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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Eternal

성간거리만큼의 시간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전쟁·밀리터리

윤시소
작품등록일 :
2019.09.24 15:48
최근연재일 :
2019.12.04 11:47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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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수 :
114,719

작성
19.10.0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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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8번 행성

DUMMY

“야, 야!! 통신 아직도 안돼?!!”


8번 행성의 어느 후덥지근하고 굉장히 습한 밀림. 사방에선 총알과 레이저가 쏟아지고 있었다. 소수의 행성 방위군은 나무와 얕은 참호에 바싹 기대어 매섭게 날아오는 적의 공격을 가까스로 피하고 있었다. 겨우 분대 정도로 소규모인 이 부대는 자신들이 있는 곳을 사수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적의 공격은 잠시라도 수그러들 조짐조차 보이지 않았다.


“통신이 완전 먹통입니다!! 기계 문제가 아닙니다!! 방해전파가 인근 상공에까지 뻗어있어 통신은 불가능입니다!!”


무전기를 붙잡은 채 고래고래 소리치는 병사의 말에 지휘관으로 보이는 자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이런 젠장!! 망할 반란군 놈들!!”


지휘관으로 보이는 남자는 한껏 욕지거리를 내뱉곤 옆 탄약통에서 수류탄을 꺼내 적이 있을 법한 곳으로 냅다 던졌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아주 잠깐 적의 공격이 멈췄지만 수류탄쯤은 우습다는 듯, 공격은 다시 이어졌다.


“소대장님! 탄알이 없습니다!!”


“위생병!! 위생병!!”


“소대장님! 레일건 하나가 저격 당했습니다! 왼쪽이 뚫렸습니다!!”


병사들은 사방에서 아우성이었다. 정신이 없을 법한 상황이었지만 이 젊은 소대장은 겁따윈 먹지 않았다.


“소립! 부사수 데리고 왼쪽 맡아! 레일건 가동 시켜!! 안되면 대인 지뢰 매설하고 복귀해!! 기관총!! 야!! 주치! 왼쪽으로 엄호 사격해!!”


소대장의 목소리는 이미 쉬어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이 지휘관은 전투를 포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 보였다. 명령이 떨어진 병사들은 용기있는 소대장의 모습을 보더니 이를 앙다물고 주어진 명령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저놈들 이곳까지 직접 안오고 화력만 퍼붇는거 보니까 보병뿐인 거 같은데, 쫄거 없어! 적 위치 파악해!!”


“전방 100미터정도, 11시 방향쯤에 있는 것 같습니다!! 기관총은 모르겠지만 레일건은 저기가 확실합니다!!”


“기관총은···억!”


적의 기관총 진지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병사는 말을 다 마치지도 못한 채 머리에 날아온 총알을 맞고 즉사해버렸다. 퍽하며 터진 그의 머리 덕에 소대장의 얼굴엔 많은 양의 피가 뿌려졌다.


“이런···!!”


그가 얼굴에 잔뜩 묻은 피를 손을 닦아내는 순간, 작동을 멈춘 왼편의 레일건이 작동을 시작했다. 소대장은 레일건이 작동되는 걸 확인하곤 수류탄 두 개를 집어 들었다.


“야, 통신병!!”


“예!!”


“무전 안 된다며!! 뭐 하러 잡고 있어!! 총 들고!! 엄호 사격해!! 난 왼편으로 돌아서 적 레일건 무력화 시킬 테니까!! 내 쪽으로 쏘지 말고!!”


“혼자서 어떻게 레일건 진지를 무력화 시키려고 하십니까!!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임마!! 니 일이나 잘해!!”


같이 가겠다던 통신병에게 윽박을 지른 소대장은 허리를 잔뜩 구부린 채 빠르게 진지 왼편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사방 군데에선 끈적한 진흙이 튀어댔고 레일건에서 연거푸 쏟아지는 레이저빔은 아슬아슬하게 그를 비껴갔다.


“..소대장님??”


“비켜!! 비켜!!!”


빠르게 뛰어가는 소대장을 본 병사들은 어리둥절해 했다. 하지만 그가 어디로 가는지 물어볼 겨를 따윈 없었다.


