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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쟁이 은서우입니다

휘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은서우
작품등록일 :
2012.11.04 23:01
최근연재일 :
2016.02.15 21:05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458,303
추천수 :
5,772
글자수 :
162,057

작성
13.10.31 00:21
조회
2,436
추천
27
글자
7쪽

2부: 序.

DUMMY

휘린(輝潾) 2부.



序.



혼백까지도 불살라버릴 지독한 불길이다. 배 위는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번에는 잘 피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건만, 선장과 선원들의 바람은 헛되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정체불명의 해적들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나타났다. 관서와 결탁한 상선이기에 해적과 싸울 병사들이 충분히 준비되었으며 일개 선원들까지 무장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졌다.



“물품을 사수해라!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는 반드시 지킨다! 살아서 반드시 돌아가야 한다!”



선장은 온힘을 다해 외쳤다. “으아아아!” 선원들과 병사들은 저마다 무기를 들고 적을 막고자 몹시도 애썼다. 하지만 능수능란하게 도선해오는 해적들을 모두 막기에는 확실히 무리였다. 그들은 추풍낙엽이 되었다. 선장도 어디선가 날아오는 화살에 맞았다. 순간 비틀거렸지만, 칼끝으로 바닥을 찍어 간신히 버텨냈다.


눈앞에 생생히 벌어지는 일들이 마냥 꿈만 같다. 빌어먹을 해적들! 아니다, 저 녀석들은 해적 따위가 아니다. 우두머리의 통솔력은 위엄스러웠으며, 뛰어난 무예 실력을 갖춘 무리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흡사 양성이 잘된 군대를 보는 듯했다. 그래서 선장은 절망했다.


십일월 십오일. 진(晉)의 황실을 상징하는 용맹한 독수리를 금실로 수놓은 붉은 깃발을 단 상선 세 척이 이번에도 해적들의 손에 불탔다. 그들을 제외하고는 생명줄을 붙든 사람은 한 명도 남지 않았다.




유시(酉時;오후5시30분~6시30분)를 불태우는, 산다화처럼 붉고 붉은 저녁놀…….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빼앗는 불꽃이며, 누군가에게는 죽음으로 흘러가는 서글픈 시간이 되리라. 그러나 누군가에는 풍요로움을 즐기는 넉넉한 시간이 될 터. 마치 뱃사람들이 만선을 기뻐하며 돌아가듯이.


김채영(金彩瑩)은 걸음을 멈추고 멀리 보이는 수평선을 응시했다. 불타는 수평선의 어디선가 비명으로 가득 찬 울음이 들리는 듯했다. 살기를 강렬히 원하나, 결국 허망하게 끝날 몸부림. 지금 이 시각, 뉘가 바다에서 고통스럽게 죽어 가는가.


바닷바람에 머리카락이 흔들렸지만 채영은 내버려두었다. 뺨에 부딪히는 바닷바람이 싫지 않다. 누군가가 마지막으로 흩뿌린 눈물 같아서다. 뉜지는 몰라도 안녕히 가시오. 바닷바람에서 묻어나는 처량한 눈물들에 명복을 빌었다.



“채영 언니! 여기에 계셨군요. 저는 언니가 바닷가에 나와 계신지도 모르고, 정원에서만 헤매고 있었지 뭐예요? 정말 바보 같아.”



저를 찾는 목소리에 채영은 고개를 돌렸다. 언제 왔는지 김수영(金秀瑩)이 방글방글 웃고 있었다. 새하얀 털을 가진 새끼강아지가 주인을 보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귀여움에 채영도 빙그레했다.



“모처럼 저택에서 나와선지, 문뜩 저녁놀이 드리워진 바다가 보고 싶어졌어. 미리 말하고 나왔어야 했는데, 미안하다.”


“전 괜찮아요. 이리 금방 언니를 찾았는걸요. 그럼, 바다는 잘 보셨나요? 오늘따라 저녁노을이 무척이나 붉네요. 정말 진홍빛깔이에요.”


“응. 저녁놀이 선명하니 내일은 맑겠네. 배를 띄우기가 훨씬 좋겠어.”


“아녜요. 맑으면 뭐 하나요? 상선들이 항구에 도착하기도 전에 망망대해에서 해적들에게 당하는데요.”


“…….”


“듣자하니, 해적들의 수탈에 입은 피해가 정말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대요. 이 나라는 무역에 크게 의지하고 있는데, 무역선들이 하나같이 해적단에 당하고 있으니……. 바다에 나갔다가 안전히 돌아오는 것은 조그만 어선들뿐이랍니다.”


“그래, 이 나라에는 큰 문제겠다.”



채영은 수긍하면서도 시선은 여전히 바다에 두었다. 수영은 더 말을 내려다가 그저 말끄러미 그녀를 쳐다보았다. 미인도에서 튀어나온 양 수려한 외양과 우아한 자태. 노을이 진 하늘과 맞닿은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은 어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언니.”


“응?”



채영은 돌아보았다. 수영은 흠모하는 존재의 눈동자에 자신이 담긴 것이 좋아 배시시 웃었다.



