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주간 이윤후

민간군사기업 블랙 레벨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이윤후
작품등록일 :
2013.04.16 12:56
최근연재일 :
2014.02.18 12:00
연재수 :
128 회
조회수 :
838,364
추천수 :
16,202
글자수 :
790,195

작성
13.08.10 12:00
조회
4,467
추천
135
글자
18쪽

9장 [닥터 호프스태더] -07-

DUMMY

출구에서 제일 마지막으로 나온 태민은 허리를 펴면서 주변을 살펴봤다. 오전 내내 신나게 돌아다녔던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바로 근처에 서부시대 풍의 집이 한 채 있었다. 주변 지형이 낯선 것을 보니 조사 중에 들른 집은 아닌 것 같았다. 태민은 서 있는 곳에 그늘이 져 있는 것을 눈치채고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키가 큰 나무들이 빽빽하게 서 있었다.


예원이 집을 향해 걷고 있는 박사의 등에 대고 물었다.


“여긴 외곽인가요?”

“그래. 정확히 북서쪽. 차를 타면 5분 안에 서쪽 다리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그나저나 궁금했는데 이 집들은 대체 뭔가요? 단순한 위장용?”

“한때 보안요원들이 이곳에 살면서 침입자가 들어오지 못하게 지키고 있었어. 지금에 와서는 오래전 이야기지만.”


박사는 집 뒤에 있는 문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조악한 차고가 덩그러니 있었다. 주재료가 되는 나무판자는 크기가 일정하지 않았고, 왼쪽 벽이 오른쪽보다 더 높았으며, 지붕을 만들 때는 재료가 부족했는지 듬성듬성 구멍이 난 부분을 비닐을 씌워 겨우 막아 놓고 있었다.


박사는 차고 안으로 들어가 지프를 덮어놓았던 천을 들치며 말했다.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점검 좀 해봐야겠어.”


그가 지프 본넷을 들어 엔진을 살피기 시작하자 예원이 투덜댔다.


“거참 도망가는 상황에 여유로우시네요.”

“나 혼자였으면 바로 도망갔을 거야. 하지만 지금은 날 필요로 하는 당신들이 있으니까.”


예원은 박사가 엔진을 점검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태민을 보면서 손가락 3개를 펼쳤다. 3분만 자리를 비우겠다는 뜻이었다. 태민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으로 걸어갔다.


태민은 두 사람이 각자 일에 매진하는 동안 BPR을 손에 들고 주변을 살폈다. 북서쪽이란 걸 상기하면서 연구소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었던 집이 있던 방향을 바라보던 때였다.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또 다른 집에서 반군 두 명이 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대화를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태민과 눈이 마주쳤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태민은 예원에게 도움을 요청할 시간이 없으며 상대를 이대로 보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팔을 자동적으로 올라오면서 어깨에 개머리판을 견착하고 조준경 안을 바라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리엔이 적을 조준점을 교정해주었다. 태민은 리엔의 녹색 조준점으로 적색 조준점을 옮긴 후 방아쇠를 당겼다. 처음 목표가 쓰러지는 것을 확인하지 않고 곧바로 다음 목표로 조준점을 옮겨 방아쇠를 당겼다. 상대가 소총에 손을 가져가기도 전이었다. 두 발의 총성이 교차하듯 들리고 반군들이 거의 동시에 쓰러졌다.


총소리를 들은 예원이 급히 전화를 끊으며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반군이 집을 조사하고 있었어요. 전 그냥 넘어가고 싶었는데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총소리가 났으니 다른 놈들이 있다면 금방 모여들 거야. 서두르자.” 예원은 차고로 고개를 돌렸다. “박사님! 꾸물거릴 시간 없어요! 지금 당장 가야 해요!”

“알았어!”


호프스태더 박사가 곧장 지프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예원과 태민은 초원에서 다른 반군의 모습이 보이는지 확인하다가 박사가 끌고 나온 지프에 올라탔다.


