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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부 님의 서재입니다.

사냥꾼, 환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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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부
작품등록일 :
2021.01.08 17:44
최근연재일 :
2021.01.19 20:00
연재수 :
8 회
조회수 :
443
추천수 :
10
글자수 :
41,109

작성
21.01.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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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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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복수

DUMMY

카인은 사람들이 아무도 오지 않는 저택의 뒤편으로 루드렉과 함께 걸어갔다.


으슥하기 짝이 없는 이곳으로 온 루드렉은 묘한 웃음을 지으며 카인의 뒷모습을 눈으로 탐닉하며 입술을 핥았다.


“카인.”

“네, 루드렉 형님.”

“너도 다 알고 나를 여기 불러낸 거지? 뜸 들일 필요는 없어. 이미 몸은 충분히 달아올랐으니까.”


셔츠 단추를 풀며 벌겋게 달아오른 몸을 카인에게 보여주는 루드렉은 기다란 혀를 내빼며 그 끝에서 침이 길게 늘어졌다.


루드렉은 곱상한 얼굴은 한 카인을 보며 자신의 얼굴이 벌게지는 모습을 네발 달린 짐승으로 비유하자면 발정이 난 개와도 같았다.


주변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성욕을 풀어줄 상대방을 보는 그 눈.


“루드렉 형님. 잠시 눈을 감아보세요. 드릴 게 있거든요.”

“이 열기를 이어나갈 선물이어야 할 거야, 카인. 안 그러면 나를 거칠게 다룰지도 몰라. 아니다, 그냥 못 참겠다!”


어느 누가 눈앞에 놓인 먹이를 기다릴 수 있을까?

어느 누가 배고픔 앞에서 따스한 열기를 내뿜는 고기를 마다할 수 있을까.


성욕에 빠진 루드렉의 몸은 본능에 따라 움직이며 정신은 이미 약을 한 사람처럼 카인을 낡은 튜닉을 한시라도 빠르게 벗기려고 한다.


퍽!


“크억! 뭐, 뭐야? 카인 이런 취향이야?”

“새끼가. 취향은 무슨 개 거지 같은 취향이야.”

“오호라. 그 모습을 보니 더욱 불타오르잖아? 왜 그래? 무서워서 그래 카인?”


‘별 반응이 없군. 흥분해서 그런 건가.’


소리가 날 정도로 손바닥으로 있는 힘껏 턱을 올려쳤는데 아무런 타격도 없는 걸 보면 꽤 귀찮을 것 같았다.


카인은 자신의 튜닉을 정돈하며 시선은 루드렉을 향했다.


“왜 그래, 카인? 아, 술래잡기하고 싶은 모양이구나?”


천천히 다가오는 루드렉. 그러나 무섭지는 않았다.


“도망가지 않아도 돼, 카인. 천국은 하늘이 아니라 이곳이라는 걸 알려줄게.”

“미친놈. 적당히 해라.”

“에이. 카인. 그렇게 자세를 잡고 나오면 더, 괴롭히고 싶잖아? 기껏 쾌락을 알려준다는데 형한테 그러면 쓰겠어!”


말이 끝나자마자 루드렉은 내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위압적인 키와 더불어 상당한 덩치를 지녔으니 맞붙는다면 분명 열에 열은 내가 질 것이 뻔했다.


그런데 말이다. 그건 카인이 살아있을 때 그런 거고, 나는 다르다.

몸도 이제는 회복됐고, 틀도 잡혔고. 무엇보다 내게 경험이 있었으니까.

무식하게 달려오며 내게로 가까이 오는 루드렉을 향해 주머니에 미리 넣어둔 모래를 뿌렸다.


촤악!


“으아악! 내 눈!”


제 아무리 사람이든 짐승이든, 하물며 눈이 달린 생명체든 시야가 막히면 행동을 잠시 멈출 수밖에 없다.


“카인!! 장난이 심하구나!”


눈에 들어간 모래를 어찌할 줄 모르는 루드렉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내 이름을 부르며 장난이 심하다는 말을 지껄였다.


“이제부터 더 심할 텐데, 이 정도로 뭘.”


우직! 우직! 우지직!


“으아아아악!! 너, 너! 이 개자식이 지금!?”


가히 짐승의 울음이라고 믿을 정도로. 사람의 입에서 절대로 나올 수 없는 비명을 터트리는 루드렉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땅과 한몸이라도 된 듯했다.


미리 준비한 뭉뚝하게 깎은 돌멩이로 발등에 찍어버렸고, 그 과정에서 불길한 소리와 함께 움푹 들어간 것으로 보아 발등이 아예 깨졌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얼굴을 다치기는 했다만, 그래도 참을 수 있는 고통이었다.


“시시하네.”

“이런 좇만한 애새끼가...!!”

“그렇다면 너는 좇만한 애새끼한테 당한 병신인가?”

“카인...! 내, 너를 친히 귀여워해 줬건만...! 감히 배신을 해!?”


눈에는 모래 섞인 눈물이.

입에는 피가 섞인 핏물이.

루드렉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소리를 지를 뿐이었다.


“배신이라니. 아니, 그보다 내가 너와 같은 편인가?”


