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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Eternal

성간거리만큼의 시간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전쟁·밀리터리

윤시소
작품등록일 :
2019.09.24 15:48
최근연재일 :
2019.12.04 11:47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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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3
추천수 :
9
글자수 :
114,719

작성
19.10.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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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조우 2

DUMMY

항상 시니컬하고 차분한 탤벗이 이렇게까지 겁에 질려 하자, 부대원들 역시 조금씩 동요하기 시작했다. 쿠미야는 그녀를 진정시켰다. 저기서 타고 있는 괴생명체가 사람이든 동물이든, 일단 이 좁은 통로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였으니 말이다.



“좋아, 알겠어, 탤벗. 그래도 일단 우리는 여길 빠져나가야 해. 출구가 가까이에 있나?”


“···”



탤벗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 같다. 쿠미야는 아무리 봐도 그녀가 단순히 겁을 먹어 이런 행동을 보이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탤벗은 쿠미야보다 이성적이고 침착했다. 쿠미야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겨우 저런 거 하나 봤다고 이런 이상 행동을 보이다니?



“탤벗, 탤벗! 좀 진정 좀 해봐. 일단 이 통로부터 벗어나자. 나가면 바로 저 괴물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좀!”


“.. 중위님··· 우린 돌아가야 해요··· 돌아가야 한다구요···”



불 같은 성격의 쿠미야였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탤벗을 설득했다. 808부대에서 감지타입의 능력자는 오직 탤벗 뿐이었는데 그녀가 이런 상태론 도저히 작전을 계속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동을 계속한다. 우리에겐 주어진 작전이 있고 명령이 있어. 저런 거 하나 만났다고 겁먹고 돌아가고 싶나?”



쿠미야는 탤벗뿐만 아니라 모든 대원들에게 질문하든 엄포를 놓았다. 여느 작전과는 다른 양상의 전개에 당황했던 대원들이지만 그래도 쿠미야의 말이 옳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들이 여기서 돌아서면 저 괴물의 정체를 밝히는 건 물론, 반란군들에 대한 정보마저 습득할 수 없다는 건 사실이었다.



“정신차려! 우리의 전투력은 우주 최강이다. 갑작스레 나타난 괴물 때문에 놀랐다면.. 이해한다. 하지만 우린 결국 저걸 제압했어. 두려워해야 할 건 저것들이 아닌, 우리 스스로의 두려움이다. 알겠나?”


“네!”



쿠미야의 말은 꽤나 설득력이 있었다. 덕분에 대원들은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이동할 수 있었다. 모두가 이동하기 시작하자 탤벗 역시 일어서 그들을 따르기 시작했다.



“위틀락,”


“네, 중위님.”


“괜찮나?”


“네, 괜찮습니다.”


“아니, 내 말은 체력적으로 말이야. 우리 중에 능력 사용 횟수가 너가 제일 많잖아.”


“아··· 뭐.. 아직까진 괜찮습니다. 목이 조금 마른걸 빼면요.”


“그래. 고생했다.”



조금 전, 반에게 불호령을 내렸던 쿠미야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능력을 자주 쓰는 것이 체력적으로 매우 부담스럽다는 걸 알고 있는 쿠미야는 반은 위로하며 또 은근히 칭찬했다. 그녀는 자신의 수통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반은 감사하다며 수통을 열곤 들어있는 물을 조금 마셨다.



“듣기만해, 위틀락.”



물을 마시는 반에게 쿠미야가 아주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너도 봤겠지만 탤벗의 상태가 좋지 않아. 단순히 겁을 먹은 게 아니야. 이 정도의 일로 저럴 탤벗이 아니다··· 가까이서 관찰해. 이상 행동하면 일단 제압하고 날 찾아.”


“···”



반은 물통을 다시 건네주며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탤벗 중위를 바라보았다. 잔뜩 움츠러든 모습이 확실히 그가 보던 탤벗의 평소 모습과는 너무 달랐다.


