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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검회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출고가
작품등록일 :
2024.02.11 17:46
최근연재일 :
2024.06.20 13:02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1,360
추천수 :
37
글자수 :
87,111

작성
24.02.11 17:48
조회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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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인지, 결심

DUMMY

노인은 사라지고 양진의 시야는 흐려진다.


찰나일지 아니면 오랜 시간이 흘렀을지, 감이 오지 않는다.


살짝은 몽롱한 기분이 들고 있을 때쯤······.


“....아!”


“.... 진아!”


“양진아!”


그의 정신이 돌아오며 시야가 트이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정확한 상황이 파악되지 않은 양진이 뒤를 돌아 그를 바라보았다.


‘꿈인가? 아니면 진짜······.’


아직도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그를 바라본다.


“어디 있나 했더니 이곳에 있었구나.”


자신이 두 번째 스승으로 여겼던 인물.


걱정 가득한 얼굴로 양진을 바라보는 장차 무당의 제일검이 되리라는 무당파 이대제자 조비연.


“아무리 상심이 크다지만 앞날이 창창한 너는 정신을 차리려야지.”


애정 가득한 목소리에 그의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스승님이 죽고 배회하던 나에게 왔던 스승님의 사형 조비연 사숙······. 아니 나의 두 번째 스승님.’


그리고 양진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그의 눈을 바라본다.


‘이분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지켜보았다. 그의 죽음이 내 목적을 이루는데 수월하리라 판단했기에······. 그게 과거의 나이고.’


‘그날’의 일이 떠오르고 양진의 볼에 눈물이 흐르며 곧바로 무릎 꿇으며 사죄한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이 못난······. 흑흑······.”


갑자기 자신의 발아래 무릎 꿇으며 사죄하는 양진의 모습에 조비연은 당황했지만 슬픔에 잠겨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한 조비연은 한쪽 무릎을 꿇고 그의 시선을 맞춘다.


“그래······. 뭐가 됐건 너만 멀쩡하면 된 것이야.”


애틋함이 묻어나는 말로 이야기하는 조비연의 모습이 양진은 다시 한번 죄책감이 밀려오기 시작했고 조비연은 아무 말 없이 그의 등을 두드려준다.




**




한차례 감정의 소용돌이가 지나고 무당산 밖에 있던 양진과 조비연은 무당의 안으로 들어온다.


‘내가 파괴하고 불태웠던 곳······.’


무당이라는 현판이 보이자 양진은 제자리에 멈춰 주변을 둘러다 보았고 조비연이 묻는다.


“들어가자꾸나.”


“사숙. 잠시만 혼자 있게 해주시겠습니까?”


“아직도 마음을 추스르지 못한 것이냐?”


“아닙니다. 다른 문제로 생각할 것이 있습니다.”


양진의 답에 조비연은 고개를 끄덕인 뒤 안으로 들어섰고 양진은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다본다.


과거라 해야 할지 아니면 다른 곳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분명 자신이 무당의 모든 제자를 죽이고 무당의 건물을 불태웠다.


무당의 장문을 비롯하여 많은 이들이 죽었다.


‘모든 게 없던 일이라······.’


‘아니다. 없던 일이 아니다. 그 노인······.’


그 노인에 대하여 생각이 들었고 정말 자신은 돌아왔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제야 느껴지는 자신의 내공.


‘미약하다 못해 아직 없는 수준이구나.’


나이로 봐야 이제 17세.


육체적인 성숙은 어느 정도 이뤘지만, 지금의 자신은 분명 검술의 기본을 익히고 몸을 단련하는 단계이며 내공을 느끼는 시기였다.


하지만.


양진은 티끌 같은 내공을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곳으로 운공시켜본다.


만약 이것을 누군가 알았다면 천하의 기재라 했을 것.


하지만 그것을 느끼기에도 작은 양.


‘아직 많은 부분이 닫혀 있다.’


자신의 상태를 확인한 양진은 비어있는 연무장으로 향한 뒤 근처에 있던 목검을 쥐어든다.


‘목검을 마지막으로 잡았던 적이 언제일지.’


마신이 되기 전 이미 무당정검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었다.


그의 나이 고작 23세일 때.


나중에야 기재 중의 기재, 무당의 차기 제일검이라는 칭호를 들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저 입문한 지 몇 년 안 되는 삼대 제자일 뿐.


