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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Eternal

성간거리만큼의 시간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전쟁·밀리터리

윤시소
작품등록일 :
2019.09.24 15:48
최근연재일 :
2019.12.04 11:47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986
추천수 :
9
글자수 :
114,719

작성
19.10.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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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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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7쪽

조우

DUMMY

쿠미야는 찢어놓은 철문을 덩어리를 만지작거리더니 마치 어린아이가 찰흙을 가지고 놀듯이 동그렇게 말았다. 그녀는 그렇게 농구공 만한 쇠 공을 두 개를 만들더니 각각 작은 걸이를 만들어 양쪽 어깨에다 걸었다. 딱 봐도 수십 킬로그램은 넘어 보이는 쇠 공들을 어깨에 걸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전혀 무겁지 않다는 듯 가볍게 움직였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통신이 되지 않더라도 걱정하지 마십쇼. 탤벗의 말대로라면 통신 범위 이상 움직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도록 하지. 그래도 너무 오래는 통신두절이 되지 않도록 해.”


“만약··· 만약 저희가 세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구하러 와 주시던지, 말던지 하십쇼.”


“허허..”



그녀는 저스트먼을 나름 안심시키려 했다. 상관에게 이렇게 건방지게 말할 수 있는 것도 쿠미야의 특기일 것이다. 그런 그녀가 저스트먼은 기가 차는지 헛웃음을 쳤다.



“그럼 진입하겠습니다. 가자!”



쿠미야는 제일 먼저 앞장섰다. 탤벗이 그녀의 뒤를 따랐고 반은 그룹의 가운데에 위치했다.


통로에 발을 디뎌보니 질감이 생각보다 더 축축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8번 행성은 처음인 대원들은 이 별은 원래 그런가 싶었지만 조심성이 많은 반과 이곳에 와본 대원들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지하층 흙이 이렇게 무르다면 그 위에 도시를 지었을 리 만무했고 또한 발전소같이 중요시설을 지반도 불안정하고 또 심지어 전류가 흐를 수도 있는 이런 축축한 땅에 지었다는 건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이 통로가 위험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워낙 어두운지라 야간투시경으로도 기껏해야 전방 몇 미터 앞 까지만 보일 뿐이었다. 8번 행성의 습한 기후에다 지하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통로 내부는 매우 후텁지근했다. 대원들은 온 신경을 곤두세우곤 천천히 전진해 나갔다. 통로는 그들을 점점 더 깊은 지하로 데려가고 있었다.



“탤벗, 아직 아무런 움직임도 없나?”


“네. 이렇게 천천히 움직이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전방 수백 미터까진 그냥 터널 같은 통로뿐입니다.”


“알겠다, 위틀락!”


“네!”


“너, 빙판을 만들 수 있지? 이동을 빨리 해야겠다. 너 말고 다른 사람들도 너처럼 이동 시킬 수 있나?”


“음···.”



반은 잠시 생각했다. 혼자선 얼마든지 가능했지만 이 인원을 다 끌고 갈 수 있으려나?



“네, 이동 시킬 수 있습니다.”



반은 뭔가 생각났는지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는 모두에게 앞 사람의 허리를 붙잡으라고 했다. 모두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빨리 이동 할 수 있다고 하니 조금 망측해도 반의 말을 따랐다. 반을 제외한 부대원들은 기차놀이를 하는 아이들처럼 앞사람의 허리춤을 붙잡고 엉거주춤하게 섰다. 반은 맨 뒤로 이동해 손을 몇 번 휘저어 바닥에서부터 빙판이 솟아오르게했다. 습기가 많아서 그런지 얼음은 생각보다 빠르게 만들어졌다.



“이동하겠습니다. 무릎과 허벅지에 힘주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넘어집니다··· 그리고 앞사람 꽉 잡으십시오.”


“알겠으니까 빨리 가자, 위틀락!”



쿠미야는 이런 어정쩡한 자세가 민망했는지 소리쳤다. 반이 접영을 하듯 두 팔을 들어 아래로 내려치자 부대원들이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 ** **



[H.C.S. Earthquake, 여기는 H.C.S. Avalon . 응답 바람, H.C.S. Earthquake, 여기는 H.C.S. Avalon . 응답 바람.]


