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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성 님의 서재입니다.

뱀파이어 헌터, 현대에서 f등급 헌터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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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성
작품등록일 :
2023.03.13 22:49
최근연재일 :
2023.10.1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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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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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4화

DUMMY

“이건···.”

정한수는 홀린 듯한 얼굴로 마석을 살폈다.

“오오. 이토록 순수한 마석이라니···!”

마석을 살피는 정한수의 눈이 황홀한 빛을 머금었다.

마치 신주단지 모시듯 조심스럽게 마석을 살피던 정한수가 물었다.

“이런 물건을 어디서 구했나?”

“그게···.”

진해솔은 난처한 얼굴로 볼을 긁적였다.

“허허. 이거, 괜한 걸 물어봤구만.”

“아니에요. 말은 못 하지만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건 절대 아니에요.”

“알겠네. 그래서 이걸로 매직 아이템을 제작해달라는 건가?”

“맞아요. 맡아주시겠어요?”

“오히려 내가 부탁하고 싶은 정도일세. 이런 물건을 보고도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면 장인이라 할 수 없지.”

상인 이전 한 명의 장인으로서 순마석을 바라보는 정한수의 눈에는 탐구와 창작 욕구로 가득했다.

“그래서 뭘 만들고 싶은 건가? 무기? 방어구? 뭐든 말만 하게.”

정한수는 진해솔을 재촉했다. 한시라도 빨리 저 마석을 다루고 싶다는 눈치였다.

“무기, 방어구 둘 다요.”

“아니, 방어구면 된다.”

이현이 입을 열었다.

“네? 왜요? 만들 때 같이 만드는 게 좋지 않겠어요?”

“무기는 됐다.”

진해솔은 모르겠지만, 이현에겐 피의 검이 있다.

“하지만 무기의 절삭력을 강화하면 강철도 벨 수 있다고 하던데···.”

“강철을 베고 싶으면, 강철을 벨 수 있는 실력을 기르면 그만이다.”

“좋아. 방어구만 만드는 거로 하지. 이런 건 사용자 의견이 제일 중요하니까.”

“알겠어요.”

진해솔은 알았다고 대답했으나,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기 때문일까? 정한수는 손녀를 타이르듯 말했다.

“분명 훌륭한 순마석이지만 무기와 방어구 두 개를 만들 분량으로는 부족해. 억지로 만들자면 못 만들 것도 없지만 그러면 무기나, 방어구나 겨우 구색만 갖춘 물건이 될 걸세. 이런 훌륭한 마석으로 그런 물건을 만드는 건 아깝지.”

정한수가 책 한 권을 내밀었다.

“이게 뭐죠?”

“카탈로그일세.”

“카탈로그요?”

“그렇다네. 거기 자네. 선호하는 방어구 디자인이 있나?”

“디자인?”

“그래. 방어구라고 한들, 의복이란 카테고리에 속하는 이상, 멋지고 예쁜 걸 입고 싶은 게 당연한 거 아니겠나. 그리고 잘 만든 방어구는 그 자체로 헌터의 정체성이 되기도 한다네. 그러니까 어디 골라보게나.”

정한수가 카탈로그를 펼쳤다.

“이런 근미래 sf풍의 슈트는 어떤가? 신축성이 좋은 슈트 위에 갑옷을 덧대어 제작하기 때문에 착용감도 좋고 방어력도 뛰어난 물건이지.”

왜 이름에 미래라는 단어가 들어가는지 알겠다. 한눈에 보기에도 미래라는 느낌을 주는 디자인의 방어구였다.

“아니면 이건 어떤가? 완전 기계 느낌이지.”

정한수가 카탈로그를 다음 장으로 넘겼다. 조금 전 본 방어구는 어디까지나 베이스는 의복으로 착용하는 느낌이었다면, 지금 보여준 방어구는 기계를 장착하는 느낌이었다.

“미래지향적 디자인이 별로면 이건 어떤가.”

