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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Eternal

성간거리만큼의 시간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전쟁·밀리터리

윤시소
작품등록일 :
2019.09.24 15:48
최근연재일 :
2019.12.0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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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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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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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0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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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H.C.S.F. Earthquake

DUMMY

위틀락의 부대원들은 계획한 대로 움직였다. 후방에서 엄호사격이 시작되자 양 편에선 적진을 향한 침투가 시작되었다. 모든 부대원들은 로반느의 병력을 제압해 나갔다. 대장인 로반느의 부재에 위틀락의 부대는 비교적 쉽게 그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간간히 저항하는 적도 있었지만 그들 역시 로반느가 정신을 잃은 채 사로잡힌 것을 보곤 곧 항복하였다.


위틀락의 예상은 적중했다. 로반느는 자신이 시선을 끌 동안 목표인 위틀락 그룹의 깃발을 몰래 확보할 심산이었다. 이 작전은 위틀락과 싸우고 싶은 그녀의 바램과 작전 목표를 다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끝없는 자신감은 함정이 있을 수 있다는 가정하지 않았고, 깃발을 보자 불나방처럼 달려든 로반느의 그룹원들은 디이터의 함정에 빠져 옴짝달싹하지도 못한 채 항복해야만했다.


사관학교장의 말대로 부상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아니 부상 투성이었다. 특히 로반느의 폭발 공격은 그녀와 비교적 가까이 위치했던 투엄과 그의 분대원들 대부분에게 2도 이상의 화상을 입혔다. 회복되려면 적어도 한 달은 있어야 하는 큰 부상이었다.


로반느는 모의 전투가 끝나고 몇 시간이 지나서야 눈을 떴다. 자신이 병실에 누워 있다는 걸 알자 그녀는 다시 한번 수치심과 복수심에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녀는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병실에서 뛰쳐나가 반 위틀락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싶은 그녀였지만 어는 점보다 훨씬 차가운 반의 얼음 속박에 그녀의 근육은 아직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녀는 힘을 주어 일어나보려 아등바등 노력했다. 하지만 역시 몸은 그녀의 뜻을 따라주지 않았다.


그녀는 분했지만 금방 현실을 자각해야만했다. 지금은 누워서 창 밖의 풍경을 보는게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였다. 리시에 로반느. 고아라는 것 외엔 그녀에 대해 알려진 건 거의 없었다. 성격도 드세서 룸메이트와 같이 지낼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또 친구가 있어 수다를 떠는 생도도 아니었다. 아마 그녀의 비밀스런 이미지는 자의 반, 타의 반의 결과일 것이다.


그녀가 아주 어릴 때 우주군 소속의 한 장교가 그녀를 이 사관학교에 데려왔다. 그리고 그때부터 쭉 이 곳 시가체에서 자랐다. 그녀는 태어나 단 한번도 시가체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녀를 데려온 장교는 그녀를 학교에 두곤 곧장 떠나버려 어디서 그녀를 데려왔고 왜 데려왔는지 알 수 없었다. 심지어 그 장교의 인적사항도 알려져있지 않다. 다만 확실한 건 그 당시 학교장은 어떤 이유로써든 그녀를 받아주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밝은 금발과 하얗고 티없는 피부 그리고 맑고 진한 파란 눈을 가지고 있었다. 12번 행성 출신자라면 절대로 가질 수 없는 유전요소들이었다. 그렇기에 그녀가 지구 출신이라는 말도 나왔지만 능력을 사용하게 해주는 12번 행성의 ‘축복’은 오직 순수하게 이 행성에서 태어난 이들에게만 주어졌기에 그런 소문은 믿을만한 것이 되지 못했다.



** ** **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그룹간의 모의 전투가 모두 종료되었다. 생도들은 훈련장 공터에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비교적 가벼운 부상을 당한 이들은 임시 야전 병원으로 수송되었고 로반느같이 사지를 움직이지 못할 만큼 큰 부상을 당한 사람들은 군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최대한 부상 생도들을 야전이든 군 병원이든 옮겼지만 훈련장 야전 텐트에 있는 생도들 중에서도 상태가 좋지 못한 이들이 꽤 있었다. 사실 3학년 생도들 거의 모두가 온갖 찰과상에 고통스러워했다. 심지어 몇몇은 팔이나 다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는데도 후송되지 못했다.


