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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디웨니 님의 서재입니다.

지구의 코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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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디웨니
작품등록일 :
2016.06.30 23:21
최근연재일 :
2016.07.14 00:33
연재수 :
6 회
조회수 :
980
추천수 :
0
글자수 :
19,943

작성
16.07.01 21:35
조회
118
추천
0
글자
8쪽

동화 말고 다른 책을 발견했지만 펼치지 못했다

코딜리아는 앤 셜리를 닮아서 예배 드리는 걸 좋아하나봐




DUMMY

"회장님께 예수님의 축복이 함께하길"


아까 인사를 나눈 아저씨 아줌마들이 다시 아빠에게 손을 모으고 기도해주셨다. 처음엔 우리 아빠가 예수님이신 줄 알았지만 그럼 다들 하나님의 은총이 함께 하실 거라고 말했을 거다. 하나님과 예수님은 부자지간이라고 했으니까. 그럼 할아버지가 하나님이야? 하고 했던 질문에 엄마가 웃으며 아니라고 대답해줬다. 그날 아빠가 예수님이라는 의문은 사라졌지만, 아줌마 아저씨들은 여전히 예수님 대하는 듯 아빠의 발을 닦아줄 기세였다. 차로 돌아가 에코와 메아리를 집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빠는 이제 친구들과 식사하러 간다고 차를 돌리지 않고 왔던 길로 직진해서 갔다. 역시 책을 읽는 건 실패했다. 에코가 왜 메아리가 됐는지 다음 장을 펼치기 전에 이미 도착했다고 내리라고 엄마가 말했다. 엄마 손을 잡고 우리 집 보단 조금 작은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예수님 교회 다녀오셨습니까"

"오냐 축복받아라. 잘 있었냐?"


아빠 친구인 아저씨는 여러 번 본 적이 있어서 친근했다. 밥을 먹는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한 달에 몇 번 가족들끼리 모여서 밥을 먹곤 했다. 항상 장소는 여기 흰 벽 집이다.


"지구 안녕? 오늘 백조 공주 같다~"


흰 벽 집 아저씨는 아까 교회의 아저씨들이랑은 다르게 얼굴도 들이대지 않고 예쁘게 웃으며 인사해주신다.

서로 닮는다더니 부부인 아줌마도 같이 예쁘게 웃어주셨다.


"자 들어가지"


내부는 모델하우스 잡지에 찍힌 모습 그대로를 나타낸 것처럼 반짝반짝한 대리석들로 꾸며져 있었다, 대리석 바닥 대리석 식탁 대리석 주방.. 옷도 대리석으로 입은 건 아닐까?


"코딜리아. 집 예쁘지?"

"지구야 뭐라 그랬어?"


아줌마가 뒤에서 쓰다듬으며 들어오셔서 비켜주었다.


"아니에요"

"그래. 지구가 좋아하는 거 했어요. 가서 앉자"


엄마만큼 나를 예뻐해 주시는 흰 벽 집 아줌마는 나를 재홍이보다 더 예뻐하신다. 재홍이는 아줌마의 아들이고 나보다 두 살 어린데 재홍이가 먹는 사탕을 내게 한두 개씩 쥐여주시곤 했다.


"지구야 저기서 재홍이랑 좀 놀아줄래?"

"네."


거실에 깔아둔 안전매트에서 공을 굴리며 노는 재홍이를 보았다. 재홍이가 뭘 하고 놀던 나랑은 흥미가 맞지 않았지만 어린 재홍이에게 그냥 눈앞에서 손을 흔들어주기만 했다. 재홍이는 안 놀 거야 안 놀아 하고 몸을 다른 데로 돌려버렸고 나도 그냥 가만히 앉아서 식탁이 다 차려지길 기다렸다. 식사준비에 분주한 부모님과 아줌마 아저씨는 내가 놀아주는 걸로 보일 뿐이다. 코딜리아 생각이나 해야지.


"밥 먹자 얘들아"


아줌마의 말에 우리는 어린이용 의자에 앉았다. 고기가 식탁에 차려졌고 아빠와 아저씨는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엄마와 아줌마는 우리가 먹을 수 있게 고기를 잘게 잘라주셨다. 잘린 고기를 오물거리면서 눈앞에 보이는 걸 보았다. 어른들의 대화는 너무 빠르고 웃음소리가 섞여 있어 들을 수가 없었다. 어른들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 어린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접시를 비워간다. 아빠가 활짝 웃는 모습을 아주 오랜만에 봤다. 내가 매일 보는 모습은 등 아니면 운전석에 앉은 모습 예배드릴 땐 조각상처럼 조용하고 엄마한테 대할 때는 길게 말을 꺼내지 않는다. 그런 아빠를 교회에서 맞이해주는 모습이 예수님 같다고 생각했을 땐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한다. 아빠는 예수님이 아니라 로봇이다. 말 없는 로보트 그런 로봇도 웃는구나 하고 생각하곤 먼저 의자에서 내려간 재홍이를 따라 내려갔다.