카인은 뒹굴며 고통을 호소하는 루드렉을 향해 자그마한 돌멩이를 던지기 시작했다.


“뭐, 뭐야!? 너, 이 새끼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나는 다 기억하고 있어, 루드렉. 네 새끼가 내 몸에 무슨 짓을 했는지 경험하지 않아도 저절로 흘러들어오는 감촉과 기분을 알아버리고 말았다고.”


퍽!


“으아아악!!! 내, 내, 내 눈!!”

“처음에는 어깨를 만지다가 실수인 척 손을 넣었던 불쾌함을.”


퍽!


“컥..!! 모, 모기...! 켁, 켁!!”

“두 번째는 일이 끝나고 고생했다며 허리를 만지다가 이내 둔부를 주물렀던 역겨움을.”


퍽! 퍽! 퍽!


“으어거어어억!”


비명. 고통. 호소. 발악. 광기.


소년에 가까운 청년, 루드렉은 구원의 비명을 질러보지만, 그 누구도 오지 않았다.


“이후로도 너는 나를 만지면서 내 몸에 닿는 그 막대기를 하루에도 수십 번. 아니 매일 잘라버리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 너는 그걸 쾌락이자, 나도 즐기고 있다는 착각을 했겠지만, 내게 있어 너는 그저 버러지만도 못한 녀석이야.”


이 순간을 위해 모아둔 돌멩이는 동났으며 내 손안에 든 돌멩이가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총 서른여섯 개의 돌멩이 중, 서른다섯 개의 돌멩이를 있는 힘껏 맞은 루드렉은 몸을 움찔거리며 이 이상으로 던졌다가는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지만, 할 때는 확실히 해야 한다.


“루드렉. 이렇게 일이 진행됐으니 하는 말인데. 마지막은 네 중요한 곳을 터트리며 끝나지 않겠어?”

“카, 카, 카이인!!! 미, 미안하다! 내내내, 가 정말 잘못했다!”


남성의 소중한 것을 파괴한다고 하니 녀석은 아니나 다를까 정신이 번쩍 든 채로 내 쪽으로 기어오고 있었다.


“그, 그래도! 함께한 정을 새, 생각해서...!”

“아니. 나는 너 같은 놈을 아주 잘 알아. 지금 이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서라면 너는 구두를 핥든 오줌을 마시든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을 뿐이야. 그러니 다시는 내게 손을 대지 못하도록. 다른 사람에게도 손을 대지 못하도록 해야지.”


퍽!


“끄르르르르....!!”


게거품을 무는 루드렉은 이내 아무런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그대로 기절했다.


“터지는 감촉이 상당히 불쾌하군. 그나저나 그쪽은 잘 해결했는지 모르겠군.”


손에 쥔 마지막 돌멩이를 던져 폴이 잘하고 있는지 걱정이 들었다.


‘길렌이라면 욕을 지껄이며 나를 곧장 팼겠지만, 루드렉은 다르지. 녀석은 내게 호감을 넘어 그 이상의 감정을 지녔으니 상대하기가 쉬웠지.’


****


“이봐, 폴. 너는 죽기 살기로 내게 덤벼들었는데 그 결과가 땅바닥에 뒹군다는 게 우습지? 아니 분한 건가.”

“닥쳐!”


짜악!


“달밤에 이게 무슨 일 지랄이야. 루드렉 말처럼 교육을 다시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폴의 복부에 앉은 채로 연신 뺨따귀를 휘갈기는 길렌은 표정은 잔잔한 호수처럼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지금처럼, 처음에는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싸움에 전무후무한 폴은 자신의 주먹이 통하기는 하는지 의문이 든 것이다.

거듭 때려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 불안의 싹을 틔워버린 것.


사실은 길렌도 적잖은 타격을 받아 속으로 놀라는 중이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벌레만도 못하다는 녀석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매서운 주먹을 숨기고 있었으니 말이다.


‘시팔. 이딴 버러지만도 못한 새끼한테 겨우 이겼다니.’


겉으로는 아무렇지는 않았으나 속으로는 분노와 고통을 애써 감추는 길렌은 다시 폴의 붉게 부어오른 뺨을 휘갈기려고 했고, 폴은 팔을 얼굴에 밀착하여 고통을 최소로 하며 빈틈을 노리려고 했다.


“폴. 너는 내가 아끼는, 카인보다 낫다고 생각해서 잘해줬는데. 이러면 곤란하지.”

“크, 크크크! 웃기는 소리를 잘하네... 광대를 하는 게 좋겠어, 너는... 윽!”

“하핫! 도대체 뭘 믿고 이렇게 까불지? 설마 너만도 못한 카인을 믿고 지금 이러는 거냐? 오호라? 반응을 보니 진짜로 믿었나? 그깟 비리비리한 꼬맹이를 믿다니. 병신도 이런 병신이 없네.”


길렌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것도 비소가 섞인 웃음으로 말이다.


기껏 믿는다는 것이 비루한 꼬마라니?

눈을 다쳐, 아니, 머리를 다친 건가? 이런 병신이 그런 허약한 병신을 믿는다는 것이 상상했더니 배가 아파졌다.


