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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사르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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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엘사르카
작품등록일 :
2020.05.08 22:18
최근연재일 :
2022.05.02 23:5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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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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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45쪽

'맹독' 29.8

DUMMY

계단은 무너진 콘크리트와 철근에 파묻힌 상태였지만, 천장이 높은 덕분에 사이사이의 틈으로 그 너머의 방의 광경이 보였다. 붉은 비상용 조명이 켜져 있었고, 사이언의 모습은 잔해에 가려져 희미한 황금빛 광채만이 보였다.


사이언은 너무나도 작게 느껴졌고, 너무나도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정도로 짝의 모습은 거대했다.


방은 마치 항공기 격납고처럼 되어 있었다. 벌레들을 최대한 멀리 보내도 반대편의 벽이 느껴지지 않았다. 실로 거대한 공간이었다.


짝은 그 공간을 온통 메우고 있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이었다.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순간을 포착한 듯한 모습이었다. 바위 같은 회색이 용암 같은 붉은색과 뒤섞여 있었고, 휘몰아치는 자갈, 높이 솟아오르는 연기··· 거대한 자연의 신비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매혹적이고, 아름답고, 수십 년을 연구하더라도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이채로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화산 폭발에도, 자연현상에도 이유라는 건 있었다. 화산 폭발의 이유가 지각변동이듯, 폭풍의 이유가 대기압이듯, 지금 내 눈앞의 현상에도 이유는 있었다. 어찌 보면 아주 간단한 이유였다.


이건 하나의 아이디어였다. 발상이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순간을 포착한 모습이었다.


짝의 모습은 마치 화가의 낙서장을 떠오르게 했다. 이런저런 신체 부위를 그려보면서 여러 가지 변주를 시도한 듯한 모습이었다. 붉은 비상등이 비추고 있는 것은 회색빛을 띤 부드러운 살점이었다. 그리고 그 살점은 날카롭지 않고 부드럽게, 상냥함마저도 느껴지는 모양으로 돋아나 있었다. 신체 부위 하나하나는 성별을 구분할 수 없었지만, 어떤 것은 남성적인가 하면 어떤 것은 여성적이었고, 어떤 것은 인간의 것이라고 할 수 없었다.


어딜 보더라도 보는 사람이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만들어진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아래로 뻗은 손은 마치 도움을 건네려는 듯 약지와 새끼손가락이 살짝 구부러져 있었고, 아이와 같은 모습의 또 다른 손은 마치 목덜미나 배 같은 급소를 드러내듯 하얀 손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또 하나의 손을 따라서는 마치 예술품처럼 물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도무지 벌레들로 일일이 다 훑을 수는 없을 정도로 돋아난 신체 부위들이 많았다.


그중 어느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었다. 돋아난 신체 부위 중 어떤 걸 골라서 조합하더라도 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남자나 여자라고 할 수 있는 모습은 아니겠지만, 어떻게 고르더라도 그 결과물은 상냥한 인상의 사람이 되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큰 그림도 보였다. 계단 너머로 보이는 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지만··· 지금 내 눈앞에 드러난 것은 열대우림처럼 우거진 살덩어리였다. 인형의 부품들이 조립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공적이지 않은 게 없었고, 어딘가 잘못되지 않은 게 없었다. 바다의 파도처럼 거기에 일종의 규칙성은 있었지만, 그 이면에 어떤 원리가 작용하고 있는지는 알아낼 수가 없었다. 폭풍으로 치자면 바람의 방향 정도를 알아낼 수 있었을 뿐이었다.


살점과 살점이 연결된 부분이 있는가 하면, 살점이 그 구성요소로 풀어 헤쳐져서 피부와 핏줄, 근육과 골격이 고스란히 드러난 부분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실험하는 듯한 모습은 그대로였다. 다른 것에 연결되지 않은 살점은 마치 프랙털처럼 한없이 쪼개지다가 끝내는 눈앞에 있는데도 무엇인지 알 수가 없는 형태가 되며 사그라들었다.


스베타가 내 팔뚝을 놓았고, 그 순간 덮쳐온 격통 덕분에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스베타의 촉수들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목표물을 탐색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내 약병이 올라가 있던 탁자를 휘감기 시작했다.


모든 촉수가 단단히 고정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런 뒤에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눈을 감았다.


넝마가 된 팔에서 흘러내린 피가 코스튬에 스며들었다가 천천히 새어 나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원래라면 코스튬에 걸리는 압력이 가장 큰 손가락 마디나 팔꿈치에서 피가 배어 나왔겠지만, 지금은 촉수에 뭉개지지 않은 부분들이 코스튬 너머에서 튀어나와 있었다.


적어도 코스튬의 재질과 장갑판 덕분에 팔이 그대로 다진 고기가 되는 신세는 면한 모양이었다. 코스튬은 엉망이었지만, 그마저도 없었다면 동맥이 끊어졌을 것이었다.


“망할.” 내가 말했다.


“안 돼요.” 스베타가 말했다. “말하지도 말고 움직이지도 마세요.”


팔이 끔찍하게 욱신거렸지만 나는 움직이지 않고 잠자코 있었다.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생각만큼 출혈이 심하진 않았다.


적어도 저게 내 목에 감기는 것보다는 낫겠지.


“말하지도 말고 움직이지도 마세요. 당신은 거기 있지도 않은 사람인 거예요.” 스베타는 거의 들리지도 않을 목소리로 속삭였다.


계단과 그 아래의 광경이 보였다. 내 팀원들, 그리고 룽과 카나리아의 모습이 보였다.


“지금 여기 있는 건 내 내면의 생각과 나 자신뿐이다.” 스베타가 눈을 감은 채 말했다. “나는 내 생각과 내 감정을 통제할 수 있고, 지금 거기에 완전히 집중하고 있다. 나는 더 나은 미래를 내 손으로 만들어갈 자신이 있다. 내가 이뤄낸 성과 하나하나가 내가 쌓고 있는 탑의 벽돌이 되어줄 것이고, 어쩌다 실수한다고 해서 이미 쌓아 올린 탑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그녀가 휘감은 탁자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실수하더라도 탑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실수는 나의 일부일 뿐 내게는 더 중요한 부분들이 있다.”


빨리 좀 해, 라고 나는 생각했다.


가혹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스베타가 내면을 다스리는 걸 기다리느라 과다출혈로 죽어버릴 수는 없었다. 고충이 있다는 건 이해하지만, 자신을 통제하기가 어렵다는 건 이해하지만···


언제 저 아래의 내 친구들이 죽을지 몰랐다. 어쩌면 이미 무너진 잔해에 깔려 죽었는지도 몰랐다.


