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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인연

충무공, 1565년으로 돌아가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가연(假緣)
작품등록일 :
2019.09.07 00:17
최근연재일 :
2019.10.11 12:20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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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886
추천수 :
3,553
글자수 :
203,533

작성
19.09.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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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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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장. 대립(對立) - [1]

DUMMY

“모두 멈춰라!”


손에 잡히는 편전을 죄다 물에 둥둥 떠다니는 왜구들에게 쏘던 병사들은 이윽고 행동을 멈춘다.


“...이겼다?”


어느 병사의 중얼거림이 판옥선의 전체로 퍼져나가며 이윽고


“와아아아아아!!!!”


판옥선의 바닥이 울릴 정도로 깊고 큰 고함소리가 터져 나온다.


드디어... 내가 그토록 갈망했던 것.

전투에서 승리한 병사들의 함성소리.


“하아...”


왜선 하나 침몰한 것 가지고 나의 몸은 노곤해진다.

나의 정신은 마지막 노량 앞바다에서 벌였던 해전에 머물고 있었다.

눈을 감던 도중에도 혹시나 승리의 함성을 들을 수 있을까? 싶어서 억지로 죽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쳤었다.


“이제야...”


멈춰있던 나의 삶을 온전히 찾은 기분이 든다.

고양된 정신을 느끼며 이 시간을 잠시 음미한다.


“왜선의 옆쪽에 배를 세우고 살아있는 왜구가 있다면 생포하고 가지고 온 그들의 물품을 전부 건져라.”


이윽고 정신을 바로 잡으며 하늘을 찌를 것 같은 사기를 뿜어내는 병사들에게 지시하자 아까와 다르게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배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쉽게 왜선을 격추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수군들은 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부산포에 있는 판옥선의 숫자만 하더라도 20척이 넘어간다.

그리고 이 숫자는 내가 기억하는 미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 더욱 많아질 것이다.


물론, 가지고 있는 판옥선을 전부 운행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5척 정도는 정찰로 하여금 교대로 운행하더라도 적어도 여기 부산포는 왜구들이 상륙할 수 없을 것이다.


뭐, 해안가에서만 보초를 서고 바다에서 정찰을 하지 않는 이유를 대충 알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믿기가 힘들다.


“종사관님. 살아있는 왜구들이 있습니다.”


어느새 침몰한 왜선이 있던 바다 옆에 당도한 판옥선. 바다에는 온통 왜구들의 시체들이 둥둥 떠다니는데...

그 중에선 운이 좋은지 급소에 맞지 않는 왜구들은 어떻게든지 살아남으려고 왜선의 파편을 부둥켜 앉고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왜구들의 말을 이해하는 병사 있는가?”


이해할 수 있는 병사가 있다면 죽이지 않고 생포해서 왜국의 동향을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서로 눈치만 볼 뿐 거수하지 않는다.


“살아있는 왜구들을 전부 죽이고 물질에 능한 병사들은 내려가서 그들이 가지고 온 물품들을 회수해라.”


말이 통하지 않으면 왜구는 죽어있는 것이 우리에게 이득이기 때문에 냉정하게 명령을 내린다.

특히...


‘그들의 신식무기 조총이 중요하다.’


조총의 특유 소리가 들리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싶어서 지시를 내린다.

여기에서 조총을 획득할 수 있으면 뛰어난 대장장이들에게 맡겨 훗날을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지시를 들은 병사들은 살고 싶은 욕망으로 부셔진 왜선의 파편을 부둥켜 앉고서 우리에게 뭐라고 외치는 왜구들에게 다시 시위를 겨눠 그대로 죽이기 시작한다.


잠시 후.


판옥선 중심에는 왜구들이 가지고 왔던 물품들이 가득 쌓여있다.

바다에 들어가 왜구들이 지니고 있던 속옷을 제외한 모든 것을 벗겨서 건져냈다.


“조총은 없군.”


왜구들이 쓰는 칼과 갑옷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직 지금 시대에는 왜구들이 조총을 쓰지 않는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노략질하는 왜구들이 조총을 가질 신분이 아닐 수도 있다.

그저 추측밖에 할 수 없어 약간은 답답해진다.

하는 수 없이 병사들에게 돌아가자는 명령을 하고서 지평선을 바라보며 혹시나 왜선이 더 있는지 꼼꼼히 살핀다.


* * *


항구에 도착하고 전리품을 챙겨 내리는 병사들의 모습을 훑어본다.

어제만 하더라도 배 멀미로 인해 제대로 몸도 가누지 못했던 이들이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왜선 한척을 침몰시켰다.


