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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성 님의 서재입니다.

뱀파이어 헌터, 현대에서 f등급 헌터가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빈성
작품등록일 :
2023.03.13 22:49
최근연재일 :
2023.10.1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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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723

작성
23.03.2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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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화

DUMMY

“흔적이 이쪽으로 이어진다!”

“주위 경계를 소홀히 하지 마!”

멀리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짭새나, 헌터 협회나 일 다 끝나니까 오는 건 똑같네.”

최진태가 툴툴거리며 다가왔다.

“나는 태생적으로 저 치들과 안 맞거든? 껄끄러우니까 먼저 실례하지.”

“약속은 잊은 건 아니겠지?”

“걱정 마. 고작 1억 아끼자고 댁 같은 사람을 적으로 돌리면 그게 더 손해니까.”

최진태는 질린 얼굴로 주변을 한번 둘러봤다.

“아무래도 현금으로 1억을 준비하려면 시간이 걸리니까 일단 내 핸드폰 번호를 불러주지.”

“핸드폰 없다.”

“뭐? 댁은 무슨 원시인이야? 요즘은 개도 핸드폰으로 짖는 시대인데? 거, 어쩔 수 없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그는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수첩과 펜이었다.

“내가 아날로그에 미쳐 살아서 다행이지.”

뭔가를 끄적인 그는 수첩을 쫙 찢어서 건넸다.

“주소와 핸드폰 번호야. 아무 때나 여기로 찾아오라고. 준비해 둘 테니까. 그리고 핸드폰 정도는 장만하고. 아무리 아날로그 파라고는 해도 그건 좀 그렇잖아? 그럼.”

최진태는 팔을 흔들며 유유히 사라졌다.

“저어···.”

이번엔 유승호였다.

“저도 가보겠습니다. 불법 거래를 하려던 처지라 아무래도 좀 찔려서.”

멋쩍게 웃은 그는 이내 웃음을 지우고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현은 어깨 으쓱거렸다.

“인연이 닿으면 또 보자고.”

“네, 그럼.”

유승호도 떠나갔다.

“다시 둘이 됐네요.”

진해솔 다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섰다.

“여기는 1소대! 135길 사거리 방면 던전 코어 확인. 코어 기능 정지! 반복한다. 코어 기능 정지!”

잠시 후, 무장 집단이 나타났다.

“지금부터 재미없는 절차가 이어지니까 저기서 좀 쉬고 있어요.”

이현은 진해솔과 무장 집단의 리더로 보이는 이와 대화하는 걸 보면서 자리를 피했다.


“추가 붕괴가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조심해서 작업해!”

일대가 던전화가 되는 걸 막았지만, 몬스터가 자행한 파괴로 인해 건물이 붕괴하고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찾았다! 여기 생존자다!”

잔해더미에서 사람을 찾은 구조대원이 소리치자 인근을 수색 중이던 모든 대원이 달라붙었다.

“조심해!”

“젠장! 안 돼! 서둘러 장비 가져와!”

일부가 장비를 가지러 간 사이, 나머지 구조대원들은 발만 굴렀다.

1분 1초가 절박한 초조함 속에서 부디 생존자가 버텨주기만을 바라던 그때였다.

“내가 하지.”

“이봐! 무슨 짓이야!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 연쇄 붕괴가ㅡ.”

황급히 불청객을 제지하려던 구조대원의 입이 쩍 벌어졌다.

-후두둑.

잔해를 들자, 콘크리트 덩어리와 노출된 철근과 뒤얽힌 잔해들이 후두둑 딸려 온다.

‘저걸 맨손으로 든다고? 못해도 중장비는 있어야 들 수 있는 무게인데?’

“이러면 되나?”

이현은 구조대원을 쳐다봤다.

“아.”

구조대원은 정신을 차렸다. 무슨 요술을 부렸는지 모르겠지만 인명구조가 먼저다!

“빠, 빨리 생존자를 꺼내!”

구조대원들이 잔해더미 안에서 무사히 생존자를 꺼내는 걸 확인한 이현은 물러났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정말 감사··· 엉?”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고개를 돌린 구조대원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곳엔 이미 아무도 없었다.


“저쪽은··· 아직이군.”

뭔가 열심히 대화 중인 진해솔 쪽을 확인한 이현은 정처 없이 발길을 옮기다 여왕의 시체 앞에서 멈췄다.

“음?”

널브러진 여왕의 사체 속에서 반짝이는 뭔가가 보인다.

발로 시체를 뒤집자 돌 같은 게 떨어졌다. 표면이 탁한 푸른빛이 감도는, 마치 흐르는 물처럼 일렁거리는 보석이었다.

“이게 마석인가. 확실히 평범한 물건은 아니군.”

돌을 주웠다. 그러자 돌연 손아귀에서 붉은빛이 넘칠 듯 일렁거리기 시작한다.

“이건?”

이현의 눈빛이 잠깐이지만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저 빛은 한때나마 갈망했던 빛이자, 그의 원죄다. 그리고 잔영처럼 드리워진 저주다.

