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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트업(Setup) - 수정판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AAKHS
작품등록일 :
2017.07.07 03:11
최근연재일 :
2017.09.20 09:45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6,879
추천수 :
64
글자수 :
447,005

작성
17.07.0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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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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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셋트업(Setup) - 1편-4

DUMMY


“허헛. 계집치고는 상당한 검술이군. 음···?”


그녀와 상대중인 듯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법 익숙한 목소리였기에 에우로파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보며 그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베쿰?”


두꺼운 사각턱과 어울리지 않게 갈색 머리를 어깨 아래까지 길게 기른, 근육질로 다부진 신체를 가진 그 사내와 특별히 친하거나 한 사이는 아니다. 용병 중에서 매우 드물게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까지 오른,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집단에 소속되지 않고 혼자서 떠돌이 용병 생활을 고집하는 사내로 어찌보면 괴짜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와는 몇 차례 고용인과 피고용인 관계로 거래를 한 적이 있었기에 잘 아는 사이였다.


“금발, 검은 옷, 건방진 눈빛의 어린 소녀···그렇군, 네가 요즘 한창 유명한 그 여검사냐?”


무언가 액체를 뒤집어썼는지(아마 방금 그 잔에 들어있던 맥주였겠지)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기며 베쿰은 허리춤에 차고있던 검을 뽑았다. 떠돌이 소드 마스터 용병의 애검으로 더욱 유명해진-‘픽서’라는 이름의 그 검은 사실 그다지 대단한 명검은 아닌, 평범한-보다는 약간 뛰어난 수준의 보드 소드(보통의 롱 소드보다 날의 길이가 짧고 폭이 넓은 검)이다.


“먼저 검을 뽑았으니 나 역시 그냥 넘어가 주지는 않겠다.”


다소 화가 난 것 같기는 하나, 살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강한 자와 한번 싸워봐야겠다는 식의. 단순히 그런 의미인 듯 하였다.


“소문을 듣자하니 때려눕힌 녀석들이 제법 많다던데, 어디 실력을 보도록 할까?”

-채앵


이미 주점 내부는 정리되어있었다. 거추장스러운 테이블도 모두 치워져있었고 주객들은 모두 넓은 홀 바깥쪽에서 둘의 흥미진진한 싸움을 기대하고 있었다.

선공은 베쿰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하압!”


크게 바닥을 박차며 내지른 횡베기를 소녀는 의외로 간단히 막아내었다. 그녀의 손에는 가느다란 세검이 들려있었다. 폭은 손가락 두 마디 정도에 길이는 1미터 정도로 검신에 새겨진 검은색의 화염 무늬가 인상적인 레이피어였다.


“과연···!”


탄성을 지르면서도 베쿰의 공격은 착실하게 이어졌다. 막힌 반대로 몸을 돌리며 낮게 올려치기. 이후에 연이어지는 대각선 궤도의 내려베기.


-채앵, 챙


소녀는 여전히 무감정한 표정으로 침착하게 그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마치 사늘한 얼음장같은 표정을 유지한 채 그녀는 기계적으로 베쿰의 공격에 대응하였다.


-핑


언제까지고 방어만 할 듯한 순간,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그녀의 세검이 공기를 가로질렀다. 왼팔을 옆으로 길게 뻗고 허리를 크게 휜, 마치 무용과 같은 자세에서도 그녀의 오른손에 들려진 세검은 베쿰의 좌측 어깨죽지를 향해 뻗어나갔다.


“크읔!”

-티잉


갑작스러운 반격에 당황한 듯 베쿰은 황급히 왼손으로 힐트 손잡이를 돌려 검의 옆면으로 그녀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그러나 그녀의 공격은 그 단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채앵

-챙, 카캉


마치 공이 튀어오르듯 매끄럽게 검끝을 튀기며 다음 공격을 해오는 소녀의 공격에 상황은 시작과 정 반대가 되었다. 베쿰은 검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그녀의 공격을 받아내기 급급했다.


“흥! 과연 소문이 파다할만 하군. 하지만···!”

