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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부 님의 서재입니다.

사냥꾼, 환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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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부
작품등록일 :
2021.01.08 17:44
최근연재일 :
2021.01.19 20:00
연재수 :
8 회
조회수 :
450
추천수 :
10
글자수 :
41,109

작성
21.01.13 20:00
조회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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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재회.

DUMMY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


저택의 주인인 란셀 엘드모어는 하인 소년 카인을 보며 난감한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아는 레샨이라는 남자는 이미 십 년 전에 죽었다. 그것도 세월에 장사도 없다는 말처럼 제 수명을 살고는 돌아가셨다.


레샨이 죽을 때 모든 단원이, 란셀도 자신이 따르던 은인의 죽음을 추모했기에 이 상황에서 어떤 행동과 말을 해야 할지. 그저 당황스러웠다.


단원들은 레샨의 죽음을 비밀리에 하며 다른 사람은 레샨을 찾으면 어디론가 멀리 여행을 떠났다고 하거나, 아니면 그가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을 우리가 각색하고 소문을 흘리면서 은퇴 후, 조용한 곳에서 여생을 보낸다고 했거늘.


하지만 이 어린 소년이. 카인이라는 열두 살배기의 소년이 소문을 접하기는커녕 비밀리에 묻힌 레샨의 존재를 알 수는 없을 것인데...


“아니. 그러니까, 카인. 네가... 아니지. 하, 미치겠군.”

“왜 그래, 란셀? 아니, 로우셀. 행동이 느렸던 네게 딱 어울리는 별명이 아니었던가? 믿지 못한다면 더 말해줄까? 내가 구운 토끼를 훔쳐 먹으려고 밤중에 잿더미를 온몸에 묻힌 어리석은 꼬마. 첫 사냥에 나가고 어느 마을 과부와 눈이 맞혀 처음으로...”

“아, 아니! 그, 정말로... 레샨 대장이십니까? 것보다 대장은 돌아가셨는데?”


다급히 말을 자르며 당황한 표정과 행동을 하는 란셀이 웃긴 듯. 카인은 박장대소를 터트리다가 상처가 아려오며 웃음을 차츰 멈춘다.


“로우셀. 내게 존대를 하는 걸 보면 너도 어렴풋이 눈치를 채지 않았나?”

“아니, 그... 하. 미치겠군요.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힙니다.”

“내가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마녀에게 아주 좋은 선물을 받아왔다고.”

“술김에 하던 그 얘기가 사실이라는 겁니까? 환생이나 전생이니 하는 그따위 말이 정말... 맞겠네요. 목걸이 얘기는 단원 모두가 질릴 정도로 들었으니까요.”


깊은 한숨을 내쉬는 란셀, 아니 로우셀은 1인용 소파에 앉아 턱을 괸 채로 왠지 이 상황이 믿기지 않으면서도 믿는다는 눈으로 카인을 바라보았다.


“담배는 태우고 싶지만, 아직 어린아이의 몸이고 상처가 빨리 나으려면 자제를 좀 해야... 뭘 그리 빤히 쳐다보는 거냐?”

“낯섭니다. 진짜로 미치도록 낯설어 죽겠습니다!”


다시금 로우셀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답답한 마음에 담배를 태운다.


“크크. 뜻밖에 환생을. 어떻게 보면 처음 보는 철부지 하인의 허언적인 농을 곧이곧대로 믿는 네 녀석이 나도 낯설긴 하는구나.”

“됐고. 어린 하인이 어떻게 그 빌어먹을 어둠의 숲에서 살아남은 것도 대장이라면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앞으로 어찌할 셈이십니까?”

“뭘 어찌할 셈이야. 그냥 평소처럼 이 아이의 삶을, 카인의 삶을 살아가야지.”


카인이 내뱉은 말에 란셀은 다시금 멍한 표정을 지으며 이내 반론이라도 하듯이 침이 튈 정도로 열변한다.


“아니. 레샨 대장. 지금 하시는 말이 겨우 하인 꼬마의 삶을 이어나가겠다는 겁니까? 아니, 것보다 사냥꾼들의 우상이자 사냥꾼의 전설. 그리고 술이 들어가면 대장의 얘기를 밤낮이 바뀌도록 떠들었는데, 레샨 대장이 뭐가 아쉽다고 하인의 삶을 살아가려고 합니까? 뭣하면 제가 추천장이나 아니면!”


카인은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하며 로우셀의 입을 다물게 했다.