카탈로그 다음 장에는 이현도 익숙한 풀 플레이트 아머였다.

“전신이 부담스러우면 이렇게 체인이나 브레스트, 숄더 아머가 있고 서양 쪽이 취향이 아니면 이런 동양식 갑주나 두정갑도 있네.”

“이 뒷장은 뭐가 있지?”

정한수가 카탈로그를 더 넘기지 않자, 이현이 물었다.

“이 뒷장부터는 일상복 스타일이네만, 관심 있나?”

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취향이 독특하구만. 보통은 일상복 쪽은 선호하지 않는데.”

“왜요?”

궁금해진 진해솔이 물었다.

“막 대기업 입사한 신입사원이 밖에서도 사원증 메고 다니고, 변호사들이 뺏지 차고 다니는 거와 같은 걸세. 어렵게 헌터가 됐는데, 티가 나야 하지 않겠나?”

“생각보다 속물적인 이유였네요.”

“인간은 다 속물적인 게지. 아무튼 보여주겠네.”

정한수가 카탈로그를 넘겼다.

“잠깐.”

이현의 시선이 못처럼 박힌 카탈로그 페이지에는 검은색 롱코트가 있었다.

“흠, 이런 코트 스타일을 선호하나?”

정한수는 의외라는 듯 이현을 쳐다봤다.

“겉감이나, 안감이나 전부 방탄 소재로 제작한 물건이네. 피격 시 치명적인 부위에는 겉감 안감 사이에 세라믹 소재로 만든 얇은 판을 넣어서 충격으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해주지. 게다가 안감은 흡수성과 통기성이 좋은 소재를 써서 사용자의 쾌적함도 고려한 물건이네. 여기에 마력 처리를 더 하면··· 흠, 과장 좀 보태서 어지간한 몬스터의 공격쯤은 방어할 걸세.”

“이걸로 하지.”

이현은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코트를 선택했다.

“시원시원한 성격이구만. 특별히 요구할 점은 없나? 아무거나 좋네. 뭐든 말해보게나.”

“코트에 무광 처리를 부탁하지.”

“무광 처리? 자네, 참 특이하군. 보통은 말이지 특정 부위 방어력 보강이나, 내구성 향상을 요구하는데. 아무튼, 잘 알겠네.”

정한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마나 걸릴까요?”

진해솔이 따라 일어서면서 질문했다.

“순마석이 없어서 놀고 있는 녀석들이 많으니까 재료 조달은 문제없고··· 한 일주일이면 넉넉할 걸세.”

“알았어요. 그러면 대금은 일주 후에 치루는 걸로 하고. 그···.”

슥, 접근한 진해솔은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순마석의 출처는 비밀로 좀.”

“정말 뭔가 사정이 있는 모양이구만? 알겠네. 입 꼭 닫고 있지.”

“감사해요. 그럼, 일주일 뒤에.”

진해솔과 이현은 공방을 나섰다.

“나온 김에 저녁 먹고 들어갈래요? 맨날 삼각김밥만 먹잖아요.”

“참치 마요네즈는 완전식품이다.”

“완전식품이 아니라, 완전 건강 박살 나는 식품이겠죠. 응? 잠시만요. 메일이 왔네요.”

진해솔은 메일을 확인했다.

“의뢰가 들어왔어요.”

“잘 됐군.”

안 그래도 일거리가 없어서 걱정하던 그녀 아닌가.

“그런데···.”

이현을 쳐다보는 진해솔의 표정이 묘하다.

“단역배우를 해달라는데요.”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가득한 하역장. 바닥에는 물과 몬스터 시체에서 흘러나온 피가 반반 블렌딩 돼서 질퍽하게 고여 있다.

비상등을 깜빡이면서 트레일러가 들어온다. 찰나에 명멸하는 비상등 불빛으로 물드는 순간이, 하역장에 색이 생기는 유일한 순간이다.

-푸쉬익.

