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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디웨니 님의 서재입니다.

지구의 코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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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디웨니
작품등록일 :
2016.06.30 23:21
최근연재일 :
2016.07.14 00:33
연재수 :
6 회
조회수 :
979
추천수 :
0
글자수 :
19,943

작성
16.07.05 11:25
조회
90
추천
0
글자
8쪽

동화책은 얇고 그 속은 부실하다.

코딜리아는 앤 셜리를 닮아서 예배 드리는 걸 좋아하나봐




DUMMY

"잭이 콩나무를 심어서 황금알을 가졌어요"

"잭이 어떻게 황금알을 가져요?"

"콩나무를 심어서요"

"콩나무는 어디서 났어요?"

"어 암소를 어 줬어요 아저씨한테"

"아저씨한테 암소랑 콩을 바꿨어요?"

"네"


차희랑 명은 이의 닮은 점이 있다면 발표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거다. 잭과 콩나무랑 신데렐라는 많이 읽어서 이야기를 알고 있지만 저렇게 말하면 저 이야기를 쓴 사람도 못 알아들을 거야.


"그렇지 코딜리아? 응? 내가 너무 잘해서 그러는 거라고? 헤헤"


조용히 코딜리아랑 떠드는 걸 뒤에서 보초로 계신 다른 선생님께서 다 듣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선생님은 조용히 해달라고 말하려다가 혼잣말하는 걸 듣고는 귀를 기울이고 계셨다.


"발표 참 잘했어요 모두들~ 특히 선생님은 지구가 발표를 제일 잘 한 거 같아요!"


선생님께서 내 이름을 불렀을 땐 코딜리아의 대답을 생각하는 걸 멈췄다.


"지구가 평소보다 더 잘한 거 같았어요~ 잘한 아이한텐 선물을 줘야겠네~"


선생님 앞으로 가서 오렌지가 그려진 막대사탕을 받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을 땐 아이들이 전부 나를 보는 건지 사탕을 보는 건지 모를 만큼 주시하고 있었다. 물론 사탕이었을 것이다. 명은 이가 사탕 구경을 하고 싶다며 내 옆에 얼굴을 붙였다.


"지구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다 발표를 잘했어요~ 다음에 우리 또 재밌는 꿈 읽기 해요"

"네 네 선생님"


책 읽는 시간은 끝났다. 꿈이라고 하기보단 역시 책이라고 말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책이라고 부르면 되는데 굳이 꿈이라고 부르면 궁금해지지 않아. 각자 단어의 뜻이 있는데 안 그래?"

"뭐라고 지구야?"


코딜리아 한데 말한걸 명은 이가 들어버렸다. 명은 이한테도 말해주고 싶었다.


"왜 책 읽는 시간을 꿈 읽는 시간이라 부를까?"

"예쁘잖아. 꿈은"

"단어 이름이 예쁜 거야?"

"응"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예쁜 거 같아"


명은이는 책을 꽂으러 책장으로 가버렸다. 꿈이 예쁜 단어라는 것은 잘 모르겠다. 벌레가 꿈틀거린다 의 꿈 같아서 조금 징그럽게 들릴 때도 있어. 곤충탐구 프로그램 에서 나오는 벌레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는 거 같아.

명은 이가 돌아오고 내가 본 책장은 빨간 노란 초록의 동화전집 색깔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 무지개가 터진 것처럼.


"지구는 다른 아이들 보다 말하는 게 발달 돼 있어요"

"맞아. 보통 발표하면 아이들한테 말을 이어줄 수 있게 질문을 하거든. 근데 지구는 뒤에 작가의 말 써놓은 것처럼 간략하게 잘 설명하더라"

"그거 같아요. 보통 자기가 읽은 걸 발표하는 거랑 남에게 이야기해준걸 정리해서 발표하는 건 좀 차이가 나잖아요?"

"그렇지"

"지구는 자기가 보려고 읽은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읽어준다고 생각하고 읽은 걸 거에요"

"다른 애들하고 생각하는 방향이 조금 다른가 봐"


오늘은 코딜리아에게 에코와 메아리를 읽어줬으니까 다음엔 뭘 읽어줄까? 아니면 책 말고 다른 걸 보여줄까? 집에 가서 아름이 공주님을 소개해 줘야겠다.


"어머님 안녕하세요~"


엄마는 유치원 버스가 도착하는 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지구야~"


엄마 품에 안겨서 빙글빙글 돌고는 선생님께 인사하더라고 말하기 전에 허리를 꾸벅 숙이면서


"안녕히 가세요 선생님"

"지구 잘 가고 내일 봐요~"


엄마랑 내가 열 걸음 이상 걸어갔을 때 버스가 출발했다. 매연을 마시지 않게 하려고 말이다. 오늘 있었던 일은 엄마랑 집까지 걸어가면서 이야기해야지. 내가 엄마한테 유치원에서 이야기한걸 코딜리아가 옆에서 듣고 있었다.


