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하디웨니 님의 서재입니다.

지구의 코딜리아

웹소설 > 자유연재 > 일반소설, 현대판타지

하디웨니
작품등록일 :
2016.06.30 23:21
최근연재일 :
2016.07.14 00:33
연재수 :
6 회
조회수 :
978
추천수 :
0
글자수 :
19,943

작성
16.07.08 15:57
조회
358
추천
0
글자
7쪽

코딜리아의 머리는 초록색이다

코딜리아는 앤 셜리를 닮아서 예배 드리는 걸 좋아하나봐




DUMMY

방으로 돌아와선 옷을 벗어 곱게 접어두고 책장에 꽂힌 빨간 머리 앤을 꺼냈다. 유일하게 두껍고 유일하게 읽지 못한 책이다. 나는 아직 이 책을 읽기엔 모르는 단어는 너무 많고 글자는 너무 작다. 호기심에 펼쳐서 얻은 건 코딜리아인 이 책의 다음 장에는 어떤 얘기가 있을지 궁금하다.


"코딜리아를 만났으니 다음 장에는 다른 친구를 만날 수 있겠지? 하지만 이 책은 글씨가 너무 작아서 어디서부터 읽었는지 모를 만큼 힘들어. 나 아직 마닐라부인이 앤 셜리를 받아줄지 아닐지 모르겠어. 코딜리아 이 책의 결말은 뭐야? 모른다고? 하긴 내가 읽지 않았으니 그렇겠구나"


엄마한테 책이 얇아 주인공이 꿈을 어떻게 이뤘는지 모르겠다고 한 건.. 그냥 조금 더 두꺼운 책을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동화전집은 얇아서 금방 읽어버리고 금방 재미가 없어진다. 이제 나한테 재밌는 책은 없다. 나는 숫자를 책으로 배웠다, 숫자공부 책으로 배운 게 아니라 책 밑에 적혀진 페이지 수를 보면 숫자는 백 이상으로 있다. 빨간 머리 앤의 책을 아무렇게 펼쳤을 때 페이지의 숫자는 백 이십오였다. 꽤 예쁜 숫자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숫자를 처음 봤을 때 났던 다른 생각은 내가 배운 숫자는 50까지였었다. 이 숫자를 읽을 줄 몰라 엄마에게 보여주었고. 백 삼십까지 셀 수 있게 되었다.


"백 이십 오 숫자는 꽤 예쁜 것 같아. 읽어보면 물에 떠있는 분홍색 꽃을 떠올리거든. 대공원에 갔을 때 봤는데! 초록색의 동그란 판자에 분홍색 꽃이 심어져 있었어. 매우 예뻐서 이름을 물어보는 걸 까먹었다? 다음에 꼭 물어보고 싶어."


코딜리아는 지금 물어보리라고 생각했을 거다.


"아 맞아. 미루지 말고 지금 물어보면 되겠구나! 엄마!"


거실엔 엄마와 노트북이 있었다. 일하는 중이신가? 방해하지 말아야지.


"다음에 물어보자 코딜리아."

"응? 지구야 뭐라 그랬어?"

"아니에요 엄마 바빠요?"

"아니 안 바빠. 왜 그래?"

"나 궁금한 거 있어서.."

"뭔데? 엄마가 찾아줄게"


연꽃은 수련과의 여러 해살이 수초로 연못이나 논밭에서 자라며 뿌리줄기 식물이다. 잎은 뿌리줄기의 양옆으로 피어오르며 7월 8월에 흰색 분홍색으로 피어난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요"

"엄마도..아. 지구는 연못이 뭔지 알지? 거기서 피는 꽃이야. 그래서 연꽃이라고 부른단다"


수련이나 뿌리줄기는 모르겠지만, 꽃을 받치는 초록색 판자가 잎이라는 걸 알았다. 앞으로 내가 좋아하는 꽃은 연꽃이 될지도 모른다.


"지구 꽃에 관심이 있니?"

"이제 있을 거 같아요"


다시 방으로 들어가고. 엄마는


"있을 거 같다니.."


엄마는 어린이 서적을 검색했다.


"나 좀 더 두꺼운 책을 읽고 싶어. 코딜리아. 재홍이네 집에서 본 개와 나의 열 가지 약속이라는 책이 읽고 싶어. 글자도 클 거 같고 강아지가 주인공 일 거야. 나 강아지 좋아해 강아지 사진도 나왔으면 좋겠어. 근데 엄마한테 사달라고 하고 싶은데. 유치원 한자시험이 아직 시작을 안 했거든. 나는 갖고 싶은 건 유치원에서 열리는 한자시험을 잘 보면 엄마가 사주시거든. 하지만 금요일에 시험을 치렀고 선물로 신발을 사주셨어."