저녁이 되니 바람은 점점 세차게 불어왔고 온도는 급락했다. 이렇게 진지한 전투의 경험이 전무했던 생도들은 하나같이 녹초가 되어있었고 자신이 선택한 이 군인의 길이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느꼈다. 태어나 처음으로 본인들의 능력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배웠을 것이다.


생도들이 텐트에서 다음 명령을 기다리고 있자, 곧이어 교관들이 도착했다. 그들 역시 생도들이 매우 지쳐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사관학교장의 명령으로 어쩔 수 없이 생도들을 닦달했다.



“누가 앉아있나!”



로덜런드 중사가 소리쳤다.



“모두 자신의 그룹에 맞춰 밖으로 모인다, 실시!”



그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생도들은 지친 몸을 끌고 겨우 겨우 자신의 그룹대로 모이기 시작했다. 생도들이 얼추 오와 열을 맞춰 서자 각 교관들은 더 이상 훈련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이들을 걸러내기 시작했다.



“생도 1332!”



반의 그룹을 검사하던 로덜런드 중사가 소리치자 반은 서둘러 그에게로 뛰어갔다.



“생도 1332, 반 위틀락! 예!”


“생도의 그룹은 부상병이 적군. 1867생도와 그의 분대만 제외하면 부상병이 없다고 해도 되겠어.”



1867은 투엄의 생도 번호였다. 로덜런드는 신기하게도 정말 꽤나 놀란 것처럼 보였다.



“놀랍군.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어.”



중사의 입에서 칭찬이 나오자 반 역시 놀랐다. 3년째인 사관학교에서 로덜런드 중사가 누군가를 칭찬하는 건 처음 보는 모습이었으니 그가 놀라하는건 당연했다.



“부상병들을 제외한 생도의 그룹 전부는 내일 0100, 즉, 지금부터 4시간 30분 후, 두 번째 모의 전투를 할 것이다. 전투에 필요한 모든 정보 및 물자는 다음 훈련장소에서 받을 것이고.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중사님! 질문 있습니다!”



로덜런드가 막 뒤돌아 떠나려는 순간, 뭔가 생각난 듯 반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제 부대원들 모두가 지쳐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그 누구도 이렇게까지 능력을 쥐어짜낸 적은 없었습니다. 이대로는 전투력을 제대로 낼 수 없을 겁니다.”


“···”



평소 같았으면 반의 말 따위는 무시하고 바로 윽박질렀을 로덜런드가 왠일인지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 그런데?”



또다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그의 반응에 당황하는 반. 그는 지칠 대로 지친 부대원들을 데리고 바로 또 다른 훈련, 그것도 새벽 훈련에 나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 그렇기에··· 다음 훈련을 받기 전에 최소한의 휴식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없었다. 로덜런드는 소리만 지르지 않을 뿐 여전히 두려울 만한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잘 들어라 1332. 전투는 한 번 치고 박고 싸운다고 승패가 결정되는 게 아니다. 마지막에 움직일 수 있는 놈들이 승리한 놈들이지. 내가 필드에 있을 때 날 가장 짜증나게 했던 지휘관이 딱 너 같은 타입이었어. 우리를 위한답시고 전투에서 빠지려는 지휘관. 그런 약해빠진 정신상태는 오히려 적에게 공격을 해달라고 하는거나 다름없다.”



중사의 진지한 표정과 말에 반 위틀락은 자신이 저지른 실수가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그는 아직 ‘훈련’일 뿐이라는 안일한 생각에 쉴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제서야 반은 학교장이 말했던 ‘실전 같은 훈련’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챘고 로반느가 왜 그렇게까지 폭력적이었는지 조금은 이해가 갔다.



“..죄송합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정해진 시간까지 부대원들을 준비시키겠습니다.”


“··· B활주로로 집합시키도록 한다. 네 시간 반은 결코 많은 시간이 아니니 부지런히 움직일 수 있도록.”



