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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박욜레 님의 서재입니다.

간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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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박욜레
작품등록일 :
2021.12.12 20:38
최근연재일 :
2021.12.23 21:44
연재수 :
8 회
조회수 :
235
추천수 :
2
글자수 :
34,164

작성
21.12.15 10:45
조회
22
추천
0
글자
8쪽

3화 - 마을잔치 (하)

DUMMY

선택이 먼저 마당에 나가보니 뱀이 한 마리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음식을 하던 사람들도 무서워 한쪽으로 피했다. 준영은 뒤로 물러서며 나뭇가지로 이리저리 휘 저었다.


“어르신요. 저거 독사 아입니까?....”


"치워라. 막대기 이리 줘 봐라."


선택은 바로 현수에게서 막대기를 빼앗고 뱀을 쫓아냈다.


“워이! 워이!”


그 뱀은 선택이 막대기로 공격하자 슬그머니 도망갔다. 선택은 뱀을 내 쫓고 현수에게 뭐라고 했다.


“사내 머슴아가 뱀을 무서워 해가지고 어데다 써 묵겠노!”


"하하...."


“아이고 어르신요. 그기 아이라 독사라서 사람들 물리면 안 된다 아입니까.”


선택은 준영의 말에 어이가 없어했다. 선택은 바닥을 나뭇가지로 툭툭 쳤다.


“봐래이. 이장아. 저래 쪼매난 뱀이 뭐라고 그래샀노? 저거는 독사가 아니라 그냥 뱀이다 뱀!”


아까 호들갑 떨던 마을 사람들은 선택을 마치 영웅 보듯이 쳐다봤다.


“우리는 무서버가 저런 뱀은 잡도 못하는데 아저씨 덕에 뱀도 잡고 차말로 고맙십니다.”


선택은 나뭇가지를 멀리 던지더니 다시 돌아섰다.


“고마 됐다. 올 사람도 다 왔으니까 뱀 못 들어오그로 문 단속 하거래이. 그리고 안에 손님들이랑 동네사람들 배고프겠다. 음식 준비해서 퍼뜩 들어 온나.”


"예!"


사람들이 들어가자 곧 보배가 나타났다. 보배는 쟁반에 전과 수육, 그리고 각종 나물들을 가지고 왔다.


“자자. 억수로 기다렸지예? 찌짐하고 돼지고기 수육한 겁니다.”


선택은 자신에게 쟁반을 가져오라고 손짓을 했다.


"여기부터 가져 오니라. 손님 대접부터 해야 안되겠나?"


“아닙니다. 저는 나중에 주셔도 되니까 저기 어르신들 먼저 드리세요.”


그러자 보배가 웃으며 말했다. 보배는 마을에서 축사를 운영하면서 인심이 좋은 사람이었다. 오늘 돼지도 보배가 잡은 것이었다.


“무슨 소린교? 손님 먼저 드셔야지요. 역장님하고 먼저 드이소. 가져다주는 순서만 다르니까.”


"돼지 좋은 걸로 잡았제? 묵도 못하는 거 잡은 거 아이가?"


"참말로. 죄 받는 그런소리 하지 마시소. 딱 묵기 좋은 놈으로 잡았다 아입니까."


형우는 따듯한 전을 보고 놀랐다. 혼자 사는 처지에 바로 부친 따끈한 전 먹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아까도 김치전을 먹었지만 식은 전이었으니까. 형우는 뜨끈한 김도 신경 쓰지 않고 한 젓가락 먹었다. 형우가 느낀 시골의 전은 그냥 부추와 매운 청양고추만 들어간 평범한 전 이었지만 아주 맛있는 자연의 맛이었다.


“우와. 맛있네요?”


준영도 한 젓가락 떼어 뜯어 먹으며 말했다.


“총각, 찌짐 맛있제? 우리는 촌이라서 해물 같은 것도 없고 고기도 없고 고마 그냥 정구지랑 땡초만 넣어가 만드는기라.”


매콤하고 부추의 향이 느껴지는 전은 농촌의 멋을 닮았다. 그러자 조금 뒤 상희가 김치를 냉면그릇에 넣어 가져왔다.


“저번 달에 우리 김장한긴데 맛이 들었을라나 모르겠다. 수육하고 같이 드이소.”


계속 음식이 들어오고 형우와 만두는 먹어가면서 음식을 옆으로 날랐다. 음식이 다 도착하자 음식을 하던 아주머니들도 들어와 합석하고 선택은 진문에게 막걸리 한 잔을 따라주며 말했다.


“역장님. 고생 많지요?”


“고생 이랄거야 있나요. 시골 간이역이라서 그런지 한산하고 일거리가 없어서 오히려 지루해요.”


"내 잔도 받으이소!"


"아 예....."


사람들이 서로 막걸리와 소주를 부어라 마셔라 하는 사이 마을에 뜬 소문이 돈다는 사실을 선택이 전했다.


“역장님. 부탁좀 하입시다.”


“예. 어르신 어떤 부탁이세요?”


선택은 진문에게 의문의 쪽지를 건네주었다.


