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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성 님의 서재입니다.

뱀파이어 헌터, 현대에서 f등급 헌터가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빈성
작품등록일 :
2023.03.13 22:49
최근연재일 :
2023.10.1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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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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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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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0화

DUMMY

김건우의 눈이 확장됐다. 머릿속에서 폭☆발이라는 글귀가 폭죽을 배경으로 계속 계속 터진다.

아니면, 실제로 터진 걸지도 모른다. 이곳은 던전이고, 움직이는 시체가 있고, 사람 잡아먹는 사람이 있으니까, 머릿속에서 한둘쯤 터지는 거야 일도 아닐 거다.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는 초속 5센티미터라고 한다. 물론, 이는 와전된 낭설이고 실제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는 더 빠르다고 하나, 사실 늦든, 빠르든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다.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라면 나갔던 정신이 돌아올 시간으로 충분하니까.

‘이,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지? 혀를 넣어야 하나?’

정정하겠다. 첫 키스 실패 사례를 몸소 실천하려고 하는 걸 보니, 아직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다.

‘혀를 넣는다···!’

-퍽!

불현듯 둔탁한 소리와 동시에 김건우의 몸이 축 늘어졌다. 쓰러지는 그를 한서아는 자기 무릎 위에 눕혔다.

“바보.”

김건우를 곱게 흘겨보면서 입술을 훑은 그녀는 슬픈 얼굴로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네가 살아줬으면 하거든? 그러니까 여기서는 내가 나서는 게 맞아. 같은 방법이면 성공확률이 높은 쪽을 택하는 게 맞잖아? 혹시라도 깨어나서 너무 화내지 말아줘.”

한서아는 문득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봤다.

“역시 무사했군요.”

이현을 본 한서아는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붉게 물든 한서아의 옆구리를 본 이현이 물었다.

“많은 일이 있었죠. 아무튼, 잘됐어요. 내가 방대현의 주의를 끌 테니까, 어서 빨리 그를 데리고 여기서 피해요!”

“못한다.”

“어째서요? 설마 희생은 안 된다. 같은 도덕책 읊는 소리를 할 생각은 아니겠죠?”

“내 말을 오해한 모양인데.”

이현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안 한다는 게 아니라, 못 한다는 거다.”

“그게 무슨 뜻이죠?”

한서아는 영문을 몰라서 얼굴을 찌푸렸다.

“걔 기절 안 했다.”

“네?!”

-쿵.

한서아가 놀라서 튕기듯 뒤로 물러나는 바람에 그녀의 무릎 위에 있던 김건우는 맨땅에 헤딩했다.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 게, 분명 정신은 있는 것 같다.

따가운 시선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김건우가 슬그머니 눈을 떴다. 한서아의 얼굴이 보인다. 뭐랄까, 술 마시고 새벽이 돼서야 몰래 집에 기어들어 오는 남편을 보는 아내의 표정이었다.

“설명해 봐.”

북풍한설처럼 목소리에서 찬바람이 쌩쌩 분다.

“그게···.”

김건우는 말을 더듬었다.

말할 수 있을 리 없다.

‘못해. 어떻게 말해?! 지금 상황을 잊을 정도로 키스가 대단해서 곱씹느라 기절한 척했다고!’

하지만 분위기가 살얼음판이라서 없는 이유라도 만들어 내야 할 판이다!

바로 그때, 의외의 곳에서 구원의 손길이 다가왔다.

“거기 있었냐!!”

시야를 회복한 방대현이 전부 때려 부술 기세로 달려온다.

‘방대현! 너 이자식! 지금까지 내게 한 짓 딱 10퍼센트만큼 용서할게!’

김건우의 용서는 마일리지 적립식이었나보다.

“잠깐! 지금 이럴 때가 아니잖아?!”

지금 이럴 때가 아니라는 말은 동의하지만, 어째선지 기뻐 보이는 저 얼굴이 마음에 안 든다!

‘그렇다고 지금 따져 물을 수도 없고!’

한서아는 다급하게 손짓했다.

“내가 막을게. 빨리 도망쳐!”

‘쓰고 싶진 않았지만, 최후의 방법을 쓸 수밖에. 운이 좋으면 1분, 어쩌면 그 이상도 붙잡아 둘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되면 최소 실신이지만.’

죽음을 불사한 한서아는 창을 꽉 쥐었다. 어쩌면 위급한 상황 속에서 건넨 키스는 그녀 나름대로 절망에서 눈을 돌리기 위한 방어기제였을지 모른다.

“안 돼! 널 두곤 못 가!”

김건우는 한서아를 붙잡았다.

“이봐.”

“뭐해요? 빨리 데리고 가요!”

