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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사르카 님의 서재입니다.

W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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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엘사르카
작품등록일 :
2020.05.08 22:18
최근연재일 :
2022.05.02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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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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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잉태' 1.1

DUMMY

수업은 오 분 전에 막을 내렸고, 내게 든 유일한 생각은 ‘점심휴식 한 시간은 너무 길어’였다.


학기 초부터 나는 글래들리 선생님의 세계시사 수업 시간 중 망토에 대한 토의를 시작할 부분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그 시간이 오자 나는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볼펜을 손에서 손으로 옮기며 탁자를 두드리거나 책 한 구석에 낙서를 하고 있었다. 내 시선도 산만해 글래들리 선생님과 문 위쪽에 놓은 시계 사이를 왕복하고 있었다. 나는 수업을 따라갈 만큼 집중하고 있지 않았다. 11시 40분, 수업 종료까지 5분이 남아있었다.


그는 확실히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내용에 열정을 가진 듯 활기가 넘쳤고, 평소와는 달리 모처럼 학생들도 듣고 있었다. 글래들리는 자기 학생들과 친구처럼 지내려 드는 부류의 선생님이었다. 자신을 글래들리 선생님(Mr. Gladly)보다는 ‘Mr. G'라고 불러주길 원했고, 수업을 일찍 끝내고 인기 있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했으며, 수업 중에 학생들이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조별 활동도 많이 하고, 모의재판 같은 ’재밌는‘ 과제들도 내주었다.


내가 볼 때 그는 마치 선생이 된 ‘인싸’ 같았다. 아마 그는 자신이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든다고 생각할 것이다. 내가 거기에 반박한다면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그의 자기 이미지가 깨질까, 아니면 말 한 마디 안하는 우울한 여자애의 이례적인 의견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길까?


나는 어깨 너머를 돌아보았다. 매디슨 클레멘츠가 두 자리 왼쪽, 두 자리 뒤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내가 쳐다보는 것을 알고 히죽 웃고 눈가를 좁혔고, 나는 시선을 내 공책으로 낮췄다. 나는 배 언저리에서 졸여지는 듯한 불쾌한 긴장감을 무시하려 애썼다. 나는 시계를 올려다봤다. 11시 43분.


“이쯤에서 마무리하자.” 글래들리 선생은 말했다. “미안, 얘들아, 주말에 숙제가 있어. 월요일까지 망토들에 대해 조사해 보고, 그들이 네 주위의 세상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것. 리스트를 미리 만들어도 되지만 필수는 아니고, 월요일이 되면 4인 1조로 어떤 조가 제일 훌륭한 리스트가 있나 보자. 이긴 조한테는 자판기에서 간식 사줄게.”


여러 환호가 있었고, 그 후 교실은 시끄러운 혼돈에 삼켜졌다. 교실을 책과 공책이 닫히는 소리와 싸구려 바닥에 의자가 긁히는 소리와 시작되는 잡담들의 둔탁한 울림이 가득 채웠다. 사회성이 좋은 아이들 몇몇은 글래들리 선생님 곁에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나? 나는 책을 치우고 조용히 있었다. 필기는 거의 하지 않았지만, 대신 공책 여기저기에 낙서가 널려 있었고 여백에는 마치 폭탄의 타이머를 세듯이 점심시간까지의 시간을 기록해둔 숫자들이 정렬되어 있었다.


매디슨은 자기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녀는 인기가 있었지만 TV에 나오는 전형적인 인기 있는 여자애처럼 화려하게 아름답지는 않았다. 대신 그녀는 작은 체구와 사랑스러운 매력을 뽐냈다. 그녀는 그 이미지를 활용하기 위해 어깨 길이의 갈색 머리에 밝은 하늘색 핀을 꽂고 애교 넘치는 태도를 유지했다. 매디슨은 끈 없는 튜브 톱에 데님 스커트를 입었는데, 아직 아침에 입김이 보일 정도의 이른 봄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내가 보기엔 정말 멍청한 짓이었다.