“그런가. 이것이 그녀의 저주인가. 생각해보면 처음은 아니군.”

몬스터와 처음 전투에서 분명 사용한 힘이다. 그때는··· 대충 넘겼지만 지금 확실해졌다. 이것이 그녀가 이현에게 건 최후의 저주인 모양이다.

“이 또한 원죄에서 기인한다면 받아들이는 수밖에.”

그러는 사이, 붉은빛이 마석을 덮었다. 그러자 마석 표면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빠르게 퍼지기 시작하더니 갈라지기 시작한다.

-쩌저적.

균열이 갈라지면서 그 틈새로 반쯤 기화된 석유 찌꺼기처럼 혼탁하고 끈적한 검은 기운이 새어 나온다.

“침식은 접촉하는 모든 것을 non active 상태로 만드는 피의 마력··· 침식이 마석을 비활성 상태로 만든 건가?”

완전히 마석에서 흘러나온 검은 기운이 마치 물 안에 빠진 젤라틴 덩어리처럼 붉은빛 안에서 꾸불텅거렸다.

“빠져나가려는 건가. 그렇게 둘 수는 없지.”

흡사 재액을 형상화한 것 같은 불길한 것을 빠져나가게 둘 수는 없다.

원하자,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뇌리로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온다.

속박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의지를 언어로 구현한다.

“피의 속박.”

-츠즈즈즉.

그 말에 호응하듯 붉은빛이 거칠게 날뛰며 검은 기운을 압박하자 검은 것이 녹아 없어지듯 붉은빛 안에서 흐려지기 시작한다.

동시에 이현은 붉은빛의 힘이 강해지는 걸 느끼며 눈을 반짝였다.

“이건··· 검은 기운을 흡수하는 건가.”

마침내 검은 기운이 모두 사라졌다. 아니, 사라졌다기보다는 흡수가 됐다고 말하는 게 맞으리라.

“흠.”

의식적으로 기운을 갈무리하자 붉은빛이 손아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붉은 빛이 사라진 곳에는 탁한 빛은 온데간데없고 청명하게 빛나는 마석이 남아 있었다.

“뭐 하고 있어요?”

이현은 마석을 품에 넣고 뒤를 돌아봤다. 진해솔이 서 있었다.

“대화는 잘 끝났나?”

“네. 몬스터의 시체 처리는 헌터 협회가 해주기로 했어요.”

“잘됐군.”

“저기, 근데···.”

진해솔은 말끝을 흐리며 몸을 배배 꼬았다. 누가 봐도 할 말이 있는 모습이었다.

“할 말이라도 있나.”

“그··· 진짜 함께할 건가요?”

“지금 함께하고 있다만.”

“그! 게 아니라, ···속사요.”

처음엔 버럭하고 갈수록 우물쭈물하더니 나중엔 뭐라고 하는지 들리지도 않는다.

“속사?”

“소속사요! 소속사! 헌터 기획사를 만들면 정말 함께할 거냐구요.”

“물론이다.”

“아직 기획사 이름도 못 정했는데, 그래도요?”

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돈도 제대로 못 주는데, 그래도?”

-끄덕.

“정말이죠? 약속이에요!? 나중에 무르기 없기!”

“무르지 않는다.”

“좋아요. 그럼.”

진해솔은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뭐지?”

“여기 새끼손가락을 걸어요. 그러면 무슨 일이 있어도 방금 한 약속을 어기지 않겠다는 의미예요.”

이현은 두말없이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이러면 되나?”

“좋아요! 이런 날은 회식해야죠! 회식!”

“회식?”

“먹고 마시자는 말이에요!”

“그거 좋군.”

잠깐 생각에 잠긴 이현은 갑자기 손가락으로 진해솔의 배를 가리켰다.

“돼지.”

“돼, 돼지요?!”

진해솔은 황급하게 배를 가렸다.

‘읏, 요즘 조금 스커트에 옆구리가 조금 집히긴 하지만 그 정도는···!’

“아까 먹었던 그 고기가 좋겠군.”

“아··· 삼겹살?”

“그런 이름이었지.”

‘그러면 그렇게 말하지 왜 내 배를···!’

진해솔은 이현을 흘겨봤다.

삼겹살 이름을 떠올리지 못한 이현은 식당에서 진해솔이 자신의 배를 가리키는 걸 떠올리고 따라 한 것뿐이지만.

“흥! 따라오세요!”

이현은 그녀가 왜 갑자기 성질을 내는지 의아해하면서 뒤를 따라갔다.




“오늘부터 여기가 우리 회사예요!”

진해솔은 팔을 활짝 펴면서 헌터 협회에서 정산받은 돈으로 구한 사무실을 자랑했다.

“봐요! 깔끔한 화이트톤 디자인을!”

깔끔이야 책상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서 그렇고, 화이트톤은 건설사가 벽을 하얀 페인트로 칠해서 그렇다.

10평 남짓한 작은 사무실에는, 마주 보는 책상 두 개와 그마저도 데스크탑은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또 부숴 먹을지도 모르니까.’