스베타는 탁자에 휘감긴 촉수들을 풀기 시작했고, 촉수들은 주위의 공간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마치 말미잘의 줄기 같은 모습이었다. 촉수들은 무언가 혹은 어딘가에 닿을 때마다 움찔거리며 닿은 물체를 순식간에 파괴하고 있었다. 밸런스 약물을 담고 있었던 냉장고, 선반, 수납장···


벌레들은 촉수들과 닿는 즉시 무자비하게 박멸당하고 있었다. 벌레들이 틈을 파고들기에는 촉수가 너무 많았고, 어지럽게 흩날리는 움직임이 너무 불규칙적이었다. 수납장의 철제 손잡이도 단번에 두 쪽을 내는 촉수를 상대로 벌레들이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버틸 수 없는 건 내 뼈와 살도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가장 긴 촉수 중 하나가 아슬아슬할 정도로 내 곁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제 난 갈 거야.” 말투로 볼 때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자기 몸을 설득하기 위해 하는 말이었다.


자기 몸이 움직이는 것에 방관자 신세가 되어야 한다니, 라고 나는 생각했다.


팔의 통증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이제야 입은 피해에 걸맞은 고통이 찾아왔다는 느낌이었다.


“아무도 없는 데로 갈 거야.” 스베타는 다시 말했다.


그럼 빨리 가, 라고 나는 생각했다.


촉수들이 무너진 천장의 거친 가장자리를 붙잡았고, 스베타는 마치 새총의 탄환처럼 자기 자신을 계단 너머로 날려 보냈다. 사방으로 뻗어 나간 촉수들이 그녀의 움직임을 멈춰 세웠고, 그녀는 다시 촉수를 한껏 뻗으며 우거진 살점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스베타는 사라졌지만, 나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팔의 격통 때문이었다. 끔찍하면서도 어딘가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통증이었다. 마치 어딘가 멀리서 들리는 사이렌 소리처럼.


그 고통이 내 움직임을 막고 있었다. 맥박이 조금이라도 빨라진다면, 움직이기 위해 발을 디디거나 몸에 충격을 조금이라도 준다면, 이 고통은 지금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무언가로 변해버릴 것이었다.


나는 억지로 제트팩을 가동했다. 땅에서 발이 떨어진 채로 나는 계단 너머로 내려갔다.


곧이어 잔해를 최대한 가볍게 딛으며 나는 앞으로 몸을 날렸다. 제트팩만으로도 속도는 충분했지만, 그래도 빠를수록 좋았다.


다시 한번 나는 바닥을 박찼다.


내부 공간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계단이 긴 이유는 방의 천장이 엄청나게 높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벌레들의 감각뿐만 아니라 내 눈으로도 안쪽의 모습이 완전히 보였고, 짝의 살점은 그 너머를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 서로 뒤엉키며 흘러넘친 듯한 모습의 살덩어리 중에서는 바닥에서 삼 층 높이의 천장까지 닿은 것들도 있었다.


벌레들을 그 공간 속으로 움직이자 어딘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예전에도 몇 번 경험해 본 적 있는 감각이었다. 내가 보낸 벌레들이 지시보다 더 멀리 이동하거나, 경로가 살짝 틀어지거나, 아예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었다.


불길했다.


게다가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사이언과 다른 사람들을 향해 내려가는 와중에도 무언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무 바닥이나 오래된 경첩에서 날 법한, 구조물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였다.


그 소리가 멈추질 않고 있었다.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지만, 벌레들은 인간의 가청주파수 밖에서 나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어떤 소리 하나가 서서히 커지고 있었다. 찢어지고 갈라지는 소리였다.


내 명령에 따라 벌레들은 사이언과 그의 짝과는 반대 방향으로, 천장을 향해 날았다.


수백 마리 벌레들의 미세한 감각에 따르면 진동과 균열은 천장에 특정한 무늬를 그리며 번져나가고 있었다.


일종의 지도였다. 균열과 진동이 심한 곳은 위험지대였다.


박사가 있었던 곳에는 핏자국과 망가진 살점만이 남아 있었다. 촉수가 뼈를 부수고 두개골을 반으로 갈라버린 모양이었다. 관절을 휘감은 촉수들이 팔다리를 완전히 절단해버린 상태였고, 그 신체에서 어딘가 기적적으로 살아있는 부분이 남아 있었더라도 지금은 잔해에 깔려 곤죽이 되었을 것이었다.


나는 다시 바닥을 가볍게 박차며 앞으로 나아갔다.


천장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나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벌레들의 감각으로 잔해를 피했다.


곧이어 나는 무너지는 돌조각을 박차며 방향을 바꿨다.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골렘은 콘크리트로 만든 손으로 자신과 커프, 임프의 모습을 숨기고 있었다. 순간 짝의 손 중 하나로 착각했을 정도였다. 골렘이 만들어낸 손이 잠깐 움직인 덕분에 차이를 구별할 수 있었다.


레이첼은 정신을 잃은 카나리아를 감싸고 있었고, 룽은 바스타드에서 뛰어내려서는 자기가 네 발로 뛰고 있었다. 이 살점의 미로 속에서는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지만, 룽은 뛰는 것보다는 등반하는 것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빈 눈구멍이나 쭉 뻗은 팔 따위를 디딤돌 삼아 뛰어다니고 있었다. 개들 역시 살점을 박차며 움직이고 있었다.


넘버 맨, 알렉산드리아, 하빈저들, 그리고 53번 포로들은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 넘버 맨이 붕괴를 피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낸 모양인지, 그들은 아치형의 살점 밑에 모여 있었다.


떨어지는 잔해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집채만 한 암반, 콘크리트로 된 수납장, 엄청난 장력을 이기지 못하고 끊어진 철근. 모두 바닥에 떨어질 때마다 충격파가 느껴질 정도였다. 충격파가 내 다친 팔을 뒤흔들었고, 격통이 느껴졌다. 출혈이 심했다. 어쩌면 치명상일지도 몰랐다.