지프는 곧장 서쪽 다리를 향해 달렸다. 그곳에는 이미 두 대의 지프와 일곱 명의 반군이 지키고 있었다. 보조석에 앉아있던 예원이 권총을 꺼내 들며 말했다.


“태민이 왼쪽. 나는 오른쪽.”

“예.”

“그리고 박사님은 절대 속도를 늦추지 마세요.”


그 말에 호프스태더 박사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뭐? 저거 안 보여? 차로 다리를 막고 있잖아!”

“지금부터 뚫을 거예요. 태민아 공격해!”


신호가 떨어지자 두 사람은 창 밖으로 몸을 내밀고 반군을 향해 총을 쐈다. 왼쪽과 오른쪽에서 거의 동시에 2명씩 쓰러지고 살아남은 적들은 주변의 나무와 지프 뒤로 몸을 숨겼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예원은 권총을 집어넣고 손에 BPR을 들면서 탄창을 갈아 끼웠다.


잠시 후, 다리 위에서 큰 폭발이 일어났다. 반군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다음 폭발이 연거푸 일어나면서 다리 위에 있던 반군들과 지프가 공중에 떠서 날아갔다.


예원이 창 밖으로 내밀었던 몸을 다시 넣으면서 소리쳤다.


“곧바로 가요!”

“알았어! 알았다고!”


호프스태더 박사는 이를 악물고 아직 사라지지 않은 불길을 향해 액셀을 밟았다. 지프가 불길 속을 지나갈 때 그는 거의 눈을 감고 있었다. 연기 때문에 앞을 보기 힘들고 숨쉬기가 힘들었지만 액셀을 밟은 발에서 힘을 빼지 않았다. 다음순간 지프는 불길을 뚫고 나와 다리 위를 달리고 있었다.

박사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도 당했지만 정말 어이없는 무기구만.”

“안심하지 말고 최고 속도로 달리세요. 곧 적들이 몰려올 거예요.”

“내가 보기엔 자네들이 일을 더 키우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탈출상 일어나는 절차 중 하나일 뿐이죠.” 예원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긱. 아직 도착하려면 멀었어? 응. 으응. 알았어. 끊어.”


긱이란 이름을 들은 태민이 뒷자리에서 말했다.


“긱이 이곳에 오고 있는 거예요?”

“응. 5분만 있으면 올 거야. 그러니까… 으앗! 박사님. 운전 좀 제대로 하세요!”


예원의 불평에 박사도 불평으로 받아쳤다.


“땅이 온통 진흙탕인 걸 나보고 어쩌라고!”

“사방이 평평한 땅인데 그거 하나 못 피하나요?”

“지금 이 차의 최고 속도로 달리고 있는 걸 잊어먹는 거야?”


두 사람이 옥신각신 싸우고 있는 동안 태민은 잠시 고글을 벗어 머리 위에 올리고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왠지 긴장감이 풀어져 몸이 나른해졌다. 아직 탈출 중이란 걸 상기하면서 정신을 차리려고 했지만 눈꺼풀이 내려오는 걸 막을 수 없었다. 눈이 막 감기기 바로 직전, 무언가가 옆 창문을 스치고 지나가더니 운전석 바로 옆의 사이드미러에 명중했다. 잠은 순식간에 달아났다.


“우왓! 벌써 쫓아왔네!”


예원이 소리치며 보조석 창문으로 몸을 내밀었다. 태민도 정신을 차리고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어 뒤따라오고 있는 적들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그 순간 얼마 전에 리엔이 말해준 정보 중 하나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라보라의 병력이 천에 가깝다던 말이었다.


그건 거짓이 아니었던 것 같았다. 수십 혹은 수백 대의 자동차가 지평선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서 반군들이 허공에 총을 쏴댔다.


태민이 그들의 수에 압도되어 몸이 굳어버리는데 적들 사이에서 폭발이 피어올랐다. 예원이 LN탄환으로 대응사격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태민의 손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몇 번의 폭발이 일어나고 자동차가 폭발에 휘말려 공중을 날아다녔지만 적의 진영에 구멍은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공격을 아무리 퍼부어도 전혀 줄지 않는 숫자에 공포가 일어날 지경이었다.