“눈물이 날 정도로 재미있는 녀석들이군. 이봐, 폴. 이번만 용서해주도록 하마. 그 대신에 지금 당장 카인 녀석을 패버리고 와라.”

“뭐라고?”

“괜찮아. 어차피 루드렉 녀석. 그 좇같은 취미를 모른 척 해주는 것도 이젠 질렸거든. 그러니 루드렉은 내게 맡기고 너는 가서 카인을 묵사발 내버리고 오라는 거다. 어때? 이만하면 엄청난 서비스가 아닌가? 그리고 너는 내 바로 밑. 네 밑에는 루드렉과 카인이 있는 거지. 어때?”


자신이 말하고도 상당히 좋은 조건이라 자부할 수 있었다.

별 볼일도 없는 폴이라 생각한 녀석이 내게 덤빌 정도의 패기라면...


“퉷!”


그러나 대답으로 돌아오지 않고, 길렌의 얼굴을 향해 피가 진득하게 섞인 침으로 답하는 폴.


“웃기지 마...! 내가 아무리 비겁하게 살아왔어도! 그딴 비열한 짓거리는 하지 않아!”

“어리석어. 정말로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어리석어.”

“크윽!”

“도대체 무슨 이유에선지는 몰라도 이젠 다 짜증이 난다. 계속 처맞아라.”


툭!


“뭐야?”


폴의 앞머리를 잡은 채로 얼굴에 주먹을 날리려던 길렌은 무언가에 부딪히며 뒤를 돌아보았다.


“이곳에 네가 왜 있지, 라는 표정이네.”


뒤를 돌아보니 정말로 뜻밖이라는 표정이라는 카인의 말처럼 길렌은 때리려는 주먹을 잠시 거두고는 일어났다.


“어느 병신처럼 당하지 않았나 보군?

“그러는 너도, 멀쩡해 보이진 않은데? 허세를 그만 피우는 게 좋아.”


카인의 예리한 말투에 조금 놀랐던 가슴이 간신히 쓸어내리며 길렌은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며 말을 돌렸다.


“하! 이놈이고 저놈이고 하나같이 마음에 드는 녀석이 없어.”

“이것 봐. 평소대로라면. 다혈질인 네가 달려들지 않는 걸 보면 답이 나오잖아?”

“것보다 루드렉은 어떻게 됐지?”

“계속 말을 돌리네. 폴. 아직 멀쩡하지?”

“저 녀석이 멀쩡하긴 뭐가 멀쩌...!”


쓰러진 폴을 보며 몸을 돌리다가 그만 주먹에 얻어맞은 길렌은 예상치 못한 공격에 중심을 잃다가 가까스로 자세를 잡고는 폴을 노려보았다.


“이, 이런 버러지만도 못한 새끼가...!”


거친 숨을 내쉬며 입안에 진득한 피를 뱉는 폴.


“머, 멀쩡하지...!”

“그럼 됐네.”


길렌은 당황했다. 이미 움직이지도 못하는 녀석이라고 생각했거늘.

평소라면 별 떨거지들은 상대도 되지 않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아직도 주먹에 힘이 있는 폴과 멀쩡한 모습의 카인을 상대할 정도로 길렌은 전문적인 싸움꾼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고작 한두 살 차이밖에 나지 않으니 말이다.


“겁이라도 먹은 모양이야?”

“시끄러워! 감히 어디서 그딴 말을...!”

“걱정하지 마라. 싸움에는 끼어들지 않을 테니까. 나는 구경하러 온 거니. 너무 쫄지는 마.”

“지, 지랄 마! 어디서 그딴 거짓부렁을!”

“믿는 건 네 자유야. 그리고 폴은 너를 쓰러뜨릴 걸 믿고서 나는 가만히 있는 거고.”


고도의 전략일까?

길렌은 머리를 굴리며 지금 상황을 빠르게 이해하려고 했다. 그러나 아직 어린아이. 청년에 가깝다고 한들 아직은 경험이 부족한 꼬마다.


“저, 정말로 끼어들지 않을 거냐?”


말을 더듬으며 카인이 내뱉은 말이 진짜 사실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고, 한눈을 파는 길렌을 향해 조용히 다가간 폴이 복부를 향해 있는 힘껏 주먹을 날렸다.


“커억! 이, 이 개새끼가!! 비겁하게!!”

“멍청한 새끼! 싸우는 도중에 한눈을 파는 네가 병신이야.”


카인은 이만하면 됐다면서 작은 바위에 앉아 둘의 싸움을 보며 나지막한 혼잣말을 내뱉는다.


“원래 복수라는 건 타인의 손이 아닌 자신의 손으로 해결해야 가장 기분 좋은 방법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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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손가락 다쳤어요 21.01.20 24 0 -
» 복수 21.01.19 15 0 12쪽
7 싸움. 21.01.18 23 0 11쪽
6 준비. 21.01.15 33 1 13쪽
5 약속. 21.01.14 42 1 13쪽
4 재회. 21.01.13 58 1 11쪽
3 만남. 21.01.12 63 2 12쪽
2 첫 사냥. 21.01.11 8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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