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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윤후

괴물이 우는 소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이윤후
작품등록일 :
2012.11.02 18:29
최근연재일 :
2012.11.02 18:29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41,634
추천수 :
393
글자수 :
202,939

작성
12.08.15 11:29
조회
1,066
추천
13
글자
7쪽

괴물이 우는 소리: 일 장 - 대면(04)

DUMMY

헬기가 공중에 떠올라 남동쪽으로 향했다. 임길수는 곁눈질로 두 젊은이와 딸의 상태를 확인했다. 희민은 별문제 없어 보였다.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잘 다스리고 있었다. 대신 문호는 조금 들떠 있었다. 무엇 일이든 척척 처리하는 부모와 항상 함께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꼭 소풍 나가는 아이같이 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딸 아영은 소풍 나가는 아이 그 자체였다. 헬기가 뭐가 그리 재밌는지 연신 밖을 내다보면서 소리를 질러댔다.


진이 가리킨 곳에 도착하자 최수호가 박 기사에게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이진이 문을 열고 주변을 살폈다. 도시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있는 큰 강이었다. 희민과 문호도 이곳이 어딘지 알고 있었다. 여름이면 피서객들이 자주 찾는 강이었다.


“좋아. 내리자.”


임길수와 문호가 온 힘을 다하듯 땅에 내려와 사방으로 흙을 뿌렸지만 이진을 비롯한 여자 세 명은 풀밭 위로 조용하게 착지했다. 그중에서도 아영은 뽐내듯이 나무 꼭대기 위에 사뿐히 내려왔다가 풀밭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모두 안전하게 땅에 내려간 걸 확인한 최수호가 마지막으로 내려왔다.


박 기사가 모는 소방 헬기는 도시 방향으로 날아갔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인공적인 불빛은 없었지만 환하게 뜬 보름달 덕분에 어둠은 문제 되지 않았다. 이제 수색을 시작할 때였다.


일행은 어른과 젊은이들끼리 각각 나뉘어서 강을 따라 움직였다. 진은 이 근처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아직은 목표의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했다. 신중하게 30년 전에 나타났던 괴물과 같을지도 모르는 목표물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문호 씨.”


젊은이들 중 제일 앞에 서 있던 희민이 무릎 높이까지 자란 풀을 밟으며 말했다.


“예. 왜 그러세요?”

“어떻게 이번 점이 30년 전 괴물 사건 때와 비슷하다고 알았어요? 점을 친 건 문호씬데 그때는 태어나지도 않았잖아요.”

“아, 그건요. 제가 점을 치고 난 후에 어머니께서 다시 확인차 점을 쳐보셨거든요.”

“그래요? 그런데 그걸 꼭 다시 확인해야 하는 거예요? 점 친 결과가 나올 때 느꼈던 걸 말하면 되잖아요.”

“하하. 예, 그렇긴 한데…”

“그건 언니가 잘 몰라서 하는 말이야.”


맨 뒤에 있던 아영이 어느새 두 사람 사이에 끼어 있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희민은 몸을 돌려 뒤로 걸으면서 물었다.


“점이란 건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그런 게 아니란 거야.”

“하지만 진은 어딘지 딱 가르쳐주잖아. 오늘도 그렇고.”

“진이야 원래 그런 목적으로 설계하는 거니까 그래. 점으로 나오는 결과는 그러니까… 으음… 그러니까 뭔가… 아, 아무튼 말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그냥 아는 거야. 그치, 문호 오빠?”

“어? 아, 응. 그 느낌을 뭐라고 해야 하나. 우리가 다른 사람의 기운을 느끼는 것과 비슷하긴 한데 또 미묘하게 달라요. 적당한 단어가… 야리꾸리?”


그 말을 들은 두 여자는 동시에 큰 충격을 받고 모멸과 멸시와 모욕과 수치를 얼굴에 떠올렸다. 당황한 문호가 뭐라 변명을 해보려 했지만 두 여자는 이미 빠른 걸음으로 멀어지고 있었다.