-카앙


베쿰은 왼손으로 검의 옆면을 받쳐들더니 마치 밀어내듯 소녀의 검을 받아내었다. 그리고는 검을 빙글 돌려 밑으로 내리누르며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검의 옆면으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낸 뒤 그대로 내리누르며 달려들어 육탄 공격을 하는 것. 잔뼈가 굵은 용병 소드마스터의 유명한 공격 방법이었다.


“오오···!”


주변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눈 깜짝할 사이에 공격을 흘려내며 반격을 한다는 것은 말로는 단순하지만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데다가 실제 그것을 보게 되면 마치 묘기와도 같은 검영의 움직임에 감탄할 수밖에 없으리라.


“이것도 받아낼 수 있을···헛!”

-비틀


베쿰은 당황했다. 소녀가 검을 놓아버린 것이다. 덕분에 검을 내리누르며 체중 일부를 지탱하던 베쿰의 몸체가 오른쪽으로 쏠렸다.


“흥!”

-빠악


도도한 코웃음소리와 함께 소녀의 무릎차기가 그의 턱에 작렬했다. 갑작스러운 카운터 공격에 베쿰의 몸체가 이번에는 왼쪽으로 비틀거렸다.


“하!!”


날카로운 기합소리와 함께 이번에는 인정사정없는 옆차기가 안면부에 꽂혔다. 베쿰은 미간에 힐 자욱을 남기며 중얼거렸다.


“하···하얀색···”


바보같은 억양과 함께 베쿰은 정신을 잃은 듯 바닥에 아무렇게나 쓰러져버렸다.


-털썩

-챙그랑


그의 몸과 그의 애검이 거의 동시에 바닥에 나뒹굴며 짧지만 꽤나 요란한 소음을 만들었고 주점은 한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당했어···”

“소드 마스터 베쿰까지···”

-웅성웅성


정적도 몇 초일뿐, 이내 장내는 소란스러워졌다. 소녀는 그런 주변의 반응은 상관없다는 듯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검을 주워들어 칼집에 집어넣은 뒤 홱 몸을 돌리며 그녀의 뒤편에 서 있던 다른 소녀에게 말하였다.


“가자. 나시.”

“응, 언니.”


에우로파는 그녀가 쓰고 있던 것으로 보이는 모자를 안아든 채 그녀의 뒤를 종종걸음으로 쫓아가고 있는 또 다른 소녀를 발견하였다.

양 끝부분만 길게 기른 에메랄드빛의 단발머리는 마치 보석과도 같은 윤기넘치는 고운 머릿결이었다. 언니라고 부른 금발 소녀와는 상반되게 프릴 등의 장식이 많이 달린 화사한 녹빛의 로브를 걸친 그녀는 마르고 가는 금발 소녀와 달리 로브를 입고 있음에도 눈에 들어올 정도로 볼륨감 있는 몸매와 커다란 둥근 눈동자, 생기 넘치는 따스한 복숭아빛의 피부를 가지고 있어 그녀를 보는 누구나 ‘정말 매력적인 소녀로군!’이라고 탄성을 지를만한 것이었다.

신장은 150초중반 정도일까, ‘언니’라고 부르지 않았다면 오히려 저쪽이 언니가 아닐까 생각하게 하는 키와 발육상태의 차이였다.


“잠깐, 혹시···”


그것은 무슨 의미였을까. 에우로파는 마치 무언가에 흘리기라도 한 듯 그녀들을 따라가려던 순간


“아직 안 끝났어!”

-쾅


뒤편에서 큰 소음과 함께 먼지가 피어올랐다.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니 베쿰이 한 손으로 머리를 감싸쥔 채 서 있었다.


“건방지게···이제부터 진짜로 상대해주지. 밖으로 나와!”


한 손으로 머리를 감싸쥔 그의 반대편 손에 들려진 그의 검-픽서-는 은은한 푸른 빛이 감돌고 있었다. 그것을 본 주변의 이들이 감탄성을 내질렀다.


“오오, 저것이 바로···”

“그 말로만 듣던 ‘검기’라는 것인가···?!”