그러던 중 태민은 귀를 의심했다. 자동차 엔진음 사이에 성질이 다른 우렁찬 소리가 섞여 있었다. 생각나는 것이 있어 고개를 들었더니 날개를 단 철 덩어리가 그곳에 있었다.


예원이 수송기가 오는 것을 보고 사격을 멈추고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 재빨리 이어폰을 연결해 귀에 꽂은 다음 소리쳤다.


“긱! 거기에 무장 없어? …… 아유! 도움이 안 된다니까! 아무리 수송기라도 기관총 정도는 장착하라고! …… 지금 우리 쫓아오는 놈들 보이지? 그래그래. 거기 중심에 폭탄 하나 떨구고 싶은 심정은 이해하는데 지금은 우릴 먼저 구해 줘! …… 낮게 깔고 와! 알았지?”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높은 곳에 떠 있던 수송기가 갑자기 눈에 띌 정도로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태민은 예원이 무슨 요구를 했는지 이해함과 동시에 굳었던 손이 움직이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수를 앞세우고 쫓아오는 반군이 아니라 자신에게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예원임을 확인했다.


수송기는 고도를 계속 낮추면서 반군들의 진영 한가운데로 날아들었다. 태양을 가리면서 화려하게 등장한 수송기가 손을 들어 올리면 바로 닿을 곳 같은 높이에서 날고 있자 반군들은 깜짝 놀라며 자동차 브레이크를 밟아댔다. 반군들의 진영에서 고함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갑자기 정지한 차들 때문에 진영이 엉키기 시작했고, 많은 곳에서 자기들끼리 부딪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몇몇 반군이 수송기를 향해 총을 쐈지만 명중한 것은 몇 발 되지 않았다.


수송기가 고도를 유지하면서 일행이 탄 지프 쪽으로 접근할 때 예원이 이어폰에 대고 외쳤다.


“긱! 속도 줄일 준비해! …… 역추진을 하든 에어브레이크를 쓰든 그건 네가 알아서 하고! 적당하다 싶으면 내가 신호할게!”


수송기가 일행의 머리 위를 지나더니 천천히 속도를 줄이면서 지면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퀴는 내려오지 않았다. 태민은 그 쪽은 예원에게 맡기기로 하고 뒤에서 쫓아오고 있는 반군들을 향해 총을 쐈다. 수송기 덕분에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많은 수가 일행을 쫓아오는 중이었다.


“좋아. 긱! 이제 조금만 …… 야! 어디가!”


예원의 화가 난 외침에 태민은 차 안으로 돌아왔다. 무슨 일인고 하니, 수송기가 다시 고도를 높여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태민은 점점 떠오르는 수송기를 보며 깊은 배신감을 느꼈고 동시에 예원이 화가 난 이유를 이해했다.


예원이 눈을 부릅뜨며 이어폰에 대고 소리쳤다.


“지금 이게 뭐 하자는 거야? 뭐? 언덕? 제길…!”


태민은 고개를 내밀어 앞을 살펴봤다. 정말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맨땅에서 갑자기 튀어 오른 언덕이 있었다. 방금 전까지 심장을 불태우던 배신감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예원의 통화는 계속됐다.


“긱! 다시 내려와! 뭐? …… 알았어. 대신 실패하면 가만 안 둘 거야.”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이어폰을 귀에서 뽑아내더니 박사를 보았다. “박사님. 이 앞으로 쭉 달리다 보면 절벽이 나올 거예요. 팔루치아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골짜기에서 이어지는 절벽인 것 같은데 절벽이 나오더라도 멈추지 말고 계속 달리세요.”

호프스태더 박사는 이마에 주름을 진하게 잡으며 소리쳤다.

“뭔가 그게! 알아서 모시겠다더니 이제는 그냥 다 같이 죽자 이건가?”

