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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트업(Setup) - 수정판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AAKHS
작품등록일 :
2017.07.07 03:11
최근연재일 :
2017.09.20 09:45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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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글자수 :
447,005

작성
17.07.07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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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셋트업(Setup) - 1편-1

DUMMY

-다그닥, 다그닥


수많은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울창한 숲. 그 한가운데에 나 있는 넓직한 도로 위를 달리는 마차가 있었다. 7~8 명의 장정이 일렬로 서서 걸어갈 수 있을 정도의 넓은 길임에도 그 길을 거의 차지할 정도의 덩치를 가진 그 마차는 거대한 덩치에 걸맞는 화려함을 갖추고 있었다. 각종 금은보화로 화려하게 치장된 마차의 양 측면에는 ‘마도왕국’이라 불리는 프로튼 왕국의 상징인 번개와 화염의 문장이 도장되어 있었다.


『찾아 본 적은 있는거니, 진정 원하는 자기 자신을』


마차 안에서는 무슨 일인지 노래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마차 안의 누군가가 노래를 부르는 것은 아니었다.


『Find your identity』


소리가 나는 근원은 마차 안의 한 남자가 들고 있는 기계장치로부터였다. 한 손으로 움켜쥘 수 있는 정도의 비교적 작은 크기를 가진, 얇은 판자 형태의 그 물체에서는 단지 노래가사만이 아니라 마치 일련의 악단이 함께 있는마냥 다양한 음색으로 이루어진 반주도 함께 흘러나왔다.


“흐흥, 흥, 으흥, 흥흥~”


그 기계장치를 들고 있던 사내는 이 마차에 타고 있는 중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진 인물인 듯, 똑바르게 정좌로 앉아있는 다른 인물들과 달리 상체를 비스듬히 기울이고 다리는 맞은편 자리 위에 올린 채 거만하게 건들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거만하게 앉은 채 예의 기계장치를 손에 쥔 채 허밍을 하고 있는 이 남자의 이름은 에우로파 세류아. 올백으로 넘긴 검은 머리와 보통에 비해서는 다소 살집이 있는 체구를 한 그는 그의 체형을 고려하더라도 마차 내의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여 둥근 얼굴형을 하고 있었다. 키는 170중반정도에 유독 짙은 눈썹이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그는 자신이 마차 내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라도 하려는 듯, 화려한 장식과 자수가 붙은 로브를 입고 있었다.

그는 잠이 덜 깬 것인지, 아니면 조금씩 잠에 빠져들고 있는 것인지 반쯤 풀린 탁한 눈동자의 멍한 모습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자신을 속이-』


툭. 갑자기 소리가 멈추었다. 에우로파는 들고 있던 기계장치의 이곳저곳을 만지작거리더니 머리를 긁적였다.


“요즘들어 자주 이러네···역시 배터리는 해결해도 기판이라던가의 노후화는 어쩔 수 없나. 하긴 10년을 넘게 썼으니···”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며 기계장치의 버튼들을 눌러 보는 모습이 실질적으로는 해결방법을 모르는 듯 보였으나 그는 꽤 필사적이었다.


“이러지 말아달라고. 이젠 얼마 없는 원래 세계의 물건인데···!”


인상을 쓰며 계속해서 기계장치를 만지고 있던 도중, 그의 맞은 편에 앉아 주변을 보고 있던 인물 중 한 명이 넌지시 그에게 말했다.


“거의 도착했습니다. 슬슬 준비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으음···벌써?”


마치 어린아이가 투정부리듯 말하는 그는 여전히 들고 있던 기계장치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여전히 정상적인 작동을 하지 않는 듯 이리저리 조작해보는 에우로파의 표정이 굳어지고 있었다.


“이히히히힝!!”

-덜커덩

“우홧!”


그렇게 정신없이 기계장치를 조작해보는 와중, 돌연 말 우는 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세상 전체가 뒤집히려는 마냥 마차가 크게 흔들렸고, 이윽고는 앞으로 급격히 쏠렸다.


“크으으···마부! 운전 좀 제대로 하지 못할까!?”


부딪친 머리를 만지며 에우로파가 소리지르자 마차 바깥에서 겁에 질린 마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 주인님···아, 앞에!!”

“아앙? 앞에 뭐가 있는데?”


밀폐형으로 만든 마차 내부의 구조 상 앞을 볼 수 없었는지라 에우로파는 신경질적으로 마차의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왔다. 그는 곧바로 자신의 마차의 앞길을 막은 대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들은 뭐야?”