“로우셀. 나는 말이다. 딱히 사냥꾼들의 우상이니 전설이니 하는 거에 추앙받을 생각이 일도 없다. 그저 어릴 때부터 뱃가죽과 등가죽이 붙을 정도로 지긋지긋한 배고픔을 이겨내려고 사냥꾼이 된 것이지. 것보다 물 좀 있냐? 아니면 씹어 먹을 거라도 좀 줘라. 속을 게워냈더니 배가 고프네.”


별 거 아니라는 식으로 말하는 카인의 말투에 란셀은 조금 기분이 이상했다. 언제나 자신의 우상이었던 그가 실상은 배를 곪지 않기 위해 사냥꾼 일을 해왔다는 것에 기분이 묘하면서도 레샨이 사냥꾼을 한 계기를 들으니 어째 희미한 미소를 걸며 다과와 차를 꺼내 올려놓았다.


“아직 어린아이의 몸이니 달달한 게 기분이 좋을 겁니다. 드시지요.”

“고맙다. 로우셀.”

“것보다, 대장의 비밀스러운 얘기를 들으니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네요. 사냥꾼의 전설이 사실은 배를 곪지 않으려고 사냥꾼이 됐다, 라니. 다른 단원이 알면 조금 충격적이겠네요.”

“내가 단원들의 친부모도 아닌데 그렇게 충격받을 일이 있겠어?”

“레샨 대장이 돌아가실 때 다들 뒤통수에 칼날이 박힌 것처럼 멍하니 있었죠. 몇몇은 울기도 했어요.”


포장지를 벗기며 부드러운 과자를 음미하는 카인의 귀에는 란셀의 이야기가 와 닿지 않았다. 아니, 듣고는 있어도 딱히 중요한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죽은 목숨. 전생의 레샨은 이미 죽었다. 그러니 지금의 내게는 별 필요도 없는 이야기일 뿐.


“이 과자. 정말 달콤하고 맛있군. 차도 은은한 게 아주 잘 어울리고 말이야.”

“제 말을 듣기는 하는 겁니까?”

“듣고는 있지. 내가 단원들의 우상인 건 나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자연의 이치에 따라 늙어 죽은 거야. 친부모도 아닌데 그리 슬퍼할 것까지야.”

“그만큼! 저를 포함한 단원들은 레샨 대장을 친부모 이상으로 따랐으니까요!”


친부모라는 말을 들은 카인은 손에 든 과자를 먹으며 입가를 닦았다.


“그래서. 내가 살아있었다면 너희를 끝까지 책임지라는 이 말이냐?”

“아뇨. 그건 아니죠. 그렇지만.”

“로우셀. 잘 들어라. 사람은 말이야 아주 소중한 사람이 죽었을 때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가슴이 아파지지. 감정이 고장이라도 난 듯이 한동안 눈물을 쏟아내며 밥 같은 건 손에도 대질 않지. 그런데 일주일 정도 지나면 배가 고파. 그리고 우스운 걸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또 예쁜 여자가 보이면 요상한 생각이 들기도 해.”


카인은 찻잔을 들며 텁텁한 목을 축인다.

그리고는 다시 마지막 남은 과자 포장지를 벗겨 낸다.


“어차피 친부모든 친자식이든 친한 누가 죽는다고 해도 그 슬픔을 오랫동안 지닌 채로 살아가지 않아. 너도 지금 좋은 저택, 좋은 옷과 딸내미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잖아.”

“여전히 말씀은 잘하시네요. 냉정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직관적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리고 내가 죽었다고 한들, 사냥꾼을 그만둘 생각을 하는... 녀석들도 있겠지. 뭣보다 나라는 사람을. 너희는 애초에 나를 뛰어넘을 생각은커녕 오히려 뒤를 따르기를 원했지.”

“그건 레샨 대장이 대단하니.”

“내, 무엇이 대단하다는 거지? 그저 너희보다 조금 사냥을 잘하는 사람이었을 뿐이야.”


허탈한 웃음을 짓는 란셀은 이내 폭소와 가까운 웃음을 띤 채로 카인의 빈 찻잔에 차를 따른다.


“맞는 말이네요. 넓게 생각하면 레샨 대장의 말이 맞아요. 저도 삼사일은 레샨 대장의 죽음에 슬퍼했다가 이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도 했죠.”

“내 말이 당연하지는 않아. 다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딱히 너에게 동의를 얻으려고 한 말은 아니니까.”