다음 한자시험이 오길 기다렸다. 엄마에게 새 책을 사달라고 해야지. 동화전집과 빨간 머리 앤은 지난겨울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주신 거니까. 새 책을 만지고 싶다. 밤 열한 시 나는 코딜리아에게 아름이 공주를 소개해주고 잠자리에 들어갔고 엄마·아빠는..


"보통 애랑은 다르게 머리가 좋은 거 같아"


아빠랑 엄마는 침대에서 내 이야기를 하고 계신다


"언제부터 인지 숫자도 익혔더라. 선생님들이 평가서에 꽤 똘똘하다고 써주시긴 했는데 내가 너무 낮춰본 것인지 아는 단어들도 많고. 최소 지능이 초등학생이야."

"그럼 일찍 과외 선생님을 붙여"

"아냐 유치원을 바꾸는 게 좋겠어 사립 쪽으로"

"사립이나 거기나 아기들 가르치는 질이 똑같지. 과외 붙이라니까"

"과외는 학생들이나 하는 거지 아직 초등학생 교육은 무리일 거야."

"당신 마음대로 해. 유치원을 옮기든 누굴 붙이든"


꿈에서 아주 커다란 도서관을 갔다. 도서관의 책들은 표지에 이름이 없었고 다 갈색이었다. 그리고 무겁고 글씨도 작아서 한글인지 영어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재미없지는 않았다. 도서실은 이렇게 근사한 곳이구나. 어디에 있는 도서실일까? 가까웠으면 좋겠다. 우리 동네엔 도서관이 없어서. 도서관은 책에서만 볼 수 있는 신기한 장소라고 생각했다. 도서실 안에서는 코딜리아가 보이지 않았다.


"다들 친구의 얼굴을 그려봐요~"


유치원 그림 그리는 시간. 하얀 도화지를 크레파스로 더럽히는 시간이다. 내 크레파스는 엄마가 손이 더러워지면 안 된다며 엄마의 립스틱처럼 통 안에 숨어있다. 밑을 돌리면 얼굴을 내미는 것이 손에 전혀 묻지 않아서 편하게 도화지를 더럽힐 수 있다. 도화지에 친구 얼굴을 그렸다. 명은이 얼굴도 그리고 차희 얼굴도 그렸다. 참운이가 그려 달래서 참운이 얼굴도 그렸다. 도화지에 친구 얼굴 하나 더 그릴 칸이 남아있었다.


나도 그려줘. 하고 코딜리아가 그렇게 생각했다. 코딜리아의 얼굴이 생각나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얼굴은 동그랗다 명은이처럼 피부는 약간 분홍색이다 차희처럼 눈은 반짝거린다 참운이처럼 새은이 처럼 희영이 처럼 민군이 처럼.. 코딜리아는 친구들의 예쁜 점을 닮았다. 새은이 입술이 도톰하면 코딜리아도 도톰하고 희영이 머리가 예쁘면 코딜리아도 그렇고 민군 이처럼 웃는 게 예쁘면 코딜리아도 예쁜 것이다. 하지만 머리색깔과 눈 색깔은 우리처럼 검은색이 아니다. 코딜리아의 머리카락색은...초록색이 어울릴 것 같았다. 초록색으로 머리를 색칠했다. 눈은 보라색이 어울릴 것 같아서 보라색으로 칠했다. 머리색깔로 초록색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헤헤 초록색이네! 괴물이야?"


참운이가 코딜리아 보고 괴물이라고 놀렸다.


"널 혼내주는 괴물이야."

"괴물은 내 친구야!"


참운이는 코딜리아의 그림에 빨간 크레파스로 뿔을 그리려 했다. 코딜리아에겐 뿔이 없다. 그래서 참운이를 밀었다. 참운이는 넘어지지 않았지만, 더욱 덤비려 들었고 선생님이 나타나선 참운이를 혼냈다.. 코딜리아가 널 싫어해서 나보고 혼내달라고 한 거야. 꼴 좋다


"참운이는 잘못 뉘우칠 때까지 거기서 손들고 서 있어!"


벌세우는 선생님을 보고 코딜리아의 그림을 쳐다보니 코딜리아가 말을 건 것 같았다.

왜 선생님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지 않으셔? 라고


"참운이는 친구들을 잘 놀려서 참운이 잘못인 걸 바로 알아채셨거든"


코딜리아가 또 물었다.


네가 밀었잖아?




그럼 나도 코딜리아를 본받아서 예배드려야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지구의 코딜리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 친구가 싸우는데 왜 말리지 않는거니? 16.07.14 92 0 6쪽
» 코딜리아의 머리는 초록색이다 16.07.08 359 0 7쪽
4 동화책은 얇고 그 속은 부실하다. 16.07.05 90 0 8쪽
3 에코와 메아리 양 옆에 신데렐라와 잭과 콩나무 16.07.03 92 0 8쪽
2 동화 말고 다른 책을 발견했지만 펼치지 못했다 16.07.01 118 0 8쪽
1 앤 셜리는 코딜리아 라고 불리길 바랬다. 16.06.30 228 0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