말을 마친 로덜런드는 뒤돌아 옆 그룹으로 향했다. 반은 무섭기만했던 로덜런드의 뒷모습이 왠일인지 쓸쓸해 보였다. 반은 고개를 푹 숙여 긴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까지 받아왔던 어떤 훈련보다도 강한 강도, 휴식은 커녕 심지어 먹을 것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오전에 간이식사를 한 것을 빼면 물 조금과 보급용 과자부스러기가 먹은 것의 전부였다.


반은 꼬르륵 거리는 자신의 배를 부여잡고 부대원을 바라보았다. 모두가 지쳐있었고 훈련의 강도에 압도된 것처럼 보였다. 반은 이런 상태의 부대원들에게 곧 다음 훈련이 있으니 준비를 하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순간 제레미야가 반을 향해 걸어왔다.



“들었어, 대장.”



제레미야의 능력은 정신을 집중해 광범위한 지역을 스캔하고 범위 안의 특정 장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그는 반과 중사의 대화를 엿들은 것이 분명했다.



“중사님의 말이 맞아. 우리에게 다음 훈련이 있다면 당연히 준비해야 해.”


“..이런 건 엿듣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모두가 이해해 줄 거야.”


“···”



제레미야의 위로 같지 않은 위로는 반에게 어느 정도 용기를 주었다. 반은 자신의 그룹을 둥글게 모이게 한 뒤 옆 그룹이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로 중사의 명령을 하달했다.



“많이 힘들겠지만 우리에겐 다음 훈련이 있어. 지금부터 약 네 시간 반.. 아니, 네시간 이십분 뒤에 모두 B활주로로 모인다.”


“···!”



역시나 부대원들은 화가 난 듯 보였다. 아니, 화가 났다기 보단 육체적, 정신적으로 너무나 힘들어 또다시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에 허탈감을 느끼는 듯 보였다.



“나도 알아, 모두가 힘들고 지쳐있다는 거. 하지만 좋게 생각하자. 우리 그룹이 훌륭하게 이번 훈련을 해냈기 때문에 다음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거야. 실제로 우리 부대가 제일 적은 부상자 비율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또 우리 중에 누구도 다른 그룹의 부대원들처럼 다친 인원이 없으니..”



갑자기 투엄과 그의 분대원들의 얼굴이 떠오르자 반은 말끝을 흐렸다.



“무슨 훈련인데, 대장?”



디이터가 조금 퉁명스럽게 물었다.



“나도 아는 건 없어. 로덜런드 중사님이 내게 다음 훈련장소와 시간만 말해줬거든.”



지친 기색이 짙은 디이터의 미간에 주름이 졌다. 뭔가 강한 불만이 있을 때 나오는 그의 습관이었다.



“B활주로면 대 테러나 공중강습인가 본데?”



지친 표정의 조셀린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중얼거렸다. 공중강습이란 그녀의 말에 부대원들의 표정은 더욱 나빠졌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사실 나도 어떤 훈련이 될지 듣지 못했어. 자! 조금이라도 휴식을 가져. 아직 어떤 훈련인지는 우리 중 아무도 몰라. 네 시간 정도의 시간이니.. 뭐.. 잠을 자던지 해. 절대 늦지 말고, 해산.”



날씨는 으슬으슬할 정도로 춥기 시작했다. 반은 모두를 그룹 야전 텐트로 돌려보낸 후 간단히 자신의 물건들을 챙겨 바로 B활주로로 향했다. 고개를 드니 12번 행성의 2개의 달, 카스토르와 폴뤼데우케스의 모습이 보였다. 그가 숨을 쉴 때마다 뽀얀 김이 나왔고 몸도 으슬으슬 추웠다. 얼음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해서 춥지 않은 건 아니었다.


12번 행성의 밤은 언제나 칠흑같이 어둡고 지구의 남극처럼 춥다. 다른 행성의 사람들은 지금이 12번행성의 여름이란 걸 아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반은 자신이 만들어낸 빙판길을 꽤나 빠르게 미끄러지듯 달리며 B활주로에 도착했다. 그는 바람이라도 피해보려 눈에 보이는 격납고들 중 가장 가까운 곳으로 향했다.