몸이 패닉에 빠지려는 것이 느껴졌다. 낯선 느낌이었다. 다친 것보다는 그것 때문에 제대로 생각을 할 수가 없다는 게 더 문제였다. 지금은 집중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았는데, 팔은 빨리 치료해달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왜 스베타를 건드렸을까? 스베타가 나를 던져서 구해주리라고 생각했던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게 가능할 거라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저 멀리서는 사이언의 머리 위로 콘크리트 조각이 떨어져 내렸다. 놈은 충격에는 반응하지 않았지만, 반격하듯 광선을 쏘아 보냈다. 콘크리트를 소멸시키는 동시에 짝의 살점은 세심하게 피해 가는 정교한 공격이었다. 그 충격에 천장은 더 빠르게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고, 우리 일행은 잔해를 피해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허공으로 떠오르며 방 안쪽으로 향한 사이언은 이상하리만치 부드러운 손길로 자기 옆에 놓인 살점을 매만졌다. 약병을 만졌을 때와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살점의 그물을 피해가며 일행에게로 향했다.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보낸 벌레들의 움직임이 조금씩 어긋나고 있었다. 프랙털이 장악한 공간으로 날아 들어간 벌레들은 그 즉시 내 능력의 범위에서 소실되었다.


그 순간 내 비행 궤적이 갑자기 뒤틀리는 것이 느껴졌다. 벌레들에게는 안전했지만 내게는 그렇지 않은 경로였던 모양이었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천장과 벽에 붙여둔 온 사방의 벌레들이 회전하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고, 어느새 나는 커다란 눈동자 위에 속눈썹처럼 돋아나 있는 프랙털을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이미 나는 조심스럽게 경로를 수정하며 넓은 공간으로 물러나고 있었다. 벌레들의 감각이 없었거나 반응이 느렸더라면 그대로 들이받았을지도 몰랐다.


그다음에 어떻게 되었을지는 몰라도, 벌레들이 접촉하는 즉시 사라진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좋은 일이 생겼을 것 같지는 않았다.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평소라면 심장박동에 주의를 기울이지는 않았겠지만, 지금은 심장이 빠르게 뛸수록 팔의 통증이 심해지고 있었다. 온몸이 욱신거리고 있었다. 다친 부분의 신경이 과부하 되어서 고통이 온몸으로 새어 나오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도저히 진정할 수가 없었다. 최대한 흥분하지 않도록 천천히 움직여봤자 의미가 없었다. 나는 조금 더 세게 바닥을 박차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스타드가 피부와 근육, 그리고 연골일지도 모를 고무 같은 딱딱한 물질로 이루어진 벽을 그대로 들이받으며 반대쪽으로 튀어나왔다.


부술 수 있다니, 단단하지는 않은 건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지상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순간 예전에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태틀테일이 했던 말이었다.


그녀는 ‘우물’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었다. 눈에 보이는 사이언의 모습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신체를 망가트려봤자 우물에서 새 살점이 흘러들 뿐이라고.


이게 그 우물이었다. 사이언의 짝은 어떤 이유에선지 우물과는 구분되는 자신의 신체를 만들지 못한 모양이었다. 어딘가 일이 틀어진 것이었다.


언젠가 콜드론이 말했던 적이 있었다. 이미 세상을 한 번 구한 적이 있다고.


이것과 싸워서 이겼었던 건가.


붕괴는 서서히 잦아들고 있었지만, 이제는 먼지나 자갈이 떨어지고 있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 것 때문에 오히려 더 무섭다고 할 수 있었다.


레이첼과 룽, 그리고 개들은 살점의 장벽을 때려 부수며 전진하고 있었고, 그들이 옆으로 빙 돌아갈 거라고 예상했던 나는 뒤처질 위기에 처했다.


나는 방향을 틀어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도 그들이 너무 빨랐다. 이대로 떨어진다면 룽 앞에 내려서는 게 아니라 그대로 그와 충돌하게 될 것이었다. 그것도 착지를 위한 제동을 전혀 하지 않았을 때였다.


그러나 나는 속도를 늦추거나 방향을 틀지 않았다.


대신에 나는 고함을 지르려 했다. 청각도 강화되는 거였지.


“룽.”


목소리가 생각만큼 크게 나오지 않았고, 떨어지는 잔해 때문에 내 외침은 묻혀 버렸다.


룽이 몸을 다시 한번 날릴 작정으로 튀어나온 손가락들을 단단히 부여잡으며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면, 나와 룽은 그대로 충돌했을 것이었고 누군가는 목이 부러졌을 것이었다.


나는 그의 바로 앞에 착지하며 몸을 비틀어 팔이 땅에 닿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바닥에 내려앉은 충격이 그대로 팔에 전해진 탓에 끔찍한 고통은 피할 수 없었다.


도무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나는 팔을 허벅지와 몸통으로 감싸 안은 채 바닥을 굴렀다. 이런 식으로 압박하는 게 그나마 통증이 덜했다.


룽은 나를 내려다보았다.


“아—” 말을 하려 입을 벌린 순간 남은 숨이 모두 새어나갔다.


“내겐 네놈을 도울 이유가 없다.” 룽이 으르렁댔다. 변신이 진행되며 일그러지기 시작한 목소리였다.


대답할 수가 없었다.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하기 이전에 목소리가 아예 나오질 않고 있었다.


“피를 많이 흘린 것 같군. 넌 쇼크 상태에 빠질 거다, 스키터. 네 몸이 너를 배신하겠지. 똥오줌을 지리고, 감정이 통제를 벗어나고,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공포를 느끼게 될 거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레이첼도 근처에 있었지만, 헌트리스가 어째선지 불안해하며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헌트리스가 왜 저렇게 반응하는지 생각해보려 해도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나는 누군가의 밑에 들어간다는 걸 혐오하는 사람이다, 꼬마 스키터.” 룽이 으르렁댔다. “언제나 나는 영역을 두고 그 영역을 지배했지. 언제나 적을 짓밟았고, 존중과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음식, 술, 여자. 즐길 거리도 언제나 내 마음대로였지. 언제나 선택하는 건 나였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나?”


이게 내 최후인가, 나는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생각했다. 슈퍼빌런의 흔해 빠진 독백을 들으면서 죽어야 한다니.


“예전에 어떤 사내가 내게 말해준 적이 있다. 바둑에서는 패배를 받아들이고 항복하는 것이 더 명예로운 선택일 때도 있다고. 내가 네놈을 따라온 이유는 한 번 더 싸워봤자 저놈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여기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테니까. 하지만 난 네놈의 부하가 아니다. 선택하는 건 오직 나 자신이지. 협력자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말한다면 그것도 거짓말이겠군.”


나는 최선을 다해 그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디파이언트의 나이프는 여전히 내 손에 들려 있었다. 나는 나노가시 효과를 해제한 뒤에 나이프를 떨어트렸고, 온 힘을 다해 반대쪽 손으로 팔꿈치를 잡아서 다친 팔을 들어 올렸다.


