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재

북부 전선의 미친 네크로맨서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새글

글철인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1
최근연재일 :
2024.07.06 08:20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488,003
추천수 :
10,547
글자수 :
411,046
유료 전환 : 2일 남음

작성
24.05.09 20:35
조회
14,351
추천
273
글자
13쪽

신고식

DUMMY

“네크로맨서가 갑옷은 왜 필요하십니까?”

“그럼 맨몸으로 전장터에 나가나?”

“알베르 백작님을 포함한 마탑의 마법사들은 대체로 로브를 입던데요.”

“그들은 방어 마법을 쓸 수 있는 위저드니까 그렇지. 나 같은 네크로맨서는 눈 먼 화살 한 대 맞으면 꿱이야.”


그렇게 말하며 아이젠은 자신의 목을 긋고 죽는 시늉을 했다.

로이스가 보기에 아이젠은 정말이지, 정말 정말 특이한 인간이었다.


‘네크로맨서는 마법사가 아닌가?’


아이젠은 기사들이 착용하는 검과 방패, 그리고 두꺼운 체인메일 따위를 요구했다.

그것들을 입고 전장에 나선다는 이야기였다.

로브를 뒤집어 쓴 채 지팡이를 들고 전장에 나서는 마법사들을 보던 로이스로서는 낯선 이미지였다.

반면 아이젠의 생각은 달랐다.


‘마법사들이 화살 한 발에 휙휙 죽어나가는 걸 수도 없이 봤다.’


아이젠이 남부 전선에서 얻은 최초의 교훈은 바로 마법사들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아무리 강대한 마법을 부린다 해도 칼에 찔리면 바로 죽었고 화살 맞으면 시름시름 앓다 죽었다.


‘마력 증폭시킨다고 로브 입는 건 머저리 짓이야.’


적어도 아이젠이 보기엔 전쟁터에서 로브란 전혀 쓸모가 없는 치장물에 불과했다.

전장에 나설 땐 무조건 튼튼한 갑옷을 갖춰 입어야 했다.

아이젠은 체인메일을 입으면서 아주 만족스럽게 웃었다.

체인메일은 마치 제주인을 만난 것마냥 몸에 딱 맞았다.

이 체인메일이 한 번이라도 아이젠의 목숨을 구해준다면 그걸로 제 역할을 다한 것이다.


“작전을 다시 설명해주게.”

“집중 안하셨습니까?”

“대공 전하 옆에 있으니 긴장이 되서 말이야.”

“후.”


로이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작전 설명에 들어갔다.

북부 대공은 이번에 아이젠에게 거의 무한에 가까운 재량권을 줬다.

수단과 방법을 가려서 움직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알아서 하라는 뜻이었다.

신뢰, 혹은 시험.

그렇다고 그가 기본적인 작전의 골자를 숙지하고 있지 않으면 아주 곤란했다.

로이스는 화를 억누르고 대공에 대한 충성심을 되새기며 아이젠에게 작전에 대해 다시 한 번 설명하기 시작했다.


“주술 부족이나 나타나면 알베르 백작을 비롯한 마탑의 위저드들이 한바탕 마법을 퍼부을 겁니다. 그 다음 적들의 상황을 봐서 유동적으로 대공 전하께서 명령을 하시겠지만 보통의 경우 화살 세례를 퍼붓고 기사들이 돌진을 할 겁니다.”

“보병들은?”

“보병들은 나서지 않습니다. 주술 부족의 전사들과 맞선다면 보병들은 도끼 한방에 세 명씩 죽습니다.”

“활을 들려주는 게 낫겠군.”


로이스의 말이 과장없는 사실이라면 보병을 출진시키지 않을 이유로는 충분했다.

교환비가 너무 나빴다.


“내가 나서는 건 기사들이 돌진한 다음이 제일 적당하겠군?”


아이젠의 말에 로이스는 한시름 놨다.

아무래도 전선에서 활약한 적이 있어서인지 그는 설명을 들은 것만으로도 전장을 눈에 그릴 수 있는 남자인 것 같았다.


“그렇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상급기사인 제가 옆에서 호위를 할 테니까요.”


로이스는 자부심을 담아 말했다.

상급기사는 오러를 다룰 줄 아는 기사들만이 가질 수 있는 칭호였다.

그런 기사인 자신이 호위하니 아이젠의 안전에는 문제가 전혀 없었다.


“잘 숙지하고 있군. 로이스 경.”


로이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잊어버리신 게 아니었습니까?”

“재확인 한 걸세.”


아이젠은 능청스럽게 상황을 넘겼다.

로이스는 불만스러웠지만 그냥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따지고 들어봤자 자신만 손해였다.


“그나저나 드래곤 캐슬에도 마탑이 있었군?”

“당연하지요. 북부의 수도에 마탑이 없을 리가 있겠습니까?”


마법사들 중에 위저드라고 불리는 자들이 있다.