“소립! 뭐야, 부사수 어디 갔어?”


진지 왼편, 레일건을 맡긴 그에게 도착한 소대장은 뭔가 지시를 내리려 했지만 혼자서 레일건을 맡고 있는 소립을 보곤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높였다.


“오다 죽었습니다!!”


“이런 젠장!! 배터리 얼마나 남았어!!”


“지금 쓰고 있는 거 말고 하나 더 남았습니다! 한 8분 정도 쏠 수 있을 겁니다!!”


“난 지금부터 저기 레일건 진지를 부술 거야!! 탄약 있으면 가지고 올 테니까 아끼지 말고 쏴!”


소립은 소대장의 허무맹랑한 말에 당황했다. 레일건 진지를 혼자서 털겠다는 건가? 그는 뭐라고 딱히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립니까?!’를 외치고 있었다.


“엄호사격 잘 하라고!! 그리고 15분 이내로 내가 안 돌아오면 너가 지휘하는 거야!!”


소대장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지휘마크를 소립의 가슴 주머니에 욱여 넣었다.


“소대장님!!”


소립이 말릴 시간도 없이 소대장은 참호를 나가 총알처럼 적의 진지를 향해 뛰어갔다. 총탄의 뿌연 안개에 다행히 시야는 어느 정도 가려져있었지만 적이 바보가 아닌 이상 소대장은 금방 발견될게 뻔했다. 소립은 소대장이 들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엄호사격을 시작했다.


소대장은 굉장히 민첩하게 전진했다. 한 손으론 전투모를 고정하고, 다른 한 손으론 개인 화기를 잡은 채 질척한 진창을 마치 호랑이처럼 날렵하게 뛰어나갔다. 적의 진지에 다다르자 어깨에 총을 메곤 단검으로 적들을 한 명씩 암살해 나갔다. 둘, 셋··· 몇 명의 목을 베어내자 레일건을 죽어라 쏴대는 반란군들이 보였다. 그는 가지고 온 수류탄을 굴리듯 그들에게 던졌다. 그들은 수류탄이 터지는 순간까지 그의 잠입 사실을 몰랐다.


수류탄이 터지자 적의 레일건 진지는 한 번에 무력화되었다. 소대장은 서둘러 진지에 진입해 아직 살아있는 적들의 숨통을 끊어버렸다. 그는 눈에 보이는 레일건용 탄약통을 챙기곤 남은 수류탄 하나를 레일건 총구에 쑤셔 넣었다. 레일이 뜨거운지 그는 몇 번 손을 움찔거렸다. 그는 서둘러 진지에서 벗어났고 그가 아슬아슬하게 살상범위를 벗어나자마자 수류탄은 터졌고 레일건의 레일은 완전히 박살나고 말았다. 적들은 자신들의 레일건 진지에서 두 번이나 수류탄이 터지자 그제서야 뭔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챘는지 사격을 멈추었다.


“사격 중지! 사격 중지!!”


소립은 자신의 두 눈으로 반란군의 레일건 진지가 폭발하는걸 보고도 믿기 힘들어했다. 레일건 진지가 폭발하고 적의 사격이 멈췄다는 건 소대장이 혈혈단신으로 분대 병력은 있었을 저 진지를 제압했다는 말인데··· 그것이 쉽게 믿어질 리 만무했다. 그는 서둘러 팔을 크게 흔들며 사격 중지를 외쳤다. 부대원들은 사격을 중지했지만 왜 소대장이 아닌 소립이 명령을 내리는지에 의아해했다.


“중사님! 설마 소대장님이···”


한 병사가 소립에게 뛰어오며 물었다. 바로 그 통신병이었다. 소립은 소대장이 이런 기적 같은 일을 해냈다는 것에 자랑스러웠고 눈물나게 고마웠다.


“어. 대단하지 않냐? 지코우 소대장님이 우리 지휘관이어서 정말 다행이다.”


“···!”


“어이, 소립! 어서 와서 이것 좀 받아.”