반 역시 매우 지쳐있었다. 그의 머리부상은 여전히 욱신거렸고 팔 다리엔 힘조차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로반느를 상대하느라 막대한 양의 얼음을 생성해댔으니 체력이 남아있을 리 없었다. 격납고 벽에 기대어 앉자마자 눈이 감기기 시작한다. 그는 곧 다가오는 훈련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애써 졸린 눈을 비벼보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그가 막 잠들기 시작하려 하자 갑자기 엔진에 시동이 걸리는 것같이 윙윙거리는 굉음이 들렸다. 꽤 거리가 있는 곳에서 들리는 듯했지만 그래도 반의 졸음이 한 번에 달아날게 할 정도의 큰 소음이었다.


반은 깜짝 놀라 서둘러 격납고를 나섰다. 그러자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던 곳에 족히 수 킬로미터는 되어 보이는 크기의 우주군 소속 함선이 활주로에서 서서히 기동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함선의 부분부분에서 점멸등이 깜빡였고 굉장한 굉음의 엔진은 정면으로 보고있지도 않았지만 엄청나게 밝은 빛을 서서히 발하고 있었다. 점점 커지는 소음에 반은 얼굴을 찡그리며 두 귀를 막을 수밖에 없었다.



“뭐지..? 우주군 함선이 왜 여기에···?”



그는 귀를 꽉 막고 인상을 쓰며 함선을 바라보았다. 엔진의 빛이 점점 더 커지자 함선의 오른편에 써있는 거대한 크기의 ‘H.C.S.F’ 글자가 보였고 함선의 밑바닥엔 커다란 글씨로 ‘지진’이라고 써있다. 지진함이 착륙되어 있는 곳으로 그새 어디서 나타났는지 여러 군용차들이 모여들었다. 그 거대한 함선이 기지개를 펴자 온 활주로가 진동했다. 이렇게 큰 함선이 사관학교의 훈련 활주로에는 무슨 일로 때문에 온걸까.


함선이 소음은 어느 정도 잦아들었다, 아니, 적응이 되어 견딜만해졌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순간 제레미야의 목소리가 반의 머릿속에서 울렸다.



‘대장! 어디야! 부대원들 전부 도착했어. 그리고 저 함선은 뭐야?’


‘저건 나도 모르겠어. 난 3격납고 앞이야. 함선 쪽으로 오면 돼.’



반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방식으로 제레미야에게 대답했다. 두리번거리며 부대원들을 찾아보니 금방 격납고 쪽으로 걸어오는 한 그룹의 생도들이 보였다. 반이 손을 높이 들어 어서 오라 흔드니 그들은 서둘러 그에게로 달리기 시작했다.


반의 그룹은 3번 격납고 앞에 오와 열을 맞춰 섰다. 사실 반은 그곳이 약속된 훈련장소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왠지 곧 높은 사람이 저 큰 함선에서 내릴 것 같아 (혹은 탈 것 같아) 일단 급한 대로 부대원들을 정렬시켰다.


함선은 여전히 동력을 준비 중인 것 같았다. 그 순간 함선은 사방에 스포트라이트를 켜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확실히 대단한 위용의 함선이었다. 외부 장갑의 상태를 보니 실전에 배치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였고 함선의 이름이 오직 밑면에만 써 있다는 건 최소한 최전방 돌격용 함선, 즉 최고의 대원들만 승선이 허락된 함선이라는 뜻이었다. 함선 곳곳에 보이는 터렛들과 미사일 발사대가 이 함선의 엄청난 공격력을 뽐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대장, 사관학교장이야. 저기서 키릴을 타고 오고 있어.’



제레미야가 텔레파시로 반에게 사관학교장의 접근을 알려주었다. 키릴은 고위 장교(소장 이상)를 위한 군용차를 말하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곧 한 대의 키릴이 반의 시야에 들어왔다. 차가 멈추자 곧이어 이미 와있던 관계자들이 서둘러 차문을 열어 윔즈 장군을 맞이했다. 거의 동시에 함선의 적재고로 생각되는 거대한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서서히, 하지만 느리지 않은 속도로 열리는 적재고 문은 꽤 멀리서 봐도 육중한 두께를 가지고 있었다. 문이 다 열리자 안에선 미리 대열을 갖추고 있던 병력이 씩씩하게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아, 윔즈 장군!”



대열 맨 앞, 자신의 부관과 함께 있던 함장이 활주로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윔즈장군에게 인사를 건냈다.