“부함장님, 아발론에서 통신이 오고 있습니다.”


“그래, 연결 시키지.”



카우프먼이 없는 함교는 피벡 중령의 감독아래에 운영되고 있었다. 모두들 여전히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듯 보였다.



“아발론, 여기는 지진함의 부함장 솔로몬 피벡 중령이다.”


[피벡 중령? 카우프먼 장군님은 어디 계신가?]



아발론의 함장으로 보이는 이가 다짜고짜 카우프먼의 위치를 물었다.



“함장님께선 잠시 쉬고 계십니다. 현재는 제가 위임을 받아 지진함을 통솔하고 있습니다.”


[아, 그래. 엄청난 작전을 지휘하시느라 피곤하신가 보군. 미안하네, 난 혹시라도 큰일이 났나 싶어 자네에게 인사 건네는 것도 깜빡했구만. 지진함은 어떤가? 이쪽에서 보이는 외관상으론 딱히 나쁘지 않은 거 같은데.]


“와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진함은 메인 동력 하나가 작동을 멈췄습니다. 하이퍼 점프는 뛰지 못하는 상태이고요.”


[아, 그렇구만.. 그래, 내 지금 바로 정비선들을 내보내 아발론에 견인시키겠네. 연방에서 이 지역을 레드존으로 바꿨다는 소식을 들었나? 위험할 수도 있으니 서둘러 움직이자고.]


“네, 그럼 저희 쪽 도킹 포드도 열어 놓겠습니다.”



레드존이란 언제든 적에게 공격을 당할 수 있는 지역을 말하는 것이다. 비전투 지역에선 가장 위험한 등급을 나타내는 뜻이다. 화성에서 온 아발론은 여러 대의 작은 정비선들을 사출시켰다. 각각의 정비선들은 두꺼운 케이블을 끌고 나오고 있었는데 아마 이 케이블들로 견인을 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정비선이 지진함에 가까이 갈수록 얼마나 이 함선이 거대한지 알 수 있었다. 정비선들은 거대한 코끼리에 앉는 귀여운 새들처럼 거대한 지진함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케이블을 연결했다.



“부함장님, 케이블 연결 완료되었습니다.”


“그래. 드디어 화성으로 가는군.. 고생했다! 모두, 고생했어! 이제 경보를 ‘순풍’ 단계로 낮춘다.”


“네!”



** ** **



알파 스트라이크 부대원들은 꽤나 빠른 속도로 이동 중에 있었다. 처음에는 이런 형식의 이동에 모두 어색해 했지만 어느 정도 적응이 되니 이런 이동이 생각보다 쉽고 빠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가만히 허리만 어느 정도 수그리고 있으면 알아서 앞으로 가주니 그만큼 편한 게 또 없다. 반이 만든 빙판과 움직이는 속도는 그들을 시원하게 해주기까지 했다. 작전이 아니었다면 푹 잠들 수 있을 정도로 편안했다.


하지만 반의 사정은 정반대였다. 대부분 자신보다 덩치가 큰 사람들 여럿을 이 정도 속도로 안전히 이동시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멈춰!!!!”



갑자기 탤벗이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목소리가 통로 안에서 울렸다. 반은 깜짝 놀라 서둘러 멈췄지만 관성 때문에 모두가 자리에서 넘어질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우당탕거리며 뒹굴었고, 제일 앞에 있던 불쌍한 쿠미야는 대자로 엎어졌다. 그녀는 아픈 코를 문지르며 물었다.



“아으··· 뭐야, 왜 그래?”


“바..방금 뭔가 지나갔습니다. 땅 속에 있었어요.”


“무슨 소리야. 알아듣게 설명해봐.”



쿠미야는 겁을 먹은 듯한 탤벗의 모습에 덩달아 긴장했다. 항상 침착하던 탤벗이 겁을 먹다니.. 갑작스런 적막이 통로를 덮었다. 부대원들은 모두 주변 경계에 집중했다.