일마즈의 도움을 받으며 일어서는 바이사넨은 여전히 얼얼한 턱을 주무르고 있었다. 그녀는 쿠미야가 상관만 아니었다면 당장에라도 태워 죽일 듯 노려보았지만 그녀를 이길 자신은 없었다. 808부대의 2인자인 쿠미야는 단순히 이 부대에 오래 있어서 그 자리에 오른 게 아니었다. 그녀의 전투력과 전투 수행 능력은 바이사넨과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괜찮으십니까?”


“···어..”



일마즈가 안부를 묻자 아픈 턱을 간신히 움직이며 대답하는 바이사넨이었다. 턱뼈에 실금이라도 간 듯 가만히 있어도 저릿한 고통이 뇌로 전달됐다. 하지만 그거보다 더 참기 힘든 건 역시나 부하들 앞에서 주먹질 한 방에 픽 하고 쓰러졌다는 수치심이었다.


쿠미야는 부대원들을 이끌고 계속해 통로를 이동했다. 이미 능력을 많이 쓴 반이었기에 더 이상 빙판을 타고 이동하는 사치는 부릴 수 없었다. 괴물의 사체에서 멀어지고, 불빛도 멀어지자 부대원들은 다시 투시경을 꺼내 썼다. 다행히 얼마 가지 않아 입구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철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쿠미야는 습관적으로 탤벗을 불러 철문 너머에 뭐가 있나 확인하려 했지만 잔뜩 움츠려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 그저 한숨만 쉬곤 철문에 귀를 갔다 댔다.



“···”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철문을 만져 재질과 두께를 확인했다. 입구의 문과 같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섣불리 열어젖힐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문 너머에 뭐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문을 열까 말까 고민하는 쿠미야의 옆으로 탤벗이 다가왔다.



“문 뒤엔 위험한 건 없습니다.”


“···정신차린 거야?”



쿠미야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는 탤벗.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기 보단 뭔가에 홀린 듯 보였다.



“병원··· 아니, 실험실인 거 같습니다. 온통 하얀 벽에··· 으으···”



그녀는 갑자기 괴로운지 자리에 풀썩 주저 앉아 머리를 감싸 쥐었다. 쿠미야는 그런 탤벗을 서둘러 들어 뒤로 옮겼다. 그녀의 입을 막은 쿠미야는 한 대원에게 서둘러 오라고 손짓했다.



“야, 얘 입 좀 막고 있어봐.”


“네?”


“아, 빨리!”



쿠미야의 명령은 분명 이상했다. 하지만 명령은 명령이기에 대원은 손을 주물거려 뭔가 끈적한 물체를 만들어냈다. 그는 탤벗에 입에 그걸 묻히는 걸 망설였다. 갑자기 왜 입을 가리라는 건지..



“야이씨, 빨리 안 해?”


“네..넵!”



명령을 받은 대원은 조심스럽게 탤벗의 입을 막았다. 탤벗은 당황해 몸부림쳤지만 쿠미야는 조용히 하라는 수신호를 보였다. 다행히 탤벗은 진정했다.



“후.. 만에 하나 소리라도 질러버리면 정말 낭패야. 그래서 입을 막은 거니 이해해주길 바란다.”



쿠미야는 지령하달을 위해 모두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이 문 너머에 우리가 찾던 실험 시설이 있는 것 같다. 너희들도 느끼고 있겠지만 우리가 해왔던 어떤 작전보다 이상하고 또 잠재적 위험요소도 많은 게 이번 작전이다. 모두 조심해서 움직여. 카메라 확인하고, 제압이 필요하다면.. 최대한 조용히 제압하고. 무슨 말인지 알지?”


“네!”


“그럼 진입하겠다!”



쿠미야는 뒤를 돌아 철문에 손을 대었다. 그녀는 마음 먹은 듯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 ** **



심우주에서 동력도 잃은 채 둥둥 떠있던 지진함은 다행히 아발론의 구조로 화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비록 하이퍼 점프로 이동 중이었지만 아무래도 작은 함선이 큰 함선을 끌고 가는 모양새이다 보니 일반적인 하이퍼 점프보단 느릴 수 밖에 없었다.