다친 팔은 마치 물에 불린 면발처럼 축 늘어졌다. 뼈가 완전히 곤죽이 된 탓이었다.


룽은 내 팔을 발톱으로 세게 쥐었다. 허리가 멋대로 활처럼 휘었고, 거친 들숨과 함께 가슴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나는 필사적으로 비명을 참았다.


“내가 저놈과 싸우는 건 그게 내 본성이기 때문이겠지. 놈은 아무런 생각도 없이 나를 둘로 갈라버릴 거다. 내게 치욕을 주고, 내가 어떤 영역을 만들던 짓밟아 버리고, 음식, 술, 여자. 내가 언제나 마음대로 즐겼던 것들을 빼앗아가겠지. 그런 놈에게 굴복할 수는 없는 거다, 알겠나? 그런 놈에게 져서는 안 되는 거라고.”


시야가 흐려지고 있었다. 눈을 똑바로 맞추고 있는지 아닌지조차 이제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는 내 팔을 다시 한번 움켜쥐었다. 비명은 필사적으로 참고 있었지만, 소리가 새어 나오는 걸 전부 막을 수는 없었다. 나는 바람이 빠지는 듯한 낮은 신음을 흘렸다.


“똑바로 서지도 못하면서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가. 지금의 네놈이라면 내 옆에 서는 것만으로도 날 지금보다 더 약한 존재로 만들고 말 거다. 이해하겠나?”


잭이 실패한 순간에, 잭의 약점이 드러났던 순간에 그레이 보이가 지금처럼 잭을 배신했었지.


“스키터.” 레이첼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야?”


분명 여기 올 것이었다. 저긴 내 팔이 보이지 않을 각도였다.


“뭘 망설이지.” 룽이 으르렁댔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해라.”


나는 얼마 안 되는 벌레들로 레이첼의 앞에 가위표를 그려 길을 막았다.


“네놈이 먼저 내게 찾아온 거다. 비치도, 네 동료 히어로도, 심지어는 콜드론의 인간들도 제쳐두고 네놈은 내게 찾아왔지.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해라. 네 입으로 네 나약함을 보여라.”


상처를 지져줘, 라고 나는 속으로만 생각했다. 치료라고 할 수도 없는 행위였지만, 그것 말고는 출혈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지혈대를 조인다면 팔이 그대로 떨어져 나갈 게 분명했고, 그렇게 된다면 출혈은 그대로였다.


그 말을 할 수는 없었다. 협력자도 아닌 이 관계는 내가 약점을 드러내는 순간 끝장이었다. 최악의 경우에는 그 즉시 살해당할 수도 있었다.


가쁜 숨으로는 말을 길게 할 수가 없었다.


“죽여버리겠어.” 나는 그렇게 말했다.


“어떻게? 속임수를 쓸 건가? 도움을 부를 건가?”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몸을 숙여 나이프를 들어 올렸다. “이걸 쓸 건가?”


나는 고개를 저었고, 그 즉시 후회했다. 계속 고개를 휘저은 탓에 시야가 일그러지고 있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그의 눈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룽은 더 묻지 않았다.


제발, 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이제는 눈도 못 마주치겠어.


“흠.” 룽은 말했다.


“태워,” 내가 말했다. “화가 난다면···”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탓에 말을 멈춰야 했다.


“화가 난다면?”


“나한테··· 두 번이나 졌으면··· 염병할 화풀이라도 하라고··· 씨발, 불태워 없애버려.”


정적이 흘렀다.


룽은 불꽃을 피워올렸고, 넝마가 된 내 팔은 화염에 휩싸였다.


이제야 나는 눈을 돌렸다. 내가 비명을 질렀는지 지르지 않았는지는 나도 알 수가 없었다.




검게 물들었던 시야가 다시 밝아졌고 나는 눈을 떴다. 주변 물체의 상태로 미루어 볼 때 잠시 정신을 잃은 동안 일 분 정도가 흐른 모양이었다.


팔은 온데간데없었고 끝부분은 새까맣게 타 있었다. 나는 헌트리스의 등에 타 있었고, 내 앞에는 레이첼, 그 앞에는 카나리아가 있었다.


온몸이 빠짐없이 욱신거리며 아팠다. 다친 팔 때문이 아니라 좀전의 격통 때문인 것 같았다. 어쩌면 고통을 전달하는 신경 전달 물질이 몸 전체에 과도하게 퍼져 있는 걸지도 몰랐다.


일어설 엄두도 나지 않았다. 어쩌면 일어섰다간 죽을지도 몰랐다.


처음에 꽤 많았던 벌레들은 이제 몇천 마리 정도만이 남아 있었다.


천장의 붕괴는 멈춘 듯했지만, 삐걱거리는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다.


사이언의 짝 때문이겠지. 그 자식이 벽을 밀어붙이고 있었던 거야. 공간이 휘어진 것도, 벽이 열리지 않았던 것도 어쩌면 그것 때문일지 모르지.


헌트리스는 천천히 발걸음을 멈췄다. 바스타드가 그 옆으로 다가선 탓에 나는 하마터면 녀석의 어깨에 돋아난 가시에 얼굴이 잘려나갈 뻔했다.


레이첼은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도망쳤을 거다.” 룽이 말했다. “왔던 길로 돌아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 사이언은 지금 다른 데 정신이 팔려있으니.”


“계단이 무너졌잖아.” 레이첼이 말했다.


“나라면 뚫고 갈 수 있을 거다. 개들도 뚫고 갈 수 있겠지. 아니면 천장에 난 구멍으로 들어가도 된다. 이제 여기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나는 벌레들을 재배치하기 시작했다. 이제 천장에 붙여두는 것보다는 사이언과 다른 일행을 찾는 것과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중요했다.


“아니.” 나는 벌레 떼를 통해 말했다. 나한테도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다.


그러나 룽은 고개를 돌렸다. 레이첼도 마찬가지였다.


“깨어났구나.” 레이첼이 말했다. “그럼 이제 말해줘, 저 새끼가—”


“아니, 잘 해줬어.” 나는 말했다.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다른 사람들이 여기 있어. 그리고 천장을 기어오를 필요는 없어. 무너진 계단 쪽에 올라설 수 있을 만한 곳이 남아 있으니까.”


“흠.” 룽이 낸 소리였다.


나는 벌레 떼로 화살표를 그리며 계속 말했다. “저쪽이야.”