“알겠습니다. 레샨 대장을 이런 식으로 만나 더할 나위 없이 기쁘지만. 그래도 밤이 늦었으니 오늘은 이만하도록 하죠. 피곤하시기도 하고. 상처가 빨리 나으려면 잠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로우셀의 말처럼 어린아이가 멀쩡한 상태로 부담하기에는 버거운 크나큰 피로가 몸을 덮쳐왔다.


“그래. 시간이 난다면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마.”

“사람들에게 말을 할 테니까, 요 며칠간은 휴식을 취하도록 하세요.”

“고맙다, 로우... 아니, 이제는 란셀이라고 불러야 하나. 그것도 아니라면 주인어른?”

“사람들이 있을 때는 주인어른이라고 불러주세요. 이래 봬도 꽤 위엄 있는 가주 노릇을 하고 있으니.”


소탈한 웃음을 지은 채로 카인은 마지막 남은 차를 마시며 집무실의 문을 열었다.


“그럼 평탄한 밤이 되시기를 빌며 저는 먼저 물러가겠습니다, 주인어른.”

“그래. 들어가도록 해라.”


****


‘꽤 좋은 방이구나. 침대도 있고, 이불도 있으니 하인들의 처우가 상당히 좋군.’


방으로 들어와 조금은 삐걱거리는 침대에 누운 카인은 하인의 대우가 상당히 좋다는 것에 의아감과 동시에 로우셀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저택에서 일하는 하인의 모습. 직책은 하인이지만, 실상으로는 노예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기에 기억하는 숙소에 조금 기대가 일컬었지만, 실제로 방안을 보니 만족할뿐더러 이 이상의 호사는 없을 정도라 생각했다.


‘이제 자야지. 눈꺼풀이 무겁구나.’


“카인.”


자려고 하려는 그때. 2층 침대에 누워있던 청년이 고개를 거꾸로 내밀며 나를 부른다.


“이 새끼가 한동안 안 맞았더니 감을 잃었나. 미쳤냐? 감히 일이 하기 싫어서 그딴 거짓말을 해?”

“어떤 거짓말을 말하는 거지?”

“하! 이제는 겁대가리를 상실한 모양이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는 2층 침대 녀석.

카인의 기억으로는 겨우 한 달 차이. 그러니까 나이는 같지만, 나보다 먼저 들어온 폴은 선배이다.


‘그간 많이도 당했군. 안 보이는 곳으로 끌고 가서 몸통이나 허벅지, 눈에 띄지 않는 곳을 때리다니. 영악한 꼬마로군.’


2층 침대에서 내려온 폴이 제 딴에는 위압적인 자세를 취한 채로 다친 내게 발길질을 하고 있었다.


역시 어느 곳이든 서열은 있는 모양이다.


“용건이 있으면 말로 해. 괜히 발길질하지 말고.”

“이 새끼가 진짜 돌았나...!”


퍽!


“누, 누구야!?”

“야, 폴. 늦었으니까 조용히 하고 자라. 교육은 내일 하고.”

“죄, 죄송합니다, 길렌 형님...”

“됐고. 가서 내가 던진 베게나 갖고 와.”

“알겠습니다. 운 좋은 줄 알아라. 길렌 형님이 아니었다면 넌 이 자리에서 죽었어.”


그 말을 남기고서는 황급히 길렌이 던진 베개를 건네주며 다시 2층 침대로 올라가는 폴.


‘어둠의 숲에서도 그 난리를 피우며 살아 돌아왔는데, 이곳도 살얼음판에 가까운 곳이군.’


내 기억 속에서는 나와 폴. 그리고 루드렉과 길렌. 이렇게 네 명이 이곳 하인들이 머무는 방에 생활하고 있는데.


나이는 다들 엇비슷하지만, 늦게 들어온 탓에 텃세나 같은 잡일을 떠넘기고 있었다.


‘원초적인 녀석들이군. 직책이 비슷하니 힘으로 유세를 떠는 건가.’


예로부터 힘이란 원초적이며 순수했다.


나이도 비슷하며 이곳에서 일한 시기도 비슷한 같은 처지의 인간.

남자든 여자든 짐승이든.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이라면 서열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나는 녀석들 사이에서는 최약체로 여겨져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었다.


‘덩치가 작고 힘이 달리니 마땅히 이길 방도가 없었구나. 그렇다고 해서 이제는 아니지.’


어차피 어린아이의 힘.

마땅한 기술도 없거니와 오로지 힘으로 밀어붙이는 주먹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아무리 작은 체구와 힘이라도 상대를 제압할 방법은 수두룩하다.


‘기대되는군. 녀석들이 놀랄. 그것도 약하다고 생각한 내 무릎 높이에 주저앉을 생각을 하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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