지코우 소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피칠갑을 한 그는 들고 있는 탄약통이 무겁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소립은 서둘러 탄약통을 받아들었다. 소립은 지코우를 경외심과 놀라움이 가득한 눈으로 보았다.


“진짜 가져오셨습니다?”


“뭐, 내가 죽기라도 바랬던 거야?”


“하하하! 이걸로 조금은 더 버틸 수 있겠습니다.”


“저쪽도 레일 건 없이 전진은 못할거야. 생각보다 병력이 없었어. 역시 갑작스런 공격이었던게 분명해.


소립은 지코우가 맡긴 지휘마크를 꺼내 자랑스러운 소대장에게 달아주었다. 옆에 있던 통신병은 소대장이 설마 적의 레일건 포대에서 레일건 배터리통을 가져온 건가 싶었다. 그게 가능하다곤 상상조차 못했던 것이다.


“무슨 일이야? 너가 왜 여기 있어.”


소대장이 묻자 병사는 움찔한다.


“아··· 저.. 갑자기 사격 중지 명령이 떨어져서요. 왜 그런지 확인하려고···”


“적은 당분간 우릴 공격하지 못할 거야. 적 레일건 진지가 박살 났거든.”


“아..네··· 그럼 정말..”


소립은 병사의 반응이 웃긴지 피식 웃는다. 그는 지코우가 가져온 배터리통을 열어 배터리를 꺼내 레일건에 연결시켰다.


“소대장님!”


또 다른 병사가 헐떡이며 뛰어왔다.


“반란군이 후퇴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통신도 연결 됐습니다!”


“그래?”


지코우는 쌍안경을 꺼내 조심스레 참호 밖을 살폈다. 통신병의 말처럼 적들은 짐을 싸 후퇴하고 있는 중이었다.


“무전기 줘봐.”


통신병이 무전기를 건네자 지코우는 어디론가 무전을 날렸다. 치직거리는 무전기의 소음이 이렇게나 반가울 지 상상도 못한 그였다. 이젠 살았다는 안도감에 통신병과 다른 병사의 얼굴엔 미소가 띄었다.


“여긴 제피르, 여긴 제피르, 붉은 여왕, 붉은 여왕 나와라 오버.”


“여긴 붉은 여왕, 제피르, 당장 짐 챙겨서 이동 준비하라, 당장 짐 챙겨서 이동 준비하라. 오버.”


“..?”


본부의 꽤나 긴급한 목소리에 그는 이게 뭔가 싶었다. 간신히 여길 지켜냈더니 이동이라니?


“붉은 여왕, 이동이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여기는 붉은 여왕, 제피르, 에이스의 지역이 적의 손에 넘어갔다. 당장 후방으로 이동해야 한다. 수송용 장갑차가 곧 도착할 테니 어서 이동 준비하라. 오버.”


에이스의 지역은 RCS 027포인트로 지코우 소대가 속한 88사단의 최후방 지점을 말하는 것이다. 그곳이 적의 손에 넘어갔다는 건 보급이 완전히 끊길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이런 젠장!! 뭐 하는 놈들이야! 기껏 전선 유지시켰더니!!”


지코우는 뻗치는 화를 참지 못하고 무전기를 땅에 던졌다. 통신병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허겁지겁 무전기를 주웠다.


“야! 전부 퇴각할 준비해! APC오면 바로 떠날 수 있게!”


상황을 지켜보던 소립 역시 허탈한지 실소를 냈다. 그는 애써 끼운 레일건 배터리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 ** **


진창을 나아가는 수송용 장갑차 APC는 걸어가는 것이 나았을 정도로 느리게 움직였다. 안에 탄 지코우 소대원들은 그들이 왜 후퇴를 해야 하는지 억울해했다. 그도 그럴게 자신들이 맡은 지점을 사수하기 위해 정말 많은 소대원들이 희생됐기 때문이다. 남은 병사들은 지코우 본인을 포함에 겨우 이 장갑차량을 가득 채울 수만 살아남았다.


“소대장님, 정말 RSC 027이 반란군에게 넘어간 겁니까?”


침울한 표정의 병사가 지코우에게 물었다.


“···”


딱히 대답하지 않는 그였지만 그의 어두운 표정은 이미 답을 말해주고 있었다.