브레이크 압력이 빠지는 소리와 동시에 주차가 끝나면 작업자가 다가와 트레일러 칸의 문을 연다.

암흑 공간에 빛이 새어 들어오면서 안을 비춘다. 거대한 엘크를 연상시키는 몬스터 시체가 실려 있다.

-덜컹.

삶의 무게로 흔들리는 트레일러 안으로 들어온 작업자는 꼼꼼하게 몬스터의 시체를 확인한다.

확인이 끝나면 운반이다. 작업자는 몬스터의 시체를 둘러멨다.

후두둑 피가 흘러내리면서 작업복을 적시지만 작업자는 멈추지 않는다. 한 발, 한 발, 통증도 고단함도 모두 발자취에 담고 나면 목적지다.

작업자는 몬스터의 시체를 조심해서 내린다. 그러고 나면 하역 과정이 끝이 난다.

“오케이, 컷! 배우분 재단장하고 다음 씬 갑니다!”

메가폰을 잡은 감독이 지시를 내리자, 현장이 일사불란해졌다.

“카메라, 영상 확인해 봐!”

“그쪽 조명부터 치워!”

“다음 촬영 동선은 확인했어?!”

마치 조금 전 침묵이 의도된 것처럼 삽시간에 난장판이 된 현장을 뚫고 진해솔이 달려와 피를 닦아준다.

“고생했어요. 듣자하니, 원래 몬스터 시체를 운반할 때 기계를 쓴다는데, 연출 때문에 사람을 썼데요.”

“연출?”

“그래야 더 자극적이라는 거겠죠. 보는 사람도 더 몰입할 수 있고.”

얼굴에 묻은 피를 다 닦았다.

“다 됐어요. 괜찮아요? 이제 마지막 씬이래요.”

“그 말 아까도 들은 기억이 있다만.”

“하하. 감독이 마음에 들었다고 좋게 생각하자구요.”

“마음에 두 번 들었다가 큰일 나겠군.”

이번 의뢰는 다큐멘터리의 재연 배우 역할이었다. f급 헌터의 고단함을 다룬 다큐인 만큼 어찌 보면 딱 맞는 역할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배우님 준비됐으면 이동할게요.”

“네!”

대신 답한 진해솔은 주먹을 꽉 쥐었다.

“화이팅 해요!”

“그러지.”


“마지막 장면은 상하차 장면입니다!”

장소를 옮긴 이현은 눈앞에 가득한 택배 박스에 할 말을 잃었다. 백전연마를 치룬 뱀파이어 헌터를 질리게 만드는 양이라니.

“이걸 다 옮기는 건가?”

이현은 메이크업을 수정해주고 있는 스태프에게 물었다. 워낙 주먹구구식 현장이라 조연출 막내가 메이크업을 손본다.

“뭐, 그런가 보죠.”

전혀 관심 없이 대답하는 꼴이 한 대 치고 싶었다.

“배우님 준비 끝났습니다!”

꼬박꼬박 이름 뒤에 님자를 붙이는데, 그게 왜 노예님으로 들리는지 모르겠다.

“좋습니다. 택배 상하차 씬. 레디, 액션!”

“젠장.”

이현은 기어코 욕을 내뱉고 말았다.


“이야, 역시 황은비 씨가 추천해 준 사람이네요.”

촬영이 끝나고 의뢰인인 오 피디가 다가왔다.

“이제 다 끝난 건가?”

미리 언질이 있던 모양인지, 오 피디는 이현의 말투에도 놀라지 않았다.

아니면 그냥 대범한 성격이던가.

“그렇습니다. 오늘 수고 많았습니다. 그런데 혹시 이후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그걸 왜 물어보시죠?”

진해솔이 다가왔다.

“실례지만 그쪽 분은···?”

“얼터의 대표인 진해솔이예요.”

진해솔은 명함을 꺼냈다.

“아 대표님이시구나. 저는 tvm 피디 오진석입니다.”