나도 그녀를 비난할 입장은 되지 않았다. 그녀는 친구도 있고 남자애들도 그녀를 꽤 좋아했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여성적인 요소는 길게 자란 검은 곱슬머리였다. 내 옷들은 맨살을 드러내지 않았고, 난 깃털을 뽐내는 새처럼 밝은 옷을 입고 다니지도 않았다.


아마 남자애들이 매디슨을 좋아하는 이유는 매력이 있으면서도 거리감이 적어서일 것이다.


잘못 알고 있는 거지.


종이 경쾌하게 울렸고 나는 가장 먼저 문을 나섰다. 뛰진 않았지만, 적당히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타고 3층으로 올라 여자 화장실로 향했다.


거기에는 이미 대여섯 명의 여자애들이 있어서, 칸이 열리길 기다려야 했다. 나는 긴장을 느끼며 화장실 문을 지켜보았다. 누군가가 들어올 때마다 심장이 덜컹거렸다.


빈 칸이 생기자마자 나는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나는 벽에 몸을 기대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안도감은 아니었다. 안도감은 기분이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그저 덜 불편했을 뿐이다.


화장실에서 다른 이들의 소리가 사라지기까지는 대략 오 분 정도가 걸렸다. 칸막이 아래를 슬쩍 보자 다른 칸에도 사람이 없는 것이 보였다. 나는 닫힌 변기 덮개 위에 앉아 종이봉투에 든 도시락을 꺼내 먹기 시작했다.


화장실에서의 식사는 이제 일과의 일부분이었다. 학교에 가는 매일 나는 점심을 다 먹으면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숙제를 하거나 책을 읽고는 했다. 내 가방에 들어 있는 책 중 아직 다 읽지 않은 유일한 책은 ‘삼대장’이라는 책으로, 현재 보호국을 이끄는 세 명의 구성원에 대한 전기였다. 나는 글래들리 선생님의 과제에 최대한 시간을 투자한 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리라고 마음먹었다. 책이 별로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전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내용이 전부 지어내진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했다.


내 계획은 그랬지만, 나에게는 도시락의 피타 렙을 다 먹을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화장실 문이 큰 소리를 내며 열렸다. 나는 얼어붙었다. 나는 종이봉투를 부스럭거림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몸을 가만히 하고 귀를 곤두세웠다.


목소리는 알아볼 수 없었다. 대화의 소리는 깔깔거리는 웃음소리와 세면대의 물소리로 가려져 있었다. 칸의 문에 노크가 있어 나는 펄쩍 뛰었다. 나는 무시했지만 밖의 사람은 다시 노크했다.


“사람 있어요,” 나는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와, 테일러야!” 밖의 여자애들 중 하나가 신나서 내뱉었다. 그리고 다른 여자애가 뒤이어 말한 어떤 말에 대한 대답으로 그녀가 “그래, 해!”라고 추가로 말하는 것도 간신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나는 바로 일어서서 점심 마지막 한 입이 들어있는 종이봉투를 타일 바닥에 떨어뜨리고 문으로 달려가 자물쇠를 열고 밀었다. 문은 움직이지 않았다.


내 양 옆 칸으로부터 소리가 들렸고, 뒤이어 내 위에서 소리가 들렸다. 무엇인지 보기 위해 눈을 들자 얼굴에 무언가가 끼얹어졌다. 눈이 타는 듯이 화끈거리기 시작했고 나는 눈에 들어간 따가운 액체와 안경의 흐릿함 때문에 앞을 볼 수 없었다. 그것이 코와 입을 타고 흐르자 맛이 느껴졌다. 크랜베리 주스.


그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나는 안경을 벗자마자 매디슨과 소피아가 플라스틱 병을 손에 들고 칸 위로 몸을 기울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이 내용물을 내 위로 쏟기 전에 손을 들어 머리를 가렸다.