“거참 답답하시네. 제가 통화하는 거 들었잖아요! 제 동료들이 그렇게 하라고 하니까 그냥 닥치고 하세요! 그리고 태민아!” 예원은 탄창을 하나 꺼내 태민에게 건넸다. “마지막 탄창이야. 절벽까지만 버티자.”


하지만 태민은 탄창을 바로 갈아 끼우지 않았다.


“이걸 제가 써도 되나요?”

“안 될 건 또 뭐야?”


그 순간 총알 하나가 뒷유리창을 통과해 앞 유리창을 깨면서 지나갔다. 예원이 눈썹을 세우며 창 밖으로 몸을 내밀어 적들을 향해 총알을 날렸다. 폭발음이 일정하게 혹은 겹쳐서 들렸다.


태민은 LN탄환이 들어있는 탄창을 손에 들고 바라보다가 결심을 굳히고 갈아 끼웠다. 반군은 숫자가 줄어들었다곤 해도 여전히 많았다. 태민은 BPR의 조정간을 단발로 맞추고 예원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반군들을 향해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반동이 어깨에 느껴지면서 조준한 곳에서 폭발이 피어올랐다. 태민은 잠시 동안 폭발을 쳐다보면서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총알이 얼굴 근처를 지나가면서 날카로운 소리를 내자 다시 정신을 차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호프스태더 박사의 얼굴은 주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입으로는 지금 벌어지는 있는 일에 대해 사정없이 욕을 중얼거리면서도 눈으로는 어딘가에 있을 절벽을 찾느라 열심이었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 이런 추격전이 일어난 것에 굉장히 기뻐하고 있었다. 그래서 액셀을 밟고 있는 오른 다리가 너무 힘을 줘서 뼛속까지 아픈데도 아무 불평을 하지 않았다. 절벽으로 뛰어내려야 한다는 것에는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다. 그는 그 부분에 대해 계속 생각하다가 곧 얼굴을 주름을 펴면서 미소를 지었다. 생각해보니 인생의 끝이 추락이 되어도 나쁘지 않았던 것이다.

예원은 LN탄환이 모두 떨어지자 일반 탄창으로 바꾸면서 하늘을 올려봤다. 수송기의 모습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자 그녀는 불안해졌다.


“보인다!”


박사의 외침에 예원은 유리창에 얼굴을 갖다 댔다. 멀지 않은 곳에서 땅이 갑자기 사라지고 푸른 하늘밖에 보이지 않는 절벽이 있었다. 그곳에는 사람이나 차가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걸 방지하는 보호물 따위는 없었다.

예원은 눈을 감고 결심을 굳힌 다음 다시 눈을 떴다. 그리고 아직 반군을 향해 사격하고 있던 태민을 향해 소리쳤다.


“태민아! 절벽에 다 왔어! 준비해!”


태민은 마지막 LN탄환을 반군에게 쏘고 폭발을 확인했다. 반군들은 동료가 폭발에 다치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몰려왔고, 이제는 일행과의 거리가 그렇게 멀지도 않았다. 태민은 이를 악물고 차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일행의 지프가 절벽에 가까워지자 수송기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왼편에서 나타났다. 절벽 높이와 거의 일직선으로 날아오던 수송기는 일행이 탄 지프가 있는 곳에 가까워지자 천천히 기체를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회전속도가 너무 느렸다.


예원은 급히 이어폰을 귀에 끼고 말했다.


“긱! 도는 속도가 너무 느려! …… 아니 아니 우린 못 멈춰! 놈들이 바로 뒤까지 따라왔다고! 최대한 빨리 돌려!”


수송기의 회전속도는 좀 더 빨라졌지만 아무리 좋게 봐줘도 타이밍에 맞출 정도는 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속도를 줄이자니 공중에 떠 있는 수송기에 닿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더 이상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수송기가 뒷문을 내렸다. 호프스태더 박사가 어떡하냐는 표정으로 쳐다봤지만 예원은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었다.