“오.. 온다! 저희 뒤쪽에 있어요!!”



그녀가 속삭이자 맨 뒤에 있던 일마즈와 반은 뒤돌아 혹시라도 접근하는 물체가 있는지 살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순간 반이 앞으로 손을 뻗었다.



“일마즈 소위님! 숙이십시오!!!”



반은 소리를 지르며 일마즈를 옆으로 밀쳐냈다. 그는 순식간에 두꺼운 얼음을 만들어 통로를 막아버렸다. 얼음이 통로를 막자마자 뭔가 육중한 것이 얼음 벽을 들이 받았다. 꽤나 큰 진동이 땅속을 흔들었다.



“일마즈! 뭐였어!”



쿠미야는 다급한 목소리로 일마즈를 일으켜 세우며 물었다. 정체 모를 무언가는 계속해 반의 얼음을 두들겼고 진동은 계속되었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아니, 최소한 전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이런..!! 위틀락! 얼음에 작은 구멍을 만들 수 있나!”


“예···옛!”



간신히 얼음을 유지하던 반은 겨우 작은 구멍을 만들었다. 쿠미야는 투시경을 쓴 채로 구멍 너머를 보았지만 일마즈의 말대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뭐.. 뭐야?!!?”



그녀는 어깨에 걸고 있던 쇠 공을 만졌다. 그러자 작은 부분이 떼어져 나와 작살 같은 모양으로 변형됐다.



“위틀락, 내가 셋을 세면 지금 만든 구멍보다 직경이 세배는 큰 구멍을 만들어. 알겠나!”


“예!”


“하나.. 둘.. 셋!”



반은 오른손을 회전시켜 쿠미야가 말한 구멍을 만들었고 쿠미야는 곧바로 작살을 쏘았다. 작살은 얼음 벽을 다 통과하지도 않았는데 뭔가에 꽂힌 듯 멈췄다. 쿠미야는 그것이 무엇이 되었는 뚫어버리려고 작정하고 날린 작살이 얼음을 채 반도 지나지 않아 멈추자 놀라했다. 그 순간 귀청이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가 온 통로를 메웠다.



“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으으으!!”



끔찍한 비명소리에 대원들 모두는 귀를 붙잡고 쓰러졌다. 반은 얼음을 유지하느라 귀를 막지 못했는데 그런 그의 귀에선 피가 나고 있었다. 그들이 들은 비명소리는 흡사 인간의 비명소리 같았지만 동시에 매우 높은 음파이기도 했다. 수 초 동안 들리던 비명소리가 끝나자 그 알 수 없는 생명체는 더욱 공격적으로 반의 얼음을 박살내기 시작했다.



“중위님! 얼마 못 버팁니다!!”



쿠미야의 머리는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뭔가가 자신들을 공격해왔고 탤벗만이 그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자신이 살의를 품고 던진 창에 맞았는데도 불구하고 죽기는커녕 창의 절반도 박히지 않았다··· 잠깐··· 반은 어떻게 안거야?



“탤벗! 탤벗!! 정신차려! 일마즈! 중력 역전 시킬 수 있어? 얼음 벽 넘어서 한 오 미터 정도만?”


“네! 한 이십 초 정도 걸립니다!”


“이십 초 못 버팁니다!!”



반은 이젠 한계라는 듯 고통스러워하며 외쳤다.



“탤벗!! 야!!”



쿠미야는 아직도 귀를 감싸고 겁에 질려하는 탤벗을 흔들어댔다.



“야!! 출구 얼마나 남았냐고!!”


“중위님!!!”



반은 마지막으로 외쳤다. 얼음은 깨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야, 나와봐.”



갑지가 반을 옆으로 밀치며 걸어 나오는 바이사넨 중위. 그녀는 투시경을 벗고 있었다. 반이 넘어지자 얼음 벽은 순식간에 깨졌다. 하지만 그녀는 당황하지 않고 오른쪽 검지손가락에 바람을 불었다.



“잘 봐둬, 신입. 알파가 어떻게 싸우는지.”