“하··· 저희 사단이 무너지면 퇴각로 완전히 끊기는 거 아닙니까? 이러면 우주군이 와도···”


“몰라, 임마! 멍청한 윗대가리 놈들이 RSC 027이나 잃어먹고 있는데 낸들 뭐 방법이 있겠냐!!”


“···죄.. 죄송합니다.”


순간 욱한 지코우는 괜히 죄 없는 병사에게 빽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는 단단히 화가 나있었다. 반란군에게 그의 고향인 8번 행성이 함락되고 있다는 사실도 열불이 나는데 사단본부의 바로 뒷마당인 RSC 027을 빼앗기다니··· 사단 놈들은 대체 정신머리가 있는 놈들인지 의아할 정도였다.


“내릴 준비하시죠, 중위님. ETA 1분입니다.”


장갑차장이 말하자 지코우의 소대는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곧 APC가 멈추더니 해치가 열렸다. 내려서 주변 상황을 보니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사단 본부 병력, 서쪽 최전방을 맡던 64대대 소속 소대들, 공중강습단··· 온 사단의 병력이 한 곳에 모여있는 듯했다.


“완전 개판이구만.. 개판..”


지코우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비록 개판이라곤 했지만 여기 있는 누군들 개판이고 싶을까··· 모두 RSC 027 때문에 이곳으로 긴급 소집되었을 텐데..


“저희는 이 근방에 있겠습니다. 애들이 많이 지쳤는데 좀 쉬게 해야겠습니다.”


남은 소대 병력을 확인하던 소립이 말했다. 병사들이 지쳤다고 하는 소립이었지만 누가 봐도 소립 본인이 제일 지쳐 보였다. 제일 열심히 싸웠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래. 난 그럼 보고하고 올게.”


소립은 지코우가 인정한 몇 안되는 군인이었다. 나이가 꽤 있는 소립은 지코우보다 전투경험도 많았고 훈장 수도 많았다. 무엇보다 그의 통솔력은 웬만한 지휘관보다 나았는데, 그가 없었다면 지코우의 소대는 아마 벌써 전멸했을지도 모른다.


지코우는 빠른 걸음으로 지휘소를 찾아 다녔다. 하지만 많은 부대가 섞여있었기에 자신이 속한 대대의 지휘소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물어 물어 겨우 지휘소를 찾았는데 대대급 지휘소가 아닌 여단급 지휘소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 조심스레 임시 지휘소로 들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여단장을 포함해 소대급의 지휘관들까지 대부분이 모여있었다.


여단장은 열심히 어떤 작전을 설명하고 있는 듯 보였다. 중간에 들어온 지코우는 소리없는 경례를 올리곤 자신의 대대장을 찾아 그의 근처로 다가갔다.


“어 그래, 왔는가.”


“예, Virtus.”


“전달할게 몇 가지 있으니 여단장님 말씀 끝나면 잠깐 남게.”


“예, 알겠습니다.”


대대장의 몰골을 보아하니 그 역시 쉼 없이 전투를 한 것이 분명했다. 하긴 여단장조차 진흙 투성이였는데 대대장이라면 더 심했을 것이다.


여단장은 현 상황의 심각함을 재차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상황은 심각했다. 예상치 못한 반란군의 기습으로 요충지이자 보급장소인 RSC 027포인트가 완전히 넘어가 버렸고 그 덕에 기존의 우주군의 지원 계획에 큰 지장이 생긴 것이다. 그곳을 맡고 있던 부사단장이 전사했고 사단의 전투병력 역시 대부분 괴멸되었다. 가장 문제는 RSC 027 지점은 탄약이 모여있는 RSC 025지점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반란군이 언제든 노리고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불행 중 다행은 그들이 아직 RSC 025지점의 존재 여부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RSC 027지점을 함락한 지금 탄약이 있는 025지점을 파악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그럼 지금까지 설명한 작전을 잘 인지하고, 각자 작전 시간에 맞춰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해산.”