바로 그 순간, 수송기가 갑자기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기체가 돌아갔다. 지프 하나쯤은 넉넉하게 들어가는 수송기 내부가 잘 깔린 도로처럼 일행 앞에 펼쳐졌다.


호프스태더 박사는 예원의 말을 들을 필요도 없이 액셀을 밟은 다리에 힘을 줬다. 다리뼈가 부서질 것 같은 아픔이 다리를 타고 올라왔지만 그는 참아냈다. 지프는 절벽을 날아올라 수송기 뒷문에 무사히 안착한 뒤에도 바퀴를 사납게 굴리며 조종실을 향해 달려갔다.


“박사님! 브레이크! 브레이크!”


예원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우오오!”


지프는 조종실 문에 충돌하기 바로 직전에 간신히 멈췄다. 수송기 뒷문이 닫히고 내부의 전등이 켜졌다. 수송기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밖에서 총알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뿐이었다. 잠시 후, 총알 소리는 들리지도 않게 되었다.


굳어버린 오른발을 간신히 들어 올려 브레이크를 밟은 호프스태더 박사는 의자 위에 몸을 축 늘어뜨리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 중얼거렸다.


“죽을 뻔했다….”


마찬가지로 숨을 돌린 예원이 뒷좌석의 태민을 보면서 말했다.


“태민아 괜찮니?”

“예…. 좀 힘들긴 했지만, 괜찮아요.”

“그래. 그럼 긱을 보러 가자. 그리고 박사님은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어디 도망갈 생각은 하지 마시고요. 아, 도망갈 곳도 없구나.”


박사는 힘없이 웃으며 손을 들어 올리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예원은 지프에서 내려 태민을 기다렸다가 조종실 문을 옆으로 열었다. 널찍한 조종실에서 훤한 대머리에 선글라스를 낀 긱이 미리 음료수를 손에 들고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예원과 태민을 보자마자 이가 보일 정도로 크게 웃으면서 음료수 캔을 각각 하나씩 던져주면서 말했다.


“둘 다 오랜만이야.”


그의 말에 예원이 대답했다.


“자리에 앉아있지 않아도 돼?”

“자동 조종으로 바꿔놨어. 가만히 놔두면 알아서 안전한 곳으로 갈 거야.”

“그래 다행이다. 아참, 아까 전에 잘했어. 난 잘못돼서 비행기에 부딪히는 줄 알았네.”


그 말에 긱이 자신의 대머리를 손가락 끝으로 긁었다.


“그게 말인데. 사실은 나도 실패할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게 무슨 말이야?”

“나도 너희들이 탄 차가 그냥 옆구리에 부딪힐 거라고 생각했다 이 말이지.”

“하지만 성공했잖아. 네가 한 거 아니야?”

“아니야. 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에 시스템이 자기 멋대로 움직이더니 기체가 홱하고 돌더라니까.”


긱은 손으로 허리를 잡으며 자신이 당했던 일이 얼마나 어이가 없는지를 표현했다. 예원은 그의 선글라스가 내뿜는 보이지 않는 광선을 피해 눈동자를 옆으로 굴리면서 말했다.


“혹시 내부에 저장되어 있는 비상 프로그램이나 그런 거 아니야?”

“글쎄. 우리 회사가 워낙 그런 쪽에 관심이 많으니 가능성은 있긴 한데. 어? 그런데 태민은 어디 갔어?”

“여기 있어요.” 태민은 조종실로 들어오면서 문을 닫았다. “저희만 마시긴 불편해서 박사님한테도 음료수 주고 왔어요.”

“닥터 호프스태더?”


긱이 선글라스를 눈 밑으로 살짝 내리며 묻자 태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긱은 팔짱을 끼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조종실 의자로 돌아가면서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래. 어찌 됐든 결과가 좋으니까 괜찮겠지.”