레이첼은 휘파람을 불어 헌트리스를 움직이게 했고, 바스타드와 룽은 그 뒤를 따랐다.


주변에 장애물이 너무 많은 탓에 벌레들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다. 이 모든 난잡함이 존재의 연장선에 있었다.


이게 그 우물인가. 사이언의 진짜 모습은 이렇게 생겼다는 건가. 놈의 방어를 어떻게든 뚫더라도 우린 이만큼의 살점을 파괴해야 했다.


하지만 이게 우물이라면, 짝의 진짜 몸은 어디 있는 거지?


우리는 다른 이들과 합류했다.


“아, 오셨군요.” 넘버 맨이 말했다. 골렘 일행도 그들과 합류해 있었다.


“맙소사,” 골렘이 말했다. “위버, 네 팔이.”


마치 내가 모르는 사실을 지적하는 듯한 말투였다.


하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은 벌레들에 집중해야 했다.


녀석들이 사이언을 찾아낸 탓이었다.


놈의 맞은편에는 또 다른 인영이 있었다. 성별을 구분할 수 없는 인간의 형상이었고, 머리카락이 허공에 뜬 발의 아래까지 닿을 정도로 길었다. 완성되지 않은 육체였다. 등과 팔다리 일부분이 프랙털로 뻗어 나가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두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첫째는 살점이 만화경처럼 기묘하게 뒤틀린 이유가 거기가 다른 차원과의 연결고리기 때문이라는 사실이었다.


우물이 내 생각보다도 더 깊었던 것이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보다도 이 존재들은 더 거대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 깨달은 건 지금 사이언 앞에 있는 게 짝의 몸이라는 사실이었다. 두 번째 존재는 원래대로라면 저 몸만을 우리에게 보여줬을 것이었다.


“사이언의 짝이 인간의 몸을 만들고 있었다고?” 나는 물었다.


“우리도 봤어.” 골렘이 말했다. “넘버 맨이 부르기 전에.”


레이첼이 나를 내려주었다. 알렉산드리아가 다가와 나를 부축했고, 두 사람은 힘을 합쳐 나를 서서히 내렸다.


무언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갈라진 천장에서 먼지가 떨어져 내렸다.


“배신자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임프가 말했다. “이걸 보고 있으니 박사 말이 맞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있어. 추상적인 해결책이 필요할 것 같은데.”


“지금 우리한테 필요한 건 당장 여기서 나가는 거야.”


“그 고생을 해서 여기까지 와 놓고,” 임프가 말했다. “바로 가겠다고! 그럴 수는 없지!”


“아니.” 나는 대답했다.


“농담이었어.”


“아니, 우린 답을 찾아서 여기 온 거야. 이제 그 답을 알았으니 돌아가서 그 정보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게 하기만 하면 돼. 태틀테일이나 다른 씽커들에게 가기만 하면 된다고.”


“사이언은?”


“사이언은 지금 우리한테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나는 말했다.


사이언은 짝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 있었다. 분명 다른 살점과 마찬가지로 회색을 띠고 있을 그 얼굴은 턱을 힘없이 벌리고 있었다.


짝을 만날 수 있게 되는 미래를 탐색했던 건가, 라고 나는 생각했다. 이것도 그런 미래 중 하나긴 하지만··· 이런 걸 바랐던 건 아니겠지. 이런 게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을 테고.


“···쉽지 않을 겁니다.” 넘버 맨이 말하고 있었다. “구조물 전체가 회전을 거친 상태입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되었죠. 조금이라도 충격이 가해지면 나사와도 같은 원리로 땅속으로 파고드는 겁니다. 패닉룸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순간이동 능력자를 막아내기 위한 기능이었죠. 나가려면 다시 땅을 파야 할 겁니다. 시베리안이 있더라도 시간이 대단히 오래 걸리는 일이겠죠.”


“현명하지 못했군.” 룽이 으르렁댔다. “스스로 파묻히다니.”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넘버 맨이 말했다. “여기 숨어 들어가야 할 정도의 상황이라면 다시는 나갈 필요가 없으리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도 나가야겠지.” 골렘이 말했다. “그리고 뭘 좀 가져가는 게 좋지 않을까. 슈발리에는 베히모스와 시무르그의 신체 부위로 무기를 만들었다는데, 이걸로 뭘 좀 만들어보는 건?”


“인간의 몸입니다.” 넘버 맨이 말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차이를 따지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인간에 가깝죠. 암석 속의 광맥처럼 능력이 여기저기 섞여 있고, 구조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이 존재는 자신의 신체를 형성하기 전에 이런저런 실험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이름을 붙이진 않은 거야?” 커프가 물었다.


“제가 이 존재에 대해 알게 된 것 자체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입니다.” 넘버 맨이 말했다. “박사님은 비밀이 많은 분이셨죠. 어울리는 이름이 있다면 고려하겠습니다.”


“시발놈.” 임프가 제안했다.


“생물도 아니잖아, 이젠.” 골렘이 말했다. “오히려 정원이나 동산 같은 장소라고 해야겠는데.”


“흥미로운 발언이군요.” 넘버 맨이 말했다. “자신이 사이언을 조종할 수 있다고 주장했던 리제트라는 여성분과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사이언의 원래 이름이 ‘시온’이라고 주장했었죠. 놈도 장소의 이름을 따왔던 겁니다. 왜 그랬는지는 여러 추측이 있습니다만—”


“이런 이야기를—” 룽이 말했다.


사이언이 움직였다.


“조용.” 나는 룽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빛을 내뿜기 시작한 사이언이 짝의 목을 향해 손을 뻗었다.


곧이어 놈은 짝의 살점을 가르고 머리를 베어냈다.


“사이언이 짝을 죽이고 있어.”


“이미 죽은 존재입니다.” 넘버 맨이 말했다.


“그렇다면 더 확실하게 죽일 생각인 걸로 보이는데.” 내가 말했다.


“그럴 수도 있겠죠.” 넘버 맨이 말했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저 존재 안에는 이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박사님은 저 몸을 뒤져서 인간에게 줄 예정이었을 능력들을 분리해서 정제하셨고, 그다음에는 본체의 생존에 필요한 능력들까지 뽑아서 약물로 만드셨습니다. 저 존재는 그렇게 사망했고 더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죠.”


“그럼 그전에는 대체 뭘 했던 건데?” 임프가 물었다. “둘이 차라도 같이 마셨던 거야?”


사이언은 시체를 꽉 잡아들고는 공중으로 날아들었다.