한서아는 김건우를 뿌리쳤다.

“아니, 내 말 좀···.”

말을 걸고 있는데, 놀랍도록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죽을 생각이라면 나도 같이 죽겠어! 죽어서도 함께할 거니까!”

“너는 정말···!”

“둘 다 스톱.”

이현이 짧게 박수를 끊어치자, 김건우와 한서아 두 사람은 이현을 쳐다봤다. 방금까지 절절한 애틋함으로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이라 눈동자에 물기가 어렸다.

“신파극은 그쯤하고 둘 다 피하지? 놈은 내가 막는다.”

“그런! 위험합니다!”

“무모해!”

조금 전까지 그 위험한 걸 서로 하겠다고 나섰던 기억은 없는 모양이다.

“쓸데없는 걱정은 접어두고. 대신 부탁이 있다.”

“부, 부탁이요”

“무슨···?”

“지금부터 둘이 사귈 것.”

“엑?!”

“네?”

두 사람은 한마음이 되어 항변의 괴성을 뱉었다.

“무슨 문제 있나? 방금도 죽어서도 함께하자고 한 거 같은데, 그 정도면 고백이나 다름없는 거 아닌가?”

“아, 음···.”

“그건 그러니까···.”

김건우와 한서아는 얼굴을 붉히며 몸을 꼼지락댔다. 감정이 고조 됐을 때는 몰랐는데, 제삼자 입으로 들으니까 부끄럽기 그지없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확실히 하도록.”

“잠깐 만요!”

“아니, 그건···!”

이현은 반론은 듣지 않겠다는 의미로 손을 휘적휘적 저으면서 방대현을 향해 걸어갔다.


“꼴이 말이 아닌데.”

“캬악! 너 이 개새끼가!!!”

이현을 본 방대현이 길길이 날뛰었다.

‘지능지수가 뛰어난 놈이 아닌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약의 영향 때문인가.’

“죽어!!!!”

8미터 거구가 전력으로 달려와 주먹을 내리쳤다.

‘힘자랑은 멍청이들이나 하는 짓이지.’

이현은 맞서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그 순간 방대현이 상체를 숙였다. 그 간단한 동작만으로 주먹이 쑥 늘어난 것처럼 쫓아와 머리 위로 떨어진다!

“피의 속박.”

-슈와앗!

지면에서 솟구친 피가 방대현의 팔을 붙잡는다!

그러나 지금 방대현은 신장이 8미터에 달하는 거구다. 신장 대비 평균 체중만 따져도 700킬로를 훌쩍 넘는 거체로 전력 질주한 운동에너지를 실은 주먹을 붙잡아 두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파앗!

마치 아침 햇살 앞에 안개처럼 피의 권능이 산산이 깨진다. 그야말로 찰나에 불과한 속박이었지만, 그 찰나면 충분했다.

핸드스프링으로 회피한 이현은 착지와 동시에 그 탄력을 이용해서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 속도가 질풍과도 같으니, 방대현이 손으로 후려치려 했지만 스치지도 못한다!

순식간에 놈의 턱밑에 당도한 이현은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돌진력과 도약력 그리고 발끝부터 허리, 주먹으로 이어지는 온몸의 탄력을 담아 날리는 일권이 마치 하늘을 향해 승천하는 용과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

승룡격(昇龍擊).

-펑!

방대현의 턱이 폭발했다. 과장 없이 정말로 폭발해서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난무한다!

‘그러고 보면 왜 기술 이름이 동양적인 네이밍인지 모르겠군.’

기술을 가르쳐 준 이에 성격을 고려하면 단순히 그게 멋있어서 그렇게 이름 붙였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시답잖은 이유로 투덜거릴 동안 턱이 날아간 방대현은 그 자리에서 턱을 움켜쥐고 신음했다.

“으어어어어···!”

“이런 심문을 해야 하는데 실수했군.”

심문할 대상이 턱이 날아가서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는데 심문이 가능할 리가?

그러나 그때, 걱정이 무색하게 방대현의 턱이 서서히 재생되고 있었다.

‘문제 하나가 해결됐지만 마냥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군. 교차검증이 더 필요하겠지만 약이 재생력을 부여하는 건가?’

“아으으.”

방대현은 재생된 턱이 믿기지 않는지 연신 매만진다.

“이제 좀 대화할 마음이 드나? 아직도 머리에 피가 몰렸다면 더 빼줄 용의가 있는데.”

일격에 턱이 박살이 났는데, 두 번 피가 몰렸다간 남아날 턱이 없을 것 같아서 방대현은 급히 입을 열었다.

“자, 잠깐! 알았어···! 알았다고!”

약에 뇌수까지 취해서 미친놈처럼 굴더니 머리통이 깨지고 나자, 정신이 번쩍 든 모양이다.