그것은 내 목 뒤로 흘러 옷을 적시고 머리카락 위로 흐르면서 탄산으로 끓어올랐다. 나는 다시 문을 밀었지만 문 밖의 여자애가 몸으로 막고 있었다.


나한테 주스와 소다를 쏟는 애들이 매디슨과 소피아라면, 문 반대쪽의 여자애는 삼인방의 리더인 엠마일 터였다. 그 깨달음에 머리에 피가 도는 걸 느끼며 나는 무게를 실어 문을 거칠게 밀쳤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내 신발은 바닥에 고인 주스 때문에 마찰력을 잃었다. 나는 고여서 웅덩이를 이룬 주스에 넘어져 무릎을 꿇었다.


포도와 크랜베리 주스 라벨이 붙어있는 빈 플라스틱 병이 내 주위에 떨어졌다. 오렌지 탄산음료 병이 내 어깨에 부딪혀 바닥을 굴러 옆 칸으로 넘어갔다. 과일 음료의 불쾌한 단내가 났다.


문이 열리고 나는 세 여자애들을 노려봤다. 매디슨, 소피아, 엠마. 매디슨은 성장기가 늦게 온 듯 귀여운 외모였지만, 소피아와 엠마는 ‘프롬퀸’의 이미지에 걸맞는 여자애들이었다. 피부색이 어두운 소피아는 학교 육상부에서 만든 날씬하고 활동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었고, 붉은 머리의 엠마는 남자들이 원하는 모든 곡선을 갖추고 있었다. 엠마는 주변 백화점에서 내보내는 카탈로그의 아마추어 모델로 가끔 활동할 정도로 예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 세 명은 이 상황이 세상에서 가장 웃기는 일이라도 되는 양 웃고 있었지만, 그들의 소리를 나는 거의 인식하지 않았다. 내 의식은 귀에서 울리는 희미한 맥박과 귀를 가려도 사그라들지 않는 폭급하고 불길한 ‘소리’에 집중되어 있었다. 나는 자판기에서 식혀진 차가운 액체 줄기가 팔과 등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나는 침묵을 지켰다. 그들이 나를 괴롭힐 때 쓸 탄약이 되지 않을 말을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변기 위에서 가방을 줍기 위해 조심스레 일어서 그들에게 등을 돌렸다. 내 가방의 모습은 나를 멈칫하게 했다. 예전에는 카키 녹색이었지만 지금은 포도 주스 때문에 보라색 얼룩으로 뒤덮여 있었다. 어깨에 가방끈을 메고 다시 뒤로 돌자 그 애들은 그 자리에 없었다. 나는 화장실 문이 쾅 닫히며 그들의 신난 목소리가 끊기는 것을 들었다. 나는 푹 젖은 채로 화장실에 홀로 서 있었다.


나는 세면대에 다가가 그 위에 못박혀 있는 긁히고 얼룩진 거울을 바라보았다. 내 얇은 입술과 크고 표정이 풍부한 입은 엄마로부터 물려받았지만, 내 큰 눈과 흐느적거리는 체형은 아빠를 닮아 보이게 했다. 내 검은 머리는 젖어서 두피와 목, 어깨에 달라붙어 있었다. 나는 갈색 후드 점퍼를 녹색 티셔츠 위에 입고 있었지만 보라색, 빨간색, 주황색 얼룩들이 둘 모두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내 안경은 색색의 방울들이 맺혀 있었다. 물방울 하나가 코끝에서 떨어져 세면대에 떨어졌다.


나는 벽에 걸린 페이퍼타올을 뽑아 안경을 닦고 다시 썼다. 남아 있는 가로지르는 자국들 때문에 전보다 더 보기 힘들어진 듯 했다.


심호흡하는거야, 테일러. 나는 스스로에게 당부했다.