그러자 모든 것이 뒤흔들렸다. 방 전체가 기울어졌고, 모든 것이 한 지점으로 모여들었다. 뒤틀린 그물 속으로 빨려 들어간 살점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가 하면, 보이지 않는 다른 차원에서 새로 튀어나오는 살점도 있었다.


“제기랄.” 넘버 맨이 말했다.


나는 자세를 미세하게 바꾸고는 새카맣게 탄 팔의 끝부분을 꾹 눌렀다.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기 위해서였다.


“지금 욕한 거야?” 임프가 물었다.


“이 구조물은 버티지 못할 겁니다. 아무리 보강을 거쳤더라도··· 가망이 없습니다.”


“그래서?”


“벽이 무너질 거고,” 넘버 맨이 말했다. “그렇게 된다면 일백칠십삼만 톤의 강철이 저희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게 될 겁니다.”


“벽을 뚫고 옆으로 빠져나간다면?”


“이 구조물의 외부에는 원활한 굴착을 위해 물이 고압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벽을 뚫는다면 터져 나온 수류에 저희의 몸이 찢겨나갈 겁니다.”


“시베리안이 보호하게 해.” 내가 말했다.


“시베리안이 지킬 수 있는 수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후에 움직일 생각이라면 그 수는 더더욱 줄어들죠. 양손에 한 명씩, 양다리에 한 명씩, 그리고 등 쪽으로 한 명 정도가 한계일 겁니다.”


고작 다섯 명인가.


그걸로는 부족했다.


사이언은 머리 위로 짝의 시체를 높이 들어 올리고 있었다. 놈이 날아가는 곳마다 살점이 항적처럼 흩날리고 있었다. 벌레들의 감각에 의하면 천장은 구부러지고 있었고, 벽과 천장이 만나는 부분에 생긴 균열은 서서히 커지고 있었다.


“천장 무너진다.” 내가 말했다. 무심코 팔로 방향을 가리키려 했지만, 그쪽은 불타 없어진 팔이었다. 나는 룽이 들을까 싶어 신음성을 억눌렀다.


골렘이 코스튬에 손을 찔러넣자 바닥에서는 손이 솟아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느렸다. 이미 천장의 삼 분의 일이 무너지기 직전의 상태였고, 위치상 이대로라면 우리 모두 깔려서 전멸이었다.


알렉산드리아가 앞으로 나섰다. 강철과 콘크리트, 암반 모두 그녀의 손에 붙잡혀 움직임을 멈췄다.


시간을 조금 벌었을 뿐이었다. 저런 식으로 한 지점을 떠받친다면 다른 부분들은 오히려 더욱 빨리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었다.


골렘의 손이 솟아 나오며 무너진 천장을 받쳐 들었다.


여전히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골렘은 뭘 하려는 거지?


“커프, 최대한 큰 금속을 찾아줘.” 골렘이 말했다. “클수록 좋아. 평소에 쓰는 것보다 훨씬 큰 거로.”


“저 기둥만 한 거라도 원하는 거야?” 그녀가 물었다.


“무너진 부분이 있을 거 아냐? 그중에서 근처에 있는 것 중에서 가장 큰 걸 찾아줘.”


커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룽, 시베리안, 우릴 도와줘.”


골렘은 나를 보았다.


“너도 가.” 나는 말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들을 따라갔다.


나는 다친 53번들과 의식을 잃은 카나리아 옆에 남게 되었다. 카나리아는 손이 뭉개진 모양이었지만, 레이첼이나 임프는 다친 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사이언을 올려다보았다.


“음.” 임프가 말했다.


황금빛 광채가 짝의 몸을 불사르고 있었다. 실험적으로 돋아난 살점과 신체 부위들이 모조리 불타 없어지고 있었다.


“음.” 임프가 다시 말했다.


사이언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듯한 감정이 하나 있었다.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무엇인지 이해하기는 전혀 어렵지 않은 감정이었다. 나도 경험해 보았고, 나 말고도 많은 사람이 경험해 보았던 감정이었으니까.


사이언은 마구잡이로 날뛰며 짝의 잔해를 파괴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슬픔이 있었고, 분노가 있었고, 절망이 있었고, 혼란이 있었고, 당혹감이 있었다.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의 감정이었다. 마치 누군가를 처음으로 영영 잃어버린 아이처럼. 마음의 준비는커녕 그 가능성조차도 고려하지 않은 상태로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을 처음으로 경험한 어린아이처럼.


애완동물. 고향. 순수한 동심. 그런 것들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마치 어머니를 잃은 아이처럼 사이언은 울부짖고 있었다.


“내가 롤로, 브루투스, 주다스를 잃었을 때 같네.” 레이첼이 말했다.


“그렇지.” 내가 말했다.


“오빠가···” 임프가 말을 흐렸다.


표현하기도 쉽지 않은 사건이었다. ‘오빠가 망가졌을 때’라고 하려던 것이었을까?


“그렇지.” 나는 말했다.


“꼴 좋네.” 임프가 말했다. “개자식, 더 고통받으라지.”


우리는 사이언이 자기 짝을 불태우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동산이 불타고 있었다. 알렉산드리아는 골렘 일행을 따라가서 도우려 하고 있었다.


사이언이 시체를 떨어트리자, 그것은 곧 다른 차원으로 들어갔다 다시 나왔는지 동떨어진 곳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골렘이 손을 만들어내기 시작하자 방 전체가 덜덜 떨렸다. 손가락 하나하나가 건물 하나만 한 거대한 손은 우릴 감싸려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든든한 방벽이었다.


하지만 넘버 맨이 말했던 무게를 상대로 버틸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 순간 커프가 능력을 사용해 그 손을 잘라냈고, 손바닥과 손가락 네 개만이 남았다.


“···시베리안이··· 이렇게 커도···” 커프가 무언가 말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습니다.” 넘버 맨이 말했다.


“보통 이런 계획은 네 역할인데 말이지.” 임프가 말했다.


“다쳤잖아.” 레이첼이 말했다.


나는 사이언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이를 악물었다.


사실 진짜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나는 다른 데 정신이 팔려있었다. 살아남고 싶다는 마음보다··· 놈에게 고통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했다. 지금 이상의 기회는 없을 것이었다. 짝이 여기 있는 한 사이언은 다른 데 시선이 팔려있을 테니, 우리한테는 일방적으로 공격을 가할 기회가 단 한 번 주어진 셈이었다. 나는 우리가 지금 가진 패와 손에 넣을 수 있는 패를 정리하며 필사적으로 계획을 구상하고 있었다.


