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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부 님의 서재입니다.

사냥꾼, 환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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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부
작품등록일 :
2021.01.08 17:44
최근연재일 :
2021.01.19 20:00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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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9
추천수 :
10
글자수 :
41,109

작성
21.01.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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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싸움.

DUMMY

시간이 꽤 흐르고 이제는 저택을 나서는 일수는 불과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로우셀에게 집무실의 여벌 열쇠를 받아 시간이 날 때마다 집무실로 몰래 들어가 앞으로의 여정이 너무 힘들지 않도록 짐을 챙기며 간단한 운동을 시작했다.


낮에는 하인 꼬마에겐 고된 노동. 그리고 저녁에는 체계적인 단련을 하니 어느덧 빈약한 몸뚱이에도 자그마한 근육이 붙기 시작했다.


겨우 몸의 틀이 잡히는 수준이었지만, 어둠의 숲에서 실망하며 한숨을 쉬던 몸을 생각하다 자신의 몸을 보니 정말이지 크나큰 발전이 아닐까 싶다.


만약 지금의 몸으로 어둠의 숲에서 깨어났다면 숲에서 웬만한 짐승들을 먹어치우며 건강하게 살아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쁘지는 않아. 그래도 무리하며 안 되지. 어린아이는 잘 먹고, 일찍 잠드는 게 중요하니까.’


물에 젖은 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닦고서는 대야에 있는 차가운 물에 수건을 담그고 다시 몸을 닦았다.


“틀이 많이 잡혔네요.”

“로우셀. 이만하면 과거의 너 정도는 묵사발을 낼 수 있다고 자부할 수 있지.”

“에이, 아무리 그려셔도 그건 좀..”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떠들다가 로우셀은 웬 묵직한 주머니와 밀랍으로 봉한 편지를 건네주었다.


“받으세요. 다리가 아프면 말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거기다가...”

“로우셀. 마음만 받으마.”


카인은 돈이 든 묵직한 주머니와 가문의 문양이 찍힌 밀랍 편지를 거부한다.


“레샨 대장은 너무 고리타분하십니다. 기껏 까마득한 후배가 출세해서 한 턱 내겠다는데.”

“나는 여행을 떠나는 게 아니야. 그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또 폴의 꿈을 이뤄주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 것이지. 그리고 내가 받은 봉급, 내가 번 돈으로 가겠다고.”


물론 밖을 나서기에 앞서 말과 자금이 넉넉하다면 여유로운 여행으로 변모할 것이 뻔하다.


그리고 휴가라고 칭하긴 했지만, 엄연히 내 단련을 위해 저택을 잠시 나서는 것뿐이다.


“언제부터 손자뻘의 소년을 그렇게 생각해주셨습니까? 그렇다면 엘리아의 기사가 되는 것도 생각해보셨습니까?”

“그 건은 저택에 돌아오면 답하도록 하지.”

“돌아오긴 하실 겁니까?”

“내가 언제 약속을 어겼던 적이 있었나?”

“단원들과의 약속은 어기신 적이 없지만, 희한하게도 토벌하러 간 괴수와 친해져 의뢰를 어긴 적은 많이 봐왔습니다.”


이윽고 배낭의 끈을 당기고 묶으며 카인은 로우셀을 올려다보았다.


“우리에게 있어, 사냥꾼에게 있어 사람에게 해가 되는 괴수나 마녀, 혹은 알 수 없는 존재는 죽이겠지만, 사소한 오해가 있다면 죽이지 않아. 아니, 거짓된 소문으로 누군가를 죽인다는 건 뒷맛이 찝찝하거든.”

“알죠. 그러니 걱정이 된다는 겁니다. 행여 어떤 오해와 사건을 마주해 돌아오지 못한다면.”

“그렇기에 미리 약속하는 거다. 나, 카인이 어떠한 사건을 마주친다고 해도 필시 이곳으로, 란셀 엘드모어가 거주하는 저택으로 돌아올 것을 내 심장을 걸고 맹세하마.”


한 쪽 무릎을 꿇은 채로 카인은 자신의 오른손이 심장을 치며 로우셀을 보며 말했다.


“사냥꾼의 맹세를 하니 이번만큼은 믿겠지만, 불안한 건 사실입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여쭤볼 게 있는데. 기분 나쁘게 듣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 뭔데?”

“폴이라는 하인이 정말로 마법사가 되려고 저택을 떠나는 겁니까? 그렇다면 재능은 있습니까?”

“나도 몰라. 열두 살 꼬마가 다른 사람의 재능을 어떻게 알아채? 그냥 아는 지인이 있으니 소개해주려는 것뿐이지.”

