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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성 님의 서재입니다.

뱀파이어 헌터, 현대에서 f등급 헌터가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빈성
작품등록일 :
2023.03.13 22:49
최근연재일 :
2023.10.13 22:30
연재수 :
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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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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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글자수 :
507,723

작성
23.03.20 22:30
조회
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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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6화

DUMMY

“들었어? 함께 해달라는데?”

“뭐야, 프러포즈야?”

“여자가?”

“낡은 시대에 머무는 어리석은 자여. 남자든, 여자든 뭐가 중요한가? 제 발로 지옥으로 걸어 들어오겠다는데.”

“그래, 제 발로 결혼 지옥으로 들어오는 커플을 축하해 주자고.”

주변 사람들의 대화를 들은 진해솔은 이마에서 땀이 삐질 흐르는 걸 느꼈다. 긴장해서 너무 힘을 준 나머지 공개 프러포즈처럼 돼버렸다.

좌우로 빠르게 주변을 훔쳐보자, 몇몇 테이블에서 이쪽을 주시하고 있다.

술집에서 갑자기 일어난 프러포즈. 주체와 성패를 떠나서 훌륭한 구경거리가 되기 충분하다. 그리고 대개 그렇듯, 훌륭한 구경거리는 곧 훌륭한 술안주다

‘어, 어쩌지.’

차라리 이현이 뭐라도 반응해 주면 좋겠는데 아무 반응이 없으니까 미칠 노릇이었다.

엉거주춤 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때, 구원의 손길이 다가왔다.

“주문하신 고기 나왔습니다.”

‘종업원 언니, 타이밍 나이스!’

종업원이 세팅하는 사이 슬그머니 자리에 앉았다.

주변의 관심도 술자리에서 돌고 도는 화제 속에 금세 잊혔다.

‘일단 화제를 돌리자.’

“여기 괜찮죠? 많이 힘들 때 자주 오던 곳인데ㅡ.”

“f등급도 괜찮나?”

“네?”

멈칫한 진해솔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이현을 바라봤다.

“보아하니 f등급 헌터는 상당히 경원시 되는 모양인데, 그래도 괜찮냐는 말이다.”

“다, 당연하죠! 그리고 f등급이 무시당하는 건 편견 때문에 그래요. 그 편견 때문에 기회조차 얻지 못해서 그렇지, 기회만 있으면 그들도 얼마든지 등급을 올릴 수 있어요!”

“등급을 올린다?”

“던전 공략이나 몬스터를 처치하면 협회에서 부여하는 공적 치를 쌓으면 돼요. 그 공적 치가 일정 치에 도달하면 등급, 그러니까 랭크 업을 할 수 있거든요.”

“상당히 속물적인 시스템이군.”

“동기부여가 필요하니까요. 인간은 보상이 있어야 움직이는 법이죠. 아, 고기가 다 타겠네요. 일단 먹죠.”

진해솔이 고기 먹는 방식을 지켜보고 있던 이현은 똑같은 방법으로 입안에 고기를 넣었다.

“맛있군.”

현대에서 눈을 뜨고 순간마다 놀라고 있지만, 특히나 현대 요리를 먹을 때면 감탄을 금치 못했다.

‘다채롭고 자극적인 맛이다. 하지만 과하거나 부담스럽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군.’

숯불이 꺼져갈 때쯤 이현은 입을 열었다.

“헌터들은 어째서 랭크에 집착하지? 올리면 좋은 점이라도 있나?”

후식으로 물냉면을 먹을지, 비빔냉면을 먹을지 고민 중이던 진해솔은 메뉴판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입만 열어 답했다.

“물론이죠. 헌터 본인의 몸값이 올라가니까요. 당장 d급만 돼도 e급에 비해서 몸값이 두 배로 뛰니까요. 아. 후식으로 냉면 주문할 건데 먹을래요?”

“냉면이 뭔지 모르겠지만 충분히 먹었다. 사양하지.”

“그래요? 맛있는데. 여기, 물냉 하나요!”

진해솔은 기어코 후식을 주문했다.

“어디까지 얘기했죠?”

“d급이 되면 몸값이 두 배가 된다는 것까지.”

“아, 그랬죠. 그리고 헌터 협회에서도 부대비용을 일부 혹은 전액을 지원해주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헌터들이 랭킹에 집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던전 때문이죠.”

“던전이면 몬스터의 집이라던?”

“맞아요. 던전의 등급은 게이트 발생 시, 게이트 수치나 선발 조사팀 정보를 토대로 정하는데, 해당 등급 던전에는 해당 등급 이상의 헌터만이 들어갈 수 있어요. 그러니까 b등급 던전은 b급 이상의 헌터만 들어갈 수 있죠.”

“더 높은 등급의 던전이면 위험도도 더 높은 거 아닌가? 부상이나 죽을 확률이 올라가는 게 어째서 혜택인지 이해할 수 없군. 헌터들은 자발적으로 고통을 즐기는 특수한 성벽이라도 있는 건가?”