‘자만하면 안 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들의 해낸 성과에 자축하길 둔다.

그렇게 모든 전리품을 챙기고 우리들이 머물고 있는 막사로 향한다.


“종사관 이것들을 어디서 났는가?”


연무장에 둔 채 일부의 전리품을 챙겨 소흡 절도사를 찾아가자 그는 놀랐는지 눈을 부릅뜬다.


“정찰 도중 왜선 한척을 만나 격파시키고 노획한 전리품입니다.”


왜구의 전리품인 것을 알던 그는 나에게 설명을 요청했고 그에 대해서 답변을 하자.


“.....”


나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그는 한숨을 내쉬며


“전공을 벌써 쌓을 줄은 몰랐는데...”


무슨 의미지?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말 그대로 자네가 정찰을 시작한 후 곧장 전공을 쌓을 줄 몰랐다는 걸세.”

“안 좋은 겁니까?”


노략질을 하던 왜구들을 땅에 밟기도 전에 바다에서 수장을 시켰으니 지금까지 돌아가던 수군의 모습에서 더욱 발전된 형태인데 안 좋을 수가 없지.

내가 지휘관이었다면 이런 공을 세운 장수에게 치하를 하겠지만 지금 소흡에겐 곤란하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현재 상황에서 자네가 공을 세운 것이 그리 썩 좋지가 않아.”


현재 상황?


그 순간 나에게 들려서 으름장을 놓던 별제가 떠오른다.


“추이엄 별제 때문입니까?”

“그것을 자네가 어찌...?”


혹시나 싶어 물어보니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다.


“자네가 알고 있으면 얘기가 빠르겠군.”


급격히 심력이 소모되었는지 손바닥으로 눈두덩을 비비면서


“부산포의 진영에는 두 가지의 파벌이 존재하네. 하나는 나를 중심으로 뭉침 파벌과 조정 쪽에서 심어둔 파벌이 있지.”


조정 쪽에서 심어둔 파벌이란 것은 추이엄 별제 쪽이겠군.

그가 나에게 자신의 뒷배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순간부터 어렴풋이 눈치는 챘었다.


“그런데 최근 자네가 별제의 권한을 가로채는 일이 주목받기 시작했어.”

“그것이 저에게 무슨 상관입니까?”


소흡은 물 한잔을 마시며


“후우... 그쪽과 대립하고 입장으로서 자네를 도와줄 수가 없네.”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가 갔다.

내가 뇌옥에 투옥되었을 당시 친우이자 조정의 실세였던 류성룡은 정쟁을 하던 도중이라 상소를 올리지 못했었다.

자칫하다가 자신까지 피해가 입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나와 아무런 상관도 없던 정탁이 선조에게 상소를 올려서 내가 구해질 수 있었던 배경이 있었다.


“너무 주목을 받았어. 그런데 자네가 공훈을 세웠다? 그들은 필시 자네가 눈엣가시가 되었을 거야. 어쩌면...”


뒷말을 흐리며 천장을 바라본다.


“그것이라면 괜찮습니다.”

“호기로운 것은 좋지만 적보다 아군이 더 무서울 때도 있는 법일세. 이제부터는 그들이 자네를 어떻게든 끌어내리기 위해서 무슨 짓이라도 할 걸세.”


염려(念慮).

그의 마음이 나에게 전해져온다.


‘내게 복이 이렇게 많았나?’


전생에서는 항상 나를 물어뜯고 싶어 할 관료들 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다르다.

이청진 군수 때도 그렇고 경상좌도수군절도사인 소흡도 마찬가지지만 자신의 장수를 아끼는 마음이 존재한다.


“무슨 말씀인지는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저는 괜찮을 겁니다.”

“조정에서 움직이면 자네는... 설마?”


혹시나 하는 표정을 짓는다.


“.....”


소흡의 말에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은은한 미소를 보여준다.


‘과연 내가 가진 동아줄과 추이엄이 가진 동아줄. 어떤 게 두꺼운지 확인해보자고.’


조선에 침입하는 적들만 막아서는 조선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이제부터는 나에게 걸어오는 정쟁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 * *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종사관 이순신에 대해서 손을 떼게.”


이황은 자신에게 찾아온 심의겸(沈義謙)을 바라보며 얘기를 하자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인순왕후의 친 남동생이자 좌의정 심통원의 종손인 심의겸.


“스승... 아니, 대감 어찌하여 이순신에게 손을 떼라고 하십니까?”


일찍이 훈구파를 견제하기 위해서 일정한 관직을 맡고 있는 무관들을 회유했었다.

그렇게 부산포에 위치한 수군의 훈련 권한을 맡게 된 별제 추이엄.