“부함장님, 화성 도달까지 10분 남았습니다.”


“그래, 알겠네. 항해사, 가서 함장님을 좀 모셔오게.”


“아.. 네, 알겠습니다.”



항해사는 서둘러 함교 문 쪽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그가 따로 카우프먼을 모시러 갈 필요는 없었다. 항해사가 함교 문을 열자 지진함의 함장이 그 앞에 서있었기 때문이다.



“아.. Virtus!”


“응, 그래.”


“Officer on Deck!”



항해사는 함장이 왔다는 걸 함교에 알렸다. 카우프먼이 등장하자 피벡은 짐짓 놀랐다. 그는 서둘러 함장에게 다가갔다.



“벌써 일어나셨습니까, 함장님. 좀 쉬셨습니까?”


“응, 푹 쉬었네. 몸이 가벼워.”



둘은 함장석으로 걸어갔다.



“하이퍼 점프를 하고 있던 거 같던데. 견인은 무사히 한건가?”


“예, 지금 화성으로 순항 중입니다. 이제 곧 화성의 영역으로 들어설 것입니다.”


“그래. 고생했네, 부관. 쉬지도 못하고.”


“아발론과 통신, 연결할까요?”


“아니네. 조르주 장군은 다 좋은데.. 말이 많은 게 흠이지.. 막 일어났는데 바로 피곤해지고 싶지 않네.”


“함장님! 하이퍼 점프를 빠져나옵니다! 화성입니다!”



제자리로 돌아온 항해사가 화성 영역으로의 진입을 알렸다. 아발론과 지진함이 하이퍼 점프를 빠져나 오자 천둥이 치는 요란한 소리가 함 내부에 울려 퍼졌다. 하이퍼 점프를 빠져나올 때 생기는 중력장의 변화에 의해 일어나는 소음이었다.


지진함에도 화성을 처음 와보는 병력들이 있었다. 거기다 88사단 병력들 역시 화성은 처음이었을 테니 그들은 피곤하고 지친 심신으로도 굳이 창가로 다가가 휘황찬란한 붉은 행성의 위용을 바라보았다.


화성은 그야말로 인류의 위대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화성을 중심으로 곳곳엔 우주 정거장들이 즐비했고 셀 수 없이 많은 함선들이 정거장들 사이를 이동하고 있었다. 다른 3개의 주거용 행성들과는 달리, 군사용 행성인 화성은 인류의 온갖 최신 기술들의 메카였다. 연방군의 모든 본부가 이 곳, 화성에 위치했고 많은 수의 군함이 진수되는 곳 역시 이곳 화성이었다. 붉은 행성은 이름 그대로 불타고 있는 듯 보였다.



[피벡 중령, 화성에 다 왔네.. 엉? 카우프먼 장군님!]



카우프먼과 피벡을 제외하곤 함교의 모두는 화성의 아름다움에 현혹되어있었다. 그때 마침 들어온 아발론에서의 통신에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자신의 임무에 집중했다.



“아, 조르주 장군.”



[쉬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괜찮으십니까?]


“쉬다 이제 막 복귀했소. 괜찮냐니? 난 당연히 괜찮소. 화성은 어떻소?”


[예.. 화성이야 늘 그렇듯 빡빡합니다. 더군다나 8번 행성이 그렇게 되고 난 후엔···]


“그래, 상상이 가는구만. 여기까지 데려다 줘서 고맙소. 장군이 아니었다면 곤란할 뻔 했어.”



뭔가 계속 말을 하려 하는 조르주 장군이었지만 카우프먼은 서둘러 그의 말을 끊었다.



[아닙니다, 장군. 오히려 장군님을 모실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정비 도크까지 모시겠습니다.]


“고맙네.”


“함장님, 연방 본부에서 들어오는 통신이 있습니다. 제 2부원수님의 통신입니다.”



통신장교는 긴장하며 보고했다. 부원수로부터의 통신이라니··· 이건 분명 엄청난 것이었다.



“제 2부원수님의 통신? 연결시켜야지 그럼.”