역시 치료 중에 최고는 물리치료라 할 수 있겠다.

“좋은 자세군. 그러면 질문이다. 너도 약을 먹었나?”

“그걸 어떻게?”

멍청한 표정을 보아하니 적잖이 놀란 모양이다

‘역시 먹었군. 그렇다는 건 김민수가 먹은 약과 같은 약이라고 봐야겠지.’

그 증거로 지금도 검은 오라가 방대현의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그 약의 이름은 뭐지?”

“아, 아담.”

“아담? 구약에 나오는?”

“자, 자세한 건 몰라. 이 약을 준 사람이 그냥 그렇게 말했어.”

“그자의 이름은?”

“몰라.”

“모른다?”

“그래. 나는 그냥 헌터의 능력을 강화해 주는 약이 있다고 해서 먹었을 뿐이야···!”

이현은 한심하다는 눈길로 방대현을 쳐다봤다.

“출처도 성분도 모르는 약을 넙죽 받아먹었다고? 혹시 길 가다가 길바닥에 떨어진 음식도 주워 먹냐?”

“누굴 병신으로 알아?! 믿을 만했다고!”

“이름 외에는 성분도 뭣도 모르면서 믿을 만하다? 믿을 만하다는 사전적 정의가 바뀌었나?”

“큭. 하지만 장소가 헌터 협회장이 주최하는 컨퍼런스였다고! 게다가 정이사가 추천을···!”

방대현은 갑자기 말을 멈췄다. 그러나 이현은 왜냐고 묻지 않았다. 방대현을 감싸고 있는 검은 오라가··· 갑자기 폭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끄으으으으···!!!”

방대현은 눈을 까뒤집으며 그 거구가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 저주인가!”

김민수도 검은 오라가 폭주하기 시작하고 다른 존재로 변모했다. 이번 역시 같은 저주 작용이라고 보는 게 옳다!

이현은 급히 방대현에게 손을 뻗었다.

피의 침식이 저주를 비활성화한다는 건 이미 확인했다. 그때는 변이가 끝난 상태라 저주를 무효화 하는 데 그쳤지만 이제 막 시작한 상태라면 저주의 진행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피의 침식.”

손에서 시작된 붉은 균열이 점차 방대현의 몸으로 퍼져나간다. 그러나 그의 체구가 커서 침식보다 저주의 진행 상황이 더 빠르다!

“으으으··· 으아아아악!!!”

단말마와 동시에 방대현의 몸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이런!”

이현은 덩어리져서 흘러내리는 살점을 피해 손을 떼고 물러났다. 더 버티고 있다간 저 살덩이의 바다에 쓸려 질식할 판이다.

용암류처럼 살점이 흘러내리자, 보라색으로 변색한 썩은 살점이 드러났다. 침식으로 저주가 미치지 못한 부분도 급격하게 썩어들어가면서 살점이 너덜너덜하게 나부낀다.

“···더 이상 인간이라고 할 수도 없군.”

지금 눈앞에 있는 건 더 이상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무언가였다.

“저주로 인한 변이 과정에서 좀비로 되살아난 건가.”

이현은 방대현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꿰뚫어 봤다.

일반적인 저주로 인한 변이라면 김민수처럼 의식은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망자의 무덤에 작용하는 언데드 필드가 변이의 과정인 죽음 단계를 거치는 순간 방대현을 좀비로 되살려냈다.

한 마디로 지금 그는 저주와 언데드화 과정이 복합된 특수 좀비가 된 것이다.

“순혈 헌터타령하던 놈의 말로가 저주와 언데드가 혼합된 거대 좀비라니 아이러니하군.”

지금 모습 그 어디에도 그가 부르짖던 이상은 그 편린조차 남아 있지 않다.

“끄으으어어.”

지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모습으로 산자에 대한 증오만을 간직한 채 이현을 향해 다가온다.

“···나와라.”

손 위에서 피로 이루어진 검이 소환됐다.

“하다 못 해 일격에 편하게 해주마.”

이현은 검을 머리 위로 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내리그었다.

-슥.

소란은 없었다.

다만, 방대현은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달려들던 자세 그대로 굳어 있다.

이현은 등을 돌렸다.

-피쉭.

그 순간 방대현의 이마에 미세한 혈선이 생겼다. 천천히 커지기 시작한 혈선이 점차 빨라지더니.

-쩌억.

엉망진창으로 어긋난 방대현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쿠웅.

거대한 거구가 피로 이뤄진 강에 가라앉는다.

“이제 그만 쉬어라.”

방대현의 최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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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23.04.13 156 2 12쪽
23 23화 23.04.12 16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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