그에게 접근을 해 더욱 높은 관직을 약속하며, 몰래 힘을 기르고 있었다.

헌데... 문관 가문 출신인 이순신이라는 종사관이 그것을 위협을 하고 있어 급히 자신을 가르쳤던 이황에게 가르침을 청하는데 뜻밖에도 손을 떼라고 얘기를 한다.


“그리고 회유한 무관들에게 이제 손을 떼고 그들과 연락하던 것도 끊게나.”

“그렇게는 못합니다.”


심의겸은 고집이 가득한 표정으로 이황을 바라보며


“어째서 손을 떼라고 말하십니까? 회유한 무관들은 저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 조정을 어지럽히는 훈구파들을 견제하는 수단일 뿐입니다.”

“견제? 자네는 사리사욕이 아니라고 하지만 내 눈에는 사병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질끈.


도대체 이황이 저런 말을 하는지 이해가 기지 않는다.

항상 조정을 어지럽히는 훈구파를 없애야 한다며 앞장서서 나서던 사람이 다름 아닌 자신의 스승이었는데 갑자기 사람이 바뀐 것처럼 말을 하니 심의겸은 혼란스러워지며


“만일 무관들과 연락을 끊으면 그때는 훈구파의 힘이 더욱 세질 겁니다.”

“...글쎄.”


이황은 누군가를 회상하며 말을 흐린다.


‘저는 사림파과 훈구파 둘 다 지지하지 않습니다. 모두 대의명분은 조선을 위한다고 하지만 그들로 인해 백성들만 고통 받고 있습니다. 그러니 탐관오리들이 존재하지 않고 여진족과 왜구들이 함부로 덤비지 못하는 조선을 만들도록 협조해주십시오.’


이제 약관을 벗어난 애송이.

하지만 백성을 위하는 마음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다고 생각을 했다.


“조정을 어지럽힌다. 그래서 훈구파를 내치면 자네들은 어찌할 생각인가?”

“당연히 주상전하를 모시고...”

“됐네. 이순신에 관해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니 그만 돌아가게나.”


지금까지 가르친 제자들에게 사람은 선한 면이 존재하니 그것을 갈고 닦으라고 했던 자신의 과거가 떠오른다.


‘필시 훈구파가 조정에서 사라진다면 애송이의 말대로 사림파들은 서서히 변질이 되어가겠지.’


자신의 남은 생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을 안다.

애송이가 그리는 조선.

분명 그것은 이상향이다.

이루어지지 않을 미래.


“지, 지금 대감 고뿔이라도 걸리셨습니까?”


축객령을 내린 것이 믿겨지지 않는지 말을 더듬는 그를 보며


“이 몸이 노쇠하여 몹시 힘드니 나가주게나.”


단호하게 그를 내친다.


* * *


“더 빠르게 움직여라!”


훈련을 시작한지 50일이 경과하자 병사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매실과 천마를 갈아 병사들에게 꾸준히 복용을 시키며, 솔잎을 물게 하자 배 멀미를 호소하는 병사들은 없어졌고 해전 경험이 없던 이들의 눈에는 독기가 가득 서려있다.


“시위를 당겨라!”


앞에 두었던 돛단배에 조준을 하여 시위를 당기라고 하자 일사분란하게 자신들이 들고 있는 활을 턱까지 당긴다.


“쏴라!”


60명이 쏘는 편전은 빠른 속도로 돛단배에 날아가 꽂힌다.


“포문을 열어라!”


1문에 3명의 병사들이 도맡아 나의 지시를 따른다.


“조준.”


지자총통의 양옆을 잡고 있던 병사들은 돛단배 쪽으로 방향을 틀자


“정지.”


편전과 다르게 화약으로 만든 포탄은 아껴야 한다.

빠르게 조준과 장전을 계속해서 숙달하던 나는 지평선에 해가 걸리자 훈련시간이 끝났음을 깨닫고 복귀명령을 내린다.


촤르륵.


항구에 도착한 나와 병사들은 판옥선에서 내려 막사로 걸음을 옮기는데


“종사관님. 추이엄 별제님이 급히 찾으십니다.”

“그래?”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수고했다.”


말을 전달한 병사에게 수고했다는 인사와 함께 그를 만나기 위해 막사 반대방향으로 걷기 시작한다.


작가의말

좋은 댓글을 써주시는 독자님.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추천을 누르는 독자님.

항상 저는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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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5장. 선공(先攻) - [1] +8 19.09.19 3,727 91 12쪽
17 4장. 대립(對立) - [3] +8 19.09.18 3,781 8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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