나는 안경을 벗고 적신 페이퍼타올로 다시 안경을 닦았다. 자국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분노와 짜증의 의미없는 괴성이 내 입에서 토해졌다. 나는 세면대 아래의 플라스틱 양동이를 걷어차서 양동이와 그 안의 솔까지 벽에 부딪히게 했다. 그걸로 모자라자 나는 배낭을 벗고 양 손으로 힘껏 집어던졌다. 나는 사물함을 더 이상 쓰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이 네 번에 걸쳐 사물함을 파손하거나 침입했기 때문이다. 내 가방은 하루 종일 수업에 필요한 물건들로 차 있었기 때문에 무거웠다. 가방이 벽에 부딪혀 우지끈 하는 소리를 냈다.


“씨발!” 내가 듣는 사람도 없이 소리쳤다. 화장실 벽에 내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눈언저리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고!?” 나는 뭔가를 쳐서 부수고 싶었다. 세상의 불공평함에 보복하고 싶었다. 나는 거울을 후려치려다가 그만뒀다. 그것은 너무나도 작은 물체여서 내 화를 풀기보단 오히려 내 미약함을 강조하는 효과가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이러한 일을 일 년 반 전 고등학교 첫 날부터 견뎌왔다. 화장실은 내가 찾을 수 있는 피난처에 가장 가까운 무언가였다. 외롭고 채신없는 짓이었지만 내가 후퇴해 그들의 추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소였다. 이젠 그것조차 없었다.


나는 오후 수업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미술 수업의 중간 과제를 내야 했는데 이런 식으로 수업에 갈 수는 없었다. 소피아가 거기 있을 테고, 나는 내가 내 소지품들을 전부 염색하려다가 실패한 듯한 모습으로 등장했을 때 그녀가 지을 만족스러운 조소를 그대로 상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차피 방금 가방을 벽에다 던진지라 과제물이 멀쩡할 것 같지도 않았다.


내 의식의 가장자리의 윙윙거림은 점차 심해지고 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세면대의 가장자리를 잡고 몸을 숙여 길게 숨을 내쉬었다. 나는 빗장을 풀었다. 세 달 동안 억제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나는 눈을 감고 윙윙거리는 소리가 확고한 결정체가 되어 실체가 있는 정보로 변하는 것을 느꼈다.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정교한 정보의 매듭들이 내 주위의 공간을 채웠다. 그 정보 다발들은 내가 처음 얼굴에 주스를 맞았을 때부터 반사적으로 나에게로 다가오는 와중이었다. 그것들은 내 무의식적인 생각과 감정에 반응했고, 내 쿵쾅대는 심장과 떨리는 손만큼이나 그 세 년들에 대한 분노와 증오의 증거였다. 나는 스스로의 팔을 들어 올리거나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럽게 그것들을 움직이게 하고 멈추게 할 수 있었다.


나는 눈을 떴다. 나는 몸을 울리는 아드레날린의 효과와 핏줄을 타고 흐르는 피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차가운 주스와 탄산음료 때문에, 그리고 기대감과 약간의 공포로 몸을 떨었다. 화장실의 모든 표면을 벌레가 빽빽하게 메우고 있었다. 파리, 개미, 애벌레, 지네, 쥐며느리, 딱정벌레, 말벌과 꿀벌. 지금도 매 순간마다 열린 창문과 화장실의 여러 구멍들을 통해 벌레들이 놀라운 속도로 더 들어오고 있었다. 어떤 것들은 세면대 배관과 벽 사이의 틈으로 기어 들어왔고, 어떤 것들은 천장의 마감이 뚫려 생긴 구멍에서 나왔고, 어떤 것들은 페인트가 벗겨지고 담배 꽁초가 창틀에 널려 있는 열린 창문으로부터 날아 들어왔다. 그것들은 내 주위에 모여서 넓게 퍼져 보이는 모든 표면에 안착했다. 그것들은 원시적인 신호와 반응의 다발이 되어 내 추가적인 지시에 부응하기 위해 대기했다.