** ** **



쿠미야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철문을 벗겨내듯 도려냈다. 그녀가 가볍게 분리하고 들어올린 문짝을 옆에 내려놓자 흙 바닥이 깊게 파여 들어갔다. 반은 그녀의 초인적인 힘이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 여전히 신기해 했다.


탤벗의 말대로 철문의 반대쪽은 정신병원 마냥 온통 하얀색으로 도배가 되어있는 연구소였다. 쿠미야가 먼저 들어가 주변을 살핀 후 나머지 대원들에게 들어오라고 수신호를 보내자 한 명씩 발소리를 죽이며 잠입했다. 마지막으로 탤벗과 위틀락이 넘어오자 알파 스트라이크부대는 곧바로 제일 가까운 실험실로 향했다. 세 명이 망을 보고 나머지는 진입해 닥치는 대로 정보를 수집했다.


반 역시 여러 정보들을 수집했다. 확실히 모종의 실험이 자행되는 것 같아 보였는데 기록된 언어는 고대 지구문명일 때나 쓰이던 언어여서 바로 이해할 수 는 없었다. 반을 비롯한 대원들은 자신들이 보는 것을 녹화하거나 사진으로 남겼다. 이 많은 자료를 다 들고 갈수는 없으니 말이다.


반은 특이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대부분의 연구자료엔 해부된 여러 동물들의 사진이 붙어있었다는 것이었다. 개, 고양이를 비롯한 소형 동물부터 코끼리나 고래 같은 거대한 동물까지 모두 있었다. 전부 포유류인걸 보니 이곳 실험실은 약을 만드는 연구소인가 싶기도 하다.



“자, 어느 정도 수집했으면 다음 방으로 넘어간다.”



이 실험실에 대한 수색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쿠미야가 신호를 보냈다. 그녀의 사인에 맞춰 대원들은 서둘러 자료들을 제자리에 두었다. 망을 보던 대원들이 안전하다는 수신호를 보내자 대원들은 다음 실험실로 이동했다. 이번 실험실은 잠겨있었지만 쿠미야는 그녀의 능력으로 문고리를 망가뜨리지 않고 문을 열었다. 방으로 들어온 대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이 방에는 온갖 동물들이 해부된 채로 큰 플라스크들에 담겨 밀봉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곳이 도축장인지, 연구실인지 모를 정도로 해부되어 ‘전시’된 동물들은 많았다. 만약 플라스크마다 들어있는 동물이 무엇인지 말해주는 설명문이 없었다면 말 그대로 이게 해부가 된 동물인지 아님 그냥 짓이겨진 고깃덩이들인지 구별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평소에 비위가 좋은 편이던 반이었지만 왠지 모를 비릿하고 역겨운 냄새와 비주얼적으로도 충격적인 플라스크들을 보니 속이 뒤틀리는 것만 같았다. 만약 반란군들이 이 실험을 주도하고 있다면 대체 뭐하러 해부한 동물들을 플라스크에 담아 저장하는지 묻고 싶을 정도였다.


대원들은 거북한 속을 참으며 자료수집을 이어갔다. 반은 가끔씩 누군가가 자신을 쳐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이 방에는 대원들뿐이었고 감시카메라도 없었기에 그저 느낌이겠거니 하고 자료수집에 집중하려 했다.



“읍!! 으브읍!!”



한동안 조용하던 탤벗이 쿠미야의 옷깃을 세게 잡아당기며 손가락으로 플라스크를 가리키기 시작했다.



“뭐야, 왜.”


“그븝!! 읍!읍!!!”



뭔가 다급한지 탤벗은 눈을 동그랗게 뜨곤 쿠미야를 보챈다. 쿠미야는 그녀가 가리키는 플라스크들을 보았지만 역겹다는 것 외엔 특이한 건 없었다.



“알아, 알아! 역겨운 거 알아! 사진 다 찍었어. 아잇! 찢어져! 작작 잡아당겨!!”



탤벗이 계속해 옷을 잡아당기자 슬슬 짜증이 나는지 쿠미야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다 찍었다고! 봐!”