이미 텔레비전 한 대를 해먹은 전과가 있는 만큼 데스크탑을 할당하는 건 좀 더 검증한 뒤에 진행할 것이다.

“앉아요.”

“이제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건가.”

“아직은요. 일단 인터넷에도 등록하죠. 자 봐봐요.”

진해솔은 모니터 돌렸다. 화면 상단 중앙에 헌터넷이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헌터넷?”

“헌터 협회가 관리하는 헌터 관련 웹사이트예요.”

“그래서 여기서 뭘 하지?”

“기획사 홍보를 해야죠! 그러려고 벌써 한 달 치 요금을 지불했다구요.”

헌터넷은 선불 요금제인가 보다.

“그러면 회사 홍보 게시물을 작성해 보죠.”

모니터를 바로 한 그녀는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안녕하세요. 신생 기획사 얼터입니다.”

“얼터?”

무심코 게시글 내용을 입으로 읊으면서 타자 치던 진해솔의 손이 멈칫했다.

‘창피해! 분명 어제 이름을 정했을 땐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남의 입으로 들으니까 부끄러워!’

마치 스스로 걸작이라 평가한 시를 다음날 눈을 떴더니 엄마가 낭독하고 있는 걸 들었을 때 기분이라고나 할까?

‘이, 이게 바로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그건가?’

뭔가 오긴 했다. 민망함과 부끄러움이.

진해솔은 꽃처럼 붉어진 얼굴로 떠듬떠듬 입을 열었다.

“어, 그··· 회사 이름이에요. 기존에 만연한 관행에 저항하고 바꾸고자 하는 뜻이 담긴 이름이죠.”

“괜찮군.”

“그렇죠?”

진해솔의 안색이 곧장 밝아졌다. 역시 칭찬은 예술가도 브레이크 댄스를 추게 한다.

“앗!”

“왜 그러지?”

“벌써 의뢰가 들어왔어요!”

“의뢰도 받나?”

“의뢰도 헌터의 주 수입 중 하나인걸요. 더군다나 요즘은 의뢰만 전문적 해결하는 고랭크 헌터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해요.”

“어째서지?”

“던전에 들어가는 리스크에 비해서 수입이 괜찮다고 들었거든요.”

“우리한테 들어온 의뢰도 그런 의뢰인가?”

“설마요. 의뢰에도 급이 있거든요. 고랭크 헌터가 받는 고랭크 의뢰들은 비밀 유지 조약이 필수일 만큼 중요한 의뢰들이 대부분이라고 해요. 아, 그렇다고 저랭크 의뢰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에요. 공적치를 쌓을 기회 없는 하위권 헌터에게 저랭크 의뢰는 소중한 기회니까요.”

진해솔은 의뢰 내용을 확인했다.

“어디 보자. 호위 의뢰네요.”

“누구의 호위지?”

“안 적혀 있네요. 구체적인 내용도 없고··· 왠지 수상한데, 거절할까요? 으음, 하지만 의뢰를 거절하면 의뢰인이 악평을 남길지도 모르는데.”

그녀는 첫 의뢰부터 악평이 남을까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상대가 악평을 남기면 무슨 효과가 있지?”

“아무래도 평판이 깎인다고 봐야죠. 기왕이면 평이 좋은 곳에 의뢰를 맡기고 싶잖아요?”

“그렇다면 하지. 첫 의뢰부터 악평을 남길 수는 없으니까.”

어··· 그런데 오늘 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어서 혼자 해야 하는데 괜찮겠어요?“

”괜찮다.“

‘불안한데.’

진해솔은 미심쩍었지만 본인이 한다는데 말릴 명분이 없었다.

”접선 장소는 s역이에요. 오다가 봤죠? 거기서 의뢰인과 만나면 돼요. 그리고··· 뭔지 잘 모르겠다 싶으면 그냥 사람들 따라 해요.“

”알겠다.“

”무슨 일 있으면 의뢰인에게 부탁해서 저와 연결해달라고 하고. 또··· 길 잃어버리면 경찰서에 찾아갈 것. 아! 주소와 이름 적힌 이름표라도 달까요?“

”꼭 어린애 첫 심부름 보내는 부모 같군.“

”이 경우는 댁이 그 어린애가 되거든요?“

진해솔은 이현을 흘겨봤다.

”아무튼 의뢰인에게 이현의 사진을 전송해 둘 테니까. 저쪽에서 먼저 접근해 올 거예요.“

”알았다.“

”정말로 모르는 게 있다고 다짜고짜 때려 부수면 안 돼요?“

”···.“

그 이후로도 당부를 빙자한 잔소리를 한참을 들은 끝에 출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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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화 23.04.18 125 1 12쪽
26 26화 23.04.17 139 2 12쪽
25 25화 23.04.14 151 3 12쪽
24 24화 23.04.13 156 2 12쪽
23 23화 23.04.12 16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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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23.04.10 193 2 12쪽
20 20화 23.04.07 197 2 12쪽
19 19화 23.04.06 196 2 12쪽
18 18화 23.04.05 21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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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23.04.03 229 3 12쪽
15 15화 23.03.31 24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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