“그, 글쎄요. 그런 걸 즐기는 헌터가 있다고는 들어보질 못했네요. 아무튼,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더 높은 던전에 들어가려는 건 마석 때문이죠. 급이 높은 던전일수록 몬스터가 떨어뜨리는 마석의 질이 더 좋기 때문이에요.”

“마석? 그건 뭐지?”

“몬스터 시체를 해체하면 랜덤하게 얻을 수 있는, 말 그대로 돌이죠. 몬스터를 잡으면 나오는 부산물 중에서 가장 값이 나가는 물건이죠. 헌터들의 주 수입원이기도 하고.”

“특별한 용도가 있는 모양이군.”

“전략 물자면서 현존하는 에너지 체계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라고 하면 감이 올까요?”

“거창하군. 보통 그런 물건일수록 말만 거창하고 효율은 기대 이하이기 마련이던데?”

“안심해요. 마석은 진짜니까.”

“물냉 나왔습니다.”

“여기로 주세요.”

진해솔은 냉면을 받았다.

그때였다.

-끼이이이.

세계가 비명을 질렀다.

‘뭐지?’

아주 짧은 순간 스쳐 간 위화감을 느낀 이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다.

‘마치··· 시공의 축이 어긋나는 듯한 느낌이군.’

이현은 진해솔을 바라봤다. 그녀는 얼마나 놀랐는지 입가에서 냉면 가닥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경악하고 있었다.

“게이트 어웨이크닝···!!?”

그녀는 허겁지겁 스마트폰을 꺼냈다. 방금까지 멀쩡하던 안테나 신호가 통신 불가 상태로 바뀌어 있었다.

“무슨 일이지?”

전에 없이 무거운 얼굴로 그녀는 입을 뗐다.

“게이트 어웨이크닝··· 그것은 전조예요.”

“전조?”

“파멸의 전조···. 이제 곧 게이트가 열릴 거예요. 그리고 통신이 두절됐다는 건···”

“꺄아아아악!!”

“으아아악!!!”

“여기가 게이트 범위에 들어왔다는 걸 뜻해요.”

“뭐야?”

“무슨 일이야?”

그녀의 말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곳곳에서 터지는 비명을 들은 다른 손님들이 웅성거렸다.

“저, 전화가 안 돼!”

누군가 핸드폰 확인한 모양이다. 통신이 두절된 핸드폰을 들고 놀라고 있었다.

“게이트를 중심으로 중화 필드가 형성되니까 반경 1킬로 안으로 일반적인 통신은 무력화됐을 거예요.”

“내 핸드폰도 먹통이야!”

“갑자기 서비스 불가 지역이라니. 방금까지 멀쩡했는데?”

가게 안에 있던 사람들은 다급하게 핸드폰을 꺼내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 그런데 지금 비명은 뭐야? 단순히 핸드폰이 안 된다고 비명을 지른단 말이야?”

누군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파문을 일으켰다. 본디 공포란 상상을 주워 먹고 자라는 법. 공포가 잉태한 불안이 불길처럼 빠른 속도로 확산해 간다.

‘좋지 않군.’

사람들 사이로 빠르게 공포가 전염되는 걸 본 이현은 내심 혀를 찼다.

지금 이곳은 좁은 공간에 부탄가스를 잔뜩 때려 박은 꼴이다. 작은 불씨로도 대폭발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꺄아아악!”

아니나 다를까, 밖에서 터진 비명을 들은 사람들이 패닉에 빠졌다!

“으아아악!”

“살려줘!!”

“나는 여길 빠져나가겠어!!”

겁에 질린 남자가 가게를 빠져나가기 위해 문을 열었다.

-퍽.

“켁?!”

뭔가 벽 같은 것에 부딪혀 튕겨 나온 남자는 코를 부여잡으며 뒤로 물러났다.

“뭐야?”

뭐에 부딪혔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든 남자의 눈에 차가워 보이는 냉혈동물의 가죽 같은 것이 보인다.

남자는 멍하니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봤다.

“쉬이이익.”

성난 킹코브라처럼 허리를 꼿꼿하게 직립한 거대한 뱀이 삼지창을 들고 서 있었다.

“우와아아악!!!”

남자가 비명을 지르는 순간.

-퍼억.

뱀은 커다란 삼지창으로 남자를 반으로 쪼갰다!

-푸슈슈슉!

반으로 쪼개진 몸이 땅에 쓰러졌다. 성인 남성이 쓰러지는 것 치고는 가벼운 소리였다. 마치 죽음과 동시에 실체를 잃어버린 것 같다.

어쩌면 인간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실체는 영혼에 속해 있는지 모른다. 영혼이 사라진 육신은 저토록 껍데기만 남았으니까.

순식간에, 눈앞에서 일어난 참상에 모두 굳어버렸다.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머리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다.

“쉬익.”

뱀은 삼지창에 걸린 내장이 거슬린다는 듯 창을 휘둘렀다.

-철퍽.

그 여파로 따끈따끈한 내장을 뒤집어쓴 여자가 찢어지는 비명을 내질렀다.