그녀는 손가락을 앞으로 향하게 뻗었다. 그러자 손가락에선 화염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단순히 ‘나오는’ 것이 아닌 로켓이 발사될 때 뿜어지는 화염처럼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끔찍한 비명소리가 온 통로를 가득 채웠다. 대원들은 서둘러 투시경을 벗곤 바이사넨의 강력한 화력에 모두 뒤로 물러났다.



“바이사넨! 뭐 하는 거야! 이런 공간에서 그런 화염을 뿜으면 어떡해!!”



쿠미야가 소리질렀지만 바이사넨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중위님, 저걸 보고 말씀하시죠? 이게 우리를 공격하려 했던 겁니다”



바이사넨은 강력한 화염에 휩싸여 비명을 지르며 타 죽어가는 괴물을 보며 말했다. 비명소리가 서서히 줄어들며 죽어가고 있었지만 그녀는 화염의 강도를 줄일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그녀의 강력한 화염에 쿠미야가 꽂은 창마저 녹고 있었다. 바이사넨은 미소 짓고 있었다.



“이나리 바이사넨 중위! 당장 그만두지 못해!”



쿠미야의 불호령에 바이사넨은 그만 손가락을 거두었지만 매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쿠미야는 당장에라도 그녀의 얼굴에 주먹을 갈기고 싶었지만 애써 분노를 조절했다. 그녀에겐 작전의 성공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충분히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면 바이사넨의 화염을 눈치챘을 것이다.


쿠미야는 조심스럽게 죽은 짐승의 사체를 살폈다. 아직 불길이 강해 형태를 확인할 정도 밖엔 살필 수 없었지만 그녀는 그것의 모습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네 발 달린 짐승인 것 같긴 한데 다리가 굉장히 짧아 보였다. 몸통도 과하게 길었고.. 이것이 뭐가 되었든 간에 확실한 건 그녀는 이런 생물을 들어본 적조차 없다는 것이다. 그녀는 집어넣은 투시경을 꺼내 한쪽 눈에만 써봤다. 투시경에는 이 괴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여러 번 투시경을 꼈다 벗으며 재차 그 사실을 확인했다. 그녀는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저스트먼과 통신을 하려 했지만 이미 통신거리를 벗어났는지 먹통이었다.



“운이 좋았네요. 투시경에도 보이지 않은 놈을 시커먼 굴에서 어떻게 잡겠습니까?”



바이사넨은 일부러 쿠미야의 성질을 긁으려는 것인지 아님 정말 ‘운이 좋았다’라고 생각하는 건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후···.”



쿠미야는 고개를 숙여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곤 일어나 천천히 바이사넨에게 다가갔다. 바이사넨은 은근 우쭐거리며 자신이 세운 공을 부대원들에게 뽐냈다. 부대원들은 그런 그녀에게 잘했다고 칭찬을 했지만 쿠미야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채곤 슬금슬금 뒷걸음질쳤다.



“중위님도 아시겠지만 저런 건 태워버려야 해요. 창으로 몇 번 찔러봤자 화만 돋울 뿐이라고요. 저놈이 소리지는 소리 때문에 저희 위치가 발각될 수 도 있었다구요.”



금세 바이사넨 옆에 다가온 쿠미야였지만 바이사넨은 그녀가 말을 더 할수록 쿠미야의 화를 돋우고 있다는 걸 모르는 눈치였다. 바이사넨이 다음 말을 하기 위해 입을 떼자 쿠미야는 더 이상 참지 않고 그녀의 턱에 강한 훅을 갈겼다. 바이사넨은 억 소리도 내지 못하고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풀썩 하고 주저앉았다.



“그 입 한 번만 더 열면 아예 못 다물게 턱을 찢어 발겨버리겠어. 니가 지금 무슨 짓을 한지 알아!!”



쿠미야는 볼품없이 쓰러져있는 바이사넨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녀가 화를 참지 못하고 바이사넨에게 다시 한 번 주먹질을 할 것 같자 그녀 옆에 있던 일마즈가 서둘러 말렸다.