이들은 선천적으로 혹은 후천적인 개발로 마력을 체내에 타고난 이들인데 여러 마법을 연구하고 직접 사용하는 이들이었다.

자연스럽게 자기들끼리 학문적 연구를 하면서 뭉치게 됐는데 그중에서 세력이 커진 자들이 제국의 허가를 받아 세우는 것이 마탑이었다.


“알베르 백작이 마탑의 마스터인가?”

“마스터는 아니지만 마탑의 유일한 귀족이죠. 그래서 마스터보다 발언권이 강하기도 합니다.”

“재밌군. 그래서 위저드들을 그렇게 동원할 수 있는 건가?”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죠. 다른 곳의 마탑이 그 지역의 영주들과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다고는 들었습니다만. 여기서 나고 자란 제겐 마탑이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보통입니다.”


아이젠은 로이스의 설명이 무척 흥미로웠다.

보통의 마탑은 황제가 직접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면 모가지를 꼿꼿하게 들고 귀족들의 명령을 무시하는 경우도 일상다반사였다.

하지만 로이스의 설명에 따르면 드래곤 캐슬의 마탑은 알베르 백작의 존재로 일반적인 마탑과 달리 영주에게 아주 협력적으로 나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젠 생각은 달랐다.

전장에서 오랫동안 구른 아이젠이었다.

고작 한 사람의 영향으로 마탑이 영주에게 협조적으로 나온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표면적으론 그럴지 몰라도 분명 다른 이유가 있었다.


‘북부에서만큼은... 대공의 위상이 황제에 버금간다는 소리지.’


아무리 알베르 백작이 귀족이고 마탑 소속이라고 하더라도 마탑에서 마스터의 위치는 절대적이었다.


‘알베르 백작은 그저 대공의 전령에 지나지 않아. 마탑은 대공을 공경하는 동시에 두려워해서 곱게 따르는 것이다.’


아이젠은 이쯤 되니 본인이 북부에서 무슨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 고민되기 시작했다.


‘어쩌면 드래곤 캐슬에 머무는 게 능사는 아니겠어.’


북부 대공이 버티고 있는 한 여기서 특별한 사건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았다.

그건 아이젠에겐 곤란한 일이었다.

네크로맨서로서의 성장, 그리고 귀족으로서의 출세,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위기와 공훈이 필요했다.


“그런데 오늘은 얌전하십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원래라면 어디든 외출하시지 않습니까?”

“정신 차리게. 언제 소집이 걸릴지 모르는데 어딜 놀러 간단 말인가?”


로이스는 아이젠에게 핀잔을 듣자 충격에 빠졌다.


‘이 인간이?’


매일처럼 밖을 쏘다니는 아이젠을 호위한 것이 로이스였다.

로이스는 절대 자신이 저런 핀잔을 들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참자.’


로이스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참았다.

저자는 대공 전하의 손님이다.

저자는 대공 전하의 손님이다.

자신이 참지 않으면 대공 전하를 모욕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것은 숭고한 기사인 자신이 저질러선 안될 일이었다.

결국 로이스는 아이젠을 째려보는 것으로 상황을 마무리 지었다.

아이젠은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아, 그러고 보니.”

“이번엔 뭡니까?”


로이스는 자기도 모르게 까탈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


‘아차.’


아이젠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로이스는 자신의 미숙함에 짜증이 났다.

조금 더 정진이 필요했다.


“기사들 훈련하는 걸 보고 싶군. 데려가 줄 수 있겠나?”

“굳이요? 기사들이 싫어할 텐데요.”

“딱히 훈련을 지켜봐선 안 된다는 규정은 없지 않나?”

“그렇긴 합니다만...”

“그럼 안내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도대체 규정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라고 로이스는 묻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괜히 상식이니 뭐니 하면서 자기만 또 기분 나빠질 것이 뻔했다.

그것보다 문제는 동료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괜히 친해보이면 곤란한데.’


로이스는 동료들 앞에서 표정 관리를 단단히 하기로 마음 먹었다.

네크로맨서와 친분이 깊어보이는 건 평판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 * *


기사들의 수련이 뭐 그렇게 궁금하냐고 묻는다면 아이젠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래도 내가 명색이 기사 가문 출신인데 검술에 관심이 없겠나?’


아이젠은 얼굴에 미소를 띄운 채 로이스의 뒤를 따랐다.


“로이스, 오랜만이군.”

“웬일이야? 훈련장엘 다 오고.”

“뒤에 그 사람은...”


아이젠과 달리 로이스는 마주치는 동료들 때문에 곤혹스러웠다.


‘내가 그렇게 훈련장에 뜸했나?’


로이스는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생각해보면 호위 임무 때문에 제대로 수련도 하지 못했다.


‘제기랄, 벌써 일주일이나 제대로 훈련하지 않았군.’