쿠미야는 그녀에게 찍은 자료들을 보여주었다. 탤벗은 사진엔 관심도 없다는 듯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야! 마일스! 와서 얘 입 좀 열어봐! 아오 답답해!”



아까 탤벗의 입을 막았던 대원은 그녀의 입 위에 손바닥을 갔다 댔다. 그러자 그 끈적이는 물체는 녹아 물처럼 흘러내렸다.



“저거 위험하다고요!!”



탤벗은 입을 열 수 있게 되자 곧바로 큰소리로 외쳤다.



“야..! 조용히 말 못해!! 뭐가 위험하다는 거야? 너 진짜 정신 안 차릴래?”



쿠미야는 탤벗의 다급한 경고를 더 이상 듣기 싫어하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게 탤벗은 이미 충분히 귀찮은 상황들을 많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쿠미야는 탤벗에게 보여준 자료들을 다시 집어 넣었다. 그 순간 그녀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는데, 찍힌 자료에 나온 플라스크의 내용물들과 직접 눈으로 보이는 내용물들의 위치가 다 달랐기 때문이다.



“···??”


“대장!!!”



순간 갑자기 ‘대장’이라며 외치는 일마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밖에서 망을 보고 있었는데.. 무언가 급한 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 쿠미야는 다급히 밖으로 나갔다. 그녀가 본 것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사람의 얼굴을 한 끔찍한 모습의 괴물들이 역겨운 미소를 지으며 쿠미야와 대원들을 포위하고 있었다. 통로에서 마주친 괴생명체가 이런 것들 중 하나였을거라 생각하자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것들은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알파 스트라이크 대원들을 완벽히 포위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쿠미야는 탤벗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괴생명체들은 인간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고 심지어 자기들끼리 중얼중얼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쿠미야는 대원들에게 전투준비를 알렸다. 그 순간 펑 터지는 소리와 함께 실험실에 있던 플라스크들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안에 있던 역겨운 동물의 사체덩어리들은 비릿한 액체와 함께 실험실 바닥에 쏟아졌다. 플라스크 가까이 있던 불쌍한 위틀락과 마일스는 역겨운 액체를 온통 뒤집어썼다. 더 충격적인 건 떨어진 고깃덩이들이 마음대로 꿈틀거리기 시작하더니 점점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원들은 그것들이 실험실 밖의 괴생명체의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전원! 따라와!!!”



쿠미야는 다급한 목소리로 대원들을 이끌었다. 그녀는 서둘러 실험실 밖으로 나와 괴물들이 적은 방향으로 쇠 공을 던져 괴물들을 밀쳐냈다. 그녀가 따라오라는 수신호를 보내자 대원들은 서둘러 그녀를 쫓았다. 그러자 그동안 가만히 중얼거리기만 하던 괴물들은 지하통로에서 들었던 그 괴상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 괴생명체들은 시설엔 신경도 쓰지 않는 듯, 자신들 앞에 걸리적거리는 것들을 부수며 대원들을 잡아먹을 듯 뒤쫓기 시작했다.



** ** ** 14화 끝 ** ** **



화성: 화성은 인간이 살기에 적합한 행성은 아니다. 다만 아주 옛날부터 있어온 ‘거주 가능성’ 때문에 인류는 이곳에 정착하는 것을 포기하지 못했다. ‘인류의 꿈’이라며 과거의 많은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은 이 황량한 행성을 굳이 개척하려 했다. 결과적으론 성공이었다. 행성의 지반을 어느 정도 파고들어가자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나 문제가 되었던 살인적인 우주 방사능을 피할 수 있게 되어 그때부터 인류의 화성 정착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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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예상밖의 마찰 19.10.10 33 0 15쪽
6 8번 행성 19.10.09 47 0 17쪽
5 차출 19.10.05 72 0 18쪽
4 H.C.S.F. Earthquake 19.10.03 67 1 19쪽
3 빛과 얼음 19.09.30 91 2 16쪽
2 뜻밖의 소식 19.09.27 130 2 17쪽
1 생도 1332 +2 19.09.24 261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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