태민은 긱이 탐탁지 않다는 듯한 행동과 말을 하는 이유를 몰랐기 때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예원을 쳐다봤다. 하지만 그녀는 이유를 말해주는 대신 자신의 왼쪽 귓볼을 손가락으로 가리킬 뿐이었다. 태민은 그 행동이 리엔을 가리키는 건 눈치챘지만 그 이상은 알지 못했다.


조종석에서 복잡한 조종장치를 만지면서 긱이 물었다.


“언제 호프스태더 박사를 심문할 거야?”


예원은 팔을 높이 들어 기지개를 켜고 답했다.


“지금은 피곤하니까 조금 쉬고, 있다 저녁 먹을 때 하지 뭐.”

“그래. 너답다.”

“그래. 나답지.”

“아, 그리고 태민.”


예원을 따라 조종실을 나가려던 태민이 걸음을 멈추자 긱이 조종석에서 몸을 돌리면서 말했다.


“몇 달 안 지났는데도 영어 많이 늘었네. 고생 좀 했을 것 같은데?”

“하하…. 예.” 태민은 수송칸을 힐끗 바라봤다. “선생님이 굉장히 무서웠거든요.”



작가의말

9장 [닥터 호프스태더] 완료

10장 [공격 전] 이 이어집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민간군사기업 블랙 레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8 13장 [CS-03] -04- +9 13.09.19 4,237 103 20쪽
67 13장 [CS-03] -03- +7 13.09.17 5,541 128 12쪽
66 13장 [CS-03] -02- +8 13.09.14 4,629 131 16쪽
65 13장 [CS-03] -01- +6 13.09.12 5,111 106 13쪽
64 12장 [재결합] -07- +5 13.09.10 5,131 115 19쪽
63 12장 [재결합] -06- +6 13.09.07 6,877 97 19쪽
62 12장 [재결합] -05- +6 13.09.05 3,852 97 19쪽
61 12장 [재결합] -04- +5 13.09.03 3,625 99 15쪽
60 12장 [재결합] -03- +3 13.08.31 3,937 91 13쪽
59 12장 [재결합] -02- +5 13.08.29 4,115 110 14쪽
58 12장 [재결합] -01- +5 13.08.27 4,347 115 13쪽
57 11장 [First Strike] -03- +9 13.08.24 5,242 122 12쪽
56 11장 [First Strike] -02- +5 13.08.22 5,012 130 19쪽
55 11장 [First Strike] -01- +6 13.08.20 4,295 128 15쪽
54 10장 [공격 전] -03- +3 13.08.17 5,119 125 16쪽
53 10장 [공격 전] -02- +4 13.08.15 4,340 119 14쪽
52 10장 [공격 전] -01- +8 13.08.13 5,247 122 14쪽
» 9장 [닥터 호프스태더] -07- +5 13.08.10 4,468 135 18쪽
50 9장 [닥터 호프스태더] -06- +7 13.08.08 4,336 128 15쪽
49 9장 [닥터 호프스태더] -05- +4 13.08.06 5,351 135 17쪽
48 9장 [닥터 호프스태더] -04- +5 13.08.03 4,839 135 15쪽
47 9장 [닥터 호프스태더] -03- +3 13.08.01 4,559 127 11쪽
46 9장 [닥터 호프스태더] -02- +4 13.07.30 4,807 126 9쪽
45 9장 [닥터 호프스태더] -01- +4 13.07.27 6,841 126 13쪽
44 8장 [선행이 이루어지는 순간] -03- +8 13.07.25 4,589 142 13쪽
43 8장 [선행이 이루어지는 순간] -02- +7 13.07.23 5,134 139 12쪽
42 8장 [선행이 이루어지는 순간] -01- +5 13.07.20 5,101 129 12쪽
41 7장 [비록 신을 믿진 않지만] -09- +5 13.07.18 5,039 150 9쪽
40 7장 [비록 신을 믿진 않지만] -08- +7 13.07.16 5,127 138 8쪽
39 7장 [비록 신을 믿진 않지만] -07- +7 13.07.13 5,679 14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