"오늘 아침에 놀이터에서 놀았는데 참운이가 지렁이가 있다고 막 놀렸는데 알고 보니 신발끈이었어요."

"지구 놀리는 애는 늘 참운이구나. 참운이가 습관 되기 전에 고쳤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니까요. 나는 진짜 싫어서 매일 선생님께 이르는데 참운이는 그새 잊어버려 머리가 나쁜가 봐요"

"머리가 나쁘다기보단 자기는 그게 재밌다고 생각해서 그래. 지구도 남이 싫어하는 행동은 함부로 안 하지?"

"그럼요."

"그래 그래야지. 그리고 또 뭐했어?"

"또 종이접기했는데.. 개구리 잡기를 했는데.. 나만 못 접었어요"

"너는 손이 작아서 그래. 힘이 없잖니. 손에 배지는 않았고?"

"네. 그래서 선생님께서 접어줬어요 그리고 예쁘게 색칠해서 커다란 종이에다가 연못을 그려서.."

"지구 연못이 무슨 단어인지 알아?"

"응. 호수보다 작고 웅덩이보다 큰 거"

"알고 있구나~ 그래 그다음은?"

"연못을 그려서 그 위에 개구리를 붙였어!"


코딜리아가 말했다고 생각한다. 찬욱이가 연못 위를 뛰어다녀서 개구리들이 반쯤 구겨졌다고. 그걸 말하면 엄마는 찬욱이가 버릇없는 나쁜 아이라고 생각할 거니까 말하지 않는 거야 코딜리아.


"그리고 책 읽는 시간을 가졌는데. 선생님은 책 읽는 시간을 자꾸 꿈 읽기 라고 말해요"

"그건 선생님께서 책을 꿈에 비유한 거야. 다들 꿈을 가지라 하잖니?"


꿈을 가지라는 말에 가까이 찍힌 애벌레 얼굴이 생각났다.


"으 징그러워"

"응? 징그럽다니?"

"꿈이라는 단어는 조금 징그러워운거 같아요. 애벌레가 꿈틀거린다 의 꿈 같잖아요"

"뭐? 호호 그렇게 느낄 수 있겠지만 꿈이라는 단어는 속뜻은 아름다운 거 ."

"아름다운 거요??"

"지구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엄마가 한 말씀이 무엇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많이 크지 않았어요? 키가?"

"키가 아니라..음.. 어른스러운 거 . 생각이 넓어지고 깊어지는 거야"

"생각이 크면 어른이 되는 거야?"

"응. 맞아 엄마 같은 어른이 되는 거야"

"나는 어린이고 엄마는 어른!"

"맞아. 그런거야 . 어른들은 어린이였을 때 자기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단다."

"책에서 봤어요. 꿈이 있는 주인공들을 봤거든요 책에선 꿈이 쉽게 이루어져서 꿈은 가벼운 건 줄 알았어요"

가볍다는 말에 엄마는 약간 놀란 듯 나를 쳐다봤다.

"사실 그렇지 않다는 건 알고 있어요. 꿈은 가볍게 가져도 어른이 되면 무거워지는 거라고 코딜리아가 그랬어요. 동화책들은 얇으니까 이야기를 길게 쓰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꿈을 이루는 데 몇 페이지밖에 걸리지 않아요. 나는 작은 글씨는 아직 읽을 수 없고요. 주인공들이 꿈을 이루는 이야기는 짧을 수밖에 없는 거에요 책이 얇아서 에요"

엄마는 꿈이라는 단어이름이 징그럽다고만 생각하는 나에게 꿈은 어른이 되면 이룰 수 있게 노력하는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하려 했지만. 어느새 내가 하는 이야기에 눈을 동그랗게 뜨기만 했다.

"나는 아직 꿈이 없어서 그런 거지만 다른 사람이 꿈을 꾸는 과정은 책에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동화책에선 그걸 자세히 알 수 없어서 나는 꿈이 징그럽다고 생각했어요. 단지 불러보는 것뿐이에요 꿈의 의미가 뭔지는 전혀 징그럽지 않아요"

"지구야. 의미가 무슨 뜻인지도 알고 있었니?"

"음.. 뭔가의 사실이 의미 에요 의미라는 단어는 근사한 거 같아요. 하얀색 장미 느낌 이에요"

엄마는 지금까지 일곱 살은 연못이나 의미를 모르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동화책에서 전부 배워서 알고 있었다. 의미는 코딜리아가 가르쳐 준 것이지만.




그럼 나도 코딜리아를 본받아서 예배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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