젊은이들의 모습을 강 건너에서 보고 있던 임길수가 옆에서 풀숲을 뒤적이고 있던 최수호에게 말을 걸었다.


“역시 문호와 아영이는 데려오지 말 걸 그랬어.”

“왜 그래? 뭐 사고라고 쳤어?”


최수호는 근처 풀숲에서 몸을 빼며 물었다.


“사고는 무슨. 너도 알고 있잖아. 아직 준비가 제대로 안 됐다는 거.”

“준비 다 될 때까지 기다리다간 죽을 때까지 아무것도 못한다.”

“우리도 지금 생각하면 준비 다하고 일에 뛰어들진 않았잖아.”


이진도 남편을 거들었다.


“에휴. 그래. 내 생각이 잘못됐길 빌겠다.”


한숨을 쉬는 임길수의 눈에 필사적으로 뭔가를 해명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문호가 들어왔다. 하지만 그게 영 별로였는지 희민은 그냥 무시해버렸고 아영은 두 손으로 허리를 잡고 거만한 듯이 뭐라 뭐라 야단을 쳤다. 임길수의 눈에 그 세 명 중 항상 주위를 경계하고 있는 건 희민 뿐이었다.


“정말 내 생각이 잘못됐길 빌겠다.”


임길수가 재차 강조했다.

느껴질 듯 말 듯한 이상한 기운 때문에 희민은 신경이 날카로웠다. 이곳 어딘가에 있는 그것은 숨소리까지 죽이면서 자신을 숨기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예측할 수 있는 건 두 가지였다. 일행이 이곳에 도착하기 전부터 몸을 숨기고 있었거나 일행을 발견한 뒤 몸을 숨긴 것이다. 희민은 일행을 발견해 몸을 숨겼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다.


“저기 언니.”


아영이 달빛에 반사되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던 희민을 불렀다.


“왜 그래?”

“아까 전에 했던 말 때문에 그런데, 언니는 한 번도 점쳐본 적 없어?”

“응.” 희민은 망설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의외다.”

“뭐가?”

“언니는 뭐든지 잘하는 줄 알았거든.”


아무런 준비도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들은 아영의 평가는 희민의 마음을 아주 잠깐이지만 흔들리게 했다.


“하지만 길수 어르신이나 수호 어르신도 점은 치지 않으시잖아.”


희민은 자기도 모르게 변명하듯 그렇게 말했다.


“그건 그렇지만 내가 아빠한테 듣기론 아빠는 점이 제대로 맞지 않아서 포기했다고 했거든. 그런데 언니는 한 번도 안 해봤다는 거 아니야.”

“아니야. 나도 예전에 몇 번 시도했었어.”

“그래? 너무 오래전이라서 느낌을 잊어버렸던 거야?”

“아마 그런 것 같아.”


아영은 명쾌하지 않은 설명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자기 아버지가 그렇듯이 오래 매달리지 않고 그냥 넘어가 버렸다. 하지만 희민은 방금 대화 때문에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어린 그녀는 할아버지 앞에서 몇 번이나 염주 알로 점을 치는 걸 시도했지만 점은커녕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었다.


“난 아예 시도도 못 했었는걸.”


희민은 아무도 듣지 못할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수색은 아무런 단서 없이 시간만 흘렀다. 모두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때, 무언가가 물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일행은 소리가 난 곳으로 몸을 날리듯 뛰어갔다.


그것은 아주 재빨랐고, 강변을 따라 상류 쪽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뿜어내는 기운은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이질감이 느껴졌다.


뒤를 쫓은 일행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목표의 모습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멧돼지 크기의 괴물의 몸은 갈색이었고 가오리처럼 넓게 퍼진 등은 한눈에 보기에도 단단해 보였다. 두 발로 물을 헤치며 달리고 있었는데 몸 윗부분에 기묘하게 생긴 작은 두 팔이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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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괴물이 우는 소리: 일 장 - 대면(02) 12.08.13 1,550 1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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