그런 그가 목검으로 잡은 뒤 완벽한 원을 그리며 위로 향한 검을 아래로 내리며 태극(太極) 문양을 그린 뒤, 양손을 잡고 하단세를 취했다.


그리고 눈을 감은 뒤 잠시 생각하던 그.


천천히 몸을 움직인다.


검술의 근간은 보법이다.


자신이 배웠고 자신이 가르쳤던 검술의 기본.


오른발부터 천천히 움직인 양진은 느릿해 보이는 동장으로 검무를 추기 시작한다.


한없이 느리고 한없이 약해 보인다.


실전이 아닌 자신의 자세를 교정하는 것.


마치 땅을 부유하듯 검무를 추기 시작한다.


천천히 그리고 여유롭게.


하지만 동작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아는 양진의 모습은 흡사 일대종사.


한참의 검무를 추던 양진은 끝났다는 듯 검 끝이 땅으로 향했고 그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성인의 육체를 가지고 있으나 제대로 쓰는 법을 모르기에 진짜 필요한 근육들을 쓰지 않았구나.’


그저 누가 가르쳐 준 대로 따라 하기만 했기에 정작 힘이 들어가야 할 부분에는 힘을 주지 않아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근육.


“허······. 허헛······. 하하······.”


너털웃음을 짓는 양진.


“진짜 돌아온 것이구나.”


이제야 실감한 듯 양진은 혼잣말한 뒤 하늘을 바라본다.


적당히 구름이 이곳저곳에 흩어져있는 푸르른 하늘.


“내 부탁을 들어주셨소.”


양진은 눈을 감은 뒤 예를 다하여 하늘을 향에 포권한다.


자신의 과오.


복수라는 이름으로 너무나 많은 이들을 죽였다.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던 이들조차 나중에는 소모품 쓰듯 그들의 목숨을 사용했다.


“내가 바꿀 것이다. 이제는 모든 것을.”


양진은 결심한 뒤 자신의 방으로 향한다.


지나가면서 보이는 많은 사형제.


“사형 괜찮으십니까?”


“유감입니다.”


“사형 힘내셔야 합니다!”


이들도 대부분이 양진의 손에 죽은 이들.


죄책감이 밀려오지만, 지금은 후회할 때가 아니다.


그때의 일이 반복되서는 안 된다.


‘이대로 둔다면 천지회의 희생양은 내가 아니라 다른 이들이 될 것이고 많은 분란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떠오르는 한 인물.


힘의 원리는 단순한 것이다!

모든 것을 힘으로 굴복시켜라!

본좌가 그리 만들어줄 것이야!


자신에게 마공을 알려주고 마신의 위치에 오르게 해준 자.


‘파천마제.’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그의 세력을 흡수하여 무림 전체를 뒤흔들 거대한 마인 집단을 만들었다.


‘내가 아니라면 누군가가 내 뒤를 이을 것이야. 방덕일수도······.’


양진은 그대로 방 안으로 들어가 빈책 하나를 편 뒤 자신의 기억 속에 있던 모든 인물과 사건들 그리고 알게 된 진실들을 적기 시작한다.


“헌데······.”


자신이 아무리 머리가 좋다지만 이 많은 일과 사람들 그리고 사건들을 기억할 수 없다.


하지만 마치 누군가 옆에서 말해주는 것처럼 거침없이 써 내려 가지기 시작한다.



**



며칠간을 방에 갇혀 글만 쓰던 양진은 붓을 멈추고 책을 덮는다.


‘내가 아는 모든 일과 사건들 그리고 인물들을 적어놓았다.’


그럼 이제 자신이 해야 할 것은?


무당에 남아있을 것인가?


무당의 장문 선우일준이 있는 이곳에?


‘아니다.’


자신에게 도움이 될만한 이들은 무당에 몇 없다.


무당 모두에게 있어 장문의 명은 지엄하기에.


하지만 무당 밖에는 많다.


‘아직 마인이 되지 않은 이들. 그리고 내가 도울 수 있어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이들. 그리고 그의 반대 세력들까지.’


양진은 무당의 모든 무공을 통달했으며 천하의 제일이라 불려도 손색없을 무공들을 익히고 외웠다.


‘내게 필요한 것은 시간.’


아직은 작디작은 이 내공과 아직은 부실한 몸.


‘하지만 남들보다 빠르게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야 오를 수 있는 것들도 있다.


‘마공이라면 쉽게 해결되지만 그럴 수 없다. 다시 한번 마기에 잠식당해 마인이 될 수 없다.’