둘은 명함을 교환했다.

“오 피디님이셨구나. 일정은 왜 물어보셨는지?”

“아, 별건 아니고. 아는 피디님이 호위 역으로 헌터가 필요하다고 해서 괜찮으시면 넌지시 말이라도 꺼내보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주시면 정말 감사하죠. 그런데 어떤 프로그램인지 알 수 있을까요?”

“프로그램 이름은 소녀 더 와일드입니다.”

“소녀 더 와일드라면··· 지금 방영 중인 오디션 프로잖아요?”

“맞습니다. 몬스터 펑크 장르를 표방하며, 와일드한 소녀를 뽑는 오디션이죠.”

“그런데 오디션 프로에서 호위는 왜? 뭔가 문제가 있나요?”

“이거 비밀인데···.”

곤란한 표정을 한 오 피디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은근하게 입을 열었다.

“이번 세미 파이널 경연 내용이 던전 공략입니다.”

“던전 공략이요? 하지만 출연진들 전부 일반인인데···.”

“하하, 그렇게 본격적인 건 아닙니다. VR을 통해 진행되는데, 현실감을 위해 상용화 던전에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호위가 필요한 거군요.”

VR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장소가 던전인 이상 안전확보는 필수다. 아마도 그것을 위한 호위인 듯하다.

“맞습니다. 어떻습니까?”

진해솔은 이현을 바라봤다.

“어떻게 생각해요?”

“상관없다.”

“하하, 그래도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아요.”

“여부가 있나요? 언질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네, 그럼 정해지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살펴 가세요.”

오 피디가 자리를 떠났다.

“이현을 굉장히 좋게 본 모양인데요?”

“그런가.”

“그런가. 한 마디로 끝날 게 아니라구요. 방송국 피디들이 고개가 얼마나 뻣뻣한데. 뭐, 저 오 피디란 사람 성격은 괜찮아 보이긴 하지만, 아무튼 어지간히 마음에 든 게 아니면 이런 식의 제안은 안 한다구요.”

“뭐가 됐던 오늘 같은 일만 아니면 좋겠군.”

“그런 말 마요. 이런 일도 다 경험이고 재산 아니겠어요?”

진해솔은 꼰대 멘트 랭킹 탑텐에 들법한 멘트를 날렸다.

“하여튼 오늘 고생했어요. 가죠. 제가 밥 살게요.”



“아 배부르다. 응?”

때늦은 저녁을 마치고 식당을 나오는 길. 만족한 얼굴로 배를 두드리던 진해솔은 스마트폰을 꺼냈다.

“오 피디네요? 보기와 달리 성질이 급한 양반이네요.”

진해솔은 전화를 받았다.

“전화 받았습니다. 아, 네. 네? 벌써요?”

잔해솔의 표정이 묘해졌다.

“네, 알겠습니다.”

통화를 끊은 진해솔은 얼떨떨한 얼굴로 이현을 쳐다봤다.

“아까 말한 건 기억나요?”

“호위 말인가?”

“네. 그게··· 그러니까 지금 면접을 보고 싶다고 하는데요?”




“f급? 누가 이런 새끼를 추천했어?”

메인 피디인 박석 피디는 이현은 쳐다도 안 보고 못마땅한 얼굴로 작가를 다그쳤다.

“그게··· 진석 피디입니다.”

“오진석이가? 이런 개폐급이나 추천하고 걔도 감 다 뒤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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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화 23.04.18 125 1 12쪽
26 26화 23.04.17 139 2 12쪽
25 25화 23.04.14 151 3 12쪽
24 24화 23.04.13 15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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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23.04.11 174 2 11쪽
21 21화 23.04.10 193 2 12쪽
20 20화 23.04.07 197 2 12쪽
19 19화 23.04.06 196 2 12쪽
18 18화 23.04.05 211 2 12쪽
17 17화 23.04.04 21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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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23.03.31 24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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