수십 명에 달하는 일련의 무리들이 마차의 앞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그들 각각의 손에는 다양한 무기들이 들려 있어 이들이 결코 좋은 목적으로 마차의 앞길을 가로막고 선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었다.


“스승님. 아무래도 산적인 듯 합니다.”


그의 뒤를 따라 마차에서 내린 다른 청년이 그에게 말하였다. 이윽고 그와 같은 복장을 한 청년들이 세 명 더 마차에서 따라내렸다.


“헤헤헤. 오늘은 운이 좋은 걸? 이런 비싸 보이는 마차를 타는 녀석이 호위병 한 명 없이 걸려들다니 말야.”


무리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거구의 사내가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듯 들고 있는 검을 혀로 핥으며 음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에 호응하듯 다른 이들도 따라서 낄낄거리며 조금씩 마차의 주변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이봐. 여기는 분명 도시 경비병의 순찰 범위 아니었나?”


하지만 에우로파는 전혀 위축되지 않은 채. 오히려 짜증이 난다는 말투로 그의 제자에게 질문하였다.


“예···분명 세인스 시 영역이라는 표지판을 지나쳤습니다만.”


제자의 답변에 에우로파는 산적의 우두머리인 듯한 사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질문했다.


“그럼 대체 이 잡것들은 뭐야?”

“모르겠습니다.”


그의 제자들 역시 하나같이 현재 상황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침착한 모습이었다. 그러한 그들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 산적 두목이 에우로파에게 윽박질렀다.


“이봐! 아직 상황판단이 안 되나 본데. 목숨이 아깝다면···”

“가진 걸 다 내놓은 뒤 목숨을 구걸해보라는 헛소리라도 할 생각이냐? 감히 나에게?”

“그래그래. 바로 그럴 생각···응?”


너무나 태연하게 대답하는 에우로파의 반응에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던 산적 두목은 뒤늦게야 화가 나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들고 있던 검으로 에우로파를 겨누었다.


“이···이 놈이!”

“거 시끄럽네, 산적 주제에.”


분노하는 산적 두목이야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에우로파는 여전히 손에 들고 있던 기계장치에 시선을 둔 채 다시 마차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난 이걸 고쳐보고 있을 테니 다 처리되면 보고해라.”

“···알겠습니다.”


조금은 도와줘도 될텐데. 한숨을 쉬며 제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별 미친 것들 다 보겠군! 얘들아, 이것들을 모조리 죽여버려!”

“예, 두목!”


두목의 명령에 그의 부하들은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보다 조금 앞서 에우로파의 제자 네 명은 각각 마법 주문을 발동시키고 있었다.


“점멸!”


한 순간 섬광이 감싸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그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윽고 어리둥절한 산적들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염구!”

“전격 화살!”

“칼날 돌풍!”

“빙결창!”


화염과 전격, 돌풍, 그리고 얼음창들이 산적들을 덮쳤다.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마법 공격을 받은 산적들 중 열 명에 가까운 인원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에에이! 당황하지 마라! 놈들은 전부 마법사뿐이다. 마법을 쓰지 못하게 가까이 붙어서 처치해!”


어느 정도 경험이 있어서인지, 산적 두목이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하지만 상대가 네 명이나 되다보니 산적 두목의 명령은 그저 희망사항에 머물 뿐이었다. 무엇보다 그들은 네 명이 한 곳에 뭉쳐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이 거리를 둔 채 서로가 지원 가능한 범위에서 진형을 갖추어 위치하고 있었다. 덕분에 이렇다할 전투 대형 없이 마구잡이로 달려들던 산적들은 번갈아가며 날아오는 마법 공격의 제물이 되어갔다.


“이런 바보같은! 그렇다면 하다못해 저 재수없는 녀석을 인질로 삼아서···!”


순식간에 제압당해 쓰러져가는 부하들을 보며, 산적 두목은 반 쯤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마차 문을 열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 모습을 본 제자들은 하나같이 중얼거렸다.


“어리석은. 하지만 계획대로다.”


제자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차 내부로부터 마법의 빛이 번쩍였다.


“충격파!”

-투캉

“크아악!”


주문을 영창하는 에우로파의 목소리와 함께 마차 측면의 문이 부서지며 산적 두목이 밖으로 튕겨나왔다. 그는 십여 미터 거리를 날려가더니 이후로도 몇 바퀴를 땅바닥에서 데굴데굴 굴렀고 이내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였다.


“감히 산적 나부랭이가 겁도 없이 왕실 차석마법사인 나에게 덤비다니. 멍청함에도 정도가 있지.”