마기가 정신을 지배했을 당시 유희 이외에 다른 감장들은 사라져버린 자신의 모습에 혐오감이 든다.


‘죄책감과 후회를 버리자. 모든 것을 바꾼 후에 가져도 늦지 않는다.’


다시 한번 다짐하는 양진.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장로를 찾아가 속가로 떠나겠다 말하니 장로는 모두 난색을 보였고 결국 장문에까지 간다.


눈앞에 보이는 선우일준.


범을 연상캐하는 그.


무당십이인 중 제일이라 평가받으며 무림제일문이라 많은 이들이 부르는 무당의 수장.


시간이 흘러 천하오절의 자리가 빈다면 분명 선우일준이 될 것이라는 세상의 평.


‘그리고 날 지옥에 빠트린 자.’


하지만 양진은 동요하지 않는다.


마신이었던 자신을 후회했고 돌아와 며칠을 결심했다.


“정녕 나가길 원하느냐?”


그의 목소리가 들리자 양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예. 장문. 스승님도 돌아가셨고 제가 딱히 무공에 관심이 없습니다. 부모님께서 힘드시다고 하시니 돌아가 농사나 도우려 합니다.”


양진의 말에 선우일준은 의아함을 느낀다.


분명 저 아이는 무공에 열정적이었던 아이다.


또한, 심지가 굳고 확고한 신념이 있는 듯 보이는 아이었다.


근데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보인다.


고민하던 선우일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고 양진은 감사했다며 넙죽 절을 한다.


그 후 그는 곧바로 무당의 모든 이들에게 하나하나 찾아가 인사한다.


그 인사가 사죄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양진 본인 제외하곤.


하나하나 눈을 마주치고 웃으며 양진은 작별을 고했고 자신의 짐을 챙겨 무당 밖으로 나오니 조비연이 착잡한 얼굴로 앞에 서 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고맙고 죄송합니다.


“꼭 이렇게 해야만 했느냐?”


아쉬운 마음이 가득 묻어나는 그의 말.


“제 길이 아닌 거 같기에 다른 길을 찾으러 가는 겁니다.”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겠습니다.


“네 재능이······. 그래······. 네가 그리 선택했다면 다 이유가 있을 것이야.”


양진을 믿는다는 듯 조비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하지만 아쉬운 건 쉬이 없어지지 않는구나.”


“이것으로 연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양진의 말에 조비연은 미소지으며 말한다.


“네가 나보다 낫구나.”


“언젠가 다시 사숙을 뵐 것이고 그때는 이 사질과 한잔해주시겠습니까?”


양진은 또랑또랑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고 조비연은 미소지으며 말한다.


“그래. 그때 이 사숙이 한 잔 사마.”


조비연은 흔쾌히 허락하자 양진은 포권하며 마지막인 사를 나눈다.


그리고 그는 단 한 차례도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무당을 떠난다.


“무정한 놈 같으니.”


조비연은 떠나가는 양진을 아쉬운 미소지으며 바라보았고 혼잣말을 한 뒤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무당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무당을 등지며 내려오는 양진의 눈빛은 매서워진다.


어느 누가 17세의 눈빛으로 생각하겠는가.


앳되어 보이는 얼굴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눈빛.


나는 속죄한다.


마기로 정신이 미쳤다는 것은 핑계일 뿐.


모두가 내가 한 일이다.


그들 때문이라는 핑계는 하지 않는다.


그들이 날 구렁텅이로 빠트렸다 한들 그 뒤에는 모두 내가 한 일이다.


감사한다.


그자가 어떠한 힘을 사용해서 나를 이곳으로 보냈는지.


어떠한 능력으로 나에게 그때의 일을 모두 기억나게 했는지 모른다.


어찌 됐든 나는 돌아왔다.


이게 나의 망상일지, 꿈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내가 겪었던 것을 남이 겪게 하지도 않을 것이고 무고한 피해도 줄일 것이다.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타인의 생명을 경시하는 이들에게 자비란 없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그들을 막을 힘이 없다.


하지만 그들의 모든 것을 알고 그들과 함께 대적할 이들도 알고 있다.


지금 당장 나의 무공으로 그들을 상대할 수 없다.


적절한 시간이 올 때까지 다시 실력을 쌓을 것이고 그들의 야욕을 막을 적시에 나는 나타날 것이다.


내가 다시 무림에 나가는 날 모든 것을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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