“저는 언니가 우리 집에 와서 참 좋아요. 언니를 언니라 부르고, 함께 다니는 것도 좋고요. 해서 전 요새 무지무지 행복하답니다.”


“좋아해줘서 고맙네.”


“그리고 언니는 역시, 언제 봐도 아름다워요.”


“응? 얘는 무슨……. 뜬금없다.”


“아니에요. 뜬금없는 소리가 아니에요. 정말 아름다워서 그래요. 실력이 좋은 화공이 있었더라면 금방 그 장면을 그리게 하고 싶을 정도로요. 사실, 전 언니에게 이런 모습도 있는지를 몰랐어요. 해서 저는 늘 감탄한답니다.”


“듣기가 좀 부담스러울 정도로 과한 칭찬인데? 내 눈에는 우리 수영이가 더 예쁘다.”


“에잇, 거짓말. 그것이야말로 농담처럼 들리는걸요?”



수영은 혀를 내밀었다. 채영에게는 별빛처럼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웃음을 가득 짓는 아우가 마냥 어여뻤다. 웃음기를 가득 머금은 눈매며, 어린 새소리처럼 낭랑하게 재잘대는 입매, 나비처럼 팔랑팔랑 돌아다니는 몸짓 하나하나가 사랑스러웠다.


우대신(右大臣)1) 김종찬(金鍾贊)……그러니까, ‘당숙(堂叔)2)’이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이후로 더욱 애지중지 키운 여식다웠다. 그러고 보니, 수영이 돌아가신 모친을 아주 많이 닮았다고 했지.


뒤늦게 떠오른 생각에 수영은 손바닥을 마주쳤다.



“아, 내 정신 좀 봐. 깜빡 잊고 있었어요!”



그래서 채영은 ‘뭘?’하고 묻는 눈으로 보았다.



“아버지께서 언니를 찾으세요. 내가 언니를 찾으러 별저(別邸) 밖으로 나온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는데, 그만 까맣게 잊어버렸지 뭐예요? 아버지가 무지무지 기다리고 계실 텐데, 뭐라고 답하죠? 나 너무 덜렁대서 조금은 속상해요.”


“괜찮아. 당숙께는 집안부터 먼저 찾다가 뒤늦게야 바닷가에서 날 발견했다고 그래. 아예 틀린 말도 아니잖아.”


“예, 그럴게요.”


“허면 어서 가자. 당숙께서 나를 너무 기다리게 하면 안 되지.”


“예, 언니.”



채영은 걸음을 떼면서 다시 한 번 바다를 보았다. 지금은 잔잔하지만 조만간 커다란 풍랑에 부딪힐 불안함을 가득 안고 있었다. 부디 그때까지, 엷디엷은 평안이라도 잠시간 누릴 수 있도록 바란다.







1) 우대신(右大臣):(본 소설의 설정상) 진의 관직. 태정대신(太政大臣), 좌대신(左大臣)에 버금가는 태정관(太政官)의 장관. 서의 ‘우의정’과 비슷함.

2) 당숙(堂叔): 종숙(從叔)(; 아버지의 사촌 형제로 오촌이 되는 관계).


작가의말

<휘린> 2부 시작합니다. 지금부터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일교차가 큽니다. 감기에 걸리기 쉬우니 조심하세요. 저는 이미 목이 따끔거리기 시작했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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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부: 제1장. 독수리의 지친 날개.(09) +5 13.11.26 2,370 33 21쪽
21 2부: 제1장. 독수리의 지친 날개.(08) +5 13.11.20 1,811 27 14쪽
20 2부: 제1장. 독수리의 지친 날개.(07) +5 13.11.15 2,546 44 22쪽
19 2부: 제1장. 독수리의 지친 날개.(06) +8 13.11.12 1,677 20 13쪽
18 2부: 제1장. 독수리의 지친 날개.(05) +5 13.11.10 2,646 58 22쪽
17 2부: 제1장. 독수리의 지친 날개.(04) +7 13.11.06 2,059 22 15쪽
16 2부: 제1장. 독수리의 지친 날개.(03) +4 13.11.05 1,909 43 16쪽
15 2부: 제1장. 독수리의 지친 날개.(02) +5 13.11.03 2,444 36 13쪽
14 2부: 제1장. 독수리의 지친 날개.(01) +6 13.11.02 2,717 29 24쪽
» 2부: 序. +6 13.10.31 2,437 27 7쪽
12 1부: 제1장. 물음. (11) +11 09.05.20 4,578 28 12쪽
11 1부: 제1장. 물음. (10) +2 09.05.20 3,969 30 11쪽
10 1부: 제1장. 물음. (09) +5 09.05.20 4,184 29 16쪽
9 1부: 제1장. 물음. (08) +4 09.05.20 4,482 32 11쪽
8 1부: 제1장. 물음. (07) +5 09.05.19 4,248 23 18쪽
7 1부: 제1장. 물음. (06) +3 09.05.19 4,436 33 11쪽
6 1부: 제1장. 물음. (05) +3 09.05.19 4,421 30 19쪽
5 1부: 제1장. 물음. (04) +3 09.05.19 5,455 32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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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부: 제1장. 물음. (01) +4 09.05.18 10,353 7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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