“꺄아아악!!!!”

그때야 굳어 있던 사람들이 혼비백산 도망치기 시작한다!

“괴물! 괴물이야!”

“살려줘!!”

하지만 결코 넓다고 할 수 없는 가게 안에서 도망갈 곳은 한정되어 있다.

주방 쪽에 쪽문이 있지만, 인파가 한 번에 들이닥치면서 명절 연휴에 고속도로에서 벌어지는 교통체증처럼 사람들이 낑겨서 악을 쓴다!

“쉭.”

혀를 날카롭게 날름거리며 바람을 베는 듯한 소리를 낸 뱀이 안으로 들어왔다.

“드, 들어 왔다!!”

“비켜!”

“나와!!”

겁에 질린 사람들이 밀리고 차이고 넘어지고 밟힌다.

우드득하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도, 실낱같은 애원도, 사람들이 내지르는 비명은 그 자체로 거대한 태풍이 되어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꺄악···!”

급류처럼 몰아닥치는 인간의 파도는 아빠와 어린 딸을 강제로 떼어놓았다.

“아빠···!”

“다영아!! 비켜주세요···! 아이가···!”

아이의 아빠는 아이에게 다가가려 해봤지만, 눈이 뒤집힌 인파를 거스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이 가라앉듯, 허우적거리며 오히려 멀어질 뿐이었다.

“다영아! 비켜! 비키라고!”

“아빠···! 으아앙···!!”

어찌할 바 모르고 우는 아이의 머리 위로 음영이 졌다.

“쉬익.”

감정 없는 차가운 동공에 겁에 질린 아이의 모습이 비친다. 이제 막 초등학교는 입학했을까 싶은 연약한 체구. 당연히 주위에 보호받아야 할 아이지만 뱀의 세로 동공에 비친 인간의 아이란 그저 사냥하기 쉬운 먹잇감일 뿐이다.

혀를 날름거린 놈은 창을 들었다.

“안 돼···!”

그리고 아이를 향해 창을 찔렀다!

인파를 휩쓸려 떠밀리는 아이 아빠도, 차마 끝까지 보지 못해서 고개를 돌리는 진해솔도 그다음 벌어질 일을 알고 있었다. 그 누구도 예견된 미래를 바꿀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순간 빠르게 뛰쳐나가는 그림자가 있었다.

-쾅!!!

폭음이 터졌다.

진해솔은 눈을 떴다. 그 어디에도 그녀가 예상한 광경은 없었다. 다만, 어떻게 했는지 벽을 뚫고 날아가 바닥에 나뒹구는 뱀과 아이를 안아 들고 있는 이현이 있을 뿐이다.

“어떻게?!”

‘분명 옆에 있었는데 어떻게 움직였는지 전혀 보지 못했어!’

“다영아···!”

아이의 아빠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아빠!”

“아이를 놓지 마.”

이현은 아이를 넘겼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빨리 도망가.”

아이의 아빠는 연신 감사 인사를 하면서 아이를 안고 도망갔다.

-후두두둑.

“조심해요! 스네이크 헤드가 일어나요!”

스네이크 헤드가 일어나는 걸 본 진해솔은 소리쳐 경고했다.

“스네이크 헤드? 뱀 대가리라서 스네이크 헤드인가? 누가 작명했는지 몰라도 독창성이 부족하군.”

“쉬이이익!”

멀쩡한 모습으로 일어난 스네이크 헤드는 위협적으로 울었다. 사냥을 방해당하고 맞아서 날아간 게 화가 나는 모양이었다.

그 순간 스네이크 헤드가 빠른 속도로 쇄도했다!

“도망쳐요! 전용 무기가 없으면 몬스터에게 피해를 줄 수 없어요!”

“전용 무기?”

진해솔을 돌아보는 그 순간 몸을 회전시킨 스네이크 헤드는 꼬리를 휘둘러 이현을 후려쳤다!

-쾅!!

꼬리에 맞고 날아간 이현은 벽에 처박혔다!

-우르르.

어찌나 강하게 처박혔는지 충격으로 무너진 벽이 이현의 위로 떨어진다.

“이현!!”

진해솔은 이현을 향해 달려가다가 멈칫했다.

“쉬익.”

“쉬이익!”

마치 선발대의 페로몬을 맡고 날아온 말벌 떼처럼 다른 스네이크 헤드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하나, 둘··· 여, 열 마리···!”

주변을 포위한 스네이크 헤드를 확인한 진해솔은 털썩 주저앉았다.

“끄··· 끝났어.”

게이트가 열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많은 몬스터가 나와 있을 줄 몰랐다.

“주, 죽을 거야.”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만큼 스네이크 헤드가 내뿜는 공포는 이성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했다.

그 순간.

“이제 좀 몸이 풀리는 것 같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62 se******
    작성일
    23.05.05 21:44
    No. 1

    조선시대 에서 온 놈이 스네이크 헤드가 뱀대가리라서 스네이크 헤드? ㅋ 영어 금방 배웟넹 ㅋㅋ언제 배움?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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