“우리 서울서 사는 오촌 조카가 그러는데 올해 봄쯤에 전국적으로 시골에 쪼매난 역을 골라가지고 문을 닫아버린다 하는데 여기 풍천역도 포함이 된다카네? 이 동네 사람들이야 기차로 읍내 나가도 마실도 가고 놀러도 가고 먹고 살기도 하는긴데 역이 닫는다 카면 여기 사람들 동네에 갇혀서 굶어 죽는기라. 확실한긴지 아니믄 그냥 뜬 소문인지 역장님이 좀 알아봐 주소.”


"조카님이 이 쪽에 종사하는 분이신가봐요?"


"철도청에서 일하는 아거든. 요기랑 관련된 부서에서 일한다 합디다."


“예. 알겠습니다. 알아봐 드릴게요. 걱정 마세요.”


중간에 준영이 둘에게 와 이야기를 엿들었는지 눈치를 챈 듯 했다.


"무슨 일 있습니까?"


"내가 며칠 전에 이야기 하더제? 역이 문닫을지도 모른다고."


"아. 그 이야기 말입니까. 그기 무슨 역장님이랑 관계 있어요?"


"역장님이 역무원 근무한지 한 20년 넘었을 꺼 아이가. 그래서 좀 알아봐 달라꼬."


어른들이 이야기 할 때 형우는 여러 음식을 먹으면서 영자에게 계속 물었다.


“와. 이 향긋한 나물은 뭐 에요?”


“겨울초라꼬. 겨울에만 나는 나물인데 그냥 겉절이 이래 해가 먹으며는 향긋하니 맛있지.”


“이건요? 배추 같기도 한데?”


“봄동 아이가. 조금 있으면 나기 시작할 거라. 아직 덜 여물은 거 캐가 무쳤더만은 맛이 있어요?”


"네. 맛있네요."


멀리서 겉절이에 쌀밥을 걸쳐 먹던 보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차말로. 우리 서울 총각이 처음으로 촌 음식 맛 보고 신기한갑다 하하하!”


상희는 보배를 혼냈다.


“언니야! 밥풀 다 튀긴다! 밥 좀 묵고 말 해라!”


“어허허허!”


동네사람들은 9시가 넘을 때 까지 놀면서 마지막에는 회관에 있는 노래방 기기로 노래도 부르고 10시가 돼서야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아주머니들은 먹은 음식들을 정리했다. 그런데 준영이 가지 않고 정리를 돕고 있었다. 진문은 회관에서 자는 게 눈치가 보였는지 거들었다. 진문은 그릇을 씻으면서 준영에게 물었다.


“이장님은 댁에 가서 안 주무세요?”


“벌써 자기는요. 음식도 다 여자들이 했는데 치우는 것 까지 여자들한테 맽기가 되겠습니까? 요새는 여자들 안 도와주고 살면 구사리(구박) 맞습니다.”


그렇게 정리가 다 끝나고 아주머니들이 다 돌아가자 준영은 세 사람에게 이불과 배게를 주며 말했다.


“내일 첫차가 7시 57분 차지요? 6시나 6시 반이나 되거든 올 테니까 걱정 말고 푹 주무시소.”


친절하게도 준영은 아침에 깨워 준다고 했다. 진문은 감사의 표시를 내 비쳤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세 사람이 이불을 펴고 눕자 만두는 피곤했는지 금세 골아 떨어졌다. 형우는 진문에게 물었다.


“아까 슈퍼 할아버지께서 역장님께 무슨 말씀 하시는 것 같던데 어떤 거 에요?”


“아. 할아버지 조카 분이 철도청에서 일하는 분인데 풍천역이 폐역 된다는 말을 어디서 들으셨나봐. 그것 좀 알아 봐 달라고 부탁하시더라.”


“네.....?!”


진문은 뜬금 없이 누운 자리에서 앉아 말했다.


“뭘 그렇게 놀래? 그러지 말고 내일 형우군이 철도청에 전화해서 알아봐.”


“에??! 제가 잘할 수 있을 까요? 좀 떨리는데...”


“경력 쌓는 거라 생각하고 전화 넣어 봐. 보통 이럴때는 철도청에 전화해서 물어보면 되는 일이니까. 알겠지?”


“네. 그럼 내일 출근해서 전화 한 번 넣어 볼 게요.”


형우는 그날 밤 왠지 모르게 걱정이 되었다. 자신이 처음 부임한 간이역이 폐역 되어서 마을 사람들과 정도 붙이기 전에 다른 곳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마을 사람들이 앞으로 기차가 다니지 않아 겪을 불편함에 대한 걱정이었다.


과연 역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오늘따라 시골 간이역의 쓸쓸한 모습이 더욱 아련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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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7화 - 돌고 돌아, 다시. 21.12.23 18 0 13쪽
7 6화 - 담판 21.12.19 13 0 11쪽
6 5화 - 여객영업 중단 21.12.17 20 0 13쪽
5 4화 - 풍천역의 위기 21.12.15 17 0 11쪽
» 3화 - 마을잔치 (하) 21.12.15 23 0 8쪽
3 2화 - 마을잔치 (상) 21.12.14 31 0 7쪽
2 1화 - 겨울 눈 21.12.12 57 1 8쪽
1 등장인물 소개 21.12.12 57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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