검날 전체를 뒤덮은 채 마치 물이 흐르는 듯 찰랑거리는 푸른 검기는 그의 감정을 대변하듯 빠르고 거칠게 일렁였다. 더불어 그의 온 몸에도 아까와는 다른 서늘한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감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그의 몸으로부터 ‘힘’이 밖으로 발산되고 있는 것이었다.


“···나올 수 있다면.”


그러나 소녀는 태연했다. 잠시동안 가소롭다는 듯 베쿰을 바라보던 소녀는 짧은 한마디와 함께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고 몸을 돌려 주점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그녀의 뒤편에 서 있던 에메랄드빛 머리의 소녀도 종종걸음으로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거기 서! 이 계집···읔!”


노호성을 지르며 소녀를 따라가려던 베쿰은 순간 자신의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닳고는 당황하였다. 정확히는 그의 양 발이 지면에 달라붙은 듯 떨어지지 않았다.


“이건 대체 무슨···이익!”


그는 안간힘을 써봤지만 마치 양 발에 접착제라도 붙인 듯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소녀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고 십여 초가 지나서야 베쿰의 양 발은 언제 그랬냐는 듯 지면에서 떨어졌다.


“으엇!!”

-털퍽


갑작스러운 움직임의 자유에 베쿰은 당황하여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주점 밖으로 뛰쳐나갔지만 이미 소녀의 모습은 인파 속에 묻혀 완전히 사라진 뒤였다.


“제길···두고보자! 다음에 만나면 가만두지 않겠어!”


홧김에 소리를 내지르고서도 분을 삭이지 못한 듯 씩씩거리던 베쿰의 옆으로 에우로파가 다가왔다.


“여어.”


툭 어깨를 두드리며 웃어보이는 에우로파의 모습에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째려보았다.


“이게 누구쇼, 부자 남작 나리 아뇨? 보고 계셨수?”

“중간부터.”


베쿰은 잠시 아무 말 없이 숨을 고르며 속을 진정시켰다. 그리고는 그제서야 들고 있던-아직도 검기가 서려있던 그의 애검을 칼집에 집어넣었다.


“혹시 시간 좀 되나?”

“없수다!”


아직 흥분상태가 덜 풀렸는지 짜증스럽게 대답하였지만 정말로 무시하고 가버리려던 것은 아니었나보다. 그런 그의 태도가 익숙한 듯 에우로파는 주저없이 그에게 자신의 용건을 이야기하였다.


“마침 좋을 때 만났군. 날 좀 도와줬으면 하는 일이 있는데. 물론 보수는 섭섭하지 않게 지불하지.”


숙련된 용병의 감일까, 베쿰은 에우로파가 언급하는 ‘일’이라는 것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단번에 눈치챘다.


“나리가 하는 일 치고 쉬운 일이 없었던 거 같았는데 말요. 심지어 요전에는 드래곤한테 덤비지를 않나···”

“그건 왕도에서 깽판치는 깡패 녀석이라 어쩔 수 없었잖아.”

“어쩔 수 없다는거야 나으리네 사정이지. 그때 나한테 뭐라고 했수? 잡몹? 아무튼 조무래기 몬스터 처리라고만 했는데, 막상 가니까 드래곤이 딱! 하고 튀어나오고···”

“드래곤은 마장기로 때려잡았잖아! 너한테 드래곤을 상대하라고 하진 않았으니 거짓말을 한 건 아니지.”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은 하지 마쇼. 그때 놈의 숨결 공격에 휩쓸려 골로 갈 뻔했던 일을 생각하면···어흐으! 보수가 좋았으니까 별말 안하는 거지···”


그제서야 에우로파는 과장된 몸짓으로 몸서리를 쳐보이는 베쿰이 자신의 몸값을 협상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었다. 하지만 참을성과 여유는 없고 돈은 많은지, 에우로파는 일체의 협상 없이 단번에 그가 원하는 답변을 해 주었다.


“미치겠구만. 좋아, 그때의 1.5배! 이 정도면 됐나?”