신경질적으로 인상을 쓰며 마차에서 나오는 에우로파의 손에는 한 장의 카드가 들려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종이조각이 아님을 증명하듯 표면에 복잡한 마법 문자들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 녀석들 일부러···뭐 좋아. 이왕 이렇게 된 거 한번에 정리해주겠어!”


제자들의 속셈을 눈치챈 에우로파는 괘씸하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름 머리를 굴린 제자들의 행동을 칭찬하였다. 그는 소매 안에서 몇 장의 카드를 더 꺼내들며 마법을 영창하였다.


“지향성 냉기 폭풍, 연쇄 번개, 중력역전!”


각각의 카드가 빛을 발하며 에우로파를 중심으로 세 방향으로 각각의 마법이 발동되었다. 한쪽으로는 방추형으로 얼음 파편이 휘날리는 극한의 한파가 몰아치고, 한쪽으로는 굵은 번개가 산적들을 연속적으로 강타하였으며 마지막 한 쪽에서는 중력의 방향이 역전되어 범위 안에 있던 산적들이 하늘을 향해 ‘추락하였다’.


“으아아악!!”


순식간에 산적들을 일망타진한 에우로파는 다시금 들고 있던 기계장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늘로 솟아올랐던 산적들이 다시 지면에 충돌할 때 즈음 그것으로부터 벨소리가 울렸다.


-띠링

“어, 고쳐졌다.”

-쿠당탕


그것과 거의 동시에 산적들이 지면에 격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산적도 처리했고, 기계장치 역시 다시 작동하는 모습에 에우로파는 만족한 듯 다시 그것의 덮개를 닫으며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럼 다시 출발하자. 마부!”


에우로파는 다시금 마차에 오르며 마부를 종용하였다. 하지만 그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저어, 주인님. 죄송하지만···”

“뭐 하고 있어, 빨리 출발하자니까?”

“그게···방금 전 급정지할 때 마차의 바퀴 축이 빠져버린 것 같습니다. 이대로는···”


마부의 이야기대로 마차의 바퀴 중 하나가 떨어져나가 땅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그것을 본 에우로파는 신경질적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이런 제길. 할 수 없지. 마부, 너는 마차를 수리한 뒤 따라와라. 나머지 인원은 나와 함께 걸어서 간다.”

“주, 주인님. 설마 저 혼자 남아서 마차를 고치라고 하시는 겁니까?”


사방에 나뒹굴고 있는 산적들의 시체를 보며 겁에 질린 마부에게 에우로파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적어도 오늘 중엔 더 이상 이런 멍청이들이 나타나지 않겠지. 그렇게 무서우면 빨리 마차를 고쳐서 따라와.”

“주주, 주인님. 아무리 그래도···”

“가자.”


울상이 되어 허겁지겁 마차를 고치기 시작하는 마부를 뒤로 한 채 에우로파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의 뒤로 제자 4명과 방금 전까지 마차 뒤에 숨어있던 시종들이 따라붙었다.


“그래도 거의 다 와서 박살난 게 다행이군.”


시야 저편에 좌우로 길게 펼쳐진 높은 성벽이 숲 너머로 힐끔 보였고, 그 뒤로 상당히 화려한 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들이 군데군데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저기···스승님.”


막 앞에 보이는 도시를 향해 걸음을 옮기려는데, 제자 중 한 명이 에우로파를 향해 말했다.


“차라리···성에 연락을 취해서 마차를 보내달라고 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


제자의 이야기에 에우로파는 그제야 아차싶은 듯 몇 초 정도 굳어졌다. 하지만 이제와서 자신의 의견을 철회하고 제자의 말에 따르기에는 그의 소소한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는지. 그는 애써 떨떠름한 표정을 숨기며 발걸음을 옮겼다.


“저, 저렇게 가까운 거리인데 굳이 그럴 필요 있나. 운동도 할 겸 그냥 걸어가!”

“···예.”


스승의 쓸데없는 고집을 잘 알고 있는 제자는 무언가 한마디 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그의 뒤를 따랐다.


“그건 그렇고, 순찰을 해야 할 경비병이 여태 보이지 않는다는 건···역시 상황이 보통이 아닌 건가.”


하지만 아직까지는 크게 심각함을 느끼는 정도는 아닌지, 에우로파는 주머니에서 예의 기계장치를 꺼내 만지작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작가의말

여기까지는 기존과 차이가 없습니다.


다음편부터 기존 연재판과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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