로이스는 잘못하면 동료들에게 뒤쳐질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오늘부터 다시 훈련을 해야겠군. 무슨 일이 있어도!’


로이스는 잠을 줄여서라도 훈련을 따라가겠다고 다짐했다.

로이스가 그러고 있는 동안 아이젠은 훈련장의 기사들을 바라봤다.

웃통을 벗고 역기를 드는 기사도 있었고 철봉 따위에 매달리는 기사도 있었다.

잔발을 밟으며 민첩성 훈련을 하는 기사, 검을 휘두르는 기사, 그리고 대련 중인 기사.

각각 하는 훈련은 달랐지만 모두의 눈은 진지하기 짝이 없었다.


‘그립군.’


아이젠 역시 기사 가문에서 태어났기에 네크로맨서의 길을 걷기 전엔 이러한 훈련들을 했다.

아이젠은 그때를 추억했다.

체력 단련을 위해 달리기를 하다가 토한 기억, 아버지와 숙부들에게 대련을 빙자한 폭행을 당한 기억, 근력을 단련하다 근육이 파열되서 병원 신세를 진 기억...


‘생각해보니 별로 그립진 않군.’


아이단은 네크로맨서의 길을 걷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들의 훈련이란 무식하고 끔찍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여긴 놀러오는 곳이 아닙니다.”


한 기사가 가시 돋힌 말투로 아이젠에게 말했다.

기사들은 대부분 아이젠을 본체 만체 했지만 몇몇은 아니었다.

아이젠이 흥미로운 눈으로 기사들의 훈련을 구경하자 몇몇은 아니꼬운 시선을 보냈고 결국 한 기사가 그들을 대표하여 대놓고 불만을 표출했다.


“놀러온 거 아니네.”

“그럼 뭐하러 오셨습니까?”

“구경.”


아이젠의 대답에 기사는 사납게 인상을 찌푸렸다.


“아이젠 경, 말을 좀 곱게...! 그리고 캐러거 경, 그렇게 시비 걸지 마십시오. 훈련장은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습니다. 이 사람은 대공 전하의 손님이고요.”

“흥, 황제가 보낸 떨거지가 손님은 무슨!”

“캐러거 경!”

“로이스 경, 나는 저 작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 대공 전하께서 중앙에 물자와 병력을 요청했는데 저 작자 하나 띡 보내놓고 군단급 전력이라고 말했지. 그게 말이 되나? 북부를 얼마나 무시하면...”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나도 마찬가지야! 이 얼간아!’


로이스는 속으로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지만 입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다들 그런 불만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아이젠은 황제가 보낸 자였다.

북부 대공도 함부로 대하지 않건만 일개 기사가 저렇게 불손하게 말해선 안 됐다.


“그러니까 실력도 검증되지 않은 놈이 훈련 구경하는게 고깝다 이거군? 캐러거 경?”

“잘 알아들으시는군요. 그럼 이만 꺼져주시겠습니까?”

“벌써 돌아갈 순 없지. 온지 얼마 안 됐거든.”

“이 작자가...!”


캐러거는 불 같은 눈길을 아이젠에게 보냈고 로이스는 중간에서 머리를 짚었다.

양쪽 모두 자신이 강압적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사람들인지라 로이스는 무척 난감했다.


“요는, 내가 실력을 보여주면 되는 거 아닌가?”

“하, 네크로맨서가 무슨. 여긴 일으킬 시체 따윈 없습니다.”

“자네를 상대하는데 그런 건 필요치 않네.”


캐러거는 눈썹을 꿈틀거렸고 아이젠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어느새 기사들은 하던 훈련을 멈추고 아이젠과 캐러거에게 시선을 모으고 있었다.


“로이스 경, 검 하나만 빌려주겠나?”


아이젠은 무척 즐거웠다.

북부의 기사는 남부의 기사와 뭐가 다르려나?

그들만큼 민첩할까? 아니면 우직할까? 그것도 아니면 변칙적일까?

아이젠은 캐러거가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다.


‘지금 상황은... 그래, 신고식이라고 생각할까? 막 입대했을 때가 떠오르는군.’


적과 싸우기 전에 먼저 동료들에게 인정받아야 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전우들 사이에 신뢰란 때론 전쟁의 열쇠가 되기도 했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북부 전선의 미친 네크로맨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 북부 데뷔전 2 +5 24.05.12 13,623 250 17쪽
7 북부 데뷔전 +5 24.05.11 13,845 295 13쪽
6 신고식 2 +6 24.05.10 13,909 272 13쪽
» 신고식 +11 24.05.09 14,352 273 13쪽
4 수단과 방법을 가리고 +5 24.05.09 14,896 278 14쪽
3 대공 전하의 진의 +9 24.05.08 15,600 278 14쪽
2 북부 대공 +15 24.05.08 16,888 305 14쪽
1 사형선고 집행유예 +29 24.05.08 20,868 319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