“와우! 역시 제오카 상회의 주인! 통이 크시군!”


어찌되었든 그는 자신이 아는 중에서는 상당히 강한 축에 드는 검사이다. 고용해 두는 것이 좋겠지.

에우로파의 답변에 만족한 듯 베쿰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더니 곧바로 자신이 할 일에 대하여 질문하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뭘 상대하면 되는거요? 마주칠 놈 중에서 제일 강한 놈으로···”

“뱀파이어.”

“뱀파이어?”


에우로파의 대답에 베쿰은 고개를 갸웃하였다. 뱀파이어 역시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겠지만, 과연 드래곤을 상대할 때보다도 많은 보수를 주면서까지 자신을 고용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모습이었다.


“그래, 뱀파이어. 혹시 상대해 본 적 있나?”

“음···뭐, 최근에 한 놈 해치운 적이 있긴 하지만···”

“정말?”

“내가 거짓말 할 이유가 없잖수.”


그의 대답에 에우로파는 반색하였다.


“그거 마침 잘 됐군. 자세한 이야기는 성에 가서 하지.”

“뭐, 일단 알겠수다. 걱정 마쇼. 하기로 한 이상, 세상이 멸망한다 해도 나으리는 지켜 드릴 테니까.”

“말은 참 믿음직스럽군.”


미심쩍은 감정은 남아있었지만, 어쨌든 계약은 이미 성립되었다. 그렇게 생각한 베쿰은 군말 없이 에우로파의 뒤를 따라 주점을 나섰다.


“이봐, 가게 수리비는···?”


등 뒤에서 불만에 가득찬 시선으로 그들을 노려보는 드워프였으나 아무래도 듣지 못한 듯 그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또 하나가 시작되었군. 만족하는가?”


길고 긴 홀. 언제까지고 이어질 것만 같은 그 홀의 끝에는 옥좌가 놓여 있었고 그 좌우로는 수많은 인물들이 각자의 무기를 들고 도열하여 있었다.


“우리의 운명은 기구하지. 이번에는 어느 쪽에 걸겠나?”


옥좌의 바로 오른편에 서 있던 인물이 질문하였다. 당장이라도 전투에 임할 듯한 다른 인물들과 달리 아무런 무장도 없었으며, 다른 이들과는 상반되는 여유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그의 질문에 상대는 대답하였다.


“···언제나 같은 쪽에 걸지. 이제는 물어보지 않아도 될 때가 되었지 않은가?”

“언제나 물어보지 않아도 되지만 나는 질문하지. 왜인지 아나?”


옥좌를 정면에 두고 서 있던 자의 입가가 움찔했다. 상대의 질문에 그는 침통하게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옥좌 옆의 인물은 한껏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런 모습이 보고 싶어서야. 너희는 항상 지는 내기를 하지. 그리고 나는 항상 이겨왔고.”

“······”

“왜인지 아나? 그것은···”


그는 양 팔을 크게 벌리며 들어올렸다. 그러자 옥좌 좌우로 도열해있던 인물들이 일제히 외쳤다.


“모든 것은 황제 폐하를 위하여!”

“···이기 때문이지.”


그 모습을 잠시동안 힘없이 바라보던 상대는 이내 뒤로 홱 돌아서며 옥좌로부터 멀어져갔다. 비통함에 젖어있지만, 그 의지만은 꺽이지 않은 듯 결연하게 독백하며.


“아직이다. 아직 우리의 운명의 업은 다하지 않았어.”


이윽고 주변이 어두워져갔다.





세인스 시 남쪽 외곽. 한밤중이라 그런지 고요하지만 아직 모두가 잠들지는 않은 듯 거리 곳곳의 불빛이 드문드문 빛을 발하고 있었다. 세인스 시 중에서도 비교적 번화가인 이곳의 중심에 솟아있는 탑 밑에서 두 명의 병사가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


“하암···”


한 병사가 피곤한지 하품을 하자, 옆에 있던 다른 병사가 슬쩍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졸리냐?”


