아 참. 아지매! 고마 퍼뜩 안에 드가입시다! 제일 바쁠 게 이 분들 아입니까? 우리 위해서 이리 뛰어준다카는데 믿어 보입시다!”


선택도 옆에서 역무원들 편을 들었다.


"그래. 이장 말이 맞다. 과수원네 니 너무 흥분했는기라. 그래가꼬 가 봤자 도움 안 된다."


잠시 뒤. 진문의 무전기에서 어떤 소리가 울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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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7화 - 돌고 돌아, 다시. 21.12.23 18 0 13쪽
7 6화 - 담판 21.12.19 13 0 11쪽
» 5화 - 여객영업 중단 21.12.17 20 0 13쪽
5 4화 - 풍천역의 위기 21.12.15 16 0 11쪽
4 3화 - 마을잔치 (하) 21.12.15 22 0 8쪽
3 2화 - 마을잔치 (상) 21.12.14 31 0 7쪽
2 1화 - 겨울 눈 21.12.12 57 1 8쪽
1 등장인물 소개 21.12.12 56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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