내가 몰래 혼자서 연습한 바에 의하면 나는 곤충 하나하나의 더듬이를 개별적으로 움직일 수도 있었고, 모인 군단을 진형을 갖춰 행군시킬 수도 있었다. 생각 하나로 나는 이 무리로부터 종이나 성장 단계에 따른 어떠한 집단을 선별해서 따로 명령을 내릴 수도 있었다. 이들은 내가 완전히 제어할 수 있는 군대의 군인들이었다.


내가 캐리(주: 동명의 스티븐 킹 소설의 주인공)처럼 학교를 뒤집어엎는 것은 정말로, 정말로 간단한 일이었다. 그 삼인방이 내게 저지른 일 - 포악한 이메일들, 그들이 내 책상에 버린 쓰레기, 그들이 내 사물함에서 훔친 엄마한테 물려받은 플루트 - 에 대한 인과응보를 내려 줄 수 있었다. 삼인방이 전부도 아니었다. 다른 여자애들과 몇몇 남자애들도 우리 학년에서 가장 인기 있고 예쁜 세 여자애의 환심을 사기 위해 동참해 ‘실수로’ 나한테 줄 유인물을 건너뛰거나 욕설 이메일의 홍수에 자기 것을 보태곤 했다.


같은 학생들을 공격한다면 금세 붙잡혀서 구속당할 것이었다. 이 도시에는 슈퍼히어로 팀만 세 개에 단독 활동하는 히어로들도 무수히 있었다.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아버지가 뉴스에서 후폭풍을 보고 실망할 생각을 하니 그건 좀 버거웠지만, 지금 느끼고 있는 분노와 짜증보다 큰 감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보단 나은 사람이었다.


한숨을 쉬며 나는 모여든 떼거지에게 명령을 내렸다. 흩어져라. 단어보다는 생각으로 구성된 명령이었다. 벌레 떼는 벽의 틈새와 열린 창문을 통해 화장실을 떠나기 시작했다. 나는 등으로 문에 기대 벌레가 전부 없어지기 전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도록 했다.


아무리 그러고 싶어도 갈 데까지 갈 수는 없었다. 수치심에 몸을 떨면서도 나는 어떻게든 스스로를 설득해 가방을 주워 복도를 내려갔다. 나는 지나치는 모든 사람들로부터의 응시와 비웃음을 무시하고 집 방향으로 향하는 첫 버스를 타 학교를 떠났다. 초봄의 한기가 젖은 머리와 옷의 불편함을 가중시켜 몸이 떨렸다.


나는 히어로가 될 생각이었다. 그것이 이런 순간들을 맞았을 때 내가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해 쓰는 목표였다. 그것이 내가 학교 가는 날에 침대에서 떠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그런 터무니없는 꿈이 내가 모든 것을 견딜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삼인방의 리더인 엠마 반즈가 한때는 내 가장 친한 친구였다는 사실로부터도 눈을 돌릴 수 있을 정도로.


작가의말

* 원작 번역 지침에 따른 공지사항.


“This is purely a fan project and I/we lay no claim to the ideas, characters, or story. The real author is J.C. McCrae, aka ‘Wildbow’, and the original version can be found at http://www.parahumans.wordpres s.com. The final chapter of Worm was published on 2013. 11. 19. This is a fan translation.”


"이 번역본은 팬의 작업물이며, 번역자는 이 작품의 아이디어, 캐릭터, 스토리에 대한 어떠한 소유권도 주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원작자는 'Wildbow'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진 J.C.McCrae입니다. Worm 원작은 http://www.parahumans.wordpres s.com 에서 연재되었으며 2013년 11월 19일에 완결되었습니다. 이것은 팬 번역본임을 밝힙니다."


* 표지 출처 : Ari Ibarra (ariirf.com)


팬아트 작가의 사용 허가를 받은 표지입니다.


* 이 작품의 번역은 2인 비영리 프로젝트입니다. 번역자가 번역을 맡고, 편집자가 검수와 업로드를 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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