“뭐, 그렇긴 해도. 왠지 너무 무책임하신 말씀인데요.”


무책임이라는 말에 내심 뜨끔하면서도, 이미 약속한 것을 어쩌겠나.


“나는 꿈을 이루어주는 요정 같은 게 아니라, 꿈을 이루는 과정을 도와줄 뿐인 평범한 인간일 뿐이야.”


****


남자라면 무릇. 강해지고 싶다는 욕망이 있을 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나를 구해준 은인이 위험할 때, 성장한 자신이 역으로 구해준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무시를 당해, 더욱 더 강해진 자신을 보여주는 일이나.

무엇보다 순수한 사랑을 위해 강해지는 때도 있다.


“나는 어릴 적에 어떤 마법사분께서 나를 구해주신 이후로 마법사를 동경하게 됐지.”

“그래?”


그동안 폴이 내게 마법사를 지향한다는 비밀을 들려주고는 급속도로 친해졌다.


마법사의 얘기를 할 때마다 녀석은 눈은 엘리아의 눈처럼 영롱한 호박 빛을 내는 걸 보니 꿈이란 참으로 좋은 것 같았다.


또한 젊은이의 꿈을 도와 이뤄주는 달성 감은 맛 좋은 고기를 먹을 때보다 기분이 좋았다.


원래라면 같은 편이 있다면 좋겠다 싶어서 끌어들이려고 했지만, 내 불순한 이유로 폴의 꿈이 더럽혀지는 과정을 이제 와 생각하니 나 자신이 어리석다 못해 그렇게 싫어하는 타산적인 인간이 된다는 것에 우습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카인. 네 꿈은 들어보지 못했는데.”

“나는, 딱히 꿈이 없지.”

“엘리아 아가씨께서는 하루가 멀다고 매번 전속 기사가 되라고 회유하시잖아? 기사가 될 생각은 없는 건가?‘


기사.


기사란 용맹한 자이며 자신의 주군과 시민을 보호하는 자.


그저 사냥꾼이 되며 귀찮은 규칙도 없이 살다가 죽었기에 규율이 있는 기사란 약간 거부감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는 했다.


내가 사냥꾼이 되어 이를 모를 단에 입단했을 때.

사냥꾼 선배들은 하나같이 조심하라는 걸을 알려줬었다.


‘레샨. 사냥꾼에게 있어 가장 조심해야 하는 존재는 괴수가 아니다.’

‘뭘 그렇게 뜸을 들이는 거야, 서두가 기니 빨리 말이나 해.’

‘하여간 싸가지 하고는. 흠흠. 우리가 가장 조심해야 하는 건 바로 기사다.’

‘그깟 귀족들 뒤처리하는 따까리들을 조심해야 한다니. 지나가는 개가 웃겠군.’


그때는 그렇게 웃음을 터트리며 기사의 존재를 무시했었다.

그러다가 어떤 왕국에서 상당히 거물급 괴수를 토벌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어쩔 수 없이 기사들과 동행을 했다.


평소 위엄이라는 향수를 뿌린 듯이 가식적인 그들이 마땅치 못했다.


애초에 얄팍한 지식을 갖춘 어린아이가, 천한 신분과 직업을 가진 꼬마인 내가 고귀한 집단을 이해하기보다는 그저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졌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토벌 의뢰를 진행하면서 나는 그들에 대한 인식이 확연히 바뀌었다.


치열한 토벌. 아니, 일방적인 살육에 가까웠다.


모든 사냥꾼들이 으레 자신의 역량이 되질 않는다면, 목숨이 끊어질 것 같으면 도망치는 것을 택한다.


나도 서둘러 숲을 벗어나 괴수의 움직임을 보던 도중 문득 깨달은 것이었다.


기사들은 도망치지 않았다는 것을.


평소 허영심에 가득 찬 녀석인 줄 알았던 집단들은 팔다리가 휘어져도. 뼈가 부러져 살을 뚫고 나와도. 괴수의 알 수 없는 힘에 피가 솟구쳐 앞이 보이지 않는다 하여도 그들은 우리처럼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용기를 품으며 함성을 지른 채로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기사라. 생각은 계속하고 있지. 그런데 나 같은 녀석이 할 정도로 만만한 세계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지.”

“나도 마법사가 되기 위해. 아니, 너에게 꿈을 얘기한 지금부터 거짓이란 노력이 아닌 진실 된 노력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 그러니까.”


녀석은 내게 힘이라도 돋궈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횡설수설하며 이상한 얘기를, 꿈을, 기사의 얘기를 짜깁기하는 모습이 웃기긴 했지만, 그래도 나를 위해 말해준다는 것이 매우 기뻤다.


“알았다. 고맙다, 폴.”