"재홍이랑 방에서 놀고 있으렴"

"네"


재홍이가 졸린 지 따라오지 말라고 했다. 거실에 혼자 앉아있는 건 나도 코딜리아도 싫어서 재워주겠다는 핑계로 방으로 갔다. 재홍이 방에는 거실에 있던 안전매트가 바닥을 꽉 채웠다. 재홍이는 이 매트가 좋은가보다 침대에 눕지 않고 방 가운데에 고양이처럼 몸을 말아서는 누웠다. 침대에서 이불을 가져와 재홍이에게 덮어주었다. 손이 작아 이불을 쥐어도 금세 욱신거려서 두 번을 쉬었다가 덮어주곤 재홍이 방을 구경했다. 책상은 내 것보다 작았다. 내 방엔 어린이 책상이 없었고 일반 책상이 있다. 어린이 책상은 책 읽는데 너무 알록달록해 집중이 안 된다고 하셨기 때문에 아직 의자에 혼자 올라가기도 벅찬 큰 책상보다는 재홍이랑 나에게 딱 맞는 어린이 책상이 맘에 들었다. 그 책상 위에 올려진 동화책을 집어 읽었다. 나비가 된 애벌레 이야기는 책이 아주 다양하지만, 결말은 항상 똑같다. 애벌레떼 놀림당하였지만 나비가 되어 다들 사랑하는 것. 나는 그래서 애벌레가 주인공인 동화책을 싫어한다. 엄마는 애벌레가 징그러워서 싫은 거니 하셨지만, 애벌레와 그를 무시한 곤충들이 바보 같아서 그랬다.


"코딜리아 애벌레가 징그럽다고 무시한 곤충 친구들은 그러지 말았어야 해. 외모로 사람을 차별하는 건 나쁜 거라고 들었거든. 예수님을 봐 모두를 사랑한다잖아. 모두를 사랑하는 건 예수님만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여깄는 곤충 친구들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잠자는 재홍이를 쳐다보곤


"난 아직 모두를 사랑하기엔 마음씨가 부족한 거 같아 코딜리아는 어때?"


대답해주지 않을 상상친구의 대답은 내가 알아서 정한다.


"너도 그게 힘들구나? 맞아 미운 사람은 밉지. 근데 이 애벌레는 미운 곤충들도 사랑했나 봐. 나비가 되고 예뻐지자 다들 친구가 되어달라고 한 걸 받아준 걸 보면"


다시 코딜리아의 대답을 생각했다.


"그냥 애벌레가 외로워서 받아준 거라고? 그럼 나중에 애벌레가 좋은 친구를 찾으면 그 곤충들하고는 절교하겠구나."


애벌레 이야기 동화책을 다시 책상에 올려두고 책장이 있는 곳으로 발을 옮겼다. 알록달록한 동화전집이 책장 두 칸을 채웠다. 이건 우리 집에도 있는 건데 너무 많이 읽어서 이젠 질린 것이다 신데렐라와 백설공주가 어떻게 왕자님과 결혼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애벌레 이야기도 알고 엄지공주 이야기도 안다. 코딜리아도 이미 봐서 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럼 우리가 보지 않는 걸로 보자 뭐가 좋을까?


"인어공주는 씻지 않으면 비린내가 날 것 같아. 그래서 물속에서만 사는 거야. 매일 씻기 귀찮아서. 개구리 왕자는 왕자라서 말하는 개구리라는 특성으로 돈을 벌지 않았나 봐 코딜리아. 라푼젤은 어떻게 머리를 길게 기를까? 나 같아도 감는 데만 하루 절반이 걸려서 금방 잘라서 가발로 만들어버릴 거야."


책을 고르면서 보이는 제목에 코딜리아와 대화를 나눴다. 나와 코딜리아는 좀 더 특별한 책이 읽고 싶어서 전집은 건너뛰고 다음 칸의 책을 보았다.


"이게 뭐지?"


동화책이 아닌 다른 책이 있었다.


[개와 나의 10가지 약속]


동화전집만 본 나는 처음 어린이 소설이라는 걸 보았다. 동화책 앞에선 어떤 제목만 봐도 무슨 이야기인지 알 거 같았는데. 이 책은 아니었다. 코딜리아도 이 책이 보고 싶은 거 같아 책을 꺼내려는데 이야기를 마친 엄마가 들어오셨다.


"지구야 이제 집에 가자"

"네"


이것만 보고 가면 안 될까요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엄마는 이미 웃옷을 걸치고 있었다. 개와 나의 10가지 약속이 무슨 약속일까 궁금했지만 다음에 다시 흰 벽 집에 오면 제일 먼저 보기로 했다. 자동차 안에선 에코와 메아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랫동안 보지 않은 책이지만 오늘은 집에 가자마자 봐야겠다. 또 개와 나의 10가지 약속이 다른 동화책의 이름일지도 몰라서 집에 같은 이름의 동화책이 있나 찾아봐야겠다.




그럼 나도 코딜리아를 본받아서 예배드려야지


작가의말

주인공은 동화전집 말고는 어린이소설이나 시집을 읽어 본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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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친구가 싸우는데 왜 말리지 않는거니? 16.07.14 92 0 6쪽
5 코딜리아의 머리는 초록색이다 16.07.08 359 0 7쪽
4 동화책은 얇고 그 속은 부실하다. 16.07.05 91 0 8쪽
3 에코와 메아리 양 옆에 신데렐라와 잭과 콩나무 16.07.03 92 0 8쪽
» 동화 말고 다른 책을 발견했지만 펼치지 못했다 16.07.01 119 0 8쪽
1 앤 셜리는 코딜리아 라고 불리길 바랬다. 16.06.30 228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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