하품을 한 병사가 상대적으로 후임인 듯 그는 몸을 움찔하며 정색하였다.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렇게 말하지만 아직 잠이 덜 깬마냥 눈의 초점이 잘 맞지 않는 듯한 그를 보는 선임병의 눈가가 찌푸러졌다.


“이 녀석이 지금 정신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안 그래도 지금 정체를 알 수 없는 파괴범 때문에 다들 긴장하고 있는데 잠이 오냐?”

“죄송합니다!”


잔뜩 긴장해서 큰 목소리로 ‘죄송합니다’라고 대답하는 후임의 태도에 선임병은 허둥지둥 그의 입을 막았다.


“야임마. 지금 제정신이야? 야간에 크게 소리를 지르면 어쩌라고? 순찰 도는 기사라도 있었으면 큰일났어.”

“죄송합니다···”

“아무튼···앞으로 똑바로 해. 알았어?”

“알겠습니다···”


더 혼쭐을 내줄까 했지만 나름 반성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자신의 야단에 겁을 먹은 것인지 움츠러든 후임병의 모습을 보자 한번 더 두고보자는 생각을 하며 선임병은 다시 전방으로 시선을 두었다.


그때였다.

그들의 앞에 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날이 어두워서인지, 아니면 망토나 무언가를 뒤집어쓰고 있어서인지 윤곽선이 뚜렷하지 않게 보였지만 크기나 움직임으로 보건데 사람인 듯 싶었다.


“누구냐?!”


방금 전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는 목적도 겸하여 후임병사가 우렁차게 소리쳤다. 만약 상대가 누군지 알았다면 결코 그렇게 할 수 없었을만큼.


“이쪽은 출입금지 구역이다. 어서 돌아가···!!”

-털썩


상대의 작은 손짓과 함께 후임병이 쓰러졌다. 비명도, 신음도 내지 못하고 쓰러진 후임병과 아직 검은 덩어리로밖에 보이지 않는 상대를 번갈아보는 선임병의 안색이 공포로 물들어갔다.


“서, 설마! 비사···!!”

-털썩


황급히 뒤로 고개를 돌리며 ‘비상’이라고 외치려고 하였으나 안타깝게도 그의 행동은 생각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 그 역시 차가운 밤거리 바닥 위로 쓰러졌다.


“크큭···”


한 쪽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그리고 다른 한 쪽은 공포에 가득 질린 모습으로 쓰러진 두 구의 시체를 보며 그림자는 낮게 조소했다.


“나도···떨어질 대로 떨어졌군···큭···!”

-끼이이


자조적인 한마디와 함께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철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잠금쇠를 젖히고 문을 열어제끼듯 철문은 곧 활짝 열어젖혀졌다.


“이것으로 두 번째···”


탑을 올려보며 중얼거린 그는 곧이어 왼팔을 크게 휘둘렀다.


-티딕, 쿵


그러자 탑 전체에 균열이 생기는가 싶더니 곧바로 탑 전체가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쿠콰쾅


요란한 굉음을 내는 가운데 탑 내부로부터 환한 섬광이 새어나왔고 그 빛은 탑이 무너질수록 점차 주변을 환하게 밝혀갔다. 마치 대낮처럼.


“···앞으로 셋.”


무너지는 탑을 흘겨보던 그림자는 이내 바닥으로 잠기듯 사라져갔고 잠시 후 눈부신 섬광이 폭발하듯 번쩍거리며 굉음과 함께 탑이 완전히 무너져내렸다.




작가의말

미치겠군, 좋아, 4딸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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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20 파란펜촉
    작성일
    17.08.11 12:40
    No. 1

    에우로파는 눈앞의 광경을 봤으면 베쿰보다는 블론드 머리 소녀를 썼어야.. ㅜㅜ 근데 따라다니는 여자애도 그렇고 .. 로리 분위기가 나네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7 AAKHS
    작성일
    17.08.11 12:42
    No. 2

    로리까지는 아니고...여중생~여고생 사이 느낌정도로 컨셉을 잡았습니다.
    아무래도 그에 비해서 신장이 좀 작게 설정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긴 하더군요, 뒤늦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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