“오셨습니까, 카우프먼 장군님!”


“12번 행성은 여전히 적응하기 쉽지 않구만! 여름인데도 이렇게 춥다니!”



두 장군은 서로에게 소리를 지르며 말을 했다. 지진함의 소음이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훈련이 이제야 막 끝나 많이 늦었습니다. 긴 비행에 고생했을 장군님의 병력을 위해 모든 시설을 준비해놓았습니다!”


“아 그래요! 이걸 어쩌나, 우린 해가 뜨기 전에 출항할 건데!”


“곧 떠나신다니요? 도착하신지 몇 시간밖에 되지 않으시지 않습니까?”


“그렇기야 하지만 저기서 날 불러서 어쩔 수가 없네요!”



카우프먼은 웃으며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그는 카스토르를 가리키고 있었다. 윔즈 장군은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표정을 짓곤 카우프먼 장군을 안내해 자신의 키릴에 태웠다.


두 장군이 탄 키릴이 유유히 활주로를 떠나자 지진함 가까이에 있던 병력은 카우프먼의 부관의 지도하에 모두 제 갈 길을 찾아 갔다. 함선의 선원들은 대형 수송차량 여러 대를 나눠 타곤 어디론가로 가버렸고 마중을 나왔던 병력들 역시 타고 온 군용차를 타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다시 한 번 굉음이 나자 적재고 문이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고 곧 굳게 닫혔다. 그제야 지진함의 엔진 소음은 잦아들기 시작했다.


약 삼십 분 가량의 시간 동안 계속 서 있던 반과 그의 부대원들은 왠지 머쓱했다. 알아봐 주길 바란 건 아니었지만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해서 그런지 싶다. 함선의 스포트라이트가 하나씩 꺼지고 결국 활주로를 비추는 빛이 희미한 주황빛의 가로등만이 남자 반은 그의 부대원들이 편한 자세로 있게 해주었다. 그는 제레미야에게 근방에 로덜런드나 다른 교관이 있는지 확인해보라고 했지만 제레미야는 고갤 저을 뿐이었다. 아무도 없었다. 활주로에는 오직 그들뿐이었다.



** ** **



우주군: 우주군은 특성상 육, 해, 공군의 특징이 모두 모여있다. 그렇기에 제복의 색에 따라 해당 병사/부사관/장교가 육/해/공 작전 중 어느 것에 특화된 병력인지 알 수 있다. 서로간의 라이벌 의식은 거의 없다. 다만 우주군 일부는 행성 방위군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주에서 작전을 하지 않는 방위군을 일종의 질투 혹은 깔보는 것이다.


우주군은 제일 높은 자리에 있는 원수를 비롯해, 위에서 아래의 순서대로, 부원수, 지역장, 그리고 구역장까지는 군인의 지위를 가지곤 있지만 대부분 행정업무를 맡아서 하고 군사적인 결정은 계급상으로는 그 아래인 (내림순으로) 대장, 1등 중장, 2등 중장, 1등소장, 2등소장, 1등 준장, 2등 준장, 3등 준장에게 맡긴다. (웬만한 실수 혹은 엄청난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구역장급 이상의 계급이 작전에 직접 개입하는 일은 없다.) 비록 계급은 자신들보다 밑이어도 대장을 비롯한 장군들의 의견을 대부분 믿고 밀어주는 편인데,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구역장 이상의 계급은 사실 웬만한 중령들보다 군과 관련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말 그대로 행정업무를 위해 임명된 정치인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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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침투 2 19.10.16 32 0 18쪽
11 침투 +2 19.10.15 35 0 17쪽
10 하늘에서 내려오는 전투천사 19.10.14 35 0 18쪽
9 전투 준비 19.10.12 33 0 19쪽
8 808부대 19.10.11 41 0 16쪽
7 예상밖의 마찰 19.10.10 33 0 15쪽
6 8번 행성 19.10.09 47 0 17쪽
5 차출 19.10.05 72 0 18쪽
» H.C.S.F. Earthquake 19.10.03 68 1 19쪽
3 빛과 얼음 19.09.30 92 2 16쪽
2 뜻밖의 소식 19.09.27 130 2 17쪽
1 생도 1332 +2 19.09.24 261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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