“중.. 중위님!! 바이사넨 중위도 알아들었을 겁니다. 자.. 작전 진행해야죠! 여기서 더 때려봤자 득될것 하나 없습니다.”



일마즈는 간신히 미소를 지으며 화가 머리끝까지 난 선임을 말렸다. 쿠미야는 당장에라도 일마즈를 옆으로 밀어버리고 바이사넨의 얼굴을 두어 번 밟아주고 싶었지만 그의 말대로 작전을 속행해야 했기에 다시 한 번 화를 참았다.


반 위틀락에겐 이런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만난지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침착하고 이성적이었던 탤벗 중위가 이유를 알 수 없이 겁에 질려 떠는 것도, 쿨하다고 생각했던 바이사넨 선배의 방화에 미친 사이코패스 같은 모습도, 그리고 은근 정이 많다고 생각했던 쿠미야 중위의 잔인한 손찌검도 모두 충격이었다. 그는 여전히 불에 타고 있는 괴물을 바라보았다. 저건 대체 뭐란 말인가? 왜 부대원들을 공격한 걸까? 8번 행성에 사는 동물인가? 이런 동물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쿠미야 중위는 아직 쓰러져 있는 반에게 다가갔다.



“일어나.”


“ㅇ..예!”



반은 혹시라도 불똥이 튈까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섰다.



“너··· 이게 우릴 공격할건지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알고 반응한 거야? 투시경에 보이지도 않았는데.”


“저.. 저희가 타고 온 빙판··· 그 빙판이 깨지는 느낌이.. 들어서..”


“야! 말 제대로 못해!!”


“예, 옛! 저는 제가 만든 얼음이 깨지거나 녹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만든 빙판이 빠르게.. 무언가 무거운 것이 밟는 것같이 깨지길래.. 이 괴물이.. 아니, 뭔가 커다란 게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반은 잔뜩 겁 먹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쿠미야는 반을 노려보고 있었지만 동시에 그의 능력이 생각보다 유용할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쿠미야가 반을 떠나 여전히 떨고 있는 탤벗에게로 향하자 반은 진심으로 안도했다. 그는 사관학교의 로덜런드 중사가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쿠미야를 보니 로덜런드는 그냥 귀여운 고양이 수준이었다.



“야, 탤벗.. 일어나봐.”


“···”


“야!! 태..ㄹ 엇!”



겁을 먹어 실성을 한 것처럼 떨던 탤벗은 쿠미야가 큰소리로 그녀를 부르려 하자 아래로 세게 잡아당겨 앉혔다. 너무나도 빠른 움직임에 쿠미야는 바닥에 무릎을 세게 찧었다.



“저.. 저거··· 사람.. 사람이에요.. 사람.. 사람이라구요!!”


“야이씨.. 너··· 뭔소리야! 정신차려! 저게 어딜 봐서 사람이야?”



무릎에서부터 빠르게 전해져 오는 고통을 이를 앙다물며 참는 쿠미야에겐 탤벗의 종잡을 수 없는 경고는 잘 들리지 않았다. 탤벗은 쿠미야가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자 점점 빠르게 숨을 쉬었다.



“그만하고 일어나. 우리 위치가 노출됐을 수..ㄷ”


“저거 사람이라니까!!!!”


“아니 오늘따라 이것들이 다 왜 이 모양이야!!!”



탤벗의 비명은 어두운 통로에 울려 퍼졌다. 쿠미야는 탤벗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걸 그제서야 알아챘다. 탤벗은 정말 무언가 끔찍한 것을 본 것이 확실했다···



** ** ** 13화 끝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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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전투 준비 19.10.12 33 0 19쪽
8 808부대 19.10.11 41 0 16쪽
7 예상밖의 마찰 19.10.10 33 0 15쪽
6 8번 행성 19.10.09 47 0 17쪽
5 차출 19.10.05 72 0 18쪽
4 H.C.S.F. Earthquake 19.10.03 68 1 19쪽
3 빛과 얼음 19.09.30 92 2 16쪽
2 뜻밖의 소식 19.09.27 130 2 17쪽
1 생도 1332 +2 19.09.24 261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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