여단장이 회의의 해산을 알리자 여러 지휘관들은 비좁은 간이 지휘소를 빠져 나왔다. 지코우의 대대장은 그를 따로 부르더니 주변을 둘러보며 조용히 말을 꺼냈다.


“자네 소대가 WSC11 포인트를 방어해준 덕에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어. 정말 잘했네.”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자넨 몰랐겠지만 자네가 막은 놈들은 정예부대였어. 그것도 충분한 보급을 가진 정예부대. 어떻게 막아냈는지 내가 다 신기할 정도야.”


“···”


지코우는 대대장의 어색한 칭찬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지 몰랐다. 일단 진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칭찬이었고 무엇보다 그는 칭찬이나 받자고 WSC11을 지킨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르대위가 전사했네.”


“..!!”


어쩐지 모르 중대장이 지휘실에서 보이지 않더니 결국 죽은 것이었다. 씁쓸한 표정의 대대장은 주머니에서 대위 계급장을 꺼내 들었다.


“진급은 본디 축하 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이해해주게.”


대대장은 지코우에게 직접 새로운 계급장을 달아주었다. 그는 이 새로운 대위의 어깨에 손을 올리곤 축하한다는 말을 전했다.


“자네 소대 피해가 이만 저만이 아닐 거야, 그렇지?”


“예. 물자, 병력··· 안 모자란 게 없습니다.”


“이제 중대장이니 세 개의 소대를 모두 지휘하게. 세 개의 소대라고 해 봤자 평소의 1개 소대보다 두어 명 더 많은 정도겠지만.”


다른 소대들도 큰 피해를 받은 게 분명했다. 세 개의 소대가 겨우 한 개 소대 정도의 병력이라니.


“그럼 여단장님께서 말씀하셨던 작전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건 나도 일단 생각해봐야 해. 우리 대대의 주요임무는 이번에도 지점 사수이니. 병력 재편이 됐으니 어떻게든 여단장님 의지에 맞게 재조종해야지. 대대 작전실은 따로 없네. 한 시간 뒤 다시 여기로 오게나. 간단하게 작전 브리핑을 할 테니.”


“예, 알겠습니다.”


그가 경례를 하자 대대장은 어딘가로 걸어갔다. 지코우는 허탈했다. 모르가 죽었다니.. 꽤나 정 붙였던 상관이었고.. 또 그만큼 훌륭한 지휘관이었는데.. 지코우는 그의 카라에 달린 대위 계급장이 이렇게나 무거운 것인 줄은 몰랐다. 지코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8번행성에서 살아나갈 수는 있을까. 8번 행성이 정말 함락된 것이란 말인가···


“망할 놈의 반란군 놈들···”


불끈 쥔 두 주먹은 차가운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그는 다시 한 번 반란군들을 한 놈도 남기지 않고 섬멸하겠다는 의지를 굳건히 했다.


** ** **


8번 행성: 무척이나 습하고 더운 행성. 산소농도는 지구와 비슷하다. 다만 대기권이 꽤나 두꺼워 행성의 평균 온도가 높은 편인데 그 덕에 온갖 작물은 쑥쑥 자란다. 이 행성은 크기도 커서 식량 생산량이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덕분에 8번 행성은 ‘인류의 곡창’이라는 별칭도 생겼다. 고온다습한 것을 제외하면 사람이 살기에 나쁘지 않은 행성이다. 인류 연방이 과거 어느 때와도 다르게 독립주의자들에게 총력전을 선포한 이유는 독립주의자들이 8번 행성을 점거했기 때문이다. 이 행성에서 나오는 식량이 없다는 인류는 얼마 가지 못해 엄청난 식량난에 허덕일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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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전투 준비 19.10.12 33 0 19쪽
8 808부대 19.10.11 41 0 16쪽
7 예상밖의 마찰 19.10.10 33 0 15쪽
» 8번 행성 19.10.09 47 0 17쪽
5 차출 19.10.05 72 0 18쪽
4 H.C.S.F. Earthquake 19.10.03 67 1 19쪽
3 빛과 얼음 19.09.30 91 2 16쪽
2 뜻밖의 소식 19.09.27 130 2 17쪽
1 생도 1332 +2 19.09.24 261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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