사이언이 갑작스럽게 빛을 내뿜으며 무의미한 파괴를 계속했다.


스베타 쪽의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그 위에 있었던 철 기둥도 상당 부분이 잘려나가며 떨어져 내렸다.


저 멀리 스베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라면 도울 수 있을지도 몰랐다.


나는 벌레들을 그쪽으로 보냈다.


“한 가지 떠오른 게 있어.” 나는 말했다.


“떠오른 게 있다고?” 임프가 물었다.


“하지만 일단 넘버 맨에게 물어봐야 해.” 내가 말했다. “가능한지 보자고.”


임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개에 태워줄 테니—”


나는 제트팩을 가동하며 날아올랐다. 다리가 축 늘어졌고, 고개를 들 힘조차 없었다. 머리카락이 눈을 가렸다.


상관없었다. 적어도 지금의 내 몸은 능력과 뇌를 담기 위한 그릇일 뿐이었다.


불탄 팔이 너무나도 아팠다.


레이첼과 임프는 서둘러 다른 부상자를 개에 태웠고,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시베리안의 능력이 씌워지자 손목 없는 손바닥은 회색으로 물들었다가 이내 원래대로 돌아왔고, 알렉산드리아는 그것을 들어 올려 들어갈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나는 넘버 맨에게 다가가 말했다. 목소리가 작게 나왔다. “당신 능력.”


“제 능력 말입니까?”


“감지 계통일 텐데.”


“제 능력은 고차원적인 수학적 계산입니다.” 그는 말했다. “계산이 거의 본능의 영역에서 이루어지죠.”


하긴, 그러니까 이름이 넘버 맨이겠지···


“폭파에 관련된 계산도 할 수 있겠어?” 내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뭘 폭파하려는 거죠?”


“전부.” 내가 말했다.


그는 나를 잠시 가만히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려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확인했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전부 무너트려야겠어. 내가 신호하는 대로 동시에. 할 수 있겠어?”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프리텐더를 쓰도록 하죠.”


나는 고개를 돌려 짝의 잔해를 바라보았다. 황금빛 광채가 살점의 정원을 서서히 불사르며 어둡게 물들이고 있었다.


“스베타의 도움도 받을 수 있을 거야.” 내가 말했다. “본인이 원한다면 말이지.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생각해 봐야겠는데.”


“정보가 필요합니다.” 넘버 맨은 말했다. “정확한 폭파 방향이라든지, 순서라든지···”


“복잡한 건 없을 거야.” 나는 말했다.


나는 천장의 구조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갈라진 부분의 위치와 깊이를 말하면서도 동시에 나는 코스튬 곳곳에 숨겨뒀던 거미줄을 꺼내기 시작했다. “커프?”


“왜?”


“여길 완전히 밀폐시켜. 바닥을 만들어야 해.”


“바닥이라고?”


“빨리.”


동시에 나는 벌레들에게 주의를 집중했다.


내 벌레들이 스베타에게 향했다. 그녀는 잔해에서 벗어나는 중이었다.


“스베타.”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벌레들로 말하고 있는 거야.”


그녀가 벌레들에 주의를 기울이자 촉수들은 멋대로 움직이며 벌레들을 박멸하기 시작했다. 예순 마리 정도가 순식간에 죽음을 맞았다.


“테일러야. 스키터, 위버,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도 되겠지.”


벌레들이 더 죽어 나간 뒤에야 그녀는 콘크리트 조각을 단단히 휘어 감았다.


“고마워요.” 그녀가 말했다. “아까 데리고 가 줘서. 말할 기회가 없었네요. 손이 그렇게 된 건 정말 미안해요.”


“살아남는다면 새로 받을 수 있을 거야. 그것보다 지금 우린 공격하려고 하고 있어. 네 도움이 필요해.”


“제 능력은 사이언한테 아무런 효과가 없을 텐데요.”


“아니,” 나는 말했다. “한 방 먹일 방법이 있어.”


나는 화살표를 그렸다.


“네···?”


“할 수 있겠어?”


스베타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은 양옆으로 흔든 것에 가까웠다. “그렇지만··· 어째서요? 그리고··· 무사히 빠져나올 수가 없을 것 같은데.”


“몇 초면 돼.” 나는 말했다. “놈은 상대의 공격에 파장을 맞춰야 그 공격을 막아낼 수 있어. 시베리안이 아까 그렇게 큰 피해를 줄 수 있었던 이유가 그래서겠지. 방식을 바꿔서 기습하는 게 더 효과가 좋을 거야. 저 시체가 다 불타기 전에 지금 공격하는 게 절호의 기회야. 저 시체가 너희들, 그러니까···”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괴물. 피해자 말인가요?”


피해자라는 말은 예전부터 싫어했었다. “너희들 이레귤러처럼, 저 시체도 놈의 감각을 어지럽히고 있으니까.”


스베타의 표정이 변했다. 정확히 어떻게 변했는지는 벌레들의 시야로는 가늠하기 힘들었다.


“할 수 있어요.” 그녀는 말했다. “어쩌면 반격당해서 죽기 전에 빠져나가는 것도.”


“그게 아니야. 그 정도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면 아까 들어갔던 천장의 구멍으로 도망쳐. 내가 길을 알려줄게. 벽이 무너졌어.”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스베타. 탑에 벽돌 하나를 더 쌓았다고 생각해.” 나는 말했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넘버 맨을 바라보았다. 우린 이제 모두 골렘의 손으로 만든 방벽 아래에 숨어 있었다. 이런 게 사이언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가능합니다.” 넘버 맨이 알렉산드리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신호가 필요하겠군요.”


“레이첼,” 내가 말했다. “휘파람 되지?”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렉산드리아는 이쪽을 힐끗 보며 우리 의중을 다시 확인했다.


“한 가지 더.” 나는 말했다.


“뭐지?” 그녀는 물었다.


“파리 한 마리를 삼켜.”


그녀는 눈썹을 추켜 올렸다.


“아니지, 물고 있는 게 좋겠네.”


“내가 사기꾼들이랑 같이 지낸 게 몇 년인 줄 알고—”


“장난치는 게 아니야.”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녀는 잠시 인상을 찡그리더니 입을 벌렸다. 나는 파리 한 마리를 그 안으로 날려 보냈다.


곧 그녀는 날아서 밖으로 향했다. 커프는 그녀가 나간 자리를 단단히 메우기 시작했다.


정교한 계획은 아니었다. 오히려 지극히 단순한 계획이었다.