“참 나! 누가 고맙다는 말이 듣고 싶어서 말하는 줄 알아?”


말을 그렇게 하지만, 녀석은 내 입에서 고맙다는 말이 나올 줄 몰랐던 것인지 녀석은 얼굴이 벌게진 채로 당황하며 말을 돌린다.


“그런데, 오늘 하는 거 맞아?”

“언제까지 당하는 삶은 지겹다. 그리고 쥐도 죽을 위기에 처하면 사람을 무는 법이야.”

“우리가 잘할 수는 있을까? 다른 하인들도 녀석들을 무서워하던데.”

“무서우면 빠져도 돼. 혼자서도 충분하니까.”

“누, 누가 빠진다고! 그냥 확인할 겸 물어본 거야!”


또 다시 성을 내는 폴. 그러나 많이 괜찮아진 모양이다.


처음에는 우리 둘만으로는 무리라며 하던 녀석이 이제는 잘할 수기 있느냐에 대한 걱정하는 걸 보면 마음 한켠으로 여유가 생긴 것 같았다.


“떠날 때는 뒤늦은 후회 한 줌을 남기면 안 되지.”


****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단 말이지.”

“뭣 때문에 그러는데?”


청년에 가까운 루드렉과 길렌이 각자의 침대에 눕고서는 이야기를 나눈다.


“카인 녀석 말이야. 뭔가 좀 변한 거 같지 않아? 예전에는 괴롭히는 맛이 있었는데. 지금은 괴롭혀도 고분고분한 모습이 낯설단 말이지.”

“확실히. 예전에는 귀여운 맛이 있는데, 지금은 어른인 된 것처럼 행동하기는 하지. 뭐 나는 어떤 모습의 카인이더라도 좋지만.”

“루드렉. 나는 네 취향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아. 그런데 카인을 그리 아끼는 이유가 뭐야? 녀석에게 내가 모르는 매력이라도 있나?”

“길렌.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핏덩이를. 아직 정신이 덜 여문 소년을 내 취향대로 만든다면 상당히 기분 좋은 일이라고. 물론 자기 스스로 성장해서 내 품에 안겨 굴복하는 모습도 나쁘지는 않지.”


길렌은 질색하듯이 혀를 내밀며 루드렉의 남색 취향에 공감되질 않았다.


처음에는 괜찮은 외모에다가 키도 상당히 매끄러운 것이 저택의 여자들도 루드렉을 보면 야릇한 눈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녀석은 여자에게 관심은 쓸모가 없다는 듯이. 오히려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소년을 향해 애틋하다 못해 이제는 사랑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해주기도 하는 모습이 영 껄끄러운 모습에 나는 확신이 들었다.


저 녀석은 남색 가라는 것을.


남색이라는 것을 알아챈 내게 다가온 루드렉은 비밀로 해달라며 지금껏 비즈니스적인 관계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역시나 아무리 생각하고 이해해보려고 해도 그저 역겨울 뿐이다.


“오, 카인 돌아왔구나! 고생했다!”


문이 열리고 카인과 폴이 들어오자 루드렉은 반갑다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저기, 루드렉 형님. 잠시 둘이서 말씀드릴 것이 있는데.”

“오, 뭔데 그래?”

“여기서는 이야기하기가 좀 그러니 밖으로 나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때구나 싶은 루드렉은 황급히 카인과 방을 나서며 밖으로 향했다.


“미친놈.”


카인과 함께 나간 루드렉에게 욕을 내뱉는 길렌은 다시 침대에 누웠다.


비즈니스 적인 관계라고는 해도 알면서도 모르는 척, 방관하는 태도를 애써 숨기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카인이라는 일 잘하는 부하가 없어진다는 것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더러운 새끼. 폴, 너는 그나마 루드렉의 취향이 아니라 다행이군! 그래도 조심해라. 밤중에 녀석이 덮칠 수도 있으니까.”


이 사실을 폴을 향해 웃으며 말하고서는 문을 닫으라며 짧은 한숨을 내쉰다.


‘어...“

“뭐라는 거야. 문 닫으라고 새끼야.”

“싫어! 라고 했다 이 새끼야!”

“하! 재미있네?”

“너도 루드렉이랑 별 다를 게 없는 새끼가 위선자인 척 하지 마! 그리고 너도 나와 이 개새끼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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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복수 21.01.19 16 0 12쪽
» 싸움. 21.01.18 25 0 11쪽
6 준비. 21.01.15 36 1 13쪽
5 약속. 21.01.14 42 1 13쪽
4 재회. 21.01.13 58 1 11쪽
3 만남. 21.01.12 63 2 12쪽
2 첫 사냥. 21.01.11 8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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