“스베타.” 나는 말했다. “지금이야.”


그녀는 세 지점을 촉수로 단단히 부여잡은 뒤에 불타는 시체를 붙들어 들었다.


곧이어 그녀는 그것을 사이언을 향해 힘껏 내던졌다.


물리적으로 공격해봤자 소용이 없다면.


감정적으로는 어떨까.


사이언이 휘청였다. 어쩌면 충격을 받은 걸지도 몰랐다.


스베타는 연거푸 불타는 시체 조각을 던졌다. 한 번, 또 한 번.


사이언의 손이 빛나기 시작했다.


“도망쳐.” 라고 벌레들로 전하는 동시에 나는 육성으로 “지금이야.”라고 말했다.


스베타는 도망쳤고, 사이언의 무차별적인 공격이 공간 전체에 작렬했다.


레이첼은 유일하게 남은 틈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고, 커프는 그 구멍마저도 메워 주위를 완전히 밀폐했다.


바깥에서 그 소리를 들은 알렉산드리아는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온몸으로 구조물의 취약 지점들을 차례로 들이받았다. 내가 찾아낸 지점들도 있었고, 넘버 맨이 추론을 통해 밝혀낸 지점들도 있었다.


무쇠로 된 기둥이, 175만 톤에 이르는 강철이 우리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거미줄을 꺼낼 필요까지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바닥까지 밀폐된 공간에 적용된 시베리안의 능력 덕분에 충격파는 우리에게 닿지 못했다.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을 정도였다. 이쪽이 모루였고, 망치는 집채만 한, 문자 그대로 고층건물만 한 크기의 강철 기둥이었다.


“휘우.” 임프는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이제 죽는 건가?


놈이 반격할 텐데.


탈출하려고 쏜 눈먼 광선에 전멸하진 않을까?


침묵이 흘렀다.


사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게 당연했다.


그 순간 움직임이 느껴졌다.


밖에서 파리 한 마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능력을 해제해.” 나는 말했다.


시베리안은 내 말대로 능력을 해제했다. 모두가 긴장하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그래 봤자 쇠가 조금 찌그러질 뿐이겠지.


밖에 있었던 알렉산드리아는 골렘의 손을 뜯어내며 안으로 들어왔고, 룽과 커프가 그녀를 도왔다.


사이언은 수직으로 기둥을 뚫어버리고 탈출한 모양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우리 위의 강철은 알렉산드리아가 뜯어낸 듯했다. 그 추측대로, 여기저기 손자국이 보였다.


“좋았어!” 임프가 환호했다. “좆이나 까라, 금삐까 새끼야!”


몸이 휘청거렸다. 레이첼이 나를 부축했다.


“괜찮아?” 커프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씨발, 기분 하나는 상쾌하네.”


“네 말을 믿는 수밖에 없겠군.” 룽은 카나리아를 짊어진 채로 말했다.


“아무 역할도 못 해서 삐졌나 보지?” 임프가 놀렸다.


나는 룽과 카나리아를 비롯한 일행을 훑어보았다. 일련의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문제는,” 골렘이 음울하게 말했다. “저놈이 이제 머리끝까지 화가 났을 거라는 건데.”


“그것도 이용할 수 있겠지.” 나는 말했다.


“대책이 생긴 겁니까?” 넘버 맨이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하지만 어느 정도 실마리는 잡은 것 같아. 병원으로 가자. 가는 길에 설명할 테니까.”


작가의말

[번역자 코멘트]

사이언의 짝의 이름은 작중에서는 한 번도 공식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독자들은 암묵적으로 '에덴'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 원작 번역 지침에 따른 공지사항.

“This is purely a fan project and I/we lay no claim to the ideas, characters, or story. The real author is J.C. McCrae, aka ‘Wildbow’, and the original version can be found at http://www.parahumans.wordpress.com. The final chapter of Worm was published on 2013. 11. 19. This is a fan translation.”


"이 번역본은 팬의 작업물이며, 번역자는 이 작품의 아이디어, 캐릭터, 스토리에 대한 어떠한 소유권도 주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원작자는 'Wildbow'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진 J.C.McCrae입니다. Worm 원작은 http://www.parahumans.wordpress.com 에서 연재되었으며 2013년 11월 19일에 완결되었습니다. 이것은 팬 번역본임을 밝힙니다."



* 표지 출처 : Ari Ibarra (ariirf.com)

팬아트 작가의 사용 허가를 받은 표지입니다.



* 이 작품의 번역은 2인 비영리 프로젝트입니다. 번역자가 번역을 맡고, 편집자가 검수와 업로드를 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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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 '탈피' e.4 +4 22.04.04 280 10 49쪽
301 '탈피' e.3 +8 22.03.28 280 15 61쪽
300 '탈피' e.2 +6 22.03.21 277 14 51쪽
299 '탈피' e.1 +5 22.03.14 335 14 48쪽
298 '티끌' 30.7 +11 22.02.28 406 17 48쪽
297 '티끌' 30.6 +7 22.02.21 355 16 64쪽
296 '티끌' 30.5 +7 22.02.14 506 14 58쪽
295 '티끌' 30.4 +6 22.02.07 357 14 52쪽
294 '티끌' 30.3 +7 22.01.31 325 16 53쪽
293 '티끌' 30.2 +6 22.01.24 303 16 50쪽
292 '티끌' 30.1 +7 22.01.17 285 14 42쪽
291 '맹독' 29.x (막간 : 포르투나) +12 22.01.03 414 14 65쪽
290 '맹독' 29.9 +8 21.12.27 289 14 46쪽
» '맹독' 29.8 +4 21.12.20 245 13 45쪽
288 '맹독' 29.7 +4 21.12.13 276 13 53쪽
287 '맹독' 29.6 +2 21.12.06 269 13 41쪽
286 '맹독' 29.5 +3 21.11.29 289 12 47쪽
285 '맹독' 29.4 +2 21.11.22 334 15 42쪽
284 '맹독' 29.3 +4 21.11.15 272 13 43쪽
283 '맹독' 29.2 +4 21.11.08 346 13 50쪽
282 '맹독' 29.1 +4 21.11.01 305 12 46쪽
281 '바퀴벌레' 28.x (막간) +10 21.10.25 342 13 59쪽
280 '바퀴벌레' 28.6 +4 21.10.18 302 15 54쪽
279 '바퀴벌레' 28.5 +4 21.10.11 290 16 49쪽
278 '바퀴